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지안. 님의 서재입니다.

로키 : 밤의 황제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N.J.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3
최근연재일 :
2021.06.22 19:00
연재수 :
164 회
조회수 :
9,301
추천수 :
72
글자수 :
953,438

작성
21.06.11 19:00
조회
25
추천
0
글자
12쪽

19. 라그나로크(10)

DUMMY

리드마 대륙의 4대 교단. 비록 그론 산맥의 중심에 터를 잡은 소국인 신성자치국에 속해 있지만, 그들의 세력은 대륙 전체에 퍼져 있다. 신앙의 힘은 신도의 수와 직결되어 있기에, 4대 교단의 주인들이 낼 수 있는 힘의 규모는 다른 신들과 비교도 되지 않는다.


「분명 그래야 할 터인데···.」


이그니는 지금의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기껏해야 탄생한 지 30분도 안 된 풋내기 신, 그 상대는 먼 옛날부터 원시적인 형태로 인간들에게 신성력의 축복을 선사해 주었던 고대신 네 명. 분명 네 명이 한 명을 압살해야 맞다.


그런데 상황은 그렇지 않았다.


「왜 그러지?」


눈앞의 신은 그들에게 전혀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압도하고 있었다.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현상. 신의 힘은 신도들이 얼마나 많은 신앙심을 보내 주느냐에 달려 있다. 그들은 전 대륙의 인간들이 신앙심을 바치고 있지만, 저놈은 교단을 세운 것도 아니다. 그런데 그들과 비등하게 싸우고 있다.


「네놈, 비밀 교단이라도 세운 것인가?」

「비밀 교단?」


두 번째로 인간에서 신이 된 남자, 카오렌 루센트가 피식 웃었다.


「그딴 것, 내게는 필요 없는 일이다.」


카오렌이 손가락을 구부렸다. 그러자 불, 물, 땅, 바람. 네 원소가 그의 손 위에 모여 한 자루의 검이 되었다.

땅이 틀을 잡고, 물이 빈틈없이 메꿨으며, 바람이 물을 얼려 단단하게 굳혀 주었고, 불이 흙을 뜨겁게 달궈 단단하게 만들었다.


「감히 누구의 앞에서!」


마르가 노호성을 토했다.

카오렌 루센트는 일부러 그들을 도발한 것이다. 4대 원소를 관장하는 신의 앞에서 4대 원소로 검을 만든다? 웃기지도 않은 헛짓거리였다.


「해제하면 그만이에요.」


마르가 카오렌의 검을 향해 손을 뻗었다. 다른 세 명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카오렌의 검은 묵묵부답이었다.


「정녕, 방금 신이 된 존재가 할 수 있는 수준이란 말인가?」

「직접 몸으로 받아 보는 게 어떤가, 에르데.」


에르데의 앞으로 순간 이동한 카오렌이 검을 휘둘렀다.


「에르데!」


이그니가 팔을 휘둘러 불꽃을 쏘아냈지만, 늦었다.


카오렌이 간단하게 휘두른 참격에 대지에서 태어난 가장 단단한 광석들로 무장한 에르데의 몸이 산산이 조각났다.


휘오오오.


에르데 너머까지 베었던 탓에 순간 진공 상태에 빠졌던 부분에 공기가 채워지며 울부짖음에 가까운 소리를 냈다.


「네놈들에게 편한 죽음은 허락하지 않아.」


카오렌이 에르데의 머리를 잡고 힘을 주었다. 그러자 밑으로 떨어지던 에르데의 파편들이 원래대로 되돌아왔다.


「···재생?」

「영체를 재생할 수 있다고?」


이카스와 마르의 감탄을 뒤로하고 그는 에르데의 심장 부근에 검을 꽂았다.


「꺄아아아악!」

「괴롭나?」


카오렌이 손목을 비틀었다. 에르데가 그의 검을 두 손으로 잡았지만, 손가락만 베일뿐인 의미 없는 저항이었다.


「네놈들 때문에 대륙의 백성들은 이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고통을 겪었다.」

「너는 이제 신이다, 카오렌! 그깟 미물들이야 시간이 지나면 다시 태어난단 말이다!」


이그니의 외침에 그는 고개를 돌렸다. 에르데의 몸을 검으로 차근차근 탐험하는 것을 잊지 않으며.


「그깟 미물들의 믿음이 모여 태어난 게 너희다. 그런데 뭐? 시간이 지나면 다시 태어나?」


카오렌이 팔을 휘둘렀다. 반으로 갈라진 에르데는 갑작스레 휘몰아친 광풍에 주먹 크기의 광석 하나 남기지 못하고 모래 알갱이 수준으로 갈려 소멸했다.


「···죽었어.」

「그러기 위한 라그나로크다.」


카오렌이 3대 원소의 신들을 보며 비릿하게 웃었다.


「우리가 죽으면 대륙은 마계의 지배를 받게 될 것이다!」

「무슨 헛소리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그는 검을 던졌다. 그리고 새로 만들었다. 세상을 비추고 있는 햇빛으로.


「마계는 대륙을 지배하지 않아. 천계가 멸망하고 나면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갈 거다.」

「그럴 리가 없어. 마족을 믿지 마라, 카오렌. 차라리 우리와 협약을 맺자. 그놈들보다는 우리가 믿을 만하지 않나?」


카오렌은 검격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끄아아악!」

「이그니!」


말 같지도 않은 제안을 한 죗값으로 팔 한쪽을 받았다.


「도대체 마계의 뭘 믿고 있는 겁니까, 카오렌 루센트!」

「나에 관해 아무런 조사도 하지 않았던 건가?」


한숨이 절로 나온다. 저들의 오만함과 만물을 내려다보는 시선에는 진절머리가 났다. 하지만 대답해 주기로 했다. 어차피 저 세 명은 이 자리에서 죽을 테니까.


「마왕 다르드와 나는 전우다.」


그렇게 말한 그는 세 명을 향해 쇄도했다. 그의 눈에 경악하고 있는 세 명의 모습이 선명하게 담겼다.




죽이지 못했다. 안나 양이 기폭제 역할을 했는지 수십, 수백 개의 시야가 갑자기 나타났고, 아직은 흑백 세계를 제대로 다루기에 감이 모자랐다. 그리고 무엇보다, 상대가 대천사라는 점도 있었다.


「너···. 너···.」


라파엘은 태엽이 고장 난 인형처럼 같은 말을 반복했다. 그럴 만도 하다. 아름답게 빛나던 날개의 절반이 사라졌으니까. 그래도 목숨 값으로는 싼 편이다.


“그쯤하고 물러가지?”


로키는 한 발짝 눌러났다.


「굳이?」


카슈테르가 하늘에 마법진으로 별자리를 수놓으며 말했다.


「절호의 기회다. 네가 저놈의 날개를 날린 탓에 제정신도 아니고.」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내줘야 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의 시야를 방해하는 새로운 장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었다. 해결하는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사람들이 카드를 찢고 있었다.


“제가 원하는 것은 천계와 마계, 둘 다 대륙으로 넘어올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번 라그나로크의 승자는 인간이어야 된다. 지금 이 자리에서 라파엘을 죽인다면 추의 무게는 마계 쪽으로 기운다.


「아직 저쪽에는 신이 있어. 생각을 너무 비약한 게 아닌가 싶군.」

“미카엘이 죽었습니다. 하지만 마계가 입은 피해는 아직 전달받은 게 없어요.”

「만약 마계 서열 10위 안에 드는 놈이 죽었다는 소식이 있었다면?」


로키는 카슈테르를 빤히 쳐다봤다.


「···혹시 드래곤할 생각 없나?」

“그게 원한다고 되는 겁니까?”

「안 될 것도 없지.」


카슈테르는 콧김을 뿜으며 아직도 정신이 나가 있는 라파엘을 쳐다봤다.


「마침 누구 때문에 한 자리가 비어서 말이야.」

“그것에 대한 빚은 다 갚은 걸로 압니다만.”

「쯧.」


그때, 라파엘이 갑자기 괴성을 질렀다.


「용서할 수 없다! 태양에 골고루 익혀 죽여 주마!」


로키와 카슈테르는 침착하게 반격을 준비했다. 하지만 그들이 공격할 일은 없었다. 거대한 얼음 빙산이 라파엘을 봉인해버렸기 때문이다.


“···얼음?”

「시에.」


카슈테르의 말과 함께 진한 하늘색의 여성이 나타났다. 머리카락, 눈썹, 눈동자, 입고 있는 옷. 모두가 하늘색이어서 눈을 제외한 얼굴의 이목구비를 확인하기가 어려웠다.


「대천사가 되어서 추태나 부리고, 쯧.」


그녀가 라파엘을 힐긋 바라보다가 땅에 침을 뱉었다. 그녀가 뱉은 침은 거대한 얼음의 창이 되어 땅 깊숙한 곳까지 들어갔다.


「이거 미안하게 됐습니다, 두 분. 명색이 천계를 대표한다는 놈이 저 모양이었으니 죄송할 따름입니다.」


갑자기 두 손을 공손하게 모으고 싱긋 웃는 시에.


「얼음의 신은 듣던 것보다 훨씬 미친년이었군.」


카슈테르가 입에서 화염이 담긴 숨결을 뱉으며 말했다.


시에.

4대 교단에 비해 세력이 적은 중소 교단이지만, 얼음 자체의 범용성이 높고 신성력을 모으는 조건이 까다롭지 않아 선호도가 높다. 치료와 정화는 할 수 없지만, 전투에서 다방면으로 활약할 수 있는 전투 사제들이 대부분이다.


「어머. 말을 그렇게 싸가지 없게 하실까요? 도마뱀이라 뇌의 용량이 적으신가요?」

「3초 정도 숨을 들이켠 브레스에 녹아 사라질 년이 입만 살았군.」

「마침 잘됐네요. 도마뱀을 회로 먹으면 어떤 맛일지 궁금했거든요.」


불과 얼음.

이것과 관련해서 어나더 월드에서도 말이 많았다. 서로가 같은 힘을 가지고 있을 때, 어느 쪽이 더 유리한가. 수많은 이들이 시험했고, 속성의 우열을 가리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모두의 마음에 드는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넌 잠깐 쉬고 있어라. 저 고드름 년은 나 혼자서 충분하니까.」

“괜찮겠습니까?”

「신도들에게 간단한 치유도 못 하게 하는 년이 신이냐? 괜한 힘 뺄 필요 없다.」


인간의 모습으로 변한 카슈테르가 목을 풀며 시에에게 다가갔다.


「라파엘의 날개를 잘랐다고 기고만장한 모양인데, 대천사와 신에는 넘을 수 없는 간격이 있다는 걸 보여 주마.」

「오, 그거 무서운데? 근데 신은 아가리로 싸우나?」


서로를 향해 다가간 카슈테르와 시에가 동시에 멈췄다. 그리고 오른 주먹을 상대의 면상에 날렸다.




- 칭호, ‘동족 살해자’를 획득하셨습니다.

- 천계에서 악명이 증가합니다.

- 천계의 모든 이들이 당신을 ‘적’으로 인식합니다.


4대 교단의 신이라고 불리는 것들을 모두 죽이니 뜬 메시지였다. 카오렌은 그것들을 옆으로 치우고 하늘을 바라봤다.


「카오렌 루센트.」


신이 죽었는데 천사들의 수는 계속해서 늘어났다.


「그분의 명령이다. 지금이라도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사지를 잘라 항복한다면 목숨은 살려 주겠다.」

「언제 천사 따위가 신에게 반말을 하게 됐지?」

「그대는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은 신이-.」


카오렌은 건방지게 그를 내려다보던 천사의 머리를 터트렸다. 목에서 피를 흘리며 땅으로 떨어지는 천사의 시체. 그것을 잠깐 바라보던 그는 고개를 들었다.


「···이제야 대화의 기본이 갖추어진 것 같군.」


후계자를 만나고 싶었다. 그와 대화를 할 때는 이렇게 불쾌한 감정을 느끼지 않으니까. 항상 웃게 되고, 기대된다.


「···옛날에 한 남자가 있었다.」


나는 그에게서 미래를 보았다. 그렇기에, 무리한 방법을 써서라도 이렇게 해야만 했다.


「정말 간절하게 바랐을 때는 나타나지 않았다가 자신의 필요에 의해 모습을 드러낸 신을, 나는 무척이나 원망했었다.」


그는 대륙을 옳은 방향으로 이끌어갈 것이다. 옆에 좋은 동료도 있고, 빛과 어둠의 경계에 서 있는 그라면 가능하다.

그러니 내가 할 일은, 외부의 잡것들을 치우는 일이다.


「그 신은 이기적이었다. 자신밖에 몰랐고, 어리석었지. 자신이 놓은 덫을 밟은 사냥꾼보다 멍청했고, 감정을 전혀 다스릴 줄 모르는 신이라 불릴 자격이 없는 자였다.」


마계도 문제이긴 하지만, 다르드가 있으니 어떻게든 될 것이다. 어쩌면 그도 마계와 관련해 대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똑똑한 친구니까.


「그런데 그녀와 보낸 시간이 많아지고, 그녀와 대화를 나누며 더는 그녀에게 화를 낼 수가 없었다. 그렇게 신에 대한 내 분노가 길을 잃은 듯했지만, 항상 모든 일은 해결할 방법이 있는 모양이다.」


- 당신의 의지가 주변 일대를 뒤덮습니다.

- 공기의 흐름을 차단, 소음을 완벽히 제거합니다.


「알아서 자꾸 내 신경을 긁어 주니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이더냐.」


4대 교단의 신을 죽였던 검이 만들어진다. 그것이 두 자루, 세 자루, 열 자루를 넘어 계속해서 창조된다.


「천계에 천사는 단 한 명도 남지 못할 것이다.」


검의 비가 솟구쳤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로키 : 밤의 황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후기 21.06.22 41 0 -
공지 필체에 관해 공지드립니다. 21.02.27 120 0 -
공지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21.02.26 52 0 -
공지 밤의 황제 관련 공지입니다. 19.05.10 83 0 -
공지 연재 주기 관련 공지입니다. 19.04.18 109 0 -
164 22. 커튼 콜 21.06.22 35 1 26쪽
163 21. 종막(5) 21.06.21 15 0 20쪽
162 21. 종막(4) 21.06.20 13 0 13쪽
161 21. 종막(3) 21.06.19 13 0 11쪽
160 21. 종막(2) 21.06.18 27 0 12쪽
159 21. 종막(1) 21.06.17 19 0 12쪽
158 20. 혼돈(3) 21.06.17 19 0 12쪽
157 20. 혼돈(3) 21.06.16 18 0 11쪽
156 20. 혼돈(2) 21.06.14 18 0 12쪽
155 20. 혼돈(1) 21.06.13 26 0 12쪽
154 19. 라그나로크(11) 21.06.12 22 0 12쪽
» 19. 라그나로크(10) 21.06.11 26 0 12쪽
152 19. 라그나로크(9) 21.06.10 24 0 12쪽
151 19. 라그나로크(8) 21.06.09 19 0 12쪽
150 19. 라그나로크(7) 21.06.08 23 0 12쪽
149 19. 라그나로크(6) 21.06.07 21 0 12쪽
148 19. 라그나로크(5) 21.06.06 25 0 12쪽
147 19. 라그나로크(4) 21.06.05 26 0 12쪽
146 19. 라그나로크(3) 21.06.04 20 0 13쪽
145 19. 라그나로크(2) 21.06.03 17 0 12쪽
144 19. 라그나로크(1) 21.06.02 18 0 12쪽
143 18. 마계의 문(3) 21.06.01 20 0 13쪽
142 18. 마계의 문(2) 21.05.31 20 0 14쪽
141 18. 마계의 문(1) 21.05.30 25 0 12쪽
140 17. 신의 이름으로(4) 21.05.30 22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