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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 님의 서재입니다.

로키 : 밤의 황제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N.J.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3
최근연재일 :
2021.06.22 19:00
연재수 :
16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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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53,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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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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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혼돈(3)

DUMMY

“이제 없어.”


블랑의 말에 로키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프레이는 아예 땅에 앉아 고개를 숙였다.


“이상하군요. 없을 수가 있는 걸까요?”


턱을 타고 흐르는 땀을 소매로 닦으며 말했다.


“마족들의 움직임에 변화가 생겼다.”

“변화?”

“그래. 변화.”


오르딘의 말을 받은 블랑이 설명을 시작했다.


“마족들이 인간을 전혀 상대하지 않고 있어. 인간이 옆에 있어도 천족을 향해 달려드는 중이야.”

“···마족답다고 해야 할까요, 답지 않다고 해야 할까요.”


천족에게 달려드는 것은 마족다웠고, 눈앞에 있는 먹잇감을 그냥 지나치는 것은 마족답지 않았다.


“프레이 님. 메시지가 나타난 것은 없었나요?”

“아직은··· 없어요.”


프레이가 숨을 뱉으며 힘겹게 말했다. 그 모습이 너무 처량했는지 네이선이 그녀에게 가 등을 두드려 주었다.


“제가 놓쳤을 수도 있어요. 워낙 정신이 없었으니까요.”

“알겠습니다.”


로키의 방식은 대륙에 피해를 준 마족을 잡는 것. 천족에게만 맹목적으로 달려드는 마족들에게 그의 방식을 고집하는 것은 무리였다.


“···방금 새로운 보고가 들어왔다.”


귀에 손을 대고 있던 오르딘이 말했다.


“마족들이 로크 왕국으로 향하고 있다고 한다.”

“로크 왕국?”


로키는 눈썹을 찡그렸다.

천계와 마계의 문을 열었던 곳이자, 대천사장 안젤루스가 마왕 다르드에게 라그나로크를 선포했던 곳. 원래라면 시큰둥했겠지만, 라그나로크가 지속되고 있는 동안의 로크 왕국은 신경 써야 하는 장소 1순위다.


“천족들도 이동하고 있나요?”

“마족들이 무작정 로크 왕국으로 달리는 게 아니야. 천족들과의 싸움에서 지든 이기든, 방향을 그쪽으로 유도하고 있어.”

“···어떻게 할까?”


블랑이 어깨를 으쓱이며 물었다.


“갑니다.”


고민은 짧았다.


“두 종족이 한 군데에 모인다면, 그곳에서 전부 죽입니다.”


라그나로크의 전장을 알아서 좁혀 주겠다는데 거절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


“블랑 님과 오르딘 님은 다시 한번 확인해 주세요. 정말 모든 천족과 마족들이 로크 왕국으로 가고 있는 건지. 그렇지 않은 놈들이 있다면 우선적으로 제거하고 넘어갑니다.”

“그래.”

“알겠다.”


블랑과 오르딘이 정보를 점검하는 시간. 네이선을 비롯한 블러드 서커스는 땅에 드러누웠다.


“아이고, 살 것 같다.”

“난 죽어서 지옥도 천국도 못 가겠다.”

“병신. 또 뒤질 생각부터 하고 있네.”


라르와 오언을 시작으로 저마다 옆에 있는 사람들과 농담을 주고받았다. 그 모습을 로키는 미소로 지켜보고 있었다.


“···다들 강하네요.”


어느새 그의 옆으로 다가온 프레이가 무릎을 팔로 감싸고 그 위에 턱을 얹었다.


“프레이 님도 강하십니다.”

“정말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프레이 님이 없었다면 저희의 전투는 훨씬 어려워졌을 겁니다. 짧은 시간에 이 정도까지 배우실 줄은 몰랐습니다.”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입가에 걸린 미소가 충분히 대신하고 있었다.


“로키 님. 제가 담겨 있는 카드 있죠?”

“아, 예.”


그는 주머니에서 프레이가 각인된 카드를 꺼냈다.


“그거 저 주세요.”

“예?”

“혼자서 하기 힘든 것을, 둘이서는 쉽게 할 수 있잖아요.”


그녀가 고개를 돌려 무릎에 볼을 댔다. 그리고는 웃는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예, 뭐.”


그는 프레이에게 카드를 건네주었다.


“이런 거 함부로 남에게 주면 안 돼요.”

“프레이 님이 남은 아니죠.”


그는 피식 웃었다.


“그러고 보니, 바란 일행은 어떻게 됐습니까?”

“잠깐씩 쉴 때마다 귓속말을 주고받았는데, 답장이 없는 걸 보니 죽은 모양이에요.”


허공을 툭툭 건드리는 그녀의 모습에서 덤덤함이 느껴졌다.


“···저를 도와주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어도 됩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그녀가 갑자기 눈을 흘기며 매섭게 물었다.


“저와 오성 그룹은 사이가 좋지 않잖습니까. 언제까지고 제 편을 들면-.”

“저라고 그쪽과 사이좋은 줄 아세요?”

“···아뇨. 짐작은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말을 하다니, 너무하세요.”


그녀가 말을 끝맺을 때, 갑자기 카드가 펑 소리와 함께 터졌다. 그리고 대낫을 든 프레이가 나타났다.


“어? 난 소환 안 했는데?”

“···미치겠네.”


옆에서 킥킥거리는 헤임달에게 딱밤 한 대를 먹이고 싶다는 충동을 간신히 억누르며 로키는 일어나 뒤로 물러났다.


“마스터. 죽여도 돼요?”

“안 돼. 라그나로크 끝나고 죽여.”

“저번에도 그렇게 말해 놓고서, 소환도 안 해줬잖아요.”


할 말이 없다. 저렇게 정신이 나간 소환인을 쓰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것은 사실이니까. 게다가, 프레이가 기대 이상으로 잘해 주고 있는데 굳이 소환할 이유도 없었다.


“기다려.”


프레이가 낫을 든 프레이의 손을 잡았다.


“넌 뭐야?” “나는 너야.”

“···나?”


낫을 든 프레이가 고개를 기울였다.


“응. 너.”


프레이가 싱긋 웃으며 잠깐 귀 좀 빌려달라고 손짓했다. 낫을 든 프레이가 그녀의 입으로 귀를 가져갔고, 그녀는 무언가를 속닥거렸다.


“정말이지?”

“그럼. 그 어떤 인간도 자신에게는 거짓말 안 해.”

“믿어 볼게.”


낫을 든 프레이가 순순히 카드로 돌아갔다.


“저게 저럴 리가 없는데?”


헤임달이 입을 벌리고 눈을 깜박였다.


“아쉬운 모양입니다?”

“아하하. 설마요. 착각하신 겁니다.”


뻔뻔하게 웃으며 손사래 치는 헤임달을 잠깐 노려본 로키는 한숨을 뱉었다.


“결혼하면 잡혀 살겠어.”


네이선이 그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이상한 소리를 했다.


“제가 프레이 님과 결혼을 왜 합니까?” “그래. 로키는 우리 라나와 결혼해야 한다고.”


반대편 어깨에 얹힌 블랑의 손. 로키는 두 손을 거칠게 털어냈다.


“어떻게 됐습니까?”

“전부 로크 왕국으로 집결하는 중이야. 거기서 마무리가 날 것 같아.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블랑의 말을 들은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사람들은 이미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가죠.”


로키는 땅에 모두가 들어올 수 있을 정도의 마법진을 그렸다. 그리고 아무도 찾지 않을 법한 장소를 생각하며 마법진을 발동시켰다.


불카누스의 제단으로.




“좋구나, 좋아!”


다르드는 흥이 오르는 것을 느꼈다.


“모조리 덤벼라! 목숨을 걸고서!”


마계는 약육강식의 세계. 그곳의 정점에 선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싸울 일이 별로 없었다. 마왕성의 한 자릿수에 드는 놈들이 가끔 도전해 오기는 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힘을 길러도 그에게는 닿지 못했다.


그렇기에 그는 싸움에 굶주려 있었다. 동족과 아무런 의미도 없는 순위를 두고 경쟁하는 것이 아닌, 목숨이 경각에 달하는 진정한 전투를.


「마왕 다르드를 척살하라!」

「신의 이름으로!」


그런 그에게 라그나로크는 천국과 다를 바 없었다. 고개를 살짝만 돌려도 싸울 적들이 지천에 널려 있었다.


날개가 세 쌍 밑인 천사들은 많은 놈을 한 번에 죽이는 데서 오는 짜릿한 손맛이 있었고, 네 쌍 이상인 놈들은 한가락 하는 놈들이기에 싸우는 맛이 있었다.


“더, 더 덤벼라!”


창을 휘두를 때마다 시꺼먼 마기가 흩뿌려져 닿는 모든 것을 잠식한다.


「꺄아아악!」

「아아, 신이시여! 먼저 가는 불충한 제 죄를 사하여 주시옵소서!」


일체의 불결한 것을 허락하지 않는 저 순백의 날개들이 마기에 침식되는 장면은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았다.


“마왕 다르드가 여기 있다!”


그는 대기가 떨릴 정도로 크게 고함을 질렀다. 다른 마족과 싸우느라 미처 그를 발견하지 못했을 천사들에게 우선순위를 바꾸게 하도록.


어림잡아 수천 명의 천사들이 고개를 동시에 돌렸고,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네놈은 내가-.」

“무슨 담당인지 궁금하지도 않아.”


이 세상에는 참 별의별 신들이 많다. 그 수가 너무 많을 정도로, 이런 것에도 신이 태어날 수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말이다.


“적어도 4대 교단 급 되는 놈들이 나와야지.”


신성력은 보유하고 있는 신도의 믿음에 비례한다. 교단이 세력 확장을 위해 성직자가 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드는 일을 하는 것도 더 많은 믿음을 획득하기 위함이다.

그렇기에 저 형체도 제대로 잡히지 못한 짙은 갈색의 무언가로 현신한 신은 가진 신도의 수가 많지 않다고 보면 된다. 그의 창 한 방을 피하지 못하고 가슴을 관통당했기 때문이다.


「천한 놈들에게 이 내가-.」

“그래서 네가 누군데, 도대체.”


다르드는 창을 90도 회전시킨 후에 뽑았다. 이름도 모르는 신 같지도 않은 놈은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다가 소멸했다.


“다음!”


신을 죽인 다음에는 천사 백 명이었다. 다음으로 강한 상대와 싸우기 전에 휴식 시간 정도는 될 것이다.

창을 고쳐 잡고 무릎을 구부린 그가 막 팔을 뻗으려는 그때, 저 높은 곳에서 그에게 빛줄기가 내려왔다.


“···뭐냐, 이건.”


빛줄기 밖에 있는 천사들의 움직임이 느려졌다. 상대적인 차이로 느려 보이는 것이 아니라, 정말 말 그대로 느려졌다.


「다르드. 마계의 23대 마왕이여.」

“너는 누구지?”


그의 물음에 정체 모를 자는 기분 나쁘게 후후 웃었다.


「이제 시간이 되었다.」

“시간?”

「둘로 나뉘었던 것들이 하나로 합쳐질 시간.」

“애초에 우리는 하나였던 적이 없어.”


또다시 그 속이 뒤집히는 듯한 웃음이 들려왔다.


「그 오만함을 다시 내가 가져야겠다.」

“그게 마음대로 될 것 같아?”


창을 쥔 손에 힘을 주며 빛줄기의 가장 위를 노려봤다.


「당연히 되고말고. 애초에 내게서 떨어져 나간 것을 다시 줍는데 무슨 어려움이 있을까.」


그는 가지고 있는 마기를 전부 방출했다. 그러자 그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빛의 기둥이 어둠으로 물들었다.


「지금 천족과 마족의 비율을 따져 보자면 3 대 7 정도 되겠군.」

“그 말은 네가 곧 죽을 거라는 뜻이지.”

「아니. 그 반대다.」


그가 뿜어낸 마기가 조금씩 소멸하기 시작했다. 아니, 흡수되고 있었다. 그의 신체도 같이.


「마족의 전력과 비등한 수준까지 힘을 더 쓸 수 있다는 뜻이지.」

“정체도 모르는 놈에게 죽을 수는 없다.”

「무의미한 발악이다.」


다르드가 손에 힘을 줄수록, 마기를 움직이려고 할수록 몸의 소멸이 가속화되었다.


“너··· 대체 정체가 뭐냐? 너 같은 놈이 천계에 있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어.”

「그럴 수밖에.」


놈이 그를 비웃었다.


「완벽하게 맞춰진 균형 속에서 태어나는 어지러움의 지배자.」


의식이 아득해지는 순간, 놈의 말이 들렸다.


「혼돈 그 자체인 나는, 이 세계의 유일한 ‘신’이다.」




다르드가 신에 흡수된 순간, 프레이를 비롯한 모든 유저에게 시스템 메시지가 나타났다.


- 라그나로크의 특수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 세계에 태고부터 존재했던 유일신, ‘혼돈’이 강림합니다.

- 진영이 ‘카오스’, ‘코스모스’로 새롭게 개편됩니다.

- 혼돈이 완전히 강림하기 전인 5분 동안, 진영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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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19. 라그나로크(4) 21.06.05 28 0 12쪽
146 19. 라그나로크(3) 21.06.04 20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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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 18. 마계의 문(1) 21.05.30 25 0 12쪽
140 17. 신의 이름으로(4) 21.05.30 2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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