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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 님의 서재입니다.

로키 : 밤의 황제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N.J.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3
최근연재일 :
2021.06.22 19:00
연재수 :
16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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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53,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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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3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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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7. 신의 이름으로(4)

DUMMY

「꺄아아아악!」


고운 미성을 가지고 있던 여성 천사 한 명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러댄다. 그럴 만도 하다. 그녀의 날개를 잘랐으니까.


“비명을 질러대는 꼴이 제법 인간이랑 비슷하잖아?”


로키는 눈물을 글썽이면서도 이를 악물고 그를 향해 덤비는 천사의 다리를 속박했다.

빛 속의 어둠. 그의 영역에 들어온 천사는 발목을 어둠에 붙잡혀 꼴사납게 넘어졌다. 로키는 그녀의 목에 검을 찔렀다.


「너에게 신의 분노가 떨어질 것이다···.」


천사들을 상대하면서 소름이 돋는 부분이 이것이다. 인간이라면 바로 사망할 급소를 공격했는데도 말을 한다.


“꼭 그런 것 같지도 않은데.”


로키는 자신의 어깨를 쳐다봤다.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 있던 헤임달이 화들짝 놀라며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헤임달에게 대답하며 그는 천사의 목을 베었다. 천사의 시체가 환하게 빛나더니 대기에 충만한 신성력에 흡수되었다.


“지하! 지하로 가야 해!”


그와 마찬가지로 천사를 처리한 니케가 다가와 말했다.


“지하에서 강한 신성력이 느껴져. 아마 제단이 그곳에 있는 모양이야.”

“정확한 방향을 잡을 수 있겠습니까?”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그녀는 북서쪽을 가리켰다.


“일단 이동하죠.”


로키는 니케가 안내해 주는 방향을 따라 움직였다. 천사들이 길을 방해했지만, 날개가 한 쌍인 천사들은 감히 신이 포함되어 있는 일행을 막아설 수 없었다.


“이 밑이야.”


니케가 바닥을 발로 몇 번 밟으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로키는 어둠을 원형으로 퍼트렸다. 니케, 카이로스 그리고 그. 세 명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크기로.


‘모든 것을 부수고, 흡수하면서 영역을 넓힌다.’


카오렌 루센트가 그에게 주었던 힘. 마나, 어둠, 빛. 이 세 가지는 그가 상상한 모든 것들을 현실로 이루어 주었다. 그 형태가 어떤 것이든, 그의 의지만 굳건하다면 뭐든지 가능했다.


어둠은 점차 밑으로 뿌리를 내렸다. 나무가 양분을 흡수하는 것처럼 바닥의 재질을 잘게 부숴 흡수하면서. 그러던 어느 순간, 뿌리가 더 내려갈 곳을 찾지 못했다.


“내려갈 테니 착지 준비를.”


니케와 카이로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괜한 말을 했나 싶기도 했다. 아무 말 없이 어둠을 풀어도 알아서 반응했을 테니까.


로키가 어둠을 회수하자 셋은 아래로 추락했다. 한 5초 정도를 떨어지자 바닥이 보였고, 로키는 다리에 마나를 집중했다.


“···로키?”


그가 바닥에 착지하는 순간 이제는 익숙하다 못해 질리는 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카이저.”


로다인 제국의 공작이 소국의 궁전 지하에 있는 제단을 지키고 있었다.


“언제부터 제국의 공작이 제단이나 지키는 말단 팔라딘이 됐지?”

“뭐, 좋을 대로 생각해라.”


카이저는 왼쪽 입꼬리를 올리며 의연하게 대처했다.


“뭐야 이것들은?”


니케가 카이저를 포함한 카이저 길드의 정예 멤버들을 보고서 휘파람을 불었다.


“이방인 중 최강이라고 보면 편합니다.”

“음···. 그래?”


니케는 미간을 찌푸리고는 카이저 길드의 멤버들을 찬찬히 살폈다. 그러고 나서 로키를 쳐다봤다.


“뭐야.”


그녀는 로키의 등을 짝 소리가 나게 때렸다. 이상한 일이었다.

옷을 입고 있는데 어떻게 짝 소리가 나지?


“네가 훨씬 강하잖아. 뭐가 이방인들의 최강이야?”

“말씀 감사합니다.”

“야, 거기 미친년! 네가 뭔데 우리가 로키보다 강한지 약한지를 평가해?”


붉은 도를 가진 파이팅이 넘치는 아니, 객기로 가득 찬 한이 껄렁거리며 니케에게 시비를 걸었다.


“싸우기 전에 상대의 실력을 알 수 없다, 뭐 그런 거야?”

“그런 거지!”


한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니케는 피식 웃었다.


“병신. 진정한 고수는 싸우지 않고도 상대의 실력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하는 거야. 카이로스!”

“음.”


카이로스가 검을 뽑아 니케의 앞으로 나섰다. 그의 검에는 니케의 신성력이 아름답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쟤네들은 전부 우리 둘이 맡을게. 너는 제단의 아티팩트를.”

“괜찮으시겠습니까?”


로키의 걱정에 그녀가 주먹으로 그의 팔을 쳤다.


“정말 강한 인간은 신에게 도전할 수 있지. 하지만 쟤네들은 아니야.”


그녀는 손을 뚜둑 소리가 나도록 거칠게 풀며 웃었다.


“스스로 신의 개새끼를 자처한 놈들이 어떻게 신을 물 수 있겠어?”


고개를 끄덕인 로키는 제단으로 달렸다.


“어딜!”

“너야말로 어딜?”


카이저가 그의 앞을 가로막았지만, 니케가 주먹을 쥔 팔을 당기자 그녀에게 날아갔다.


“뭐, 뭐냐 이 힘은!”

“권능이다, 애송아.”


니케의 주먹이 카이저의 턱에 제대로 들어갔다. 아무리 카이저라고 해도 몇 초 동안은 스턴에 걸려 제대로 움직이지 못할 게 분명했다. 그가 NPC였다면 저 공격으로 즉사였으니까.


“그대들의 상대를 착각하지 마시게!”


카이로스가 검을 휘두르자 로키에게는 길이, 카이저 길드에게는 장애물이 생겼다. 신성한 불꽃으로 만들어진 벽은 외부자의 침입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사납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아무런 방해도 없이 제단에 도착했다. 제단 위에 떠올라 있는 눈을 부릅뜬 목걸이. 이것만 제거한다면 통로를 닫을 수 있다.


“반발력이 심할 겁니다.”


헤임달의 경고에 고개를 끄덕인 그는 손을 넣었다. 노란 스파크가 튀며 엄청난 고통이 그를 덮쳤다. 재빨리 어둠으로 팔 전체를 보호했지만, 빛은 자신이 더러워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견디십시오.”


헤임달이 말하지 않더라고 견딜 생각이었다. 아티팩트를 제거하지 못한다면 최소한 제단에서 떼어내기라도. 로키는 자신이 가진 어둠을 전부 팔에 쏟아부으며 손을 뻗었다.


“···빌어먹을!”


도저히 전진할 수가 없었다. 성역화의 중심인 만큼 아무리 어둠을 짙게 만들어도 소용이 없었다. 이대로 어둠을 전부 소모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인 것 같아 그는 일단 팔을 뺐다.


「이거, 제법 귀여운 일을 벌이고 계셨군요.」


로키의 바로 위 천장을 뚫고 빛의 기둥이 내려왔다. 뒤로 물러난 로키의 앞에 세 쌍의 날개를 가진 천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저희가 그렇게 만만해 보였나요? 도마뱀 몇 마리로 시선을 끌면 대놓고 궁전에서 난리를 피우는 벌레들을 눈치채지 못할 만큼?」


로키는 천사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어둠이 되지 않으면 빛을 사용한다. 그의 의지력이라면 순수한 빛을 신성력에 가깝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게 안 되더라도 어둠보다는 반발이 적을 것이다.


“쟤는 내가 맡을게.”


니케가 그의 앞에 나타났다.


“그러면 카이로스 님이­.”

“그걸 알면 빨리 해치워.”

“···알겠습니다.”


로키는 다시 제단을 향해 달렸다. 천사가 그의 앞을 가로막았지만, 카이저가 그랬듯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니케에게 끌려갔다.


「반푼이 주제에···!」

“원래 피는 섞일수록 강해지는 법이란다. 몰랐니?”


시원한 타격 소리가 들렸다. 로키는 팔을 빛으로 두르고 손을 뻗었다. 반발은 있었지만, 어둠을 둘렀을 때보다는 훨씬 나았다.


「멈춰라!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하는지­.」

“남의 집에 함부로 쳐들어온 날개 달린 놈들이 할 말은 아니지 않아?”


손의 피부가 까졌다. 인체의 해부도처럼 생생하게 드러난 자신의 손 근육을 처음 보게 된 로키는 팬던트를 손에 쥐었다. 그리고 제단 밖으로 잡아당겼다.


「안 돼!」


천사가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의 양은 줄어들지 않았다. 한 공간에 있는 모두가 이상함을 느꼈다.


「하, 하하!」


이 현상이 의미하는 바를 눈치챈 천사가 크게 웃었다. 그리고 니케와 싸우던 중이라는 것도 잊은 채 하늘을 올려다보며 두 팔을 활짝 펼쳤다.


「그분들께서 강림하신다!」

“어떻게 벌써···.”


천사의 얼굴을 가격해 기절시킨 니케는 재빨리 카이로스를 자신 쪽으로 잡아당겼다. 그리고 로키에게 바짝 붙었다.


“긴장해, 로키.”

“예.”


「대륙의 모든 존재는 정숙하라.」


머릿속으로 말이 들렸다. 아니, 거부를 용납하지 않는 명령이었다.


「미천한 그대들의 창조주가 지금, 지상계에 강림했으니.」


천사처럼 형체가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특별한 느낌이나 위기감 따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정말 신이 소환된 건가?


「오만하구나.」


로키의 앞에 불이 나타났다. 촛불처럼 작고 아기자기했던 불은 단숨에 크기를 키워 어떤 사람의 형체가 되었다.


「내가 소환된 것을 의심하다니.」

“···이그니?”


그의 말에 이그니가 손을 들었다.


「내 진명을 입에 담은 대가는 죽음이다.」

“로키!”


니케가 그의 팔을 잡았다. 그와 동시에 이그니의 불꽃이 타올랐고, 로키가 서 있던 곳에는 재조차 남지 못했다. 잠깐 그가 서 있던 곳을 바라보던 이그니는 고개를 돌렸다.


「그대들이 천계 소환에 1등 공신이라 들었다.」

“카이저 길드의 카이저라고 합니다.”


카이저는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로키처럼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싶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그에게 우호적인 신들의 심기를 건드려 좋을 것은 하나도 없었다.


「현명하군.」


이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손을 슬며시 들자 그를 비롯한 카이저 일행 전원이 둥실 떠올랐다.


「이제부터 우리는 리드마 대륙을 지배할 것이다.」


그렇게 말한 이그니가 카이저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그대는 대륙 전체를 통제하는 제국의 왕이 되겠지.」

“위대하신 이그니 님의 이름이 대륙 전체에 울려 퍼질 것입니다.”


카이저는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이그니의 손을 잡았다. 그런 그에게 메시지가 하나 떠올랐다.


- 불의 신 ‘이그니’가 자신의 충실한 검을 구합니다. 숨겨진 직업, ‘성화의 계승자’로 전직이 가능합니다. 성화의 계승자는 대륙에 단 한 명만 전직이 가능한 직업으로, 신성력으로 변질된 것이 아닌 순수한 이그니의 불꽃을 다루는 직업입니다.


진정한 이그니의 불꽃을 다루는 직업. 등급으로 감히 매길 수가 없는 말 그대로 유니크, 레전더리라고 해도 좋았다.


- ‘성화의 계승자’로 전직하시겠습니까?


잠깐 고민한 카이저는 손가락을 움직였다.




찬바람, 맑은 밤하늘, 등에서 느껴지는 잔디의 촉감. 로키는 자신이 살아 있음을 자각했다.


“겨우 살았네.”


옆으로 고개를 돌리니 니케가 드러누운 채 한숨을 쉬고 있었다.


“여기는 어디입니까?”

“라퓨타.”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고 물으려던 그는 입을 닫았다. 그녀는 기억을 읽을 수 있으니까.


“내 계산 착오야. 어떻게 그렇게 빨리 강림했지?”

“그러게 말입니다.”


로키의 시야에 웃는 멀린의 얼굴이 나타났다.


“재밌는 짓을 벌였더군요.”

“제 잘못은 아닙니다.”


로키의 말에 멀린은 웃었다.


“제 말은 그게 아닙니다.”


멀린은 그가 가지고 있는 펜던트를 가리켰다.


“이것으로 뭘 할 수 있습니까?”


그의 말에 멀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말했다.


“마계의 문을 열 수 있습니다.”


작가의말

예약 설정을 잘못했었네요.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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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 19. 라그나로크(6) 21.06.07 20 0 12쪽
148 19. 라그나로크(5) 21.06.06 25 0 12쪽
147 19. 라그나로크(4) 21.06.05 26 0 12쪽
146 19. 라그나로크(3) 21.06.04 20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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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18. 마계의 문(2) 21.05.31 20 0 14쪽
141 18. 마계의 문(1) 21.05.30 25 0 12쪽
» 17. 신의 이름으로(4) 21.05.30 2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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