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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체 님의 서재입니다.

빙의한 곳이 어딘가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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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체
작품등록일 :
2021.12.19 22:59
최근연재일 :
2022.01.18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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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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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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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15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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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시뮬레이션 전투(8)

DUMMY

“지하로 가려고요?”



진우가 물었다. 그런데 넌 왜 날 아까부터 좀 삐딱하게 바라보냐.



“그거 다 소용없,”


“하하하. 우리 진우가 참 똑똑한 천재다! 아이고 똑똑해! 너무너무 똑똑해서 감탄이 다 나올 지경이야! 하하하!”


그리고 소율이는...... 아까부터 진우 말을 계속 막고.


조그만 손으로 조그만 얼굴을 꽤나 우악스럽게 잡는 모습이 익숙해 보여 잠깐 혼란스러웠다. 너희 오늘 처음 만났다고 그러지 않았니. 애들은 원래 이렇게 빨리 친해지나?



“TV에서도 진입로가 다 막혔다고 했으니까 아마 지하도 막히지 않았을까요? 그 잘난 사람들이 지하 출입구도 안 찾아봤을 것 같진 않아요.”



소율이가 열심히 설명했다. 그렇구나. 그런데......



“왜 말이 바뀌어요?”



아까는 분명...... 공사 때문에 지하층이 폐쇄되었다고 하지 않았나.



“...... 아, 그러니까. 그게요. 어......”


“지하층이 폐쇄됐긴 했지만 가려면 못 가는 것도 아니잖아요. 공사 중이어도 먼지만 감당하면 지하주차장으로 충분히 올 수 있죠.”



잠시 당황한 소율이 대신 진우가 답했다.



“그러면 우리도 내려가도 되는 거 아닌가?”


“...... 저는 애기라서 먼지 마시면 안 돼요.”


그렇게 말하는 사람치곤 표정이 꽤나 썩어있다 진우야.



“알겠어요. 안 내려갈게요.”



두 손을 가볍게 든 뒤 바닥에 풀썩 주저앉았다. 그래, 내가 시뮬레이션한테 너무했다. 인공지능이라 날 이끌 방향이 딱딱 정해있는 거겠지.



“언니는 내려가면 어떻게 하려고 했는데요? 막혀있잖아요.”



내가 자리에 풀썩 앉으니 그새 표정이 환하게 풀린 소율이가 내 곁에 다가와 앉았다.



“일단은...... 바닥을 뚫어보려고 했죠.”



나는 곧이곧대로 내 계획을 낱낱이 밝혔다.



“진입로가 막힌 거면 뭐, 만들면 되잖아요. 내가 염력 능력자인 걸 보면 내 능력으로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서 무모하게 도전해보려 했죠.”


“...... 진짜 무모하네요.”


소율이가 무심코 던진 말에 웃음이 났다. 그래, 내가 생각해도 진짜 무모하긴 하다. 그런데 내 대가리로 떠오르는 건 그것밖에 없었거든.



“위로 올라가는 건 왜 안 골랐는데요?”



이번에는 진우가 물었다. 딱히 묻고 싶지는 않다는 표정이었다.



“내려갈 때 계단 옆 벽면이 유리였잖아요. 거기서 검은 게 위로 점차 올라가는 게 보였어요. 아마 지금쯤이면 위에 다 덮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럼 그때 위로 올라가서 유리 깨고 뛰어내렸으면 되는 거 아니에요?”


“그렇겠죠. 그런데 그땐 괴물이 계속 오고 있다고 생각했기도 했고, 검은 걸 뚫지 못할 줄 모르기도 했어서요. 내가 막 지능적인 사람은 아니거든요.”


“그건 맞는 것 같네요.”



너 나 싫어하지 서진우.


아이는 얄밉게도 고개를 끄덕이며 내 무식을 인정했다. 그런데 사실 딱히 반박할 게 없어서 나도 그냥 인정해줬다.



“둘 다 침착하네요. 부모님 안 보고 싶어요? 울지도 않고.”



대견하고 기특해서 하는 소리는 아니었다. 시뮬레이션에 잘 설정된 인공지능이라면 익히 나와야 할 반응이 안 나와서 그런 거다.



“...... 보고 싶죠.”



그런데 대답하는 소율이는 내 생각과는 조금 다른 반응을 보였다.


당황을 하는 것도, 그 즉시 울음을 터뜨리는 것도, 내 말을 듣고 지금에서야 생각났다고 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아주 담담하게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고작 열두 살이라고 했는데. 반응은 아주 예전에 여읜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것만 같았다.


그러다 그 큰 눈망울에, 눈물이 살짝 고였다. 툭 떨어져 내리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맺혀 있었다.



“...... 내가 잘못 물어본 것 같네요. 미안해요.”



내가 가장 싫어하는 행동을 내가 한 것 같다. 머리로는 납득되지 않았지만 마음으로는 저 행동이 어떻게, 어떤 마음으로 나왔는지 이해됐다.



“아니에요. 언니는 저 생각해서 그렇게 물어본 거잖아요. 그런데 언니는 왜 여기 있는 거예요? 뭐 사러 왔어요?”



소율이는 이내 금방 밝아졌다. 마치 이젠 제 일을 다하겠다는 듯이.



“눈 뜨니까 여기였어서 잘 모르겠어요.”



솔직하게 답변했다. 거짓말을 굳이 하고 싶진 않았다.



“그런 게 가능해요?”


“그러게요. 술 먹고 기어들어오기라도 했나.”



말하고 조금 후회했다. 입이 그사이 또 자유분방해졌다. 정신 좀 차리고 살라니까 주서현아.



“언니. 그런데 저기서...... 또 무슨 소리 들리는 것 같지 않아요?”



소율이가 계단 쪽을 가리켰다. 괴물이 달려 나오며 문짝을 날려버린 계단이 아니라, 그 반대의 계단이었다.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고요했는데 갑작스럽게 소란이 느껴졌다. 다리를 타고 진동이 느껴졌다. 아까 그 괴물이 오는 때보다 더 심했다. 이제는 마치, 몇십 몇 백 마리라도 되는 것 같이.


소리로 대충 견적을 내어 봤는데, 절대 못 이긴다. 괴물 한 마리 처리하는 데도 너무 많은 시간을 썼다. 이 정도 수의 괴물이라면 다 처리하기도 전 이빨에 온몸이 찢겨나갈 것이다.


아마...... 죽여서 날 바깥에 나오도록 만들려는 게 아닌가 싶었다. 설마 꿈속의 꿈속의 꿈처럼 이 시뮬레이션을 나왔는데 또 다른 시뮬레이션이겠어. 그건 좀 뇌절이다.



“거기에 있어요.”



그래도 일단은 할 만큼 해보긴 해야 되겠지. 몸이 좀 찌뿌둥하긴 했지만 일어나 허리를 쭉 폈다. 몇 마리나 처치할 수 있을는지.



“제가...... 도울까요?”


“아니요.”



내가 그러면 진짜 개쓰레기지.


아이들 주변에 다시 염력으로 막 비스무리한 것을 쳤다. 염력을 쓰는 것에 어느새 익숙해져서 이젠 나름 염력으로 종이접기를 하는 꿈을 실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염력으로 종이접기...... 진짜 쓸데없어 보이는데 해보고는 싶다. 아무튼 그렇게 잡생각을 하며 문을 발로 후려쳤다. 염력을 다리에 두르자 내 몸도 괴물마냥 세진 모양인지 문짝이 뒤로 쾅 날아갔다.


그리고 타이밍 좋게 그 뒤에 오던 괴물들이 문에 맞고 기절해버렸다.


지금 처치한다면 최고겠지만 아직도 내려오는 괴물들의 소리가 들린다.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문이 있던 자리에 서서 괴물들을 하나씩 상대하는 거다.


지금 기절한 괴물들을 보면 몸에 큰 생채기가 있지 않다. 또한 줄이라는 것도 서서 내려오고 있었다. 괴물 사이에도 나름의 협동이라는 게 있는 모양이었다. 사람보다 괴물이 낫네.


어쨌든, 넓은 곳으로 나가면 내가 불리해진다. 아이들을 지키면서 나도 지키고 괴물도 처리할 수 없다. 고작 몇 시간 전에 염력을 쓰는 걸 알게 된 것뿐이니까.


내가 날렸던 문을 재빠르게 주웠다. 강철이니 나름의 방패로 쓸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정 안 되면 다시 문을 이걸로 막던가 해보자. 문을 닫고 염력으로 막으면 어느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거다. 뚫리면 엄청난 힘을 썼다는 것일 텐데, 그 정도면 괴물 몇은 압사당했겠지.


괴물은 얼마 지나지 않아 내려왔다. 하나하나 정확히 죽이기엔 내 체력과 능력이 부족해서 일단은 다 기절시킬 각오로 문을 휘둘렀다.



“크르르악!”


“크에엑!”


“크르르......!”


“씨...... 아니, 아니. 이거 왜 안 끝나!”



그게...... 10분이 넘게 이어질 줄은 몰랐지만.


이거 도대체 뭐야. 문짝을 하도 휘두른 탓에 팔이 저릿저릿하다.


분명 저 밑 계단에 내가 기절시킨 괴물들이 한가득 있고, 계속해서 괴물 위에 괴물을 또 쌓고 있는데도 나에게 밀려드는 괴물들이 끝나질 않는다. 버거울 정도로 많은 수에 이미 원래 있었던 자리보다 몇 걸음은 더 뒤로 물러나게 되었다.


이러다가 진짜 조금만 더 뒤로 가면 답이 없는데......?


심지어 계속해서 쓴 염력 때문에 컨디션은 최악으로 치닫는 중이었다. 힘도 빠지고, 머리도 지끈거리고, 온몸이 쑤신다. 문짝을 몇 번이고 놓칠 뻔했다. 안 그래도 커서 휘두르기 어려운데.


진짜 그냥...... 죽어서 빠져나오라고 이러는 건가. 살아서 나갈 방법이 없어? 또 죽어? 이번엔 애들도 두고?


아무리 시뮬레이션이라곤 하지만 이건 그냥...... 공포와 죽음에 순응하라는 것만으로 느껴진다. 이 새끼들이 진짜?



“주혜인 씨! 주혜인 씨! 이 정도면 됐잖아요! 그냥 좀 곱게 보내주십시오!”



안 그러면 내가 시발, 미쳐서 이능력자 센터 다 뒤집고 다닐 것 같으니까.



“언니! 이거 풀어요! 우리 진짜 괜찮으니까요!”



소율이가 소리쳤다. 애가 보기에도 내가 좀 버거워 보인 모양이다. 아니면 싸우다가 미쳐서 허공에 사람 이름 불렀다고 생각해서 걱정하는 걸까.



“괜찮아요!”


“됐으니까 이거 풀라고요!”



그런데 왜...... 소율이 너까지 말이 험악해지냐.



“풀어 이거! 강제로 깰 순 없으니까!”



원래도 나한테 삐딱했던 진우는 아예 명령을 했다. 얘들이 지금 상황을 모르는 건가. 아니면 내가 모르는 건가.



“이거 우리가 깨면 그쪽 기절할 테니까 그냥 곱게 풀라고!”



기절?



“아씨, 잠깐 따끔할 거다!”



그렇게 말한 진우는 발로 보호막을 툭 찼다. 그러자 심장 쪽이 정말 따끔하니 아팠다.



“이제 믿겠어? 풀라고! 시간 없으니까 빨리!”



저렇게 말하면...... 솔직히 안 풀 수가 없긴 하다. 어렸을 때부터 온갖 상상을 하며 살아온 사람이라 저런 식으로, 마치 뭔가 굉장한 걸 말해줘야 된다는 것처럼 행동하면 솔깃해져서.



“...... 알겠어요.”



아이들의 성화와 내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보호막을 풀었다. 몸이 조금 나아졌다. 염력은 정말 함부로 남발하면 안 되는 거구나.


그리고 그 순간, 세상이 멈췄다.


작가의말

후... 완주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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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6. 시뮬레이션 전투(10) 22.01.18 22 0 9쪽
26 25. 시뮬레이션 전투(9) 22.01.17 23 0 9쪽
» 24. 시뮬레이션 전투(8) +1 22.01.15 25 0 10쪽
24 23. 시뮬레이션 전투(7) +1 22.01.14 28 0 9쪽
23 22. 시뮬레이션 전투(6) +6 22.01.13 37 2 10쪽
22 21. 시뮬레이션 전투(5) +3 22.01.12 32 2 9쪽
21 20. 시뮬레이션 전투(4) +8 22.01.11 43 6 9쪽
20 19. 시뮬레이션 전투(3) +7 22.01.10 56 4 10쪽
19 18. 시뮬레이션 전투(2) +2 22.01.08 45 2 9쪽
18 17. 시뮬레이션 전투(1) +1 22.01.07 44 1 11쪽
17 16. 너무 힘들다(2) +1 22.01.06 58 9 9쪽
16 15. 너무 힘들다(1) +1 22.01.05 55 8 9쪽
15 14.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8) +1 22.01.04 61 4 9쪽
14 13.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7) +1 22.01.03 59 3 10쪽
13 12.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6) +2 22.01.01 64 5 9쪽
12 11.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5) +2 21.12.31 68 7 11쪽
11 10.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4) +1 21.12.30 70 7 11쪽
10 9.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3) +1 21.12.29 84 14 11쪽
9 8.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2) +1 21.12.28 86 10 10쪽
8 7.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1) +1 21.12.27 92 9 12쪽
7 6. 그런데 나는 그걸 좋아하지 +1 21.12.25 103 8 10쪽
6 5. 사람들도 이상하다 +1 21.12.24 109 9 11쪽
5 4. 세상이 이상하다(4) +3 21.12.23 129 10 13쪽
4 3. 세상이 이상하다(3) +1 21.12.22 158 16 11쪽
3 2. 세상이 이상하다(2) +6 21.12.21 279 75 10쪽
2 1. 세상이 이상하다(1) +9 21.12.20 374 80 9쪽
1 프롤로그 +27 21.12.20 453 112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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