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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 님의 서재입니다.

로키 : 밤의 황제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N.J.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3
최근연재일 :
2021.06.2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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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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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종막(2)

DUMMY

- 첫 번째 재앙이 북쪽에서 다가옵니다.


프레이는 다급했다. 지금 일행 중에서 시스템의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는 사람은 그녀밖에 없었으니까.


“서둘러야 하는데···.”


그녀는 크게 말하지 못했다. 이미 일행들이 최선을 다해 수색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이런 씨발. 왜 안 보이는 거야?”


마기와 신성력으로 파괴된 탓에 지형이 바뀌었다. 어떤 길은 마기에 침식되어 끊어졌고, 어떤 곳은 꺼지지 않는 신성력의 불꽃으로 막혔다.


“젠장!”


막 오른쪽으로 몸을 틀었던 블랑은 욕을 한 바가지 퍼부었다. 이번 길 역시 신성력으로 가로막힌 탓이었다.


“···찾았다.”


뒤에서 그를 따르고 있던 오르딘이 말했다. 그는 당장 가자며 오르딘을 재촉했다.


“어떻게 가는데? 아니, 어디로 가면 돼?”

“따라와라.”


제단으로 가는 길은 복잡했다.

지하로 가기 위해 3층까지 올라간 후에 부서진 바닥의 구멍을 통해 2층으로 내려간 다음 한 번에 지하까지 떨어져야 하는 방식이었다.


“뭐 이렇게 복잡하게 해놨어?”

“그러게. 전에 왔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프레이를 안고서 착지한 네이선이 그녀를 내려놓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시간이 없어요. 어서 제단을!”

“그래.”


블랑은 제단으로 걸어갔다. 문을 여는 목걸이는 제단 위에 고이 놓여 있었지만, 눈이 감겨 있었다.


“나는 천계로 향하는 문을 열겠다.”


목걸이를 손에 쥔 채로 말하자 하늘에서 빛이 내려왔다. 목걸이가 서서히 눈을 뜨기 시작했고, 너무나도 밝은 빛이 부담스러웠던 블랑은 뒤로 물러났다.


「잔재주를 부리는구나. 내 씨앗이 싹을 틔울 기회를 없애버리겠다?」


블랑은 고개를 돌렸다. 모두의 눈을 확인한 그는 침을 삼켰다. 즐거운 것 같기도, 짜증을 내는 것 같기도 한 목소리가 그에게만 들렸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키에에엑!”

“크륵.”


어떤 놈은 천장을 부수고, 어떤 놈은 벽을 뚫고, 또 어떤 놈은 지하에서 솟아올랐다. 빛과 어둠이 흉측하게 조화를 이룬 생명체들이 그들을 향해 이빨과 손톱을 드러냈다.


“우리가 나설 차례다. 뒤로 물러나 있어.”


네이선을 비롯한 블러드 서커스 전원이 검을 뽑았다.


“처음으로 내가 간다. 엄호해!”


네이선이 핏빛 섬광이 되어 공간을 빠르게 누볐다. 10초도 되지 않는 짧은 순간에 주변에 있는 모든 혼돈의 생명체들을 건드린 그가 마나를 끌어 올렸다.


“죽음의 무도.”


그의 마나가 소검의 형태를 이루었고, 수를 셀 수도 없을 만큼 증식했다.


“가라.”


혼돈의 생명체들이 춤을 춘다. 마기가 육체를 강화해 주고 있는 탓인지 검 하나하나는 그렇게 큰 피해를 주지 못 한다. 하지만 죽음으로 향하는 무도회는 이제 시작되었을 뿐이다.


“이번엔 내가 간다.”


오언.


“다음은 나.”


라르.


“나도 활약 좀 해보자.”


쿠로.


“너희만 재미 보게 할 수는 없지.”


쿠단.


“키에에에엑!”

“크아아아!”


혼돈의 생명체들의 피부에 생채기가 나기 시작했다. 전방위를 노리고 덤벼드는 소검의 비에 강인한 방어력은 전혀 소용이 없었다.


왼팔을 향해 날아오는 것을 막으면 등이 맞고, 등을 방어하면 오른 다리가 맞고, 오른 다리를 움직이면 복부를 맞는다.


의도적으로 움직인 것이든, 소검에 맞은 반동으로 움직이는 것이든 한 가지는 확실했다. 저들의 춤이 끝나는 순간이 곧 목숨이 다했을 때라는 것.


“···좀 하네.”


나타난 모든 혼돈의 생명체들을 처리한 블러드 서커스의 무위를 본 블랑의 감상평이었다.


“좀? 이게 어디 한 주먹 거리도 안 되는 게 까불어?”

“내게도 비장의 카드는 있지.”


당장이라도 붙어 보자는 듯 주먹을 드는 네이선에게 블랑이 미소로 대응했다.


“문을 닫으세요!”


로키의 고함이 제단에 울렸다.


“귀 아파 죽겠네.”


씩 웃은 블랑은 빛줄기 안에 갇힌 목걸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빛에 닿기 직전, 그의 손이 누군가에 의해 제지 되었다.


“그런 거 함부로 만지면 탈 나.”

“···너는.”


크로스 라인에서 본 적이 있는 제멋대로 사는 사제. 분명 이름이 니케였나? 그럴 거다.


“내가 좀 제멋대로 살긴 하지.”


미소를 지은 그녀가 블랑을 조금은 거칠게 제단에서 떨어트렸다.


“신성력이 없는 놈이 이런 거 함부로 만지면 안 돼. 바로 죽을 수도 있어.”


그렇게 말한 그녀가 손을 뻗었다. 그녀는 아무 일도 없이 무사히 목걸이를 꺼냈다. 그러자 천계로 향하는 문이 닫혔고, 그녀는 목걸이를 제단에 올려놓았다.


“마계로 향하는 문.”


지하에서 솟구친 보랏빛 기둥이 제단을 감쌌다. 성공적으로 마계의 문이 열린 것을 확인한 그녀는 구석에 박혀서 죽은 듯 조용히 서 있는 라스에게 다가갔다.


“누나 왔는데 인사 안 하냐?”

“오, 오랜만이오, 니케. 그동안 별일 없으셨오?”

“대륙이 이 지랄 났는데 별일이 없기는 무슨.”

“그런데 나이로만 따지면 내가 훨씬 많은-.”


그녀가 미간을 찌푸리며 주먹에 신성력을 응축했다. 그러자 라스는 하던 말을 끊고 입을 닫았다.


“야, 야야. 저 아리따우신 분은 누구냐?”

“지상에 남아 있는 신.”


분명 오른쪽에 있는 블랑에게 질문을 던졌는데 대답은 왼쪽에서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니 흰 중갑옷을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


“내가 모시는 신이라네, 젊은 기사여.”

“신?”


자세히 듣고 싶어서 재차 질문을 던지려고 할 때, 사방에서 혼돈의 생명체들이 나타났다.


“젠장.”

“궁금한 게 많은 모양이군.”


카이로스의 검에서 에메랄드빛 불꽃이 아름답게 피어났다.


“여기를 정리한 다음에 대답해 주지!”


카이로스가 용맹하게 돌진했다.


“약속한 거다!”


그의 뒤를 따르며 네이선은 헤테로도스에게 선물 받은 자신의 소검에 마나를 모았다. 그리고 있는 힘껏 휘둘렀다.




- 두 번째 재앙이 동쪽에서 다가옵니다.


메시지를 확인하며 카오렌은 자신의 후계자를 지켜봤다. 아직 신성력에 오염되지 않은 마족들을 어떻게든 고향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노력하는 한 명의 이방인을.


“베르단디 님.”

“···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대답에 그는 피식 웃었다.


“변명거리는 생각해 두셨습니까?”

“글쎄요. 어나더 월드에서 손을 떼겠다?”

“다시 생각해 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짧은 대화를 마친 카오렌은 후계자의 곁으로 날아갔다. 그런데 그보다 빠르게 날아가는 그림자가 두 개 있었다.


“내가 비싼 마음먹고 가르쳐 준 비기는 왜 안 쓰는 거야?”

“그건 직접 만져야만 할 수 있잖아. 비효율적이야.”

“쟤 정도 되는 애는 그럴 필요도 없어. 형도 알잖아.”


아르헨과 루센트 제국 시절 그림자를 수족처럼 부리는 기술을 가지고 있던 암살자, 카인으로 변한 타스가 로키 주변을 말끔히 청소했다.


“오셨습니까.”

“뭐야, 안 놀라네?”

“···지금의 제게는 보입니다.”


로키가 고개를 들어 정확히 카오렌이 있는 쪽을 바라봤다.


“훌륭하게 당신의 힘을 계승한 듯 보입니다.”

“이미 저 친구의 재능에는 두 손 들었습니다.”


카오렌은 웃었다. 그가 이렇게 편하게 있을 수 있는 이유는 다 저 젊고 맹랑한 청년 덕분이었다.

그가 손을 흔들어 주자 살짝 고개를 끄덕인 로키가 몸을 돌렸다. 그리고 마계의 문으로 향하는 혼돈의 수하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북쪽의 재앙이 바이킹족이었다면 동쪽은···.”

“아틀란티스입니다.”


케론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그곳은 내가 막으마.”

“아뇨. 제가 하겠습니다.”

“네가 태어난 곳이다.”

“제가 버림받은 곳이죠. 제가 자란 곳은 폐하의 곁입니다. 그런 오만한 종자들이 모여 있는 폐쇄적인 공간은, 멸망해도 누구의 슬픔도 얻지 못할 겁니다.”


카오렌이 그의 어깨를 잡았다.


“내가 간다.”

“···거절하겠습니다, 폐하.”


케론이 입술을 깨물며 생애 처음으로 자신이 섬기는 황제의 말을 거역했다.


「네깟 놈들이 무슨 재앙을 막겠다고?」


그때, 레드 드래곤 한 마리가 그들에게 날아왔다. 그리고 콧김으로 불꽃을 뿜으며 말했다.


「나머지 세 재앙은 우리가 막는다.」

“···우리?”


케온은 귀를 의심했다.

저 드래곤이 방금 뭐라고 한 거지?


「그래요, 그대들에게는 이런 것보다 더 중요한 싸움이 남아 있으니까요. 재앙을 막는 것은 우리의 몫입니다.」


블랙 드래곤이 날아와 말했다.


「이런 미래는 보지 못했나요? 아틀란티스의 예언가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게 될 줄이야. 저는 정말 운이 좋군요.」

「너희는 혼돈을 맡아라. 대륙의 수호는 우리의 몫이다.」


그 말을 남기고 드래곤들은 사라졌다.


“저런 오만한 모습은 분명 드래곤이 맞는데···.”

“그들도 결국은 지성을 가진 이들이라는 거지. 이미 라스라는 좋은 선례가 있었으니, 저들이 갑자기 예상치도 못한 단어를 꺼낸다고 해서 이상해할 필요는 없다.”


카오렌이 케론의 등을 툭 치며 말했다. 그제야 케론이 피식 웃었다.


“예언자라는 직업도 이제 그만해야겠습니다.”

“어차피 다 죽을 거라고 하지 않았느냐?”


그는 이레인, 쿨루스와 함께 로키에게 갔다. 마족들은 전부 마계로 돌아갔고, 마계의 문이 서서히 닫히고 있었다.


“강해졌구나.”


그는 후계자에게 덤덤하게 말을 건넸다.


“누가 주신 힘 덕분입니다. 신의 도움을 받은 것도 있고.”


로키가 한숨을 뱉으며 옷을 툭툭 털었다. 그리고 검을 손목에 가져다 대어 팔찌로 바꾸었다.


“좋은 검이구나.”

“제게는 과분한 면이 있습니다.”

“네가 아니면 쓰지도 못할 검이 아니냐.”

“무슨 말을 못하겠군요.”


로키가 볼을 긁적이며 미소 지었다.


- 서쪽에서 세 번째 재앙이 다가옵니다.

- 남쪽에서 네 번째 재앙이 다가옵니다.


갑자기 연달아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리고,


- 혼돈이 대륙에 강림합니다.


하늘에 거대한 싱크홀이 생겼다. 하늘이 원래 우주라고 착각할 정도로 거대해 끝을 가늠하기가 힘들었다. 무수한 별이 빛나고 있는 저 검은 공간에서 무언가가 내려왔다.


“뭐가 더 추가되는 건 아니겠죠?”

“응?”


이해를 못한 카오렌이 고개를 돌려 로키를 쳐다봤다.


“천족과 마족, 인간의 싸움에서 갑자기 혼돈 대 조화의 싸움. 거기에 혼돈이 강림하기 전에 다가오는 네 개의 재앙. 너무···. 뭐랄까.”

“어처구니가 없다?”

“그런 느낌인 것 같습니다.”


로키가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세상이 치밀한 계획대로 움직인다면 변화는 없을 거다.”


카오렌은 네 개의 원소를 하나로 합쳐 검을 만들었다. 그리고 가볍게 쥐었다.


“세상에 납득이 안 가는 억지스러운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 거다.”

“빛이 있기에 어둠이 있다, 그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습니까?”


카오렌은 크게 웃었다. 그의 후계자는 팔찌를 검의 형태로 다시 되돌리고는 빛과 어둠을 주입해 무한대를 상징하는 고리를 만들었다.


“아름답구나.”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빛과 어둠이 서로를 밀어내고, 잡아당기며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무한의 순환을 잠깐 멍하니 바라보던 카오렌은 고개를 들어 혼돈을 바라봤다.


“준비는 됐느냐.”

“그렇습니다.”


타스의 믿음직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우리도 준비 끝났다, 로키.”


이런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장난스러운 목소리. 그렇기에 그 어느 때보다 듬직하게 느껴지는 말에 로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이자 마지막이겠구나.”

“1대가 있어야 2대가 있는 법이고-.”

“1대가 사라져야 진정한 2대가 탄생하는 법.”


카오렌과 로키는 고개를 돌려 서로를 바라봤다. 어깨에 앉아 있던 헤임달과 베르단디도 서로를 바라봤다.

말은 필요 없었다. 네 명은 동시에 입가에 미소를 띠고서 고개를 들었다.


“가자꾸나.”

“영광입니다, 폐하.”


카오렌과 로키는 동시에 창공으로 날아올랐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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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 21. 종막(3) 21.06.19 13 0 11쪽
» 21. 종막(2) 21.06.18 28 0 12쪽
159 21. 종막(1) 21.06.17 1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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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 19. 라그나로크(6) 21.06.07 21 0 12쪽
148 19. 라그나로크(5) 21.06.06 26 0 12쪽
147 19. 라그나로크(4) 21.06.05 29 0 12쪽
146 19. 라그나로크(3) 21.06.04 20 0 13쪽
145 19. 라그나로크(2) 21.06.03 18 0 12쪽
144 19. 라그나로크(1) 21.06.02 1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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