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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 님의 서재입니다.

로키 : 밤의 황제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N.J.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3
최근연재일 :
2021.06.2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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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3,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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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3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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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8. 마계의 문(1)

DUMMY

카이저는 자신에게 드디어 고생한 만큼의 대가가 찾아왔다고 생각했다.


로키와 얽히게 된 이후로 그의 삶은 평탄하지 않았다. 사회적, 게임 내의 지위는 올라갔지만, 그에 따르는 명예는 보잘것없었다. 부동의 1위여야 했던 그는 로키에게 매번 비교당했다. 전투 센스, 스킬, 직업, 보유 중인 병력, 침착함과 판단력 등등.


내가 왜?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오성 그룹의 회장 자리에 올라도, 제국의 공작이 되어도 항상 일이 꼬였다. 사람들의 존경과 축하 대신 비난과 의심을 받았고 지금은 친한 척하고 있지만, 제국의 황제는 언제든 그를 죽일 생각을 하고 있다.


성화의 계승자.


그런 그에게 이 직업은 정말 먹음직스러웠다. 뒷배도 든든했다. 미치광이 황제가 아닌 저 높은 곳에서 모두를 내려다보는 신. 카이저 길드를 만든 후로 지속적인 뇌물을 바쳐 이그니 교단과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만든 게 도움이 된 것 같았다.


“전직한다.”


그는 망설이지 않았다. 분명 비비안의 제자로 배운 마법들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하지만, 그녀는 죽었다. 그것도 로키랑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여자에게 쪽도 못 쓰고. 이 사건으로 인해 비비안의 제자인 그의 명예와 평판 역시 하락했다.


‘이 직업으로 반등을 노린다.’


- ‘성화의 계승자’로 전직하셨습니다.

- 마검사로 가지고 있던 스킬의 숙련도 70%가 새로운 직업의 스킬 숙련도로 전승됩니다.

- 스텟이 직업에 맞게 재조정됩니다.


이그니의 불꽃이 한 마리의 용이 되어 그의 전신을 한 바퀴 휘감더니 심장으로 들어갔다.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불의 기운.

나쁘지 않았다.


「너는 로키라는 놈과 악연이 있었지.」

“예.”

「죽여라.」


그 말을 남기고 이그니는 사라졌다.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죽일 겁니다.”


카이저는 눈을 빛냈다. 로키만 사라지면, 그의 인생에서 성훈이라는 존재만 사라지면 그 누구도 그를 막을 수 없다,


“스킬 창.”


오성 그룹의 회장 즉위식은 기약 없이 미뤘다. 회장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 때문이라고 둘러댔다. 지금은 로키를 대륙에서 지워버리는 것이 최우선 목표.

리쳐도, 할아버지도 그의 진정한 적수는 되지 못했다. 오로지 로키만이 그와 대등한 위치에 서 있었다.


‘이거라면 할 수 있겠어.’


스킬 창과 스텟, 전직에 따라 바뀐 특성을 확인하는 카이저의 입가는 점점 곡선을 그려갔다.




“마계의 문을 연다고?”


니케가 말했다. 분명 지금이 처음 만나는 것일 텐데, 능청스럽게 반말로 대화를 시작했다.


“마계의 문은 어둠의 땅에 있잖아.”

“그곳으로 나오면 페널티가 있습니다. 천사들이 인간들의 몸에 강림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렇다면 어둠의 땅에 있는 문은 사용할 수 없다. 이미 신이 강림해서 천계의 존재들이 아무런 제약도 없이 대륙에서 날뛰고 있는 상황.


“다시 한번 제단으로 가야겠군요.”


그곳으로 가서, 이번에는 마계의 문을 연다.


“그게 지금으로서는 유일한 방법인 것 같습니다.”


멀린이 고개를 들었다. 로키도 그를 따라 하늘을 올려다봤다. 천사들이 라퓨타의 주변을 날고 있었다. 그 수가 점점 늘어났는데, 멀린이 만든 결계를 눈치챈 모양이었다.


“시간이 없군요.”

“얼마나 버틸 수 있습니까?”

“···신의 직접적인 개입이 없다면 1주 정도는­.”


하늘이 갑자기 주황빛으로 물들었다.


“최대 하루? 정도 버틸 수 있겠습니다.”

“두 번의 기회는 없다.”


그 편이 오히려 좋다고 생각했다. 다음을 노리면 된다는 안일한 마음가짐으로는 삼엄한 경계를 뚫을 수 없을 테니까.


“니케 님. 한 번만 더 저를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러지, 뭐.”


니케는 흔쾌히 그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그니 말고 다른 놈들이 내려오면 아무리 나라도 버거우니까.”


그녀는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아 누군가를 불렀다. 카이로스와 로키는 그 대상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오랜만이구나.”


주변을 에메랄드로 변환한 것 같은 진한 신성력의 방출 이후, 니케의 분위기가 돌변했다. 차분하고 고요했으며 눈동자는 만물을 비추는 거대한 거울처럼 느껴졌다.


“두 번째 만남이군요.”


니케는, 아니. 니케의 언니는 로키의 말을 듣고 가벼운 미소를 입가에 띠었다.


“뭐라고 불러야 할지 알려주시겠습니까?”

“그냥 니케라고 불러라.”


그렇게 답한 그녀는 하늘을 바라봤다.


“저놈은 내가 맡으마. 나머지는 할 수 있겠지?”

“하겠습니다. 반드시.”


로키의 각오를 들은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카이로스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그대는 나와 같이 가자.”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카이로스의 등에 날개가 한 쌍 돋아났다. 천계의 천사들과는 다르게 에메랄드색이었다.


“이제는 도움이 되겠지?”


카이로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쏜살같이 위로 향하는 니케의 뒤를 따랐다.


“로키!”


왼쪽 먼 곳에서부터 블랑, 프레이, 네이선이 달려왔다.


“우리도 가자.”

“예?”


천사와 카이저 길드가 득실거리는 곳. 그곳에 가면 희생은 필수불가결하다. 로키는 그런 곳에 저들을 데리고 가고 싶지는 않았다.


“부탁이 아니라 통보긴 해. 우리도 같이 간다.”


블랑의 말에 프레이, 네이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르딘은 이미 궁전에서 인형으로 내부 구조를 파악하는 중이야. 우리는 받은 정보로 지도를 그리는 중이고. 3분 정도 지나면 완전한 지도가 완성될 거야.”

“···죽을 겁니다.”


예전이라면 모두를 자신이 지키면 된다고 생각해서 같이 가자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자신의 강함에 존재하는 한계를 안다. 그렇기에 경고했다.


“인간으로 태어나 천사와 신을 상대로 싸우다 죽는다. 제법 멋진 이야기가 만들어지겠어.”


블랑이 태연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차피 저도 로키 님과 같은 이방인이잖아요. 죽는 건 제게 아무런 의미가 없는걸요.”


프레이가 이제는 제법 그럴싸한 말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주군을 사지에 혼자 가게 내버려 두는 건 기사가 아니야. 비겁한 배신자나 할 일이지.”


네이선이 자신의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


쉽게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가지고 게임에 들어와 만난 상처를 가진 사람들. 서로의 상처를 치료해 주고, 위로해 주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되어준다. 현실에서는 느껴 보지 못했던 간지러운 감정이 로키를 웃게 했다.


“이것이 박사님과 저희가 게임을 만들기로 했던 궁극적인 목적.”


헤임달이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현실이 고달픈 이들에게 새로운 연결고리를 만들어 주는 것. 삭막한 현실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는 것. 그런 목적으로 만들어진 이름 ‘어나더 월드’.”


앉아 있던 헤임달이 일어나 로키를 바라봤다. 그리고 웃으며 말했다.


“당신의 또 다른 세상은 마음에 드십니까?”

“제 삶에 있어서 가장 큰 행복이 이 게임을 만나게 된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헤임달이 정중하게 허리를 숙였다. 로키 역시 그에게 진심을 담아 고개를 숙여 주었다.


“그런 당신에게 의뢰하고 싶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언제든지.”

“리드마 대륙을 구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로키는 헤임달의 의뢰를 수락하고 그의 말을 기다리고 있는 세 명을 바라봤다. 블랑은 헤임달이 보이는지 다른 두 명과 달리 진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베르단디가 카오렌 루센트와 당신을 이용하려는 계획을 세운 목적은 이 세계의 원주민들을 지키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저들의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한 게임이 아닌 진정한 또 하나의 세상.”


로키는 마음을 굳혔다. 그가 여태 걸어온 길이, 그에게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고 있었다.


“럴러바이, 영원한 침묵, 블러드 서커스, 일루전, 다크 바겐. 저와 싸우고 싶다고 말했으니, 당신들을 철저하게 이용하겠습니다.”


위에서 폭음이 들려왔다. 니케와 이그니의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되었다.


“저희의 목적은 로크 왕국의 수도에 있는 왕성 지하에 숨겨진 개문의 제단에 아티팩트를 설치해 마계의 문을 여는 것.”


로키는 포탈을 열었다.


“프레이 님이 먼저 가서 결계를 만들어 주세요. 설령 대천사라고 해도 우리를 알아볼 수 없도록.”

“네.”


고개를 끄덕인 프레이가 포탈 안으로 들어갔다.


“블러드 서커스는 프레이의 호위 및 주변 정찰.”

“오케이!”


네이선이 포탈로 뛰어들었다.


“영원한 침묵은 궁전 곳곳에 인형 배치. 적의 병력 파악을.”


블랑의 옷깃에 숨어 있던 작은 인형이 톡 튀어나와 포탈 안으로 사라졌다.


“나는?”


블랑이 헤테로도스에게 받은 단검을 다섯 개로 분열시키며 흥분을 드러냈다.


“럴러바이는 정보 수집 담당입니다. 다크 바겐의 정확한 재산을 파악하는 것까지 포함해서.”

“···농담이지?”

“아뇨. 진심입니다만.”


블랑의 주위를 떠돌던 단검이 일제히 로키의 목을 겨눴다.


“그런 장난은 안 쳤으면 좋겠어.”

“···블랑 님은 저와 가죠. 변장도 하실 수 있으니까.”

“음. 다른 애들한테 네 명령 전달하고 올 테니까 기다려!”


그의 어깨를 세게 때린 블랑이 후다닥 사라졌다.


“먼저 들어가는 건 어떻습니까?”

“그러다가 저 단검이 헤임달 님을 죽이려 들 텐데요.”

“하! 저딴 단검, 제게는 통하지 않습니다.”


불현듯 뒤에서 스산한 살기가 느껴졌다.


“···시험해 볼래?”

“블랑···?”


헤임달이 뻑뻑한 기계장치처럼 고개를 뒤로 돌렸다. 단검을 최대치로 분열시킨 블랑이 싱긋 웃고 있었다.


“가만히 듣고 있으니까 제법 건방진 말을 지껄이던데. 다시 해봐.”

“저는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지금 내 청력이 평균 이하라고 비하한 거지? 맞지?” “그,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고개를 저으며 손바닥을 보이는 헤임달의 모습에 로키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 포탈로 들어갔다.


“한참 재미있었는데 그렇게 들어가고 그러냐.”

“사안이 사안이니까요.”


프레이, 네이선을 비롯한 블러드 서커스 전원, 오르딘, 블랑 그리고 라스까지.


“라스 님. 드래곤들의 피해는 어떻게 됩니까?”

“천사도 우리도 전력을 다하진 않았어. 날개가 한 쌍인 천사들의 수를 줄이긴 했지만, 그런 하급 천사들은 금방 충원이 될 테니 서로 의미 없는 소모전만 했다고 보면 되네.”


기본적인 전략의 틀은 바꾸지 않아도 될 듯했다.


“시선을 돌리기 위함이라는 것을 안다고 해도, 드래곤은 그 자체로 충분히 위협이 됩니다. 지금 니케 님이 이그니의 시선을 끌고 있으니 지금 바로 전투를 시작해 주십시오.”

“알겠네.”


라스가 숲으로 사라졌다.


“우리의 목적은 궁전 지하에 있는 제단입니다. 오르딘 님이 길 안내를 해주시고, 전투는 저와 블랑 님, 블러드 서커스가 맡습니다. 영원한 침묵은 카이저 길드를 비롯한 인간들을 은밀하게 죽여 주세요.”

“그러지.”


오르딘도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프레이 님도 오르딘 님과 함께 가세요. 그들이 들키지 않게 도와주세요.”

“네.”


프레이가 오르딘의 뒤를 쫓아 달렸다.


“우리는 언제 가?”

“드래곤의 브레스에 맞춰서 출발합니다.”


기다림은 길지 않았다. 미리 주변에서 기다리고 있었는지 하늘이 알록달록한 색으로 물들었다.


“지금!”


로키는 가장 선두에서 달렸다. 그가 올 것을 알고 있었는지 궁전에서 천사들이 나타났다.


“블러드 서커스.”


로키는 조용히 자신에게 충성을 바친 기사들을 불렀다.


“길을 뚫어라.”


뒤에서부터 불어온 핏빛 기류가 그를 앞질러 천사들을 향해 쇄도했다.


작가의말

앞으로는 예약 설정을 할 때 조금 더 조심하도록 하겠습니다. 제 소설을 항상 봐주시는 분들께 항상 감사드리고,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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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18. 마계의 문(2) 21.05.31 21 0 14쪽
» 18. 마계의 문(1) 21.05.30 2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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