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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 님의 서재입니다.

로키 : 밤의 황제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N.J.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3
최근연재일 :
2021.06.22 19:00
연재수 :
16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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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53,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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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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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1. 종막(1)

DUMMY

“로키 님. 혼돈이 강림한대요!”


프레이가 다급하게 말했다. 그런데 로키는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왜 그런가 싶어 그의 시선을 따라간 프레이는 금방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아아아아아! 신이시여! 저희를 버리시나이까?」

「빌어먹을 천족 놈들의 힘이 왜-.」


천사에게는 마기가, 마족에게는 신성력이 주입됐다. 이 단순한 변화가 만들어낸 변화는 참혹했다.


「신··· 이시여.」


계속 마기를 주입받은 천사 한 명의 몸이 풍선처럼 부풀었다. 마지막까지 신을 찾은 그는 펑, 터져 버렸다.


「끼아아아악!」

「같이 죽자, 빌어먹을 천사 놈들아!」


마족 역시 똑같았다. 천족과 다른 점이 있다면 신의 이름을 부르는 대신 한 명이라도 더 자신의 적을 데리고 가겠다는 천족에 대한 지독한 살의였다.


생체 폭탄이 계속해서 터졌다. 천계, 마계를 가리지 않고 터진 이 폭탄은 주변에 있던 이들을 길동무로 데리고 갔다.


“이, 이게 대체···.”


프레이가 몸을 떨었다.


“잠깐 눈을 감고 계세요.”


로키의 말에 그녀가 곧바로 눈을 감았다.


변화는 생체 폭탄으로 끝나지 않았다. 분명 있었다. 자신의 몸에 들어온 상극의 기운을 받아들인 천사와 악마들이.


“끄어어어어.”

“크아아악!”


더는 천사, 악마라 부를 수도 없는 괴상하게 비틀린 혼돈의 생명체가 태어났다.


「뭐냐, 이 불결한 것들은!」

「정신 차려라, 라엘! 그깟 마기에 질 셈이냐?」


눈동자가 없이 눈 전부가 회색으로 물든 그것들은 주변에 보이는 생명체들을 닥치는 대로 공격했다.


“개판이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블랑은 단검을 꽉 쥐고 있었다. 자신에게 공격해 오는 놈이 있다면 언제든 죽일 수 있도록.


혼돈의 생명체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을 만들어 냈다.


「저 새끼들을 죽일 때까지만 휴전, 어때?」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거다. 네깟 놈들과 휴전이라니, 어림도 없다.」


천족과 마족들이 서로에게 등을 보였다.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혼돈의 생명체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혼돈은, 역설적으로 선과 악에 질서를 부여했다.


「나를 죽여!」

「그게 갑자기 무슨 소리인가!」

「더는 못 버티-. 이런 씨발, 마지막까지 기분 잡치게 하네!」


주입된 신성력을 버티다 못한 마족이 상대하던 혼돈의 하수인을 잡고 혼돈의 진영으로 달렸다. 그리고 폭사했다.


혼돈은 자신에게서 태어난 질서를 방관하지 않았다. 온 세상을 자신의 색으로 뒤덮겠다는 듯, 흑과 백은 점차 회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것에 대항할 방법은 두 가지였다.

자폭하거나, 회색이 되어 동족이었던 자들을 참혹하게 죽이거나.


“로키. 방법은 없는 거냐?”


네이선이 말했다. 그의 말에 로키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흑백으로 그려지는 그의 세상에 거슬리는 회색 물감이 묻어 있었다. 자신의 의지로 칠한 것이 아닌 저 회색이 너무 거슬려 저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천족과 마족을 돕습니다.”

“···우리의 도움을 거절할 수 있어.”


블랑이 말했다. 맞는 말이었다.


“그래서 저 혼자 갑니다.”

“너 또-.”


로키는 블랑의 말을 끊었다.


“여러분들은 주민들의 피난을. 라퓨타의 안전도 점검해야 합니다.”

“그러면 너는 누가 도와주는데?”


그의 말에 로키는 살짝 고개를 들었다. 저 멀리에서 흰 하늘을 가르며 날아오는 거대한 생명체들이 보였다.


“지상 최강의 생명체.”


로키의 주변에 한 명, 두 명, 세 명. 드래곤들이 차례대로 착지했다.


“우리 정도면 그대들 대신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하네만, 그대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라우에르의 손에 올라타 있던 라스가 땅으로 내려오며 말했다.


“···도움은 다른 사람들만으로 충분해요.”


언제 눈을 떴는지 프레이가 겁에 질린 얼굴로 로키를 똑바로 바라봤다.


“그러니 우리 다섯 명은 이곳에 남겠어요. 적어도 도움이 될 만한 순간을 기다리고, 기다릴 거예요.”

“···다섯 명?”

“당연히 쟤도 포함이지.”


블랑이 라스를 가리키며 말했다.


“너 왜 거기 있어? 얼른 여기로 와.”

“하하. 이것 참.”


라스는 고개를 저으며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러면 그렇게 하시죠. 단, 거리는 두셔야 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 결계는 서열 12위 마족의 공격에도 안 깨졌으니까.”


그렇게 말하는 프레이의 손에는 타로 카드가 들려 있었다.


“알겠습니다.”


로키는 곧장 몸을 돌렸다.


「이번 전투에 한해서는 그대가 우리의 로드입니다.」


라우에르가 머리를 가까이 들이밀며 말했다.


“거절하지 않겠습니다.”


로키는 검에 어둠과 빛을 주입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드래곤 전원.”


로키는 등에 어둠으로 날개를 만들고 허공에 살짝 떠올랐다.


“혼돈의 생명체들을 말살하세요. 도움을 거절하는 천족과 마족들은 모조리 죽입니다.”

「시원시원해서 좋군.」


싸움을 좋아하는 카슈테르가 가장 먼저 날아올랐다.


「죽어라, 혼돈의 족속들아!」


홍염의 브레스가 전장을 휩쓸었다.


「정말이지, 우아함이라고는 티끌도 찾아볼 수 없군요.」


라우에르의 푸념을 기점으로 모든 드래곤이 날아올랐다. 로키는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 앞으로 돌진했다.


적과 아군을 구분하는 데 불편함은 없었다. 혼돈의 부하가 되어버린 놈들은 형체부터가 괴기해 쉽게 분간할 수 있었으니까.


「빌어먹을 인간 놈이, 누구를 돕는 거냐!」

“그럼 당신은 알아서 싸우시고.”


도움을 바라지 않는 천사나 악마들은 굳이 도와주지 않는다. 그들 말고도 도와줄 이들은 널리고 널렸으니까.


「꺼져라, 도마뱀들아!」

「우리에게 어디까지 치욕을 안길 셈이냐!」


천사와 악마가 한마음으로 욕을 뱉는 진귀한 장면을 목격했다. 로키는 하늘의 빛을 끌어와 둘의 목을 베었다. 상황 파악도 못 하는 저런 놈들은 꼭 자폭해도 동료를 휘말리게 한다. 혼돈에 굴복하면 귀찮아질 테니 미리 처리하는 게 상책이다.


베고, 빛으로 꿰뚫고, 어둠으로 집어삼켰다. 그런데도 혼돈에서 태어난 놈들의 수는 줄지 않았다.


“이대로는 끝이 없습니다.”


헤임달의 말에 로키는 잠깐 멈췄다. 그리고 블랑에게 다가갔다.


“개문의 제단으로 가세요. 그곳에서 마계와 천계의 문을 번갈아 여는 겁니다.”

“···알겠어.”


잠깐 머뭇거린 블랑이 대답했다. 그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챈 듯했다.


“네이선! 호위를 부탁해.”

“지루해 죽는 줄 알았어.”


블러드 서커스의 인도, 호위를 받으며 블랑, 오르딘, 프레이, 라스가 달리기 시작했다. 반쯤 폐허가 된 로크의 왕성에서 제단으로 내려가는 길을 찾기란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지금처럼 소모전만 계속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무엇을 생각하는 겁니까?」


로제니아가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아직까지 혼돈에 오염되지 않은 천족과 마족들을 로크 왕성 쪽으로 유도합니다.”

「그다음은?」


로키는 투명한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드래곤에게 미소를 지어 주며 대답했다.


“저 빌어먹을 새끼들을 집으로 돌려보낼 겁니다.”




- 혼돈이 강림하기 시작합니다.

- 혼돈은 네 차례의 재앙을 대륙에 선사한 후에 모습을 드러낼 것입니다.


메시지를 확인한 카오렌은 뒤를 돌아봤다.


“아직 할 만하느냐?”

“걱정하지 마십시오, 폐하.”


타스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폐하가 지치기 전에 저희가 먼저 힘이 달리는 일은 없을 겁니다.”

“뭐래, 다 늙은 할아버지가.”


이레인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말과는 달리 그녀는 타스에게 포션을 하나 건넸다.


“내 거 마셔. 나는 아직 쌩쌩하니까.”

“고맙다, 이레인.”


타스는 사양하지 않았다.

쿨루스나 케론도 괜찮아 보였다. 아르헨은 싸우는 성향상 잔상처가 많았지만, 쿨루스가 있으니 위급할 일은 없을 것이다.


- 첫 번째 재앙이 북쪽에서 다가오기 시작합니다.


“북쪽으로 가자.”


북쪽에서 다가오는 재앙이라.

카오렌은 곰곰이 생각했다.


북쪽하면 떠오르는 것은 우선 만년빙하. 그곳에 살고 있는 혹한의 전사들은 타고난 용맹함과 강인한 정신력으로 무장한 뛰어난 싸움꾼들이다.


케론의 타로 카드를 이용해 순식간에 대륙의 최북단으로 이동한 카오렌과 그의 제자들은 수평선 너머에서부터 무언가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음을 알아챘다.


“···산?”


이레인이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바다 한가운데에 산이라니, 자신이 말해 놓고도 비웃음을 사기 딱 좋은 말이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빙산이다.”


자신의 생각이 실현되었음을 확인한 카오렌은 불을 압축하여 검을 한 자루 만들었다.


“만년빙하의 주인들이 오는군.”


케론이 카드를 셔플하며 말했다.


“저렇게 무식한 애들은 상대하고 싶지 않은데.”


이레인이 눈살을 찌푸렸다.


“너는 유식하냐?”


아르헨이 혀를 내밀며 도발했다. 그를 노려본 이레인은 서슬 퍼렇게 눈을 뜨고 있는 쿨루스 때문에 속으로 욕하는 것에 그쳐야 했다.


“나 혼자만 있어도 충분하다. 너희들은 쉬고 있어라.”

“···폐하.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타스의 웃음기 섞인 말에 카오렌은 고개를 돌렸다. 웃고 있는 그가 손으로 지상을 가리켰다.


“저건···.”

“그들도 이 대륙의 엄연한 일원이라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믿고 맡겨도 되겠느냐?”

“안 될 것도 없지요.”


타스가 노인 특유의 현자와 닮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한번 믿어 보자꾸나.”


카오렌은 검을 자연으로 되돌렸다. 해안가에 각양각색의 이방인들이 까맣게 몰려들어 있었다.


“언제까지고 우리가 다 해결해 줄 수도 없는 노릇이긴 했지.”


그는 케론에게 눈짓을 주었다.


“그럴 줄 알았습니다.”


케론이 셔플한 카드 뭉치의 중간에서 한 장 뽑아 허공에 뿌렸다. 그 카드는


“너는 쓸데없는 폼 좀 그만 잡고 미리 말해라. 괜히 왔잖아!”


이레인이 허리에 손을 얹고 불만을 토했다.


“···죽기 전에 한 번은 보고 싶었다.”

“응? 뭘?”


그녀의 말에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서서히 몸집을 불리고 있는 만년빙하와 이방인들을 번갈아 쳐다봤다.


“너도 참 꼬였다, 꼬였어.”

“그러니까 제자들한테 뒤통수나 맞지.”


이레인의 말을 받아 킥킥 웃은 아르헨의 뒤통수를 쿨루스가 힘껏 때렸다.


“닥치고 들어가.”

“아, 응.”


아르헨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갑자기 머리를 빼꼼 내밀더니, 케론에게 혀를 내밀고 다시 쏙 들어갔다.


“쟤는 대체 언제쯤 철이 들까?”


한숨을 쉰 이레인이 케론의 어깨를 토닥여 주고 문으로 들어갔다.


“먼저 가거라.”


카오렌의 말에 타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케론.”

“예, 폐하.”


둘만 남은 자리. 바이킹족들의 선전포고 방법인 뿔피리 소리가 대기를 울리는 가운데, 카오렌이 입을 열었다.


“누구의 죽음을 보았느냐.”

“제 죽음입니다.”


케론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것만이면 네가 그런 감상적인 말을 할 리가 없지. 안 그러느냐?”


카오렌의 질문에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말하기 껄끄러워하는 것 같으니 내가 물으마. 또 누구의 죽음을 보았느냐?”

“저희의 죽음입니다.”


케론이 대답했다. 그리고 만년빙하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폐하의 죽음도 보았습니다.”

“···그렇구나.”


카오렌은 케론과 같은 곳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그거 다행이구나.”

“예?”

“너희와 같은 날 죽을 수 있어서 좋다는 뜻이었다.”


그는 케론의 어깨를 두드려 주고 문으로 들어갔다. 잠깐 멍하니 있던 케론이 뒤따랐고, 문은 연기로 변해 사라졌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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