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검은칼날 님의 서재입니다.

그림과 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무협

완결

검은칼날
작품등록일 :
2021.12.18 21:47
최근연재일 :
2022.07.05 16:00
연재수 :
110 회
조회수 :
25,460
추천수 :
455
글자수 :
581,056

작성
22.01.22 14:00
조회
166
추천
4
글자
12쪽

무인도

DUMMY

“어떡할까? 저 섬에 올라갈까?” 동희가 섬이 점점 가까워오자 일행의 의견을 물었다.

“그냥 지나가자. 땅을 밟아보고 싶긴 하지만, 우린 정박하는 것도 제대로 모르는데, 괜히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아.” 명희가 자신의 의견을 제시했다.

“그래, 이젠 마실 물이 없는 것도 아니고.” 동희가 동의했다.

일행은 며칠 만에 저녁에 밥을 지어 먹고 잠들었다.


표류 열닷새 째, 돛단배는 청나라 해안의 도서에 다가갔다.

날이 밝자 몇 개의 섬들이 보였다.

명희와 승호는 육포를 씹으며 노를 저었다. 힘은 충분했다.

돛단배는 풍력이 아닌 인력에 의해 빠르게 섬들로 다가갔다.

그 때, 큰 배가 시야에 들어왔다.

일행은 멀리 보이는 배 때문에 감격했다.

보름 동안 보지 못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었다.

섬은 몰라도 배에는 반드시 사람이 타고 있을 것이니까.

명희와 승호가 그 배를 향해 노를 젓기 시작했다.


그 배는 비교적 큰 고깃배였다. 중선 규모의 고깃배는 작은 거룻배 한 척을 밧줄로 묶어 옆에 달고, 연안에서 멀리까지 나와 고기잡이를 하고 있었다.

배 위의 어부들이 그물로 물고기를 잡다가 돛단배를 발견했다. 돛단배의 모양과 승선자의 차림새가 이국적이어서 호기심을 끌었다. 그들이 한어로 왁자지껄 떠들었다.

“어떡할까? 그냥 지나칠까?” 명희가 사내 셋을 둘러보며 물었다.

일행은 배를 발견하고 흥분했지만, 막상 고깃배를 마주치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거룻배에는 어부 둘이 타고 있었는데, 노를 저어와 돛단배 옆에 붙였다.

“어느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냐?” 구레나룻을 기른 젊은 어부가 한어로 소리쳤다.

“조선에서 왔소. 우린 조선 사람이오.” 승호가 한어로 대답했다.

“한어를 할 줄 알아?” 구레나룻이 의외라는 듯이 물었다.

“그렇소. 여긴 근데 어디요?”

“여기는 강소(江蘇) 통주부(通州府) 관할의 해안이야.”

“강소의 통주라면 청나라 남방이잖아?” 동희가 승호에게 물었다.

“통주는 모르겠고, 강소라면 남방이 맞아요.” 승호가 대답했다.

“너희 조선에서 왔다고? 배는 멀쩡한데 표류한 거야?” 쥐처럼 생긴 어부가 물었다.

“뭐라는 거야? 사투리가 심하잖아.” 동희가 승호에게 말했다. 구레나룻은 관화(官話)를 썼는데, 쥐는 알아듣기 힘든 사투리를 썼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말해주쇼.” 승호가 한어로 말했다.

“배를 보니 멀쩡한데, 표류한 거냐고?” 구레나룻이 쥐를 대신해서 다시 물었다.

“맞아요, 표류하다 여기까지 온 거라고요.” 승호가 대답했다.

“어쩌다 표류한 거야? 이런 배는 먼 바다까지 나올 배가 아닌데, 식량이랑 물은 어떡한 거야? 조선에서 여기까지는 못해도 열흘은 걸렸을 텐데.”

“어, 그건······” 승호는 듣고 보니 맞는 말이라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표류당할 것을 예상하고 열흘 이상의 식량과 물을 준비해둔 건 이상했기 때문이다.

“저 키 큰 놈 빼고, 다 얘들이잖아? 게다가 계집애까지, 이상하지 않아?” 쥐가 구레나룻에게 물었다.

“그러게.” 구레나룻이 동의하고 승호에게 물었다. “너희들 조선에서 온 거 맞아?”

“맞아요.”

“표류한 조선 사람들은 육로로 돌아가야 해. 타고 온 배를 다시 타고 돌아갈 수 없으니까. 네가 너희들을 육지로 데려갈 테니 보물이 있으면 좀 주라.” 쥐가 사투리로 얘기했다.

구레나룻이 다시 한 번 관화로 말해주었다.

“잠깐만 기다려 봐요. 우리끼리 상의 좀 할게요.” 승호가 대꾸하고 모여 앉았다.


“쟤들하고 무슨 얘기한 거야?” 준이 하나도 못 알아듣고 물었다.

“어떡하지? 육지로 가긴해야 하는데.” 동희가 준의 말을 무시하고 의견을 물었다.

“그러게. 우리끼리 항구로 들어가는 것도 이상하잖아?” 명희가 말했다.

“게다가 우리를 의심하는 것 같아. 승호가 한어를 한 줄 아는 것도 그렇고, 식량과 물을 준비한 것도 이상하게 생각하고, 괜히 간첩으로 몰리기라도 하면 어쩌지?” 동희가 불안한 예감을 말했다.

“여기까지 오면 될 줄 알았는데, 골치 아프네.” 명희가 동희의 말을 받았다.


일행이 상의하고 있을 때, 쥐가 어선에 대고 소리쳤다. 쥐와 어부들이 남방 사투리로 대화했다.

그러다 선장이 거룻배에 대고 한참을 소리쳤다.

“여기서 바람과 물때가 좋으면 하루면 육지에 갈 수 있어. 근데 서북풍이면 두렵지 않지만 남풍이 불면 걱정이야. 그런데 지금 남풍이 불고 있으니, 우릴 따라와 배를 매두어라. 우리도 지금 바람을 피해 저 섬에다 배를 대려고 했으니까.” 구레나룻이 선장의 말을 옮기고 나서 앞에 보이는 섬을 가리켰다.

돛단배는 그 말을 따라 섬으로 가서 배를 댔다.

구레나룻이 돛단배로 건너와 명희가 헤엄칠 때 몸에 묶었던 밧줄을 바위에 묶어주었다.

명희가 뭍을 밟고 싶어 배에서 뛰어내렸다. 그러자 사내 셋도 섬을 밟았다. 보름 만에 밟아보는 땅이었다. 흔들리지 않는 땅에 내려서자 다리에 힘을 제대로 줄 수 없어서 휘청했다.

쥐는 그 사이에 거룻배를 바위에 묶었다.

작은 배 두 척은 섬의 바위에 밧줄을 묶어 정박했다.

고깃배는 닻을 내려 정박했다. 배 안에서 사다리를 섬으로 내렸다.

선장과 어부들이 배에서 섬으로 내렸다.


“너희들 이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넌 거냐?” 선장이 어눌한 관화로 물었다.

“맞아요.” 승호가 대답했다.

“표류한 것 같지 않은데, 왜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넌 거냐?”

“그냥 표류한 거예요.”

“그래? 아닌 것 같은데.” 선장이 승호의 말을 부정하고, 어부들에게 명령했다. “야, 올라가서 저 배 좀 뒤져봐!”

“야, 너희가 뭔데 우리 배를 뒤져?” 명희가 한어로 항의했다.

“얘네 뭐야? 저 계집애도 한어를 할 줄 알잖아.” 선장이 명희를 바라보며 말한 후, “야, 빨리 올라가서 뒤져봐.” 다시 명령했다.

돛단배에서 가장 가까이 있던 쥐가 가장 먼저 뛰어올랐다. 쥐는 금괴와 은괴가 든 봇짐을 집어 들었다. 생각보다 무거워 손에서 놓쳤다.

승호도 배에 뛰어오르려고 했으나, 뒤쫓아 온 어부 하나에게 뒤에서 오른팔을 잡혔다. 승호는 몸통을 비틀어 왼손으로 어부의 얼굴을 가격했고, 어부가 그걸 맞고 나가떨어졌다. 배에서 연습한 보람이 있었다. 하지만 네 명의 어부에게 사지를 붙잡히자 기술도 힘도 쓸 수 없었다.

명희가 그걸 보고 달려들어 승호를 잡고 있는 어부들을 타격했다.

어부들은 무방비 상태에서 얻어맞고 승호를 놓쳤다. 이들은 생각하지도 못한 상대의 싸움 실력에 당황했다.

승호가 일어나 명희와 함께 어부 넷과 맞서자, 어부들은 어설프지만 싸움을 할 줄 아는 상대에게 쉽게 달려들지 못했다.

“세현아, 네가 가봐라.” 선장이 구레나룻에게 말했다.

그러자 세현이라는 구레나룻이 웃통을 벗고 다가왔다. 햇볕에 탄 까만 근육이 단단한 강철 같았다.

승호는 자신과 키가 비슷한 세현과 맞섰다. 웃통을 벋고 있는 세현의 긴장한 근육들이 엄습해왔다. 연습은 했지만 실전싸움을 해본 적이 없어서 두려워졌다. 조선에서는 아직까지 자신보다 큰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남들이 싸움을 걸어오지 않았고, 자신은 싸움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자신의 큰 키도 오늘은 상대방에게 위압감을 주지 못했다.

세현은 거구인 맞수랑 싸워보고 싶은 기대감에 눈이 반짝였다.

승호는 어떻게든 막아보리라고 다짐하면서 세현의 공격을 기다렸다.

세현은 싸움이 벌어지기 직전의 팽팽한 긴장감을 즐기며 공격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갑자기 승호의 얼굴 쪽으로 주먹을 뻗었다.

승호는 그 주먹을 막으려고 양팔로 얼굴을 가렸다. 하지만 주먹이 더 빨랐다. 팔은 가림막이 되지 못했고, 턱이 흔들렸다. 다리도 휘청했다. 강한 충격에 몸이 기울고 있었다. 진후의 동작보다 더 빠른 것 같다고 생각하며 넘어졌다.

명희는 세현이 승호에게 주먹을 지르는 사이에 복부를 가격했다. 그러나 왕(王)자로 갈라진 복근은 철갑 같았고, 상대는 아무런 충격도 받지 않은 것 같았다.

세현은 명희를 바라보고 씩 웃었고, 명희는 상대의 반응에 얼어붙었다.

“이 아가씨 주먹 꽤나 맵군. 이렇게 아플 줄 알았으면 막거나 피할걸 그랬어.” 세현이 일부러 맞아주었다는 것을 밝혔다.

어부들이 달려들어 넘어진 승호를 결박했다.


쥐는 금괴와 은괴가 담긴 봇짐을 들고 선장에게 달려갔다.

선장은 그걸 열어보고 반색을 했다.

“나머지 짐도 뒤져봐.”

어부들 중 하나가 남아 있던 봇짐을 선장에게 바쳤다.

“이건 뭔 화첩하고 책이야. 은괴는 더 없냐? 배안을 샅샅이 뒤져봐!” 선장이 화첩이 든 봇짐을 바닥에 던지며 명령했다.

쥐가 선장이 던져놓은 봇짐을 집어 들었다.

준은 그에게 달려들어 봇짐을 빼앗으려고 했다.

쥐는 왜소한 준이 만만해보였는지 뺨을 때렸다.

준은 봇짐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하는 쥐의 팔뚝을 물었다.

쥐는 비명을 지르며 팔을 뿌리쳤지만, 준의 이는 뿌리치려는 동작 때문에 더 깊이 박혔다. 쥐는 터져 나오는 비명을 신음으로 삼켰다. 이런 꼬마랑 싸우는데 도와줄 뱃사람은 없었다. 쥐는 준의 얼굴을 마구 때렸다. 그럴수록 준의 이가 자신의 팔뚝이 더 파고들었다.

준의 얼굴은 쥐의 주먹에 얻어터져 피투성이가 됐다. 하지만 준은 쥐의 팔뚝을 물고 놓지 않았다.

명희는 그걸 보고 달려가려다 세현에게 팔목을 잡혔다. 수갑이 채워진 것처럼 뿌리칠 수 없었다.

동희도 도와주러 가려다 어떤 어부에게 어깨를 잡혀 움직일 수가 없었다.

쥐는 결국 팔을 뿌리치고 기절했다.

준은 물어뜯은 쥐의 팔뚝 살점을 뱉어버리고 기절했다.


“오늘은 정말 운이 좋구먼. 조업이고 뭐고 필요 없다. 너희들한테도 두둑하니 한 몫씩 챙겨줄 테니, 오늘은 이 섬에서 잔치를 벌이자! 얘들아, 배에 올라가서 술과 먹을 것 모두 내와라.” 선장이 휴업을 선포하고 마서, 세현에게 명희를 데려오라고 했다.

명희가 발버둥 치면서 반항했지만, 세현에게 팔목을 잡혀 선장에게 끌려갔다.

“오늘은 정말 운이 좋다니까, 금괴와 은괴에다 이런 계집애까지. 하하하, 아가씨, 오늘 밤은 함께 즐겨보자고.”

“이 놈아, 뭐라고?” 명희가 발끈했다.

“조용히 해봐!” 세현이 명희에게 소리친 후에 선장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시려고요?”

“왜 그래? 너희들한테도 기회가 있을 텐데, 우선은 내가 먼저, 하하하.”

“선장님, 그건 좀 그런데요. 얘들 어떻게 처리할 생각이세요?”

“얘들은 여기다 버리고, 배는 우리가 가져가야지.”

“예? 그냥 버려버린다고요? 그것보다는 데리고 가서 노예로 팔아버리면 돈을 더 벌 수 있지 않을까요?” 세현이 제안했다.

“그것도 괜찮겠군. 조선에서 온 놈들이니 누가 찾을 사람도 없고 말이야. 세현이 넌 역시 똑똑하다니까.”

“그리고 얘도 그냥 놔두었다가 기루에 파는 게 꽤 돈이 될 거예요.” 세현이 명희를 가리키며 말했다.

“오늘 밤 즐기고 팔아버리면 되잖아?”

“아니, 하룻밤만 참으면 몸값을 열 배나 더 받을 수 있다고요. 어쩌면 백 배를 더 받을지도 모르고요.”

“어? 그게 무슨 소리야?”

“부잣집 영감들이 숫처녀라면 부르는 대로 돈을 낸다고 하던데요. 하룻밤만 참으면 백 배 남는 장사를 마다하세요.”

“그래, 네 말이 맞다. 오늘 밤은 술이나 진탕 마시자고. 그리고 다른 놈들이 술 취해 이 계집에게 손을 댈지도 모르니, 근처에 얼씬도 못하게 네가 잘 챙겨라. 그리고 사내놈들도 모두 묶어놓아라.”

“예, 선장님.”

세현은 선장의 명령에 따라 어부들을 데리고 명희와 동희 그리고 승호와 준을 돛단배의 돛대에 묶어놓았다.


무인도의 밤은 깊어갔고, 어부들은 진한 술판에 취해버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그림과 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1 아버지 사진 22.04.13 164 4 11쪽
50 계산행려도(溪山行旅圖) 22.04.12 167 5 12쪽
49 고의 패배 22.04.09 162 3 13쪽
48 악몽 22.04.08 157 4 11쪽
47 그림 매매 22.04.07 176 4 10쪽
46 묵연당(墨緣堂) 22.04.06 169 3 11쪽
45 문지기 22.04.05 166 3 11쪽
44 의심 22.04.02 161 3 12쪽
43 삼촌 22.04.01 169 3 11쪽
42 묵향(墨香) 22.03.31 159 2 11쪽
41 양주(揚州) 22.03.30 177 3 11쪽
40 수중전 22.03.29 162 2 11쪽
39 상선(商船) 22.03.26 169 2 10쪽
38 결의(結義) 22.03.25 169 3 10쪽
37 포구 22.03.24 166 3 11쪽
36 변발 22.03.23 171 3 11쪽
35 탈출 22.03.22 167 4 10쪽
» 무인도 22.01.22 167 4 12쪽
33 생선 요리 22.01.21 170 4 11쪽
32 표류 22.01.20 176 4 10쪽
31 돛단배 22.01.19 168 5 11쪽
30 출항 22.01.18 176 3 11쪽
29 체포 22.01.17 177 5 11쪽
28 자상(刺傷) 22.01.16 196 4 12쪽
27 무승부 22.01.15 221 4 11쪽
26 싸움꾼 +1 22.01.14 232 4 12쪽
25 도강(渡江) 22.01.13 242 4 12쪽
24 사라진 말 22.01.12 257 2 12쪽
23 종이 가게 22.01.11 253 4 12쪽
22 문맹 22.01.10 270 4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