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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 님의 서재입니다.

로키 : 밤의 황제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N.J.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3
최근연재일 :
2021.06.22 19:00
연재수 :
16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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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53,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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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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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0. 혼돈(3)

DUMMY

로키는 속도를 올렸다.


“북서쪽으로 500m. 눈이 열 개 달린 마족! 눈을 보면 강력한 환각에 걸리는 모양이야.”


인형술사들과 광대들이 모은 정보를 오르딘과 블랑이 취합해 명확한 사실만을 전달한다. 로키는 그것을 바탕으로 목적지를 결정하고, 움직였다.


“정동쪽으로 1km! 소와 인간이 섞인 놈이고, 주 무기는 덩치보다 세 배는 큰 도끼.”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연상케 하는 마족. 로키는 라크로닌을 죽였던 것처럼 태양으로 놈을 불태웠다.


“마족 군단 발견! 남쪽으로 방향 틀어!”


더, 조금만 더. 살짝만 더.

더, 더, 더.


“로, 로키 님···.”


강행군에 프레이의 다리가 풀렸다. 그는 그녀를 품에 안고 계속 달렸다.


「키하하하!」

「빌어먹을 천사 놈들. 다 죽여!」

「그럼 인간은?」

「너 마족 맞냐? 당연히 거슬리는 것들은 다 죽여야지.」


로키는 가늘고 길게 숨을 뱉었다. 태양의 열기가 담긴 숨결에 공기가 들끓었다.


“로키 님. 괜찮으세요?”


그녀에게 힘겹게 고개를 끄덕여 준 그는 다시 한번 태양의 힘을 사용했다.


「끄에에엑!」

「녹는다! 내가 녹는다!」


마족들의 비명을 연료로 삼아 조금이라도 더 태양의 힘을 유지하려고 했다. 하지만 심장에 불이 붙은 것만 같은 감각에 결국 태양을 카드로 되돌려야만 했다.


어둠으로 카드를 잡아 주머니에 넣은 그는 제자리에 멈춰 서서 숨을 헐떡였다. 아지랑이가 일 듯 그의 시야가 어지러웠다. 불타지 않은 마족들이 그에게 덤벼들고 있었지만, 정신이 몽롱해 몸을 가눌 수 없었다.


“잔챙이라도 제대로 잡아야지.”

“이거 원, 주인이 너무 강해도 좋은 게 아니라니까.”


피가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마족들에게 쇄도했다. 엉키고, 풀리고, 한 지점에서 교차하며 마족들을 유린한 블러드 서커스가 로키에게 다가왔다.


“괜찮아?”

“···예. 괜찮습니다.”


마법으로 몸의 온도를 낮추고, 이마에는 작은 얼음 조각을 댔다. 덕분에 급격하게 정신이 들었지만, 탈력감이 전신에서 느껴졌다. 휘청거리는 것을 네이선이 받쳐 주었다.


“아내를 안았으면 죽는 한이 있어도 똑바로 서야지.”

“누, 누가 아내라는 거예요!”


피식 웃고 만 그를 대신해 프레이가 제대로 화를 내주었다.


“조금만 쉬었다 가죠.”


로키는 프레이를 땅에 내려 주고 제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마법으로 계속 몸을 차갑게 하면서 블랑을 쳐다봤다.


“다음 목표는 이곳에서 북동쪽으로 400m.”

“···딱 1분만 쉬고 가겠습니다.”

“더 쉬어도 돼.”


네이선이 그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아뇨.”


그의 따뜻한 말은 정말 고맙지만, 지금은 그의 따스함에 감화될 시간이 아니었다.


“계속 가야 합니다.”


카오렌은 마왕과 함께 대륙에 등장했다. 굳이 말로 듣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게 있다. 카오렌과 마왕이 친하다는 것. 즉, 마계를 먼저 공격하게 되면 카오렌과 마계의 동맹이 깨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걷잡을 수 없다.


“···가죠. 1분 다 된 것 같은데.”


그렇기에 그의 마족 사냥에는 한 가지 조건이 붙었다.

‘대륙에 어떤 방식으로든 피해를 준 마족.’이라는 조건이.


“프레이 님.”

“아, 저는 괜찮아요. 라크로닌에게 당했던 상처도 거의 회복됐고요.”


그가 다가가자 프레이가 카드를 한 장 꺼냈다. 카드는 거대한 낫으로 변했고 그녀는 그 위에 사뿐히 올라탔다.


“블랑 님.”

“북북동. 200m.”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건가? 운이 좋군.


“가죠.”


친히 죽으러 오는 마족들에게 원하는 바를 이루어 줄 생각이었다. 로키는 아직도 뜨거운 기운이 남아 있는 기도로 공기를 마시며 발을 뗐다.


바람을 거스르며 뛰던 그는 바람과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점점 속도를 올려 바람을 추월했다. 그가 움직이는 길이 곧 바람의 흐름이 되었다.


「음?」


인간과 매우 흡사한 마족이 그를 발견하고 눈을 부릅떴다. 로키는 눈을 살짝 감았다가 떴다. 세계가 또다시 그와 가장 친숙한 색깔로 이분되었고, 그는 막 검을 뽑으려는 마족을 어둠으로 삼켰다.


「루카!」


다른 마족들이 기겁하며 각자의 무기를 뽑았다. 로키는 빛을 압축했다. 시간은 많이 필요하지 않았다. 지평선 위에 있는 모든 것이 하얗게 빛나고 있었으니까.


「인간!」


호기 넘치는 마족들이 일제히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는 묵묵히 압축했던 빛을 방출했다. 열 개가 넘는 레이저가 마족들의 급소를 꿰뚫었다.

그걸로 끝이었다.


“다음···.”


굉음이 들렸다. 그의 앞에 무언가가 저 높은 곳에서 추락했다. 로키는 손을 움직여 먼지들을 치워냈고, 곧 익숙한 외형의 천사를 볼 수 있었다.


「로키···.」


분노가 목소리를 얻으면 이런 음색일 것 같은 맹목적이고 떨리는 말. 하지만 그것의 주인은 고귀한 대천사였다.


“라파엘.”

“우리 먼저 간다.”


블랑이 그의 어깨를 툭 치고 일행들을 이끌고 멀리 떨어졌다. 덕분에 먼저 가라고 말하는 수고를 덜었다.


“꼴이 말이 아니군요.”


한쪽에만 달려 있는 날개는 예전처럼 아름답지 않았다. 한껏 일그러진 표정과 함께 기괴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드래곤의 조력을 받은 주제에 건방 떨지 마라.」

“그러는 당신도 신의 도움을 받지 않았나요?”


다른 이들이 없어서 그런지 헤임달이 오랜만에 킥킥 웃었다. 듣기만 해도 머리가 한결 차분해지는, 없어서는 안 될 그런 웃음이었다.


“꽤 추워 보이던데, 저도 그 얼음에 들어갈 수 없나요? 힘을 쓰면 몸이 타버릴 듯 뜨거워져서 좀 식히고 싶은데.”


「마음껏 비웃어라.」


라파엘이 검을 허공에 다섯 번 휘둘렀다. 그러자 빛의 밀도가 달라졌다.


「그게 네 마지막이 될 테니.」

“···불가능한 소원을 비는 존재가 왜 누구보다 인간에 가까운 외형을 가지고 있는지를 생각해라.”


지평선으로 나뉘었던 빛과 어둠의 경계가 그의 왼손에 들린 검의 고리로 흡수되며 뒤섞였다. 한계 이상의 힘이 담겼기 때문일까? 고리가 요란한 소리를 냈고 검이 부르르 떨었다.


「죽어라.」

“불가능을 좇던 자는 결국 그것이 애초에 불가능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로키는 검을 휘둘렀다. 순간 시간이 느리게 흐르며 그의 검을 기준으로 세상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흑과 백, 서로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두 기운은 회색으로 변해 게걸스럽게 주변의 것들을 탐했다.


「이럴 수는 없어! 나는 대천사 라파엘이란 말이다!」

“나는 세계 최강자 카오렌 루센트 님의 공식 후계자다.”


로키는 검을 늘어트리며 말했다.


“누구에게도 질 수 없다는 뜻이지.”

「미천한 벌레 따위가!」

“그런 벌레한테 죽는 천사라, 버러지 정도 되는 건가?”


라파엘이 무슨 말을 하려는 듯싶었지만, 입까지 먹힌 탓에 열심히 눈을 굴렸다. 그것도 잠시, 환한 빛을 내뿜던 그는 회색의 일부가 되었다.


로키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떴다.


“···앞으로 쓸 때 조심해야겠네요.”

“그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수준 아닙니까, 이건?”


회색으로 덧칠했던 세상이 전부 사라져 있었다. 잠깐 자신이 만들어낸 고요한 풍경을 감상한 로키는 바삐 걸음을 옮겼다.




- 이그니의 가호가 점차 소멸하고 있습니다.

- 모든 스킬의 효과가 50% 감소, 소모되는 신성력의 양이 60% 증가합니다.


카이저는 이를 악물었다.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고위 마족들을 불태우던 그가 지금은 고작 하급 마족들에게 허덕이고 있었다.


「이그니의 불이 느껴진다!」

「내 어머니가 놈의 불에 산 채로 고문을 받다가 돌아가셨지. 그 복수를 해 주마!」

「너한테 어머니가 있었어?」


저딴 시답잖은 농담이나 듣고 있어야 한다니.


그는 카이저다. 어나더 월드 랭킹 1위의 카이저. 로다인 제국의 공작이었고, 이제는 천계의 가호를 등에 업어 대륙 전체를 통치할 유일무이한 황제, 카이저란 말이다!


“태초의 불꽃!”


이를 악문 그가 손을 뻗자 시뻘건 화염이 마족들을 향해 날아갔다.


「킥킥킥!」

「이그니가 죽은 지 언제인데, 한심한 인간 놈!」


그의 불꽃은, 아니 이그니의 불꽃은 저런 저급한 마족들도 제대로 태우지 못했다. 고갈되기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신성력에서 태어난 화염은 저들의 피부도 그을릴 수 없었다.


“이럴 수가 없어. 나는 카이저야, 카이저라고!”

「뭐야, 미친 인간이었어?」

「뭐 어때. 미친놈은 미친 대로 찢는 재미가 있어.」

「그건 맞아. 팔은 내 거다, 낄낄낄!」


마족들이 그를 포위하고는 서서히 조여 온다. 자신의 힘을 보여주기 부끄러워 대열에서 혼자 떨어져 나온 탓에 그를 도와줄 사람도 없다.


“···이게 정말 내 최후라고?”


믿을 수가 없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봤지만, 날고 있는 수많은 천사 중 그 누구도 그를 도와주지 않았다.


- 당신에게 신 ‘???’의 은총이 강림합니다.


하늘에서 내려온 빛줄기가 그를 꿰뚫었고, 시간이 느리게 흘렀다. 침을 흘리며 그에게 손을 뻗는 마족들의 움직임이 달팽이보다 굼떴다.


- ‘???’가 당신에게 힘을 얻고 싶냐고 묻습니다.


“힘?”


- ‘???’가 누구도 당신을 무시할 수 없는 힘, 모두의 위에 군림할 수 있는 힘을 주겠다고 말합니다.


“당신은 누구지?”


- ‘???’가 수락하면 이름을 밝히겠다고 말합니다.


“···좋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리쳐의 말에 의하면 현실에서 그가 게임을 종료하는 순간만을 기다리는 놈들이 수십 명은 될 거다. 그렇다면 조금이라도 더 오래 이곳에 머무를 수 있는 것이 최선. 거기에 가능하다면 이 분노를 조금이라도 가라앉힐 수 있게 조금이라도 더 많은 놈들을 죽이는 것.


- ‘???’의 계약을 수락하셨습니다.

- ‘???’가 자신의 진명을 공개합니다.

- ‘신’이 당신에게 남은 이그니의 잔재를 흡수합니다.


신?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건가?


「너는 누구보다 강한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중후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 ‘신’이라는 놈은, 지금 그를 비웃고 있었다.


「내 안에서 말이지.」


- 당신의 직업 ‘성화의 계승자’의 특수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 당신의 존재가 뿌리, ‘신’에게 흡수됩니다.


“···이 개새끼가 나를 속여!”

「쌓은 업보는 반드시 되돌아오는 법.」


발버둥을 쳐 보지만, 의미가 없었다. 그의 몸은 고운 가루로 변해 빛줄기에 흡수되는 중이었다.


「바다로 흘러간 강물은 비가 되어 다시 강물이 되지. 너 또한 마찬가지다.」

“안 돼! 안-.”

「영광으로 알아라. 이방인 주제에 나와 하나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음을.」


카이저를 온전히 흡수한 빛줄기가 하늘로 돌아갔다.


「뭐야?」

「미친놈 어디 갔어?」


갑자기 사라진 카이저를 찾던 마족들을 머리를 긁적이고는 다른 사냥감을 향해 발걸음을 돌렸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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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17. 신의 이름으로(4) 21.05.30 2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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