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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칼날 님의 서재입니다.

그림과 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무협

완결

검은칼날
작품등록일 :
2021.12.18 21:47
최근연재일 :
2022.07.05 16:00
연재수 :
110 회
조회수 :
25,447
추천수 :
455
글자수 :
581,056

작성
22.04.0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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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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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삼촌

DUMMY

명희는 보탑만 나루로 돌아가는 길에도 노를 저었다.

“아가씨, 앞으로 조선 음식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해 줘요. 어떻게 만드는지 말해주면, 내가 식재료 구해서 해줄게요.” 삼이 준의 어깨를 두드리며 명희에게 말했다.

“너 음식 잘 할 자신 있냐?” 왕휘가 물었다.

“그럼요.”

“그럼 배 팔아버리고 당장 국수집 차릴까?”

“오늘 당장이요?”

“그럼, 당장이 내일이냐?”

“양심이 있으면, 국수집은 당장 못 하죠. 저는 면발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다고요. 다른 음식이면 모르겠지만 당장 국수집을 어떻게 해요?”

“야, 음식 잘 하는 것처럼 말하다니, 자신 없어졌어? 그럼, 다른 사람 구하면 돼지.”

“다른 사람이라니요! 안 돼요, 안 돼!”

“삼촌, 삼이 음식 하는 거 맛있어.” 명희가 끼어들었다.

“아가씬 역시 음식 맛을 아신다니까.”

“그리고 아무 계획도 없이 당장 무슨 가게를 연다는 거야? 배도 처분해야 하고 가게도 구해야 하고, 그리고 이번에 소금 싣고 돌아간다고 하지 않았어?”

“맞아.”

“좀 더 알아보고 나서 하셔.”

“그래.”

“아가씨 말이 맞아요.” 삼이 명희의 말에 맞장구를 치고 물었다. “정말 양주에 가게 여실 거예요?”

“그래.” 왕휘가 단정 짓고 말을 덧붙였다. “명희 말처럼 돌아가서 당장 이것저것 알아봐야겠어.”

“선주님, 아니 이젠 장궤(掌櫃)라고 불러야겠네요. 어쨌든 주방은 제가 맡을게요. 앞으로 몇 년 걸릴 줄 알았는데 이렇게 빨리, 하하하.” 삼은 신이 나서 콧노래를 불렀다.


명희는 보탑만 나루로 되돌아와 배를 댔다.

왕휘는 빌린 배를 돌려주고, 세현과 만나기로 한 주루로 일행을 데리고 갔다.

세현과 동희 그리고 승호는 이미 주루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가 왕휘 일행을 보고는 손짓을 했다.

“오빠, 삼촌 말이 맞았어. 천진까지 갈 필요 없다고.” 명희가 자리에 앉으며 동희에게 말을 꺼냈다.

“어디서 뭔 소릴 들은 거야?”

“평산당에 갔다가 고봉강이라는 화가 아저씨를 만났는데, 안기 삼촌이 몇 년 전에 천진에서 여기로 이주해 왔다고 했어.”

“넌 또 어딜 갔다가 무슨 화가를 만났다는 거야?”

“평산당에서 고봉강, 그러니까 고상을 만났다고.” 명희가 말대답을 했다.

“아무 데나 돌아다니고 제멋대로 나대지 좀 마!” 동희가 꾸짖었다.

“으이그, 또 잔소리.”

“둘 다 그만하고, 난 이만 가볼게.” 왕휘가 남매의 말다툼을 말리며 일어섰고, 삼도 따라 일어섰다.

“삼촌, 왜 가게?”

“그래. 명희야, 잘 지내고, 나중에 기회 되면 다시 보자고.” 왕휘는 일어서서 자리를 떴다.


“잠깐만 기다리셔.” 명희가 왕휘를 쫓아가며 말했다.

왕휘는 멈춰서 명희를 기다렸다.

“삼촌, 모레 떠나면 언제 다시 오셔?”

“열흘이나 보름 쯤 후에 다시 올 거야. 한 달에 두세 번 정도 오거든. 정확히 언제 올지는 장담 못 해.”

“그렇군. 여기 보탑만이라고 했나? 다음에도 여기 나루로 오는 거 맞지?”

“그래.”

“내가 찾아올 수 있으면 찾아올게. 그리고 오늘은 어디서 주무셔?”

“배에서 자지 어디서 자?”

“배에서?”

“그럼 뱃사람이 배에서 자야지, 객잔이라도 잡고 자게?”

“그렇군. 모레 조심해서 가셔. 삼이 너도 잘 가라.”

“예, 아가씨, 조심하세요.”

“그래, 어서 돌아가.” 왕휘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명희의 등을 떠밀어 작별했다.


“우리 오늘 어디서 자? 잘 데는 구했어?” 명희가 자리로 돌아와 앉으며 물었다. 왕휘가 배에서 잔다고 하자 잘 데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갑자기 뭔 잘 데를 물어봐?” 동희가 핀잔을 줬다.

“우리 이제 양주에 머무는 거야?”

“그래. 안기 삼촌 천진에서 이주해서 지금은 여기 계셔. 그리고 광저문(廣儲門) 거리에 가면 안가항(安家巷)이란 데가 있는데 거기에 사신다고 하더라고.”

“그래? 그런 것까지 다 알아봤구먼. 그래서 아까 내가 말할 때 아무렇지도 않았던 거구나?”

“그래. 그 분 총상을 맡고 계신 것도 맞아.”

“근데, 아버지께서 써주신 편지도 잃어버렸는데 어떻게 찾아뵙지?”

“그게 문제야. 쉽게 뵐 수 있을 거 같지가 않아서···”

“죄송해요.” 승호가 끼어들어 사과했다.

“이제 사과는 그만 해. 사과나 듣자고 한 말이 아니야. 앞으로 어떻게 하냐가 문제지.” 동희가 핀잔을 줬다.

“그건 그렇고, 아까 광저문이라고 한 데는 어디야?” 명희가 화제를 돌리려고 물었다.

“양주 신성(新城) 북쪽에 있는 문이야. 신성의 북쪽에는 두 개의 문이 있는데, 서쪽에 있는 게 광저문이고 동쪽에 있는 게 편익문(便益門)이야.” 세현이 설명했다.

“어쨌든, 찾아뵙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니 객잔에 머무는 것보다는 집을 세냈으면 좋겠어.” 동희가 세현에게 말했다.

“알았어, 신성 북쪽으로 알아볼게.”

“그렇게 해줘. 그리고 오늘은 여기 객잔에서 묵고 내일 성안으로 들어가 보자고.” 동희가 이야기를 갈무리 지었다.

“지금 방을 잡고 너희는 여기 있어. 집 구하는 거, 내가 성에 들어가서 알아볼게.” 세현이 말을 꺼냈다.

“좀 있으면 해도 질 텐데, 지금 갔다 언제 와? 성문도 닫을 거 아냐?” 명희가 반대했다.

“성문을 왜 닫아?”

“성문을 안 닫아? 해 지면 닫지 않아?”

“성문은 전쟁 같은 비상시에나 닫는 거지, 오늘 갑자기 왜 닫아?”

“그래? 양주는 안 닫는다고? 한양은 매일 닫는데.”

“한양은 그래? 여긴 안 그래.”

“내일 우리랑 같이 가.” 동희가 끼어들어 만류했다.

“아니, 지금 갔다 올게.”

세현은 객잔에 방을 잡고 조선인들을 쉬라고 한 후 성 안으로 들어갔다.


왕휘와 삼은 장을 봐서 배로 돌아왔다. 왕휘는 술을 샀고, 삼은 국수와 찬거리를 샀다. 왕휘는 선실로 들어가 잠시 눈을 붙였고, 삼은 주방에서 낮에 먹은 국수를 만들어보려고 씨름했다.


“선주님, 일어나세요.” 삼이 왕휘를 깨웠다.

“왜, 뭐야?” 왕휘가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잠 좀 깨시고, 좀 있다 도미국수 드세요.”

“낮에도 국수 먹었는데, 또 국수를 했어?”

“그것 말고도, 마파두부도 만들 거고 야채도 좀 볶아드릴게요. 우선 잠 좀 깨고 계세요.”

“알았다.” 왕휘는 뱃전으로 나와 나루 쪽을 멍하니 응시했다.

“상 차릴까요? 지금 드시겠어요?” 장산이 왕휘가 선실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물었다.

“그래, 술이나 한 잔 마셔야겠다.”

“예, 예.”

“야, 쟤 명희 아니야?” 왕휘가 나루 쪽을 가리키며 외쳤다.

“선주님, 조카딸한테 물 먹고 나서 정말 이상해지셨어. 이젠 헛것까지 보여요?” 삼은 왕휘가 가리키는 곳도 보지 않은 채 비꼬았다.

“뭔 헛것을 봤다는 거야? 쟤 명희 맞아.”

“저 아가씨가 어떻게 여길 왔데?” 삼이 나루에서 손을 흔드는 명희를 발견하고 말했다.

“명희야, 여길 어떻게 왔어?” 왕휘가 반갑게 외쳤다.

“걸어왔지, 삼촌.” 명희도 반갑게 외쳤다.

“빨리 와, 빨리.” 왕휘가 명희의 손을 잡아 배로 올려주며 말했다.

“아까 장 보고 오면서 시무룩하게 아무 말도 없으시더니만, 조카 보고나니 아주 꿀 떨어져요.” 삼이 비꼬았다.

“명희야, 오빠랑 애들 어디 있어? 너 혼자 여길 왜 왔어?”

“삼촌 보고 싶어서 왔지. 게다가 난 육지보다 배가 좋아.”

“농담 그만하고, 오빠 어디 있어? 싸우고 혼자 나온 거야?” 왕휘는 자신을 찾아온 명희 때문에 기분이 좋았지만 걱정도 떨칠 수가 없었다.

“싸우긴 뭘 싸워? 아하, 아까 티격태격한 거, 그런 건 싸우는 게 아니고 그냥 일상이라고. 그리고 우리 오늘은 아까 거기 나루 객잔에서 묵기로 했어. 그래서 찾아온 거야.”

“말은 하고 온 거야?”

“아니, 삼촌 만나러 간다면 잔소리할까봐 바람 쐬고 온다고 나왔지. 그리고 준이한테는 늦으면 삼촌 만나러 갔다고 얘기해달라고 부탁하고 왔어.”

“너 하는 걸 보면, 네 오빠가 너한테 잔소리하는 게 심한 게 아니야.”

“선주님은 조카 보고 기분 좋으시면서 뭔 그런 소리를 하세요.” 삼이 왕휘를 비꼬면서 명희에게 말했다. “아가씨, 이 도미국수 좀 드셔봐.”

“먹어봐. 삼이 놈, 국수가게 연다고 하니 몸이 달았다.” 왕휘가 거들었다.

“이번에는 나도 생강 맛을 느낄 수 있어. 고명으로 얹은 도미 맛은 비슷한 것 같은데, 국물 맛은 아까 그 은은한 맛이 아니야.” 명희가 국물을 떠먹고 말한 후 국수를 먹고 말을 이었다. “야, 너 천재 아니야? 이거는 맛있는데. 너 아까 면발 못 만든다고 하지 않았어?

“국물은 내가 만든 거고, 면발은 내가 만든 게 아니고 산 거예요.” 삼은 풀이 죽어 고개를 숙였다.

“야, 삼아, 뭔 두부가 이렇게 맛있어?” 명희는 풀이 죽은 삼을 달래려고 말을 붙였다.

“이건 마파두부라고 해요. 어느 주방장이 만들든 거기서거기예요.”

“이게 마파두부야? 난 처음 먹어보는데, 아주 맛있어.”

“아가씨, 이렇게 양념 맛이 센 음식은 누가 해도 비슷해요. 하지만 아까 도미국수처럼 맑은 탕은 그게 아니라고요.”

“맞아, 그림도 화려한 것보다 담백한 것에서 실력을 알아볼 수 있지.”

“갑자기 뭔 그림 얘길 해요.”

“야, 그 놈 말 많네. 너 아까 야채 볶아준다며?” 왕휘가 대화를 잘랐다.

“예, 예. 조카랑 말하는 꼴을 못 보시네.” 삼이 비꼬며 주방으로 떠났다.

“명희야, 이거 넣어둬.” 왕휘가 품에서 은자를 꺼내 명희 손에 쥐어주었다.

“이런 거 필요 없어. 내가 돈 쓸 일이 어디 있다고?”

“넣어둬. 돈이야 당장은 아니더라도 필요해서 아쉬울 때가 있어.”

“삼촌, 돈 모자라면 어쩌려고? 나 필요 없다니까.”

“야, 사람들이 나 뭐라고 부르니?”

“선주님이라고 부르지, 왜?”

“선주가 뭐야?”

“배 주인이지.”

“배 주인이 얼마나 부자인 거 같아?”

“자기가 가진 배의 값어치만큼.”

“그게 얼마인 거 같으냐?”

“그건 모르지.”

“이 배 팔면 아까 갔던 평산당의 국수집 두 채 정도는 충분히 살 수 있어.”

“그 국수집 장사가 그렇게 잘 되는데 그걸 팔겠어?”

“넌 똑똑한 것 같다가도 세상모르는 철부지 짓을 한다니까. 그 국수집 건물만 말하는 거야. 그 정도 규모의 건물을 두 채 정도는 살 수 있다고.”

“배가 그렇게 비싼 거야?”

“그만 하자.”

“우리가 조선에서부터 타고 온 배는 삼촌한테 팔았어야 하는데. 그 배 정말 튼튼하다고.”

“진짜 철부지 같은 소리만 하는구먼. 그게 너의 매력이긴 하지만···”

“어쨌든 나 이거 받을게. 그리고 내가 어디에 쓰든 뭐라고 안 하는 거지?”

“뭘 뭐라고 해. 쓰고 싶은 데 다 써. 그리고 다음에 또 줄게.”

“이렇게 잘해주면 물 먹인 게 미안하잖아?”

“그 얘기 좀 그만 해. 삼이 놈도 그걸로 놀리고, 우리 애들한테도 면이 안 서고···”

“하긴, 삼촌이 이렇게 부잔데 우리 같은 애들 약탈이나 하려고 했으니··· 아휴.”

“그 얘긴 그만하라고!” 왕휘가 소리를 질렀다.

“없는 얘기하는 것도 아닌데, 뭘 그렇게 화를 내셔?”

“화내는 게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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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계산행려도(溪山行旅圖) 22.04.12 167 5 12쪽
49 고의 패배 22.04.09 162 3 13쪽
48 악몽 22.04.08 157 4 11쪽
47 그림 매매 22.04.07 176 4 10쪽
46 묵연당(墨緣堂) 22.04.06 169 3 11쪽
45 문지기 22.04.05 166 3 11쪽
44 의심 22.04.02 161 3 12쪽
» 삼촌 22.04.01 169 3 11쪽
42 묵향(墨香) 22.03.31 159 2 11쪽
41 양주(揚州) 22.03.30 177 3 11쪽
40 수중전 22.03.29 162 2 11쪽
39 상선(商船) 22.03.26 169 2 10쪽
38 결의(結義) 22.03.25 169 3 10쪽
37 포구 22.03.24 166 3 11쪽
36 변발 22.03.23 171 3 11쪽
35 탈출 22.03.22 167 4 10쪽
34 무인도 22.01.22 166 4 12쪽
33 생선 요리 22.01.21 170 4 11쪽
32 표류 22.01.20 175 4 10쪽
31 돛단배 22.01.19 168 5 11쪽
30 출항 22.01.18 176 3 11쪽
29 체포 22.01.17 177 5 11쪽
28 자상(刺傷) 22.01.16 196 4 12쪽
27 무승부 22.01.15 221 4 11쪽
26 싸움꾼 +1 22.01.14 232 4 12쪽
25 도강(渡江) 22.01.13 242 4 12쪽
24 사라진 말 22.01.12 257 2 12쪽
23 종이 가게 22.01.11 253 4 12쪽
22 문맹 22.01.10 270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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