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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 님의 서재입니다.

로키 : 밤의 황제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N.J.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3
최근연재일 :
2021.06.2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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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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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라그나로크(2)

DUMMY

잠깐 현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TV로 대충 확인한 성훈은 다시 어나더 월드에 접속했다. 현실에서의 삶을 소외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리드마 대륙의 시원하고 깨끗한 공기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안정되는 것 같았다.


“아름답지 않습니까?”


그론 산맥의 최중심부. 이곳에 있는 산은 구름을 뚫고 올라갈 정도의 높이를 자랑해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눈으로 만든 이불을 절대 걷어내지 않는다.


“절경이란 이런 것이죠.”


헤임달의 말에 로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늘색 바다 밑에 잠겨 있는 대륙은 이곳이 아닌 현실에서의 아틀란티스에 관한 전설을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그것을 알아야 합니다. 이 산은 현실의 히말라야 산맥의 일부를 상당 부분 참조해 만들었습니다.”

“저작권은 지급했습니까?”


복잡한 머릿속을 정돈하기 위해 로키는 되지도 않는 농담을 던졌다.


“매년 지구 환경 보존 및 복원 사업에 50억씩 기부하고 있으니 저작권으로는 충분하겠죠.”


헤임달이 고맙게도 그의 농담을 받아 주었다.


“뭐, 턱없이 모자란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까지는 어쩔 수 없으니까요.”

“기뻐할 겁니다.”


그렇게 대답한 로키는 갑자기 목덜미에서 느껴지는 축축하고 서늘한 감촉에 몸을 떨었다. 크기를 짐작할 수가 없는 거대한 구름이 그를 스치며 흘러가고 있었다.


“···저는.”


로키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일종의 버그 같은 존재인가요?”

“버그? 무슨 뜻입니까?”


헤임달이 그의 어깨에서 내려와 그의 눈앞에 섰다.


“제 성장 속도는 말이 되지 않습니다.”


그는 궁금함 외에는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헤임달의 눈을 보며 설명을 시작했다.


“훌륭한 직업을 받았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어나더 월드에서 가장 강한 직업이겠죠, 추측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제 플레이는 확실히 비정상적입니다.”

“어느 부분이 비정상적이죠?”


헤임달이 팔짱을 꼈다.


“여태까지 제가 한 것들을 생각해 보면 됩니다. 카라스 남작 가문, 영원한 침묵과의 연결 고리까지는 납득이 가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크로스 라인에 도착해서는 몬스터 군단을 이끌고 침공했고, 신을 상대로 싸웠습니다. 그런 후에는 전쟁이 터져서 저 혼자 성 하나를 지켰고, 드래곤을 죽였으며, 천사들을 상대로 마계의 문을 열었습니다.”


일개 유저가 해냈다고는 믿을 수가 없는 업적.


“그게 무슨 문제라도 되나요?”

“···저는 이곳에서 이방인이 아닌 사람으로 플레이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죠.”


훌륭한 동료, 터무니없는 직업, 필요할 때마다 따라주는 천운.


“그렇기에 더욱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것들로는 로키가 계속 마음 한편에 쌓아두고 있었던 의문을 해결할 수 없었다.


“어떻게 저는 랭커, 드래곤, 천사장, 마왕들을 보고도 멀쩡할 수가 있는 겁니까? 단련을 하지 않아도, 마나로만 신체를 강화했을 뿐인데 어떻게 이렇게까지 제가 상상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겁니까?”

“흠···.”


헤임달은 턱을 손으로 어루만지며 흥미롭다는 미소를 지었다. 로키는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저는 로키 님이 진정으로 이 세계를 이해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이거 의외군요. 아니, 이해하고 있어서 발생한 의문인가요?”


정확하게 짚었다. 이 세계를 아직도 게임이라고 생각했다면 이런 의문은 절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현실이기 때문에 가능한 겁니다. 로키 당신의 그 비정상적인 성장세는.”

“네?”

“시스템의 보조를 받고 있었다면 불가능했겠죠. 얻을 수 있는 경험치의 양에 락을 걸어 두었으니까.”


로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레벨이 낮은 유저가 고레벨 유저와 파티를 맺어 난도 높은 던전을 클리어해 레벨을 빠르게 올리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어나더 월드에서는 기여도에 따른 차등 분배와 획득 가능한 경험치의 상한선을 측정해 놓았다.


“하지만 로키 님에게 적용된 시스템은 하나도 없습니다. 굳이 하나 찾자면 시스템의 적용을 막는 시스템이라고나 할까요? NPC보다 더 자유로운 상태인 겁니다.”

“···그래서 가능했다?”

“그렇죠.”


헤임달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실을 생각하세요, 로키. 현실의 그 누구도 게임처럼 정해진 경험치를 쌓고 지속적으로 꾸준한 성장을 하지 못합니다. 개인마다 편차가 존재하기 마련이죠.”


같은 시간, 같은 노력을 들여도 결과물은 동일하지 않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어나더 월드에 더 열광하는 것이다. 적어도 리드마 대륙에서는, 그들이 한 행동에 대한 대가가 눈에 보이니까.


“인간의 육체를 지배하는 것은 정신입니다. 플라시보 효과라는 게 괜히 있는 게 아닙니다.”

“제가 굳게 믿었기 때문에 이루어졌다는 겁니까?”

“단순한 믿음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죠.”


헤임달이 피식 웃고는 대답했다.


“당신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움직였습니다. 그렇기에 얻은 겁니다. 이 세상에 생각만 하고 실천하지 않는 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로키 님은 알지 못할 겁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움직이는 자들도 셀 수 없이 많죠.”

“그들은 의지가 당신만큼 강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말한 헤임달은 다시 로키의 어깨에 올라탔다.


“처음에는 베르단디가 왜 당신을 골랐는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갑작스러운 헤임달의 고백.

로키는 자신의 볼을 간지럽히고 떠나는 구름을 쳐다보며 그의 말에 집중했다.


“솔직히 말해 당신 같은 인간을 찾고자 하면 못 찾을 게 없습니다. 게임에 대한 재능, 암흑가에서의 경험. 조건은 두 가지에 불과했고, 지구의 인구수는 70억에 달하니까.”


로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당신은 스스로 증명했습니다. 제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헤임달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니 당당해지십시오. 당신의 그 강함은, 스스로 쟁취한 것이니까. 쭉 당신의 곁에 있었던 제가 보증할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헤임달이 입김을 불었다.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주민들의 피해를 최대한 줄이면서 해봐야죠.”

“아무리 강한 동료들이 있다고 해도 천계를 상대로는 무리입니다.”

“마계까지 상대해야 할 수도 있죠. 알고 있습니다.”


로키는 차분히 생각을 정리했다. 상황에 끌려다니는 자는 하수, 상황을 이용하는 자는 고수다. 아주 오랜만에 아버지가 자주 하셨던 말을 떠올렸다.


“···방송을 한번 해볼까요?”

“방송이요?”


헤임달이 되물었다. 로키는 그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방송국, 몇 개까지 계약 가능한가요?”




운명 퀘스트, 라그나로크


천계의 강림 이후에 열린 마계의 문. 그로 인해 천계의 신들이 지상에 강림할 명분을 갖추게 되었고, 마계에 있는 마족들은 강한 자와의 싸움을 위해 모두 지상계로 올라올 것입니다.

리드마 대륙에 전례 없는 위기가 도래했습니다. 천족과 마족의 싸움으로 인해 대륙의 모든 것이 황폐해질 것입니다. 역사의 수많은 반복 중 한 번에 불과한 이 싸움으로 대륙의 지배자가 바뀔 수도 있습니다.

당신들은 선택해야 합니다. 가만히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일지, 아니면 발버둥이라도 치다가 짓밟힐지. 어떤 선택을 하든, 당신의 미래가 죽음이라는 것은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자, 죽음으로 걸어갈 준비가 되셨습니까?


- 클리어 조건 : 라그나로크의 종전.

- 퀘스트 보상 : 대륙의 황폐화. 인간이란 종족의 보존.

- 실패 페널티 : 천계 혹은 마계의 식민지화. ‘인간’이라는 종족을 지칭하는 단어 박탈.


운명 퀘스트.


여태껏 누구도 받아본 적이 없었던 퀘스트의 발동에 유저들은 체념했다.


“아직 드래곤의 브레스도 남았는데 갑자기 천족과 마족이 싸운다고?”

“야, 그 퀘스트 취소된 거 아니었어?”

“아니. 그대로 있던데?”


갑작스럽게 열린 천계와의 통로. 그런 후에 등장한 마계의 문. 화룡점정으로 발동된 퀘스트 라그나로크.

너무나도 거대한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는 탓에 유저들은 잊고 있었다. 드래곤들이 로다인 제국에 복수하러 찾아온다는 것을.


“이제 우리 어떡하냐?”

“그걸 왜 나한테 물어.”


구심점을 잃은 유저들은 방황했다. 카이저는 오성 그룹의 후계자 변경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고, 카이저 길드는 천계의 편에 붙었다. 그렇다고 천계의 밑으로 들어가기에는 죄를 지은 자들에 학살 명령을 내렸던 모습이 뇌리에 강하게 박혀 있었다.


“확 그냥 마계에 붙어?”

“걔네들은 약한 놈들은 벌레 취급하잖아.”


마계의 편이 되기에는 조건이 모자랐다. 살아남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마계의 편에 서고자 했던 유저들은 전부 반죽음 상태로 내쫓겼다.


“우리에게 벌레를 사육하는 취미는 없다.”


마족의 모욕에 반발심을 느낀 유저들이 대거 천계로 붙었다. 천족들은 그들을 따스하게 맞아 주었지만, 그게 전부였다. 마계와의 대결에서 고기 방패로 마족의 힘을 티끌만큼이라도 소모하게 하는 것. 그것이 라그나로크에서 인간이 맡을 수 있는 최대치의 업무였다.


“우리 진짜 어떡하냐···.”


유저들은 절망했다. 자신의 실력에 자부심을 가진 랭커든, 친구의 추천으로 막 게임을 시작한 뉴비든 똑같았다.

벽이 있었다. 자신들은 결코 넘을 수 없는, 끝이 보이지 않는 높고 두꺼운 벽이.


- 아, 아. 잘 들리시나요?

그런 유저들에게 갑작스레 방송이 송출되었다. 팬드래건의 기사 순위 결정식에서 인기인으로 급부상한 유저, 로키였다.


- 반갑습니다, 여러분. 저는 로키라고 합니다.

“뭐야, 이거?”

“생방송인가?”


어나더 월드를 비롯해 현실의 TV, 인터넷 등 영상을 볼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로키의 얼굴이 나타났다.


- 여러분들에게는 어나더 월드가 단순한 게임에 불과합니까?


로키는 가벼운 말투로 무거운 질문을 던졌다.


- 만약 그렇다면, 왜 아직 이 게임을 떠나지 않으시는 겁니까? 라그나로크로 세상은 멸망으로 나아갈 텐데.


유저들은 가만히 로키의 말을 들었다.


- 그거 아십니까? 이 게임의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인공지능은 여러분들을 싫어한다는 것을. NPC들을 한 명의 사람으로 존중해 주지 않고 함부로 대한다면서 화를 내더군요.


순간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로키는 실드로 그것을 가볍게 막아내며 말을 이었다.


- 이제는 선택의 시간이 왔습니다.


미소를 짓고 있던 로키가 얼굴에서 감정을 지웠다.


- 당신들이 이곳을 단순한 게임이라고 여긴다면, 라그나로크를 기회로 삼아 떠나십시오. 어차피 게임 아닙니까? 어나더 월드를 대체할 게임은 결국 나오게 될 겁니다. ···한 10년이나 20년쯤은 지나야겠지만, 결국 게임이잖아요? 당신들이 그렇게 강조했던 것처럼.


그렇게 말한 로키가 다시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 하지만 이곳이 여러분들에게 게임 이상의 장소라면, 현실로 인식하지는 않지만 단순한 게임 이상의 무언가라는 생각이 드신다면 저를 도와 라그나로크에 참전해 주십시오. 저는 천계도, 마계의 편도 아닌 리드마 대륙의 편이 되어 라그나로크에 참여할 생각입니다.


로키가 고개를 숙였다.

방송이 꺼졌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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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 19. 라그나로크(6) 21.06.07 2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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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18. 마계의 문(2) 21.05.31 20 0 14쪽
141 18. 마계의 문(1) 21.05.30 25 0 12쪽
140 17. 신의 이름으로(4) 21.05.30 2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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