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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 님의 서재입니다.

로키 : 밤의 황제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N.J.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3
최근연재일 :
2021.06.22 19:00
연재수 :
16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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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53,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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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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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9. 라그나로크(6)

DUMMY

성역화가 거의 완료된 천사들의 도시. 먼지 한 톨도 허락하지 않는 이 완벽한 도시에, 핏자국과 부러진 깃털들이 즐비했다.


「···믿을 수 없다. 어떻게 인간이-.」

“푸념은 다음에 늘어놓고, 지금은 내 부탁을 들어주는 게 우선이오. 안젤루스.”


카오렌은 안젤루스의 목에 검을 들이밀며 말했다.


대천사장의 자랑이었던 여섯 쌍의 날개 중 절반은 뜯겨 사라졌다. 나머지 날개들은 깃털이 무더기로 뽑힌 상태였고, 날개에 붙어 있는 깃털들은 모두 부러지거나 피에 물들어 있었다.


「내가 인정할 것 같으냐? 네놈은 인간이다. 인간이 고귀한 존재의 자리를 노리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바람으로 만든 검에 베여 세로로 길쭉한 상처를 입은 왼쪽 눈. 잘려버린 오른쪽 팔. 넝마가 되어버린 의복을 입고 있는 안젤루스가 악에 차 소리 질렀다.


“대천사장인 그대를 꺾었으니 자격은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죽지 않는 한, 그대를 인정할 수 없다.」


그 말을 남기고 그녀는 눈을 감았다. 하는 수 없이 그녀의 목을 베려고 하는 그때, 알림음과 함께 메시지가 나타났다.


- 대천사장의 인정을 받으셨습니다.

- 퀘스트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 퀘스트, ‘지상계의 최강자’를 클리어하셨습니다.


“···고맙소, 안젤루스.”


메시지를 확인한 그는 검을 구성하고 있던 바람을 원래 있어야 할 자리로 돌려보냈다.


「어딜 가는 거냐, 카오렌 루센트!」


안젤루스가 버럭 외치며 일어섰다.


「나를 죽이고 가라! 나는 대천사장 안젤루스다! 네까짓 인간에게 목숨을 구걸 받을 존재가 아니란 말이다!」

“그대가 나를 인정했으니, 굳이 죽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나는 그대를 인정하지 않았어!」


세 쌍의 날개를 활짝 펼친 그녀가 쏜살같이 그를 향해 날아왔다. 하지만 그녀의 최대 속도를 경험했던 그에게 그녀는, 달팽이보다 느리게 느껴졌다.


「라그나로크의 승리는 우리 천계의 것이다, 카오렌 루센트!」


무기를 만들 힘도 없던 그녀는 남은 신성력을 짜내 손톱을 강화했다. 그 모습이 박투술을 즐겨 사용하는 마족과 매우 흡사했다.


“그건 끝까지 가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지.”


카오렌은 왼쪽으로 손을 뻗었다.


- 바람이 당신의 의지에 반응합니다.


날카로운 바람으로 벼려진 검이 그의 손에 들렸고, 그는 옆으로 몸을 돌려 안젤루스의 공격을 피한 뒤 그녀의 목을 베었다.


“···목숨보다 자존심이 더 중요했나?”


- 대천사장 안젤루스를 처치했습니다!

- 인류 역사상 최초의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 칭호, ‘대천사들의 대역죄인’, ‘마왕성의 귀빈’을 획득하셨습니다.

- 경험치를 획득하셨습니다.

- 레벨이 올랐습니다.

- 레벨이···.


주변 풍경을 뒤덮을 정도로 어지럽게 나타나는 메시지들. 카오렌은 그것들을 전부 치우고 걸음을 재촉했다.


띠링!


초월 퀘스트, 종족의 한계를 넘어서


인간으로 태어난 당신은 마왕과 대천사장의 인정을 받아 공식적으로 종족의 한계를 넘어섰습니다. 이제 당신은 단 하나의 관문을 남겨 두고 있습니다. 인간은 태초에 빈손으로 태어나, 빈손으로 죽습니다.

가진 것 없이 태어난 당신은 지금 그 어떤 인간보다도 많은 것들을 가지고 있고, 신이 되기 위해서는 그것들을 전부 버려야 합니다.


- 퀘스트 조건 : 완벽한 ‘무’의 상태가 될 것

- 클리어 보상 : 신

- 실패 페널티 : 온전한 초월 실패로 인해 평범한 천사나 마족으로 종족 변경


“완벽한 무의 상태라···. 이거 혹시 제가 입고 있는 옷도 버려야 하는 겁니까?”

“글쎄요?”


베르단디가 손으로 입가를 가리고는 호호 웃었다.


“그 모습도 궁금하긴 하네요.”

“아니군요. 그렇다면 제가 가지고 있는 힘을 주면 클리어할 수 있겠군요. 다행입니다.”


그의 말에 그녀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당신과는 대화를 나누는 재미가 없습니다.”

“제가 말주변이 없는 편입니다.”


- 당신의 절대감각에 누군가의 살의가 감지되었습니다.


그는 옆으로 한 발짝 물러났다. 그가 서 있던 자리에 거대한 화염의 창이 꽂혔고, 그것은 곧 한 사람의 실루엣이 되었다.


“···이그니.”

「카오렌 루센트.」


이그니는 팔짱을 끼며 말했다.


“안젤루스의 복수를 하고 싶은 것이오?”

「그럴 리가.」


이그니가 피식 웃었다.


「대천사장의 자리야 지금 있는 대천사 중 아무나 뽑아도 되는 일이다. 빈 대천사의 자리 역시, 아무나 뽑으면 되는 일이지.」


대천사장이면 분명 신과도 밀접한 관계에 있는 존재일 텐데, 그는 안젤루스를 언제든 교체가 가능한 기계의 부품처럼 취급하고 있었다.


“그래서 아무도 나서지 않은 거로군.”

「우리의 진정한 적은 그대가 아닌 마계니까.」

“그렇다고 해도 안젤루스는 훌륭한 전력이었을 텐데?”


잠깐 그를 쳐다보던 이그니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지금 뭐 하자는 건가, 카오렌 루센트? 자신이 죽인 천사를 변호하다니.」

“···볼일이 없다면 이만 가겠소.”

「라그나로크에 참전하지 마라.」


그렇게 말한 이그니가 바람에 뒤섞여 사라졌다.


「조금이라도 더 살고 싶다면 말이지. 크흐흐흐.」

“···조금이라도 더 살고 싶다면, 이라.”


이그니가 한 말을 되새기는 그는 아리송한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멈췄던 걸음을 다시 옮기기 시작했다.




드래곤의 마법은 의지를 통해 발현된다. 그렇기에 예측하기가 불가능에 가깝고, 위력과 범위를 계산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카슈테르 님은 봐주셨던 건가?”


로키는 쉴 새 없이 엘프의 검을 휘둘렀다. 모든 자연이 그가 만든 검로를 따라 움직였다.


「그게 당신의 한계인가요?」


그녀의 말 한 번에, 그의 뜻대로 움직이던 자연이 멈췄다. 그리고 일제히 그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조금 실망이네요.」

“실망하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로키는 날개를 이용해 그녀의 마법을 회피했다. 사각에서 날아오는 것은 공간이동으로 아예 피하고, 부술 수 있는 것은 부수고 상쇄할 수 있는 것은 똑같은 속성으로 파훼했다.


구름, 번개, 물, 바람, 열기, 얼음. 주변에 존재하는 자연의 구성 요소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로제니아는 마법사가 아닌 지휘자에 가까웠다.


“블랙, 화이트.”

- 언제 불러 주나 싶었네!

- 지금의 그대는 몹시 매력적이군요.


도저히 마법만으로는 그녀를 이길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이길 수 있는 패를 늘리기로 했다.


“방어 위주로 부탁드립니다.”

-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지!

- 쯧. 저런 격이 떨어지는 작자하고 왜 계속 붙어 다녀야 하는지.


로제니아가 난사하는 고위력 마법들을 둘이 절묘하게 분담한다. 덕분에 여유가 생긴 로키는 로제니아를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갔다.


「정령왕 두 마리를 한 번에 소환했는데 멀쩡한 인간이라. 정신력 하나는 이미 저희와 동급이군요.」


그녀가 본격적으로 두 손을 움직였다.


바다가 치솟고, 구름이 뭉치고, 바람이 불었다. 거기에 마법진을 비롯해 온갖 마법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 크하하하! 역시 드래곤이군!


블랙이 자신의 몸보다 열 배는 넘게 큰 거대한 도를 만들어 두 손으로 쥐었다. 그리고 힘껏 왼쪽 아래에서 오른쪽 위로 휘둘렀다.


- 이름하여 절공참!


두껍고 거친 검은색 선이 일순 하늘을 두 조각으로 베었다. 선에 닿은 로제니아의 마법들은 모조리 폭발했다.


「왜 진작 꺼내지 않았죠?」

“제가 과분하게도 많은 분들께 힘을 받은 터라, 저 스스로가 가끔 제가 가진 힘을 까먹을 때가 있습니다. 게다가···.”


그녀는 그가 검을 휘둘러 만든 바람의 칼날을 손가락 한 번 까닥이는 것으로 소멸시켰다.


“제게 각 드래곤의 자신 있는 분야로만 싸우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자연을 다루시기에 정령왕을 소환해도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건 라우에르가 한 말이지, 제가 한 것이 아닙니다.」


당당한 그녀의 대답에 로키는 순간 어안이 벙벙했다.


- 그럴 여유가 있는 상대였던가요, 드래곤이?


화이트가 수십 개의 레이저를 발사하며 말했다. 그리고 세로로 길쭉한 직사각형 모양으로 빛을 다듬어 로제니아의 주위에 여러 개 설치했다.


- 라이트 미러.


한 거울에서 빛이 나타났다. 그 빛은 다른 거울에 들어갔고, 나올 때는 세 갈래로 나뉘어 있었다. 세 줄기의 빛은 제각각 다른 거울로 들어가 똑같이 세 배만큼 늘어났고, 몇 번의 반복 끝에 빛은 로제니아를 집어삼킬 정도가 되었다.


- 절룡참!


그 위에 블랙의 도가 꽂혔다. 화이트의 기술을 두 조각내며 순간적으로 바다를 가를 정도의 참격.


로키는 엘프의 검을 팔찌로 돌려 오른 손목에 착용했고, 왼손에 쥐고 있던 검을 오른손으로 옮겼다. 그리고 빛과 어둠을 사방으로 퍼트리는 동시에 검에 주입했다.


「카슈테르에게 했던 일격. 제게 보여줄 수 있겠습니까?」


로제니아는 화이트와 블랙의 협공에 상처 하나 없었다.


- 저건 너무 멀쩡한 거 아니야?

- 옷깃 하나 스치지 못했네요. 뭐, 예상했지만.

“두 분. 저를 좀 도와주시죠.”


로키는 블랙과 화이트를 불렀다.


「그때의 일격을 단순히 재현하는 것으로는 모자랍니다. 저는 당신이 그때의 당신을 뛰어넘기를 바랍니다.」

“지금부터 최대한 힘을 비축하고, 제가 신호하는 순간에 맞춰 방출하시면 됩니다.”


로제니아가 검지로 바다의 심연을 가리켰다.


「그래야 우리보다 인간을 선택한 그의 생각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여태까지 본 적이 없던 종류의 마법이었다. 마치 비밀기지의 입구가 드러나듯 그녀가 가리키는 곳의 바닷물이 좌우로 밀려났다. 그리고 저 깊은 바닥에서 거대한 눈동자가 세상을 바라봤다.


「당신들에게 우리가 목숨을 바쳐 지킬 가치가 있는지를, 제게 알려 주세요.」

“가겠습니다.”


블랙과 화이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카슈테르 때처럼 어둠이 로제니아에게 향하는 최적의 경로를 표시해 주었다. 빛은 그 무엇도 방해할 수 없게 길 주변을 지키는 단단한 벽이 되어 주었다.


“준비.”


땅을 박찼다. 애초에 등에 날개를 달고 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빨랐다.


“지금입니다!”


로키는 검을 휘두르며 속에 축적하고 있던 빛과 어둠을 일시에 방출했다. 그와 동시에 화이트와 블랙도 가지고 있는 모든 힘을 쏟았다.


- 이거 멋지군!

- 아름답네요.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빛과 어둠이 한데 뒤섞인다. 로제니아가 마법을 사용하지만 회전하고 있는 어둠에 전부 먹힐 뿐이었다.


「훌륭하군요. 마탑을 하나 세워도 될 정도예요.」


상극인 빛과 어둠이 한곳에 뭉친 대가는 거대한 폭발이었다. 어둠은 주변의 모든 것을 삼켰고, 빛은 모든 것을 불태웠다. 로제니아가 깨운 심해 속의 눈동자는 빛의 폭발에 휘말려 소멸했다.


「감탄했습니다.」


어느새 드래곤의 모습으로 돌아간 로제니아가 말했다. 목 부분의 비늘이 부서져 있고, 괴상하게 난 상처에서는 피가 흘렀다.


「제 분노는 지금 이 시간부로 사라졌습니다.」

“감사합니다.”


검을 팔찌로 만들어 왼 손목에 찬 로키는 고개를 숙였다.


「그럼, 라그나로크가 시작하기 전까지 수고하세요.」

“···한 번 남은 것 아니었습니까?”


카슈테르, 로제니아를 겪었으니, 그의 기억이 맞다면 이제 남은 것은 라우에르의 분노뿐이다.


「글쎄요. 저희의 개채 수는 오십을 넘기지 않습니다만, 그렇게 적은 편도 아닙니다.」


그 말을 남기고 그녀는 텔레포트를 사용해 사라졌다. 로키는 멍하니 그녀가 있던 곳을 바라봤다.


“···유감이네요.”


로키는 헤임달에게 꿀밤 한 대만 먹이고 싶어졌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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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라그나로크(6) 21.06.07 2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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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19. 라그나로크(3) 21.06.04 20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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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18. 마계의 문(2) 21.05.31 20 0 14쪽
141 18. 마계의 문(1) 21.05.30 25 0 12쪽
140 17. 신의 이름으로(4) 21.05.30 2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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