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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 님의 서재입니다.

로키 : 밤의 황제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N.J.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3
최근연재일 :
2021.06.22 19:00
연재수 :
16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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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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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라그나로크(8)

DUMMY

다르드는 하품했다.


「마왕을 죽여라!」

「위대하신 신의 이름으로!」


적의 강함을 알지 못하고, 자신의 수준을 착각한 천사들이 무더기로 그에게 덤벼들었다.


“···소모전을 하자는 건가.”


그가 손을 뻗자 마기가 휘몰아쳐 창이 되었다. 창을 잡은 그는 가볍게 팔을 좌에서 우로 움직였다. 그러자 창에서 방출된 마기가 천사들을 덮쳤다.


「신이시여!」

「마지막에는 우리 천계가 이길 것이다.」


마기의 폭풍에 휘말린 천사들은 마지막까지 신에게 충성을 바쳤다.


“웃기지도 않는군.”


누군가는 자신의 염원을 이루어 줄 것이다.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반드시, 공동의 목표에 도달하고 말 것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목숨 따위는 아무렇지 않게 희생할 수 있다.

보다 위대한 존재, 보다 선한 목표를 위해.


“대륙의 광신도들과 너희가 다를 게 뭐냐.”


의지를 가지고 행동하지 않는 존재는 가축과 다를 바가 없다. 온갖 괄시와 천대 속에서 한 걸음, 한 계단 오른 그에게 저들의 작태는 이해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그렇게 뒤에서 우리의 힘이 줄어들기를 기다리고 있다면.”


마왕이 된 후에 처음 갖는 천계와의 대면식. 이대로 끝나면 너무 김이 빠지는 것 같아 그는 창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의 마기에 반응한 공기가 비명을 질렀고, 땅의 몸이 갈라졌다.


“우리가 먼저 가마.”


그는 하늘 저 높은 곳으로 창을 던졌다. 거세게 회전하는 창이 사방으로 마기를 분출하며 날아갔고, 날개가 마기에 오염된 천사들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땅으로 떨어졌다.


천사들이 단체로 타락하는 과정을 본 다르드는 입꼬리를 올리며 가볍게 도약했다.


쾅!


땅이 폭발하는 소리가 뒤늦게 들렸다. 어느새 하늘 높은 곳에 도달한 다르드는 거만하게 자신을 쳐다보는 다섯 쌍의 날개를 가진 천사를 발견했다.


바다를 연상케 하는 짙푸른 머리카락과 눈동자. 손에 들린 눈부시도록 찬란한 황금색 보도.


「스스로 명을 재촉하는구나.」

“너희들은 하나 같이 반응이 똑같군.”


다르드는 창을 한 자루 만들어 두 손으로 쥐었다.


“마치 한 대장장이가 쉬지 않고 만들어낸 양산형 무구처럼.”

「좋을 대로 생각하라. 세계의 밑바닥에서 위를 동경하는 그대들이 지엄한 분의 뜻을 알 수 있을 리가 없을 테니.」

“그러는 너는 신의 뜻을 알고 있나?”

「물론.」


그렇게 말한 대천사, 미카엘이 검을 들어 다르드를 겨눴다.


「그분께선 너희들의 완전한 멸망을 원하신다.」

“우리에게 통하는 구석이 있었다니, 의외로군.”


다르드가 창을 느슨하게 잡고, 제자리에서 회전하도록 만들었다.


“나도 너희를 모조리 죽여 버리고 싶은데 말이야.”


그는 손바닥으로 창의 밑동을 가격했다. 검은색 빛이 된 창이 미카엘을 향해 날아갔다.




- 라그나로크가 시작되었습니다!

- 현재 라그나로크의 1차 전장은 파이론 왕국의 게슈탈트 평원입니다.

- 당신은 ‘천계’ 진영입니다. ‘마계’ 진영을 선택한 모든 존재를 말살하십시오.


시스템 메시지를 확인한 카이저는 주변을 살폈다.


“준비가 끝났습니다.”


이스코가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그에게 보고를 올렸다.


“그래서 작전이 뭔데?”

“없습니다.”


한의 말에 이스코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저희와 진영이 다른 것들을 모조리 죽이면 됩니다. 시스템 메시지가 알려 준 것처럼.”

“간단해서 좋네.”


주먹으로 손바닥을 가볍게 친 한이 카이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뭐해? 명령 안 내려?”

“···아.”


한의 말에 조금이지만 정신이 들었다. 여전히 그의 곁에 머물고 있는 수뇌부들, 뒤에 끝도 없이 서 있는 카이저 길드의 병력. 그들 전부가, 카이저 그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전원 돌격.”


카이저는 조용하게 말했다.


“전부 돌격!”

“적을 섬멸하라!”


한과 만득이 그의 명령을 크게 복창하며 앞으로 달렸다. 그 뒤를 국, 비비, 아수라, 바나나우유, 하이루 등 길드를 탈퇴하지 않은 랭커들이 따랐고, 그들의 뒤를 길드원들이 따랐다.


“길드장님은 안 가십니까?”


이스코가 다가와 물었다.


“굳이 나설 필요가 없겠죠.”

“현명하신 판단입니다. 저쪽에도 저희 못지않은 길드가 붙었을 테니까요.”

“그렇다 해도 우리를 이길 수는 없을 겁니다.”


카이저는 전장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인간이 대부분인 천계의 진형에 비해, 마계는 전부 마족들이었다. 가끔 인간들이 보이긴 했지만, 같은 편의 마족들에게 찢겨 죽었다. 아마 방해된다는 이유에서일 것이다.

마족과 천족의 유일한 공통점은 오만함이니까.


“그가 보이지 않는군요.”


전장을 유심히 보던 이스코가 입을 열었다.


“와도 할 수 있는 게 없을 겁니다.”


카이저는 코웃음을 치며 대꾸했다.


천계와 마계의 싸움에서 당당하게 인간의 승리를 주장한 어리석은 놈. 그는 이번 전쟁에서 반드시 실패할 것이다. 그리고 그는 대륙의 통치권을 가지게 되는 황제가 될 것이다.


“역시 천족이 유리한가?”


갑자기 옆에서 들려온 남자의 목소리. 고개를 돌리니 어이가 없을 정도의 뻔뻔함을 가진 남자가 전장을 바라보며 휘파람을 불고 있었다.


“여기서 뭐 하는 겁니까, 리쳐?”


이스코가 카이저를 대신해 질문했다.


“뭐 하긴? 당연히 싸우러 왔지. 전장에 놀러 오는 사람도 있어?”

“저는 당신이 왜 카이저 님의 옆에 서 있냐고 묻는 겁니다.”

“뭐 어때.”


리쳐가 카이저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어차피 우리는 한 주인을 위해 싸우는 동지잖아.”

“···동지?”


나와 네가 그딴 단어 하나로 묶인다고? 이 빌어먹을 새끼가-.


“엇차차. 미안, 화가 많이 난 모양이네? 하긴, 새로운 직업을 얻어서 드래곤으로 변신까지 했는데 로키를 이기지 못했으니 나 같아도 열 받지. 이해해, 친구.”


그렇게 말한 리쳐가 손을 내밀었다. 카이저는 그 손을 빤히 쳐다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저런 천박한 놈과 어울려 주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있잖아.”


카이져는 옆에서 그를 부르는 말에 미동도 하지 않았다.


“너는 왜 안 싸워?”

“굳이 싸울 이유가 없으니까.”


천계의 편에 속한 유저들은 마계의 전력을 소비시키기 위한 단순한 소모품. 그런 자들의 행렬에 그가 동참할 이유는 없다.


“네 길드원들은 왜 싸우는 건데, 그럼?”

“저들에게는 싸울 이유가 있으니까.”

“흠. 과연···.”


결국 카이저는 눈동자를 굴리고 말았다. 리쳐는 흥미롭다는 눈빛으로 턱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내 개인적인 생각인데, 너도 싸우는 게 좋을 것 같아.”

“리쳐! 지금까지 유성 길드의 길드장 직위를 봐서 가만히 있었는데, 도를 넘는군요!”


이스코가 버럭 화를 냈다. 그러자 리쳐가 진정하라는 듯 두 손바닥을 보이며 뒤로 물러났다.


“워워, 너무 그러지 마. 나는 정말 카이저를 위해 조언한 거야.”

“나를 위한다면 이만 꺼져라. 꼴도 보기 싫으니까.”

“알았어, 알았어. 대신 네가 싸워야 하는 이유에 대해 말해주고 갈게. 그 정도는 괜찮잖아?”


카이저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저 거머리 같은 새끼를 한시라도 치워버리기 위해서는 할 말을 전부 하게 한 후에 알아서 떠나게 만드는 게 최선이었다.


“이번 접속이 너에게는 마지막이 될 거야. 그러니 최선을 다해 열정적으로 카이저로서의 삶을 사는 게 좋지 않겠어?”

“그게 무슨 개소리냐?”

“그러니까···.”


천진난만하게 웃던 리쳐가 돌연 정색하고는 입을 열었다.


“네가 할아버지를 죽인 게 전부 밝혀졌다는 뜻이야, 재명아.”




로키는 때를 기다렸다. 저기 그가 도움을 건넨다면 살 수 있는 이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가만히 자리를 지켰다.


“안 도와줘도 되나요?”


프레이가 말했다.


“저희의 목적은 희생을 줄이는 게 아닙니다.”


로키는 비명을 지르며, 피를 튀기며 땅에 쓰러지는 사람들을 보며 대답했다.


“저희는 이번 전쟁에서 승리할 것입니다.”

“모두 죽으면 승리에 의미는 없어요.”


그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표정도 편하지는 않았다. 그를 통해 자신의 의지를 굳게 다지고 싶은 듯했다.


“···지금 저들을 도와준다고 해서 전황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만약 바뀐다면 진작 달려갔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그는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로키.”


블랑이 그를 불렀다.


“드래곤과 대천사가 붙었어.”

“어디입니까?”

“마지스 왕국, 하프린의 영역 쪽이야.”


지금 움직여야 하나? 드래곤과 힘을 합쳐 대천사 한 명을 미리 죽인다면 전황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마계 쪽에 힘의 균형이 기울어지는 것은 아닐까?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인간이 승리하기 위한 최선일지에 대해 고민을 거듭했다.


“다르드가 미카엘을 죽였다.”

“···예?”


오르딘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그의 창이 미카엘의 심장을 꿰뚫었어. 살아날 가망이 없다.”

“마지스 왕국으로 이동하겠습니다. 프레이 님.”

“알겠어요.”


프레이가 카드를 한 장 꺼내 바닥에 던졌다. 거대한 문이 생겼고, 그녀가 발로 손잡이 부분을 툭툭 건드리자 문이 열렸다.


“들어가죠.”


로키가 먼저 시커먼 입구로 들어갔다.


「주제를 알아라!」

「그건 내가 할 말이다.」


카슈테르와 태양을 연상하는 진노랑 머리카락을 가진 다섯 쌍의 날개의 소유자가 전투 중이었다.


“어떻게 하죠?”


눈짓 한 번에 헬 파이어가 생성되고, 손짓 한 번에 태양의 열기가 공기를 불태운다. 둘의 싸움으로 인해 이미 주위 백 미터는 깡그리 재가 되어버린 뒤였다.


「뭐냐, 너희들은?」

「라파엘 님의 유흥을 방해하지 마라. 하찮은 필멸자들아.」


“할 일이 생겼네. 좋겠어?”


블랑이 프레이의 팔을 팔꿈치로 툭 치며 말했다.


“안 좋아요···.”


그렇게 중얼거리며 프레이는 타로 카드를 꺼내 쥐었다.


“여러분들은 라파엘의 친위대를 맡아 주세요.”

“로키 님은요?”

“저는 라파엘을 죽이겠습니다.”


왼쪽 손목의 팔찌에 어둠을 주입해 검으로 만든 그는 등에 어둠으로 된 날개를 달았다. 그리고 높이 비상했다.


「인간 주제에 라파엘 님을 죽이겠다니!」

「건방지기 짝이 없구나!」


그를 향해 날아드는 두 명의 천사들은 제대로 된 공격을 하기도 전에 추락했다. 그들의 관자놀이에 작은 관통상이 나 있었다.


“밑을 잘 봐야지, 그러니까!”


주변에 떠다니는 단검들을 툭툭 건드리고 있는 블랑이 크게 외쳤다.


“···카슈테르 님. 지원하겠습니다.”

「발목 잡지 마라.」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로키는 카슈테르의 옆에 섰다. 그를 본 라파엘이 눈을 크게 뜨며 웃었다.


「그대가 그대군! 나를 대륙에 소환했던 이방인이 간절하게 죽이고 싶어 했던 남자.」

“글쎄요.”

「그대의 솜씨를 한 번 보고 싶었네. 내가 봤을 때 그 카이저라는 이방인도 보통이 아니었거든.」


라파엘이 태양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기이한 일이 발생했다. 종유석에 물방울이 맺히는 것처럼, 출렁이는 태양의 일부가 뚝 떨어져 나와 라파엘의 손으로 흘러갔다.


「한번에 죽지는 않겠지?」


태양을 정제해 만든 검. 도대체 어떤 위력을 가지고 있을지 상상조차 안 갔다.


「최대한 버텨 보게나.」


라파엘이 천천히 검을 아래로 휘두르며 웃었다.


「대천사의 자비는 다섯 번까지 주어지니까.」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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