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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칼날 님의 서재입니다.

그림과 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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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검은칼날
작품등록일 :
2021.12.18 21:47
최근연재일 :
2022.07.05 16:00
연재수 :
1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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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45
추천수 :
455
글자수 :
581,056

작성
22.03.2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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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수중전

DUMMY

세현은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빨리 움직였다. 선주가 강으로 뛰어내리는 걸 보고 있던 뱃사람 하나를 강으로 던져버렸다. 그러고는 옆에 있던 사내의 턱을 팔꿈치로 찍어버렸다. 뒤에서 달려드는 놈들을 피해 공중으로 몸을 날렸다. 공중에서 회전하며 양발로 두 사내의 뺨을 찼다.

“더 이상 얻어터지기 싫으면 그만 해!” 세현이 소리쳤다.

“야, 잠깐 있어봐!” 주방장도 소리쳤다.

뒤에서 덤벼들려던 뱃사람들이 멈춰 섰다.

“야, 너 싸움 잘하네.” 주방장이 세현에게 말하고 물었다. “근데, 아까 걔 왜 갑자기 자결한 거야?”

“자결이라고? 하하하, 여자가 물에 뛰어내리면 자결이냐? 명희가 너희 선주 모가지 따올 거야.” 세현이 비웃고는 수면을 바라보았다.


명희는 호기롭게 물로 뛰어든 선주의 오른팔을 등 뒤로 꺾고 뒷덜미를 잡았다. 꺾은 팔을 잡아 올리고 뒷덜미를 누르며 물속으로 들어갔다.

선주는 물에 뛰어들자마자 예상하지 못한 공격에 반격할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숨 고를 틈도 없이 저항도 못하고 물속으로 끌려들어갔다. 잠영이라며 자신 있었지만, 금세 숨이 차올랐다.

물속으로 던져진 사내가 그걸 보고 잠영해서 명희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명희를 붙잡으려 달려들었다.

명희는 선주의 팔과 뒷덜미를 잡은 채로 발로 사내의 얼굴을 가격했다. 물속이라 동작은 느렸지만, 발등이 정확히 사내의 턱에 꽂혔다.

사내도 예상하지 못한 공격에 목이 돌아갔고 정신이 없었다. 그러다 숨을 쉬기 위해 수면 위로 올라갔다.

“너무 오래 안 올라오는 거 아니야?” 동희가 한참을 물 위로 올라오지 않는 명희를 걱정했다.

“괜찮을 거야. 바다에서도 자유자재던데···” 세현도 마음 놓으라고 대꾸는 했지만, 자신도 걱정을 떨칠 수는 없었다.

명희는 정신을 잃고 늘어진 선주의 뒷덜미 옷깃을 잡아끌고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러다 숨을 고르는 사내를 발견하고는 뒷덜미를 손날로 가격했다.

사내는 비명을 지르며 양손으로 뒷덜미를 감쌌다. 그러곤 고개를 돌려보니 명희가 기절한 선주를 놓아버렸다. 선주가 가라앉는 것을 보고 물속으로 뛰어들어 선주를 건져 올렸다.

“하하하, 내가 뭐랬냐? 명희가 너희 선주 모가지 따온다고 했지. 우리들 싸움은 나중에 하고, 너희 선주 목숨부터 살려라. 하하하.” 세현이 웃으며 밧줄을 던졌다.

주방장과 뱃사람들은 넋을 놓고 밧줄을 붙잡고 배 위로 올라오는 명희를 바라보았다. 명희가 올라오고 나서야 그들은 선주를 물 위를 끌고 올라온 사내에게 밧줄을 던졌다.

“하하, 물에서 싸우면 백전백승일 거야.” 세현이 엄지를 들어 올리며 명희를 칭찬했다.

“싸움에선 망설이면 진다고 했잖아? 안 봐주고 다짜고짜 공격하니 맥을 못 추던데. 게다가 어제 배운 팔 꺾기도 잘 써먹었어.” 명희가 세현에게 대꾸했다.

“하하하, 역시 내 눈이 틀리지 않았어. 타고난 무술 신동이야. 어제 배운 걸 실전에서 바로 써먹다니.” 세현이 또 다시 칭찬했다.

그 사이, 뱃사람들은 선주를 건져 올렸고 가슴을 여러 차례 누르자 선주가 물을 토해냈다. 그러고는 방금 전에 먹은 음식물까지 게워내고는 정신을 차렸다.

“그러니까 밥 잘 먹고 왜 시비를 거셔?” 명희가 그걸 보고 비웃었다.

깨어난 선주도 뱃사람들도 당돌한 소녀에게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

“양주까지 곱게 태워줘라! 더 이상 싸움 걸지 말고.” 명희가 싸움을 일단락 지으려고 말을 꺼냈다.

뱃사람 둘이 발끈해서 명희에게 달려들려고 했다.

“그만 둬.” 선주가 그들을 만류하고 나서 명희에게 말했다. “아가씨 대단해! 나한테 물 먹인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 창피하게 힘 한 번 제대로 못 써보고 이게 뭐야? 어쨌든 아가씨, 양주까지 잘 모셔다 드리지.”

“그러셔.” 명희가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야, 쟤들한테 해코지 하지 마!” 선주가 당부하고 나서 명희에게 말했다. “아가씨, 이젠 아무 일 없을 테니 편히 쉬어.”

“싸움은 못 해도 성질은 화끈하셔.” 명희가 비웃었다.

“그만 해!” 동희가 꾸짖었다.

“그럼, 편히 쉬쇼.” 세현이 끼어들어 선주에게 말했다.

선주는 대꾸하지 않고 선실로 들어가 버렸고, 주방장은 선주를 따라 선실로 들어갔고 뱃사람들은 뱃바닥에 앉거나 누웠다.

여객은 모두 고물 쪽으로 자리를 옮겨 뱃바닥에 앉았다.


“밤새 별 일 없겠지?” 동희가 걱정이 가득 담긴 말을 꺼냈다.

“별 일 없을 것 같아. 안 그래도 걱정이었는데, 선주가 해코지 하지 말라고 당부해놓았잖아? 선주 낯짝이 있지, 쟤네들도 자기 마음대로 해코지는 못 할 거야.” 세현이 대꾸했다.

“맞아, 패배를 시원하게 인정하는 걸 보면, 속임수로 안심 시켜놓고 다시 공격할 것 같지는 않다니까.” 명희가 세현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그래도 내가 망을 볼 테니, 너희들은 눈 좀 붙여라.” 세현이 말했다.

“그래, 내가 새벽에 교대해줄게.” 승호가 말했다.

“내가 일어나면 내가 교대해줄게.” 명희가 승호에게 말하고 혼잣말을 덧붙였다. “다시 배에 오르니 육지보다 잠이 잘 올 것 같아. 적당히 흔들흔들한 게 좋다니까.”


배는 장강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아침을 맞았다.

주방장은 아침으로 어죽을 끓였다. 이물에 있는 선주와 뱃사람들에게 한 그릇씩 퍼주고 나서 고물의 여객들에게도 가져다주었다.

선주는 죽 한 그릇을 다 먹고 선실에서 술병을 꺼내들고 고물로 왔다.

여객들은 선주의 등장에 당황했다.

“삼아, 여기 안주거리 좀 만들어줘.” 선주는 주방장을 ‘삼’이라고 부르며 소리쳤다.

“예, 예.” 삼이 큰소리로 대답했다.

“아침부터 한 잔 하자. 어제 저녁 먹은 거 다 토했더니, 죽 한 그릇으론 배가 안 찬다.” 선주가 술을 따르며 말을 꺼냈다.

“그러게 왜 먼저 시비를 거셔?” 명희가 비꼬았다.

“그러게 말이다.” 선주가 인정하고 말을 이었다. “어쨌든 난 왕휘라고 한다. 아가씨는 이름이 뭐야?”

잠시 침묵이 이어졌고, 선주는 술을 한 잔 마셨다.

“난 노세현이라 하오.” 명희가 대꾸하지 않자 세현이 나서 자기 이름을 말했다.

“난 변명희야.” 명희가 뒤이어 대답하고 동희와 준과 승호도 소개했다.

“너희끼리 겁도 없이 배를 빌려 타. 그리고 양주는 왜 가는 거야?” 선주가 물었다.

“겁이 없으니까 이런 해적선을 돈 주고 빌려 타는 거지.” 명희가 비아냥거렸다.

“그래, 겁 없는 것 인정!”

이 때, 삼이 두렁허리에 죽순을 넣고 볶은 음식을 내왔다.

“삼이라고 불렀나? 성은 뭐야? 이 주방장 솜씨가 주루의 주방장들보다 나은 것 같아.” 명희가 고소한 냄새에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아니, 별 말씀을··· 하하하. 제 성은 ‘장’이에요.” 삼이 대꾸했다.

“안 그래도 내가 뱃일 그만두면, 얘 데리고 주루나 차릴 계획이지.”

“농어 찜 올려놓고 왔으니, 그만 가볼게요.” 삼이 자리를 피했다.

“음식 두어 가지만 더 하고 너도 와서 술 한 잔 해라. 그리고 순풍이니 애들도 쉬라고 해.” 왕휘가 삼의 등 뒤에 대고 말했다.

“예, 예.” 삼은 뒤돌아보고 대답한 후 주방으로 향했다.

왕휘와 여객은 이런저런 말을 주고받으며 술을 마시고 안주를 먹었다. 어제의 원한은 모두 잊어버린 것 같았다.

동희는 술에다 약이라도 탔을까봐 걱정하다 아무 일 없자 술과 안주를 들었다.


“보니까 여사에도 염전이 있던데, 우각항은 가깝잖아? 근데, 뭔 소금을 양주에서 사다 판다는 거야?” 명희가 왕휘에게 물었다.

“거기서 나는 소금은 관아에서 다 걷어가서 바닷가 사는 사람들도 사먹기 힘들다고. 양주는 소금 집산지라 유통도 많고, 지인이 산상(散商)이라서 편의도 봐주거든.”

“산상이 뭐야?”

“총상(總商) 아래 있는 중소상인이야.”

“총상은 또 뭐야?”

“소금 유통증서를 염인(鹽引)이라고 하는데, 대규모 자금을 가지고 염인을 대량 소유한 상인을 총상이라고 해. 물론 관에 연줄을 대고 있겠지. 그리고 그 아래 산상이 중간에서 실무적 관리를 맡아서 처리하지. 지인이 총상 안의주(安儀周) 아래서 산상 노릇을 한다고.”

“안의주?” 승호가 갑자기 끼어들었다.

“그래, 안의주! 왜?”

“아니, 어디서 들어본 것 같아서···” 승호는 말을 끌다 뭔가 생각난 듯 외쳤다. “의주가 안기 어르신 자(字)였던 것 같아. 그리고 녹촌(麓邨)이 호(號)였고.”

“녹촌(麓邨)이라고? 맞아, 녹촌선생이라고도 부르더라고. 그리고 안기라고? 그래 맞아. ‘기’가 이름인 것 같아.” 왕휘가 기억을 더듬으며 대꾸했다.

“근데, 천진에 계신다고 했잖아?” 동희가 끼어들었다.

“천진이라고? 맞아!” 왕휘가 외쳤다.

“뭐가 맞아?” 명희가 끼어들었다.

“삼 년 전 쯤 천진에서 양주로 이주했다고.”

“그래?” 남매와 승호가 동시에 외쳤다.

“너희 뭔데 안 총상을 아는 거야?”

아무도 왕휘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안 총상에 대해 아는 대로 말 좀 해주셔.” 명희가 침묵을 깨고 말했다.

“난들 뭘 알겠어? 양주 최고의 부자인 건 확실하고, 아니 왕족이나 관료들 빼고는 전국 최고의 부자일 거야.”

“그런 것 말고, 뭐 출신이라든지··· 그런 거 말이야.”

“그런 거? 으음, 떠돌아다니는 소문이긴 한데··· 그러니까 말이지···”

“뭐야? 빨리 말해봐!” 명희가 재촉했다.

“황당한 얘긴데··· 그러니까 안 총상이 조선인이란 소문이 있어.”

“어, 조선인? 그래 계속해보셔.”

“그러니까 안의주가 조선의 조공사신을 따라 우리나라에 들어왔다는 거야. 근데 암호로 되어있어서 아무도 알아볼 수 없는 문서 하나를 우연히 얻었지. 안의주가 그걸 해독했는데 금괴를 여기저기 숨겨놓은 보물지도였다나. 근데, 그 금괴는 강희제가 총애하던 명주(明珠)의 장원에 있었다는 거야. 안의주는 명주를 만나서 보물지도를 들고 금괴가 묻힌 곳을 일일이 지적했고, 과연 거기서 대량의 금괴를 캐낼 수 있었어. 명주는 이걸 안의주에게 자금으로 대주고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염상으로 성공하게 만들었다는 거지. 믿을 수 있겠냐? 내가 황당하다고 했잖아?”

“황당하긴 한데, 완전 허구는 아니에요. 금괴 얘긴 말도 안 되지만, 안기 어르신이 명주와 관련 있는 건 사실이에요.” 승호가 남매에게 말했다.

“그럼, 무작정 천진으로 갈 게 아니라 양주에서 알아봐야 되겠는데.” 동희가 대꾸했다.

“그래서 너희들 양주에서 운하를 타고 천진까지 가려했던 거야? 그것도 안 총상 만나러?” 왕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뭐 어쨌든!” 명희가 대답을 얼버무렸다.

“너희들 북방사람들 아니야? 여기까지는 어떻게 왔다가 또 다시 천진으로 가려한 거야?” 왕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여객들 때문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제 싸우길 정말 잘 했어. 천금 같은 소식이야.” 명희는 혼잣말을 하고 나서 왕휘에게 말했다. “천진까지 갈 필요 없으면, 양주에서 한 턱 낼게. 왕 아저씨.”

“네 맘대로야?” 동희가 꾸짖었다.

“천진까지 가는 여비 안 써도 되잖아?” 명희가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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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묵연당(墨緣堂) 22.04.06 169 3 11쪽
45 문지기 22.04.05 166 3 11쪽
44 의심 22.04.02 161 3 12쪽
43 삼촌 22.04.01 168 3 11쪽
42 묵향(墨香) 22.03.31 159 2 11쪽
41 양주(揚州) 22.03.30 177 3 11쪽
» 수중전 22.03.29 162 2 11쪽
39 상선(商船) 22.03.26 169 2 10쪽
38 결의(結義) 22.03.25 169 3 10쪽
37 포구 22.03.24 166 3 11쪽
36 변발 22.03.23 171 3 11쪽
35 탈출 22.03.22 167 4 10쪽
34 무인도 22.01.22 166 4 12쪽
33 생선 요리 22.01.21 170 4 11쪽
32 표류 22.01.20 175 4 10쪽
31 돛단배 22.01.19 168 5 11쪽
30 출항 22.01.18 176 3 11쪽
29 체포 22.01.17 177 5 11쪽
28 자상(刺傷) 22.01.16 196 4 12쪽
27 무승부 22.01.15 221 4 11쪽
26 싸움꾼 +1 22.01.14 232 4 12쪽
25 도강(渡江) 22.01.13 242 4 12쪽
24 사라진 말 22.01.12 257 2 12쪽
23 종이 가게 22.01.11 253 4 12쪽
22 문맹 22.01.10 270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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