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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 님의 서재입니다.

로키 : 밤의 황제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N.J.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3
최근연재일 :
2021.06.2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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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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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0. 혼돈(2)

DUMMY

라울, 헬라, 루델, 다루, 헤니.

머니의 갑작스러운 소집에도 이들 다섯만은 그의 말을 따라 주었다.


“역시 남는 건 원년 멤버뿐이구나.”

“잡소리 집어치우고, 로키가 혼자 싸운다는 게 무슨 뜻이에요?”


라울이 레이피어의 날을 점검하며 물었다.


“너희 방송 안 봤어? 그 사람들이 천사와 악마들에게서 도망치는-.”

“개발사에서 독자적으로 보내는 방송이요?”


헤니가 그의 말을 끊었다.


“나 조금 봤어. 별로 흥미로운 구석은 없었는데?”


헬라가 활의 시위를 점검하며 말했다.


“싸우는 게 아니라 재미가 없었지. 방송에 나오는 사람들이 전부 강한 것도 아니었고.”


숫돌로 도끼를 갈던 다루가 콧김을 뿜으며 입을 열었다.


“그 사람들이 위기에 처하면 카드를 찢어.”

“카드?”

“무슨 카드요?”

“타로 카드.”


머니의 말에 모두 “그게 무슨 소리?”라는 눈빛을 보냈다.


“그 카드를 찢으면 로키가 나타나서 시간을 벌어. 그 사람들이 도망갈 수 있을 때까지.”

“···분신 같은 스킬이면 가능하죠.”


잠깐 고민에 잠겼던 라울이 말했다.


“하긴 여태까지 보여 준 능력만 얼만데.”

“미쳤지. 1인 국가를 세운다고 해도 난 납득할 수 있어.”

“그런 로키와 연을 끊다니. 길드장이 노망난 게 분명해.”


저놈들은 한곳에 모이기만 하면 머니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다.


“그렇게 단순한 스킬이 아니야.”


지금은 사안이 사안인 만큼 화를 내는 것보다는 곧바로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그래서 그는 욕하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설명을 시작했다.


“내가 다 살펴봤는데, 정해진 패턴대로 움직이는 스킬이 아니야. 대사도 다르고. 전부 로키가 수동으로 조작하는 거야.”


그의 설명에 모두가 침묵했다. 그리고 얼마 후,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그게 말이 돼요?”

“채널이 수천 개가 넘는데 그걸 어떻게 일일이 조작해?”

“길드장님. 오다가 마족한테 한 대 맞았어요?”

“이제는 진짜 보내 줄 때가 된 것 같다.”


속으로 ‘참을 인’ 자를 새기며 그는 입을 열었다.


“길드장님 눈썰미 좋은 편도 아니면서 아는 척하지 마요.”

“···진짜야, 이 빌어먹을 새끼들아!”


그가 고함을 지르자 모두 금붕어처럼 눈을 끔벅거렸다.


“탈출에 성공하면 화면이 검게 변하는데, 채널이 사라지기 전에 문구가 떠. 이곳이 아직도 단순한 게임으로 보이는지 묻더라.”

“···뭐야, 진짜야?”


라울이 그제야 진지한 얼굴이 되었다.


“나는 이곳이 게임 이상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로키를 도와야 한다고 믿어. 인간의 중심은 로키니까.”

“아니, 수천 개가 넘는 사람이 카드를 찢어서 나오는 분신을 조종한다는 게 말이 돼?”

“그것도 상대가 천족과 마족이야.”

“미쳤네. 수호자 시절부터 게임 잘하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이미 인간의 경지를 넘어섰어.”


저들이 머리를 모아 로키를 칭찬하는 모습을 보니 머니가 괜히 뿌듯해졌다. 그런데 그들이 갑자기 동시에 고개를 홱 돌리더니, 그를 흘겨봤다.


“그런데 저 사람은 왜 아직도 실력이 그대로야?”

“내 말이.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던데.”

“저 사람은 개만도 못한 거지.”

“야. 듣는 개 슬퍼한다. 그런 말 함부로 하지 마.”

“막말로 저 사람이 나서면 되는 게 없잖아. 로키도 나대지 말고 버스나 타라고 했었을걸?”

“아, 그래서 길드 이름이 레카구나. 로키가 끄는 레카에 탑승해서.”


머니는 등에 메고 있던 대검을 쥐고 힘껏 내리쳤다.


- 강한 충격에 대지가 갈라집니다!


진동을 가해 좁은 범위에 지진을 일으키는 스킬 쇼크웨이브. 정말 얄밉게도 저 다섯 명은 간단하게 피했다.


“스킬 쓰는 거 봐.”

“생각이라는 걸 안 한다니까?”

“···그만하고 가자!”


머니는 대검을 다시 등에 메고 발을 옮겼다.


“어디로 가는데요?”

“어디든.”

“···뭐예요, 그게?”


헬라의 말에 그는 먼 곳을 바라보며 대답해 주었다.


“지켜야 할 것은 어디에나 있는 법이니까.”

“···우웩.”


루델이 옆에 있는 주택의 벽을 짚고 헛구역질을 했다.




마계의 서열 5위, 라크로닌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젠장, 젠장!”


건물을 부수고, 대기를 오염시키고, 천사나 인간들을 찢어 죽여도 그의 불편한 마음은 개운해질 줄을 몰랐다.


「강한 놈은 어디에 있는 거냐!」


그는 합당한 대접을 받고 싶었다. 비록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얻은 서열이었다고는 하지만, 운 역시 실력의 일부. 하지만 머리와는 다르게 가슴 한구석에서는 제대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


「나를 막을 놈은 없는 것이냐!」


그래서 그는 닥치는 대로 부수고 다녔다. 천족, 인간, 마족을 가리지 않고 눈에 보이면 전부 죽였다. 그의 서열에 맞는 싸움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그의 바람이 마왕에게 닿았던 탓일까, 갑작스레 그의 주변이 바뀌었다. 분명 그의 손으로 만든 폐허가 사라지고, 웬 꽃밭이 그를 반겼다.


「환술인가!」


정신계 공격을 두고 누군가는 비겁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어쨌든 상대를 굴복시킬 수만 있다면, 그것은 곧 강함으로 직결된다.

진정한 ‘강함’이란 한 분야에서만 두각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모든 분야에 뛰어나야만 얻을 수 있는 단어다.


「데모닉 피스트!」


마기에 흠뻑 적신 주먹으로 땅을 내리쳤다. 그러자 생기가 넘쳤던 꽃밭이 괴기하게 변했다. 바람은 닿는 것들을 모조리 베어버리는 칼날로 바뀌었고, 꽃들은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식인종으로 진화했다.


「흠. 제법이군.」


마기에 닿는 것들은 기괴하게 비틀리기 마련. 지금의 이 현상은 분명 정상적인 것은 맞지만, 그는 애초에 이 공간을 깨트릴 생각으로 주먹을 휘둘렀다. 하지만 결계는 아직 흔들림이 없었다.


“환살의 마술사라고 아십니까?”


자신을 향해 아가리를 벌리는 식인종 꽃들을 단칼에 베어낸 한 남자가 그를 향해 다가왔다. 별자리가 조각된 가면을 쓴 탓에 얼굴을 볼 수는 없었다.


「알지. 카오렌 루센트의 다섯 제자 중 한 명이 아니냐.」


상식 역시 강함의 요소 중 하나. 꾸준히 계약을 맺은 흑마법사를 통해 대륙의 큼지막한 사건 혹은 인물들에 대한 조사를 해왔던 그였다.


“이 결계는 그분의 제자가 직접 친 것입니다. 그렇게 쉽게 뚫리지는 않을 겁니다.”

「좋구나! 좋아!」


지금까지 그의 주먹을 버틴 것은 없었다. 그런데 고작 결계가 그의 주먹을 버텼다. 거기에 저 인간은 최소한 카오렌 루센트와 관련이 있는 것 같아 더욱 마음에 들었다.


「나 마계 서열 5위 라크로닌의 상대로 아주 어울리는 놈이 왔어!」


아니, 저 인간에 결계를 친 놈까지 합쳐야 하니까 놈들인가? 에이, 됐다! 그런 게 뭐가 중요하다고.


“···당신은 태양과 달 중에 어느 것을 더 선호하십니까?”

「뜬금없이 선문답이라니. 너 혹시 천족과 계약을 맺은 놈이냐?」


그렇다면 아예 사지를 산 채로 뜯어야 하는데. 아무리 봐도 신성력은 느껴지지 않는단 말이야.


“여태까지 죽인 천사만 백 명은 넘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라파엘의 날개를 베었죠.”

「뭐? 누구의 날개?」


요 맹랑한 인간 좀 보게. 나 서열 5위의 라크로닌도 대적하기 힘든 대천사 중 하나인 라파엘의 날개를 베어?


“카슈테르 님의 도움이 있긴 했습니다만, 제대로 집중했으면 목을 베었을 겁니다.”

「이거 김이 빠지는군.」


그의 오랜 싸움 경력으로 짐작해 볼 때, 저렇게 입만 산 것들은 대부분 실력이 형편없다.


“제 질문에 답이나 해주시겠습니까? 태양입니까, 아니면 달입니까?”

「나는 태양으로 하겠다.」


그는 대답과 동시에 팔을 뻗었다.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반응하는 마기가 필에서 일직선으로 뻗어 나가 주변을 황폐화했다.


「쯧. 괜히 설렜군.」


아직 희망을 놓기에는 이를지도 모르겠다. 이 결계는 아직 튼튼해 보였으니.


「나를 도발하기 위한 환영이었나?」


음.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환술은 정신의 빈틈을 파고드는 것이 주요 공격 패턴이니까. 하지만 상대를 잘못 골랐다.

이런 허접한 도발에 나, 라크로닌이 당할 리가 없으니.


“아직 실망하기에는 이를 텐데요.”


살아 있었나?


라크로닌은 고개를 돌렸다. 마기가 모조리 할퀴고 지나간 자리에 인간이 버젓이 서 있었다. 그의 머리 위에는 둥근 구체가 하나 떠 있었다.


「태양···?」


분명 저 구체는 태양이다. 매우 정교하게 만들어진 가짜에 불과하지만. 저것이 진짜 태양이라면, 저 인간은 말할 틈도 없이 열에 녹아 사라졌어야 했다.


“달보다는 태양이라고 하셨지 않습니까. 바꿔드릴까요?”

「흠.」


여유가 넘치는 인간의 태도. 단순한 환술이라고 보기에는 저 태양이 왠지 눈에 거슬렸다.


「거슬리는 것은 치워야지.」


그게 그의 룰이다. 그래서 주먹을 휘둘렀다. 그의 주먹은 수백, 수천 번 그러했듯, 그가 원하는 목적을 이루어 줄 것이다.


“···다 하셨습니까?”

「응?」


그의 주먹이 보이지 않았다. 동족의 피로 셀 수도 없이 담금질한 철보다 단단한 그의 주먹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아니, 녹아 버렸다. 저 태양에.


「이게 무슨!」


그는 황급히 팔을 뺐다. 조금만 더 늦었어도 팔꿈치까지 녹아 버렸을 것이다.

고위 마족의 손을 아무런 고통도 없이 녹이는 고열. 저 인간은 어떻게 버티고 있는지가 의문이었다.


“자신의 힘에 잠식되는 멍청이는 없습니다.”


그의 생각을 꿰뚫고 있기라도 한 듯 인간이 건방진 소리를 지껄여댔다.


「뭐, 좋다.」


그는 임시방편으로 마기를 응축해 손을 대신하게 했다. 그의 손이나 다름없는 마기이기에 어색함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어디 한 번 제대로 놀아 보자!」


가볍게 땅을 박찼다. 폭발하는 소리가 뒤늦게 들렸고, 그는 마기를 응축한 손으로 인간의 옆구리를 노렸다. 머리 위에 있던 태양이 그의 주먹 쪽으로 움직였고, 그는 마기를 풀었다.


「아직 미숙하구나, 인간!」


그 정도 되는 사람이면 근육을 자유자재로 움직여 공격 도중에 얼마든지 방향과 각도를 조절할 수 있다. 물론 반동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적응이 된 근육은 짧게 투정 부리고 그의 의지대로 움직인다.


쾅!


제대로 들어갔다. 산산조각 냈을 때의 그 짜릿한 쾌감이 주먹에서 팔로 전달됐다.


“방심하셨네요.”


뒤에서 분명 피떡이 되어 천계와 마계 둘 중 어디를 골라야 할지 고민 중이어야 할 인간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곧바로 느껴지는 덥다 못해 정신이 아득해지는 열기에 그는 재빨리 앞으로 이동했다.


「제법 튼튼한 놈이구나.」


그는 인정했다. 저 인간은 제법 강한 축에 속한다는 것을. 하지만 더는 그의 머리 위에 작은 태양이 떠 있지 않았다. 위력이 강한 기술이기에 지속 시간이 짧은 것이리라.


「그렇다면 거리낄 것이 없지!」

“제가 언제 제 머리 위에 있는 것이 태양이라고 했었죠?”


그가 막 지면을 박찼을 때, 인간이 말했다. 가면 때문에 얼굴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분명 웃고 있으리라는 것을 그는 직감했다.


「아하하. 크하하하!」


눈이 멀 것만 같은 광휘에 그는 눈을 감았다. 굳이 볼 필요가 없었다. 그의 상대는 온 방위에서 그를 압박하고 있었으니까.


「나 라크로닌의 마지막으로 부족함이 없는 상대다!」


대천사, 혹은 신과의 운명적인 대결을 기대했었지만, 이런 결말도 나쁘지는 않았다. 평생 올려다봐야만 했던 범접할 수 없는 존재. 그것의 편린에나마 도전할 수 있었으니까.


「우오오오!」


그는 전신의 마기를 한 곳에 집중했다. 방향을 틀어 하늘을 향해 있는 힘껏 뛰었고, 단련된 그의 뼈와 근육이 비명을 지를 정도로 비틀었던 허리를 곧게 펴며 마지막 정권을 내질렀다.


「이것이 나의 전력이다, 태양이여!」


태양은 묵묵히 그의 공격을 받아 주었다. 그리고 닿을 수 없는 존재에 불경한 마음을 먹은 대가로 그의 목숨을 앗아갔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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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 19. 라그나로크(6) 21.06.07 2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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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19. 라그나로크(1) 21.06.02 18 0 12쪽
143 18. 마계의 문(3) 21.06.01 20 0 13쪽
142 18. 마계의 문(2) 21.05.31 21 0 14쪽
141 18. 마계의 문(1) 21.05.30 26 0 12쪽
140 17. 신의 이름으로(4) 21.05.30 2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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