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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칼날 님의 서재입니다.

그림과 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무협

완결

검은칼날
작품등록일 :
2021.12.18 21:47
최근연재일 :
2022.07.05 16:00
연재수 :
110 회
조회수 :
25,621
추천수 :
565
글자수 :
581,056

작성
22.03.2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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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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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결의(結義)

DUMMY

세현이 점소이를 부르자 잠시 후 점소이가 올라왔다.

“부르셨어요. 이제 탕 올릴까요?”

“그래, 탕도 주고, 술도 한 근 더 데워 와.”

“예, 예.”

“그리고, 하룻밤 묶을 방도 잡아줘.”

“예, 예. 이건 우리 가게 딸린 방도 있으니 별 문제 없죠. 방은 뒤쪽 건물로 가시면 돼요. 다 드시고 내려오셔서 저를 찾으세요.”

“그래, 잠깐만. 계산부터 하자. 남는 건 네가 갖고 술값은 이거면 남지?” 세현이 말을 하며 은자 넉 냥을 꺼냈다.

“충분하죠. 이거면 방값까지도 충분하고, 술 안 드실 거면, 저녁이랑 내일 아침 밥값도 충분해요.” 점소이가 은자를 챙기고 말했다.

“우선은 그렇게 하고, 나중에 또 계산할 게 있으면 따로 셈하자.”

“예, 예. 그럼 술이랑 탕이랑 금방 올릴게요.” 점소이가 대답하고 나갔다.

점소이가 나가자 세현이 돈주머니와 은표를 꺼내 식탁 위에 올린 후 앞으로 밀었다.

“이건 왜?” 동희가 물었다.

“너희가 챙겨.”

“왜 가려고?” 명희가 물었다.

“아니! 우리 속담에 이런 말이 있어. 사람을 도우려면 끝까지 도와야하고, 부처님을 배웅하려면 서역까지 배웅해야 한다.(幫人幫到底, 送佛送到西) 어차피 어부도 때려치웠는데 천진까지 데려다줄게.”

“근데, 이건 왜 내놔? 네가 안내하니까 돈은 네가 가지고 있다가 그때그때 쓰는 게 낫잖아?” 명희가 말했다.

“아니야, 이건 내가 가지고 있을게.” 동희가 반대했다.

“그럼 불편하잖아?” 명희가 반대했다.

“아니야!” 동희가 명희의 말을 자르며 돈주머니와 은표를 품에 집어넣었다.

“안내하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게 낫잖아?” 명희가 투덜댔다.

“아니야, 됐어.” 세현이 명희의 말을 자르고 혼자 술을 마셨다.

“왜 혼자 마셔? 같이 마시지.” 준이 말하며 세현을 따라 술을 마셨다.

“야, 취했어? 조선말 쓰지 말라고! 점소이라도 오면 어쩔 거야?” 명희가 핀잔을 주었다.

“너도 조선말 쓰잖아! 하하하. 근데 점소이가 뭐야?”

“중노미랑 같은 말이야. 어쨌든 조선말 쓰지 마.”

준이 말없이 고개를 끄떡여 대답했다.

“오늘은 여기서 자고 내일 아침 먹고 과주(瓜州)로 가자. 거기서 운하를 타고 천진까지 가는 거야.” 세현이 행로를 제안했다.

“과주까지는 얼마나 멀어?” 동희가 물었다.

“육백 리 정도니까, 한 대엿새 걸리겠지?”

“육백 리라며, 왜 대엿새나 걸려?”

“너희들 제대로 못 걸으면, 열흘이 걸릴지도 몰라.”

“왜 걸어가? 말 타면 되지.”

“뭔 소리야? 당장 말 다섯 필을 어디서 구해?”

“그럼, 육백 리를 어떻게 걸어가?”

“말 다섯 마리 다 구할 필요 없어. 세 마리만 구해. 우리 둘은 걸어가면 되니까.” 승호가 끼어들었다.

“뭔 개소리야? 친구끼리 누구는 말 타고 누구는 걸어가?” 세현이 발끈했다.

“누가 친구야?” 동희도 발끈했다.

“오빠 혼자 말 타고가! 난 걸어갈 테니까!” 명희도 발끈했다.

“육백 리가 얼마나 먼지 알아? 흥, 네가 걸어간다고?” 동희가 명희를 비웃었다.

“맞는 말이잖아? 여기서 누군 말 타고 누군 걸아가?” 명희가 목소리를 높여 따져 물었다.

“그럴 수도 있지!” 동희도 목소리를 높였다.

“쟤가 우리 구해줬다고! 우리한텐 은인이야!” 명희가 조선말로 소리쳤다.

“쟬 어떻게 믿어?” 동희도 조선말로 소리쳤다.

“동희 형, 조선말 쓰지 마. 명희 너도.” 준이 소리 낮춰 말했다.

“야, 조용히 해. 점소이 올라온다.” 세현도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모두들 입을 닫았고, 잠시 후 점소이가 가자미탕과 술 그리고 국그릇을 가져와 식탁에 올려놓고 내려갔다.

“야, 탕 좀 마셔. 해장이 될 거야. 그래야 술을 좀 더 마시지.” 세현이 가라앉은 분위기를 바꾸려고 말을 꺼냈다. 그러고는 가자미와 국물을 떠서 국그릇에 덜어주었다.

준이 탕시(湯匙)라는 숟가락으로 탕을 떠먹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다.

남매와 승호는 숟가락을 들지 않았다.

세현은 국그릇에 입을 대고 들이마셨다. 그러고는 준의 잔에 술을 따라주고 건배했다.

“너희들 안 먹을 거면 내려가서 쉬어라. 점소이 찾아서 방 안내해달라고 해. 난 술 다 마시고 내려갈게.”

“그래, 먼저 내려가자.” 동희가 대꾸했다.

“난 여기 있을래. 오빠 먼저 내려가.” 명희가 동희에게 말하고 준에게 조선말로 물었다. “준아, 너 술 더 마실 거야?”

“물론이지, 더 마실 거야. 그리고 이거 국 좀 마셔봐. 정말 맛있다고.”

“너 안 가?”

“어, 안 가! 오빠 먼저 가라니까. 난 탕 좀 먹고 갈게.”

“아가씨, 전 같이 내려갈게요.”

동희가 자리에서 일어서 나갔고, 승호도 따라 나갔다.

“동희 형, 화났어? 탕도 한 모금 안 먹고 왜 먼저 가?”

“아니, 피곤해서 그래.” 명희가 그냥 얼버무렸다.

“이제 조선말 해도 돼. 음식도 다 나왔으니 점소이도 올라오지 않을 거고, 이층에는 우리 말고 손님도 없으니까.”

“준아, 이젠 누구도 올 일이 없으니, 조선말 해도 된데.” 명희가 대충 통역했다.

“그래? 나 이 형 마음에 들어. 내 말 통역해줘. 우리 셋이서 술 한 잔 마시자.”

“술 한 잔 마시자는 건 통역할 필요가 없잖아? 아까 둘이서 건배도 잘하던데?”

“우리 셋이 의형제, 아니 의남매 맺을까?”

“뭔 소리야?”

“왜 싫어? 죽을 고비도 같이 넘겼잖아?”

“그건 아닌데······ 이렇게 갑자기?”

“유비, 관우, 장비는 만난 첫날 도원결의했잖아?” 준이 망설이는 명희에게 말했다.

“알았어. 내가 통역할게.” 명희가 동의하고 나서 세현에게 물었다. “우리 셋이 의형제 맺을까?”

“우리 누나 죽고 나서 사람들한테 정을 안 주려고 했는데······ 하하하, 너희 둘 다 마음에 든다. 의형제? 그래 맺어보자.”

“우리 변명희, 한준, 잠깐, 오빠 성이 뭐야?”

“노.”

“우리 변명희, 한준, 노세현은 비록 성은 다르지만 의로써 형제가 되었으니 백성을 구제하고 나라에 보답한다. 같은 해 같은 달 같은 날 태어나지는 못했어도 같은 해 같은 달 같은 날 죽기를 원합니다. 만일 우리가 의를 저버리면 하늘은 우리를 함께 죽여 없애주소서.” 명희가 맹세를 마치고 잔을 들었다.

세현과 준도 잔을 들어 셋이 건배했다.

“야, 너 조선 사람이잖아? 어떻게 한어로 의형제 맺을 때 하는 말을 아는 거야?”

“《삼국연의(三國演義)》에서 본 도원결의 비슷하게 말한 거야.”

“그래? 또 소설이야? 어쨌든 잘하네.”

명희는 대꾸하지 않았다.

“둘이 무슨 말 한 거야? 야, 너 왜 통역 안 해?” 준이 세현과 명희가 나눈 대화가 궁금해 물었다.

명희는 대략적으로 통역했다.

“내일은 숭명도(崇明島) 쪽으로 내려가 보자.” 세현이 명희가 통역을 마치자 말을 꺼냈다.

“숭명도가 어디야?”

“상해(上海) 위쪽에 있는 섬이야? 장강이 바다와 합류하는 곳에 있지. 그 섬에 가는 게 아니고, 남쪽 방향으로 간다는 얘기야. 남쪽으로 가면 배를 탈 수 있는 나루가 있을 거야? 거기서 배를 타고 장강을 거슬러 올라가서 과주에서 운하를 타면 돼.”

“아까 말 때문에 그러는 거야?”

“응, 말 구하는 것보다는 배를 타는 게 나아. 걸어가기 힘들다며?”

“육백 리는 걸어본 적이 없어. 아니 십 리도 걸어본 적이 없는 걸.”

“그러면서 넌 왜 말 안 타고 걸어간다고 했어?” 준이 자신에게 통역하는 명희의 말을 듣고 물었다.

“다 같이 말을 타고 가든지 아니면 다 같이 걸어가든지.” 명희는 양쪽으로 통역하며 자신의 말도 섞었다.

“그래, 그건 맞아!” 준이 맞장구를 쳤다.

“내가 괜히 의형제를 맺어서 너희들 어른 될 때까지 고생 많이 할 것 같다.” 세현이 말을 돌렸다.

“왜? 우리가 왜?” 명희가 묻고 나서 통역하자 준이 고개를 끄떡였다.

“둘 다 싸움은 못 하면서 의협심만 강하니 앞뒤 안 가리고 사고 칠 것 아니야? 형이고 오빠인 내가 너희들 챙겨주려면 고생을 안 하겠냐?”

“내가 나중에 그림 그려준다고 해.” 준이 명희의 통역을 듣고 말했다.

“얘 정말 그림 잘 그려.” 명희가 통역을 하고 나서 말을 덧붙였다.

“고마워, 근데 사람 안 보고 사진 그려줄 수 있어?” 세현이 물었다.

“정확히 말만 해주면 그릴 수 있어.” 준이 대답했다.

“그럼, 우리 누나 그려줘.”

“알았어. 내가 형한테 주는 선물이야.”

“동생, 고맙다.”

“준아, 나도 우리 아버지 그려줘.”

“알았어. 삼촌은 내가 여러 번 뵈었으니까 네가 말 안 해줘도 그냥 그릴 수 있어. 그리고 그건 이 오빠가 주는 선물이야.”

“야, 네가 오빠는 뭔 오빠야!” 명희가 발끈했다.

“이것 봐라. 너희들 이러는데 내가 고생 안 하겠어?” 세현이 통역도 듣지 않고 말했다.

“오빠, 그러니까 고생 안 하려면 나한데 무예 가르쳐줘.”

“무예는 왜? 너 어디서 어설프게 뭔가 배우기는 했던데.”

“승호한테 배운 거라고. 근데, 동작을 하다보면 이상한 게 있어서 왜 그런 동작을 하냐고 물어도 제대로 설명을 못 해요.”

“걔 뭘 배우긴 했는데 제대로 못 하던데. 자기가 이해하지도 못 하는 걸 그냥 외운 거야. 근데 넌 재능이 있어. 게다가 물에서는 최강이 될 것 같아.”

“맞아, 명희는 용왕의 딸이라고. 헤엄도 못 치던 얘가 며칠 만에 물고기까지 잡아왔다고.”

“하하하, 나도 용왕의 딸이란 말 했는데.”

“형, 그럼 건배지.” 준이 건배를 제안했고, 세현과 명희도 잔을 들었다.

명희가 제삼자의 입장으로 통역하자 세현과 준이 서로 대화할 수 있었다.

셋은 웃고 떠들며 술을 마셨고, 그러다 준은 식탁에 쓰러져 잠이 들었다.

“마지막 잔 마시고, 그만 내려가자.” 세현이 잠든 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더 마실 수 있긴 한데··· 그래, 내려가자.” 명희도 잠든 준을 바라보며 동의했다.

“너 술 처음 마신다며 잘 마시네?”

“그러게 말이야. 근데 어지럽긴 하네.”

세현이 잠든 준을 업고 아래층으로 내려갔고, 명희가 뒤를 따라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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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계산행려도(溪山行旅圖) 22.04.12 169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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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악몽 22.04.08 159 5 11쪽
47 그림 매매 22.04.07 177 5 10쪽
46 묵연당(墨緣堂) 22.04.06 170 4 11쪽
45 문지기 22.04.05 167 4 11쪽
44 의심 22.04.02 162 4 12쪽
43 삼촌 22.04.01 170 4 11쪽
42 묵향(墨香) 22.03.31 160 3 11쪽
41 양주(揚州) 22.03.30 179 4 11쪽
40 수중전 22.03.29 163 3 11쪽
39 상선(商船) 22.03.26 170 3 10쪽
» 결의(結義) 22.03.25 170 4 10쪽
37 포구 22.03.24 167 4 11쪽
36 변발 22.03.23 174 4 11쪽
35 탈출 22.03.22 168 5 10쪽
34 무인도 22.01.22 168 5 12쪽
33 생선 요리 22.01.21 171 5 11쪽
32 표류 22.01.20 177 5 10쪽
31 돛단배 22.01.19 169 6 11쪽
30 출항 22.01.18 177 4 11쪽
29 체포 22.01.17 178 6 11쪽
28 자상(刺傷) 22.01.16 197 5 12쪽
27 무승부 22.01.15 222 5 11쪽
26 싸움꾼 +1 22.01.14 233 5 12쪽
25 도강(渡江) 22.01.13 243 5 12쪽
24 사라진 말 22.01.12 258 3 12쪽
23 종이 가게 22.01.11 254 5 12쪽
22 문맹 22.01.10 271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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