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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체 님의 서재입니다.

빙의한 곳이 어딘가 이상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서체
작품등록일 :
2021.12.19 22:59
최근연재일 :
2022.01.18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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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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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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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13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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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22. 시뮬레이션 전투(6)

DUMMY

“진우 지금 자고 있으니까 말해드리는 거예요.”



소율이가 어느새 새근새근 잠에 빠진 진우를 슬쩍 보이며 이야기했다. 그러나 나에겐 이 소란 속에서도 잠에 빠진 진우보단 소율이의 말이 더 놀라웠다.



“...... 에스퍼라고요?”



그러니까 너도 이능력자라는 말이잖아.



“네. 언니처럼 막 어디에나 쓸 수 있는 그런 멋있는 능력은 아니긴 한데요, 다른 사람 안 아프게 해주고 그러는 건 가능해요.”



소율이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왜, 얼굴이 멀쩡해 보이지. 뭐지.



“능력 쓰면 안 아파요?”



나도 모르게 질문을 툭 내뱉어 버렸다. 그런데 솔직히 질문을 안 하기엔 너무 궁금했다. 나는 정말 능력 한 번 쓸 때마다 뒤질 것 같아서 헥헥댔는데, 아이는 하나도 아파 보이지 않으니까.



“네. 안 아파요. 물론 예전에 쓸 때는 아플 때도 있었는데 많이 써보니까 하나도 안 아프더라고요.”



이 친구...... 나보다 센 모양이다.



“아, 근데 언니. 이거 진짜 비밀이에요. 저 능력 다른 사람한테 함부로 안 쓰겠다고 엄마랑 약속했거든요. 그러니까 진짜 비밀 지켜주셔야 해요. 꼭이요.”



소율이가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부모님은 도대체 누구시길래 애 능력을 숨기라고 한 거지.



“그건 당연히 지켜줄 수 있죠. 친구 되게 세나 봐요.”


“엄마가 대충 저 A급 정도는 될 거라고 했어요.”



아하...... 넌 나보다 세구나. 역시, 사람은 겉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 오늘도 열심히 일한 나의 선입견을 한 대 쥐어박아야겠다.



“능력 진짜 요만큼만 썼어요. 그러니까 언니도 안심하고 능력 써요. 저 이런 거 치료 잘해요.”



소율이가 손가락 사이를 아주 가깝게 좁혀 나에게 보여줬다. 개미 한 마리 들어갈까 말까 한 틈이었다. 나는 네 치료 한 번으로 나았는데 넌 그게 되게 적은 힘이었구나...... 인재구만 이 친구.



“그런데 언니, 위에서 자꾸 이상한 소리 들리는 건 뭐예요? 아까부터 물어보고 싶었는데......”



소율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니 어느새 괴물의 소리가 더더욱 가까워지고 있었다.



“일단 내려가요. 그리고 미안한데 나 한 번씩 치료해줄 수 있어요? 우리가 빨리 가려면 그러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당연하죠! 제가 언니 손 꽉 붙잡고 있을게요!”


“...... 시끄러워......”


“더 자. 더 자. 우리 빨리 내려가야 되니까.”



소율이는 잠결에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리는 진우를 한 손으로 토닥이고, 한 손으로는 나를 붙잡았다.


나는 소율이의 손을 꽉 붙잡고 계단을 내달렸다.






“일단은, 1층 다 오긴 했어요.”



목적했던 1층에 도착하긴 했다. 도착만 했다는 게 문제였지만.



“...... 나갈 곳이 없는데요.”



어느새 잠에서 깬 진우가 바닥에 내려 소율이의 손을 잡고 중얼거렸다. 진우의 말대로, TV의 보도처럼 1층은 정말 나갈 곳이 없었다. 창문까지 전부 까맸다.


그래도 일말의 희망을 갖고 문을 세게 두드려보았다. 힘을 매우 많이 넣어 두드렸지만 문은 아무 미동도 없었다. 이번에는 타겟을 바꿔 1층 매장에 있던 의자를 창문에 던져 보았지만 통하지 않았다.



“...... 뭘까.”



불안했다. 그러나 모든 시도를 다 해보지 않고서 마냥 불안해만 할 수는 없었다.


백화점의 모든 창문과 문을 전부 다 의자를 들고 깨부수려 시도했다. 멀쩡하던 의자가 종내에는 등받이 하나만 남을 정도로.


창문에 의자를 하나하나 던지고, 검은 물질이 의자를 반대로 튕겨내는 모습을 전부 보았다. 그리고 튕겨내진 그 의자를 또 들어 다시 다른 창문에 던졌다. 만에 하나라도 그 창문이 깨지길 바라며.


그러나 다 부질없었다. 의자만 의자의 형태를 잃었고, 창문과 문들은 멀쩡하다. 답답한 검정은 사라지질 않는다. 의자 대신 몸을 밀어 넣어도 나가긴커녕 튕겨만 나간다.

나갈 곳이, 없다.


그리고 나는 그 사실을 차마 내 입 밖으로 꺼낼 수가 없었다.



“...... 내가, 생각을 잘못했나 봐요.”



숨이 턱턱 막혔다. 정말로 내가 잘못 생각했다. 굳이 여기까지 아이들을 데려온 의미가 없다. 그냥 가만히 놔뒀으면 살았을 수도 있는데, 내 오지랖 때문에.



“미안...... 미안해요. 위에 있었으면 차라리 나았을 수도 있는데.”



처음에 투명하던 그 창문을 봤을 때 깼어야 했어. 그랬으면 차라리, 나갔을 수라도 있지 않았을까.


머리가 터질 것만 같다. 인생은 실전인데, 그 실전에서 제대로 된 자책골을 넣었다. 내가 관중이었다면 제정신이냐며 소리칠 아주 대단한 실력이었다.


정말 왜 그랬지. 뭔 생각이었지. 진입로가 막혔다는 정보를 들었으면 거기에 맞게 행동해야 했을 거 아니야. 막혀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무슨 수가 있겠지, 하며 내려오는 건 대가리 꽃밭 아니냐고.


네가 흔한 소설 주인공이라도 된 것 같다고 생각했어? 뭘 해도 잘만 되고, 기막힐 정도의 우연만 맞이하면서 모든 걸 다 헤쳐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어? 정신 차려 주서현. 너 주인공 아니야. 너 같은 애가 주인공인 이야기를 누가 읽어.



“...... 미안해.”



나야 내 판단에 대한 잘못으로 이 꼴이 되었으니 괜찮지만 아이들은 그저 내 독단에 휩쓸렸을 뿐이다. 아무 잘못도 없는 애들을 내가 감히 휘말리게 만들었다.


제정신이 아니었어.



“...... 미안은 무슨. 내려오자는 건 다 같이 동의한 거잖아요. 자기 잘못이 아닌데 왜 그렇게 자책해요. 하나도 안 멋있어.”



진우의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고개를 들어 진우를 바라보았다. 아이는 삐딱한 표정으로 날 보았다.


“야, 너는 여기서까지 그렇게 싸가지 없이 말하면 좋냐?”


“부모님한테 배운 거라니까.”


“...... 됐어. 내가 너랑 뭔 말을 하냐. 그리고 언니, 진우가 좀 싸가지 없게 말하긴 했는데 언니 잘못 아닌 걸로 사과할 필요 정말 없어요. 이상한 소리도 들렸잖아요. 안 내려왔으면 오히려 더 빨리 죽었을걸요.”


아이들의 말에 차마 뭐라 대꾸할 수가 없었다. 반박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뭐라 말할 수도 없을 정도로 미안하기만 해서.



“...... 일단은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 그래, 여기가 백화점이니까 지하 주차장이랑 연결됐을 거야. 계단, 계단으로 가자.”


그나마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생각이 도출되었다. 아이들의 손을 붙잡고, 황급히 계단으로 향하려 했다. 그러나 아이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갈 필요 없어요. 못 가요.”


“못 가? 아니, 못 가요?”



어느새 아이들한테 반말을 하고 있었지. 제발 좀 제정신을 유지하자 주서현. 너는 네가 보고 싶었던 어른이 돼야지. 겉으로라도.



“아하하, 진우 너 여기 되게 잘 아는구나! 우리 진우 정말 똑똑하네! 천재야 아주! 진우 말이 맞아요. 여기 공사 때문에 지하층 다 폐쇄했다고 했거든요. 그래서 못 가는 거예요.”



소율이가 환히 웃으며 진우의 입을 틀어막았다. 뭘까. 칭찬이 칭찬이 아닌 것 같은데.



“그러니까 언니, 너무 미안해하지 말고 여기 있어요. 여기 자리 딱 좋아 보이지 않아요? 우리 열심히 내려왔으니까 여기서 좀 쉬자고요.”



소율이는 진우를 끌고 벽 쪽으로 향했다. 그런데 그 위치가 좀 신기했다. 소파가 있는 것도 아니고, 구석도 아니다. 완벽한 중앙도 아니고, 좀 치우쳐진 바닥이다. 뭐가 있나 굳이 따져보자면 양옆에 있는 계단들의 중앙?



“거기서요?”


“네. 여기 바닥 타일 예쁘지 않아요?”


“내 눈에는 다 똑같아 보이는데......”



동심의 세계만이 발견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는 걸까, 아니면 이 아이가 날 이끌고 있는 걸까.


그래, 여긴 시뮬레이션이다. 아이는 잘 프로그래밍 된 데이터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니 나를 이끌고 가는 것도 당연하겠지.



“그래요. 갈게요.”



너희가 시뮬레이션이라는 걸 아는 데도 나는 너희가 다치는 모습이 보기 싫다. 아마 어린 모습이라 그런 것 같다. 노리고 날 이 시뮬레이션에 넣었다면 참 대단합니다 주혜인 씨.



“여기 앉아있으면 좋지 않아요? 백화점 풍경이...... 어...... 예쁜 것 같지 않아요?”



그러나 소율이의 말과는 다르게 백화점의 풍경은 그저 그랬다. 황량한 매장들 사이에 간간이 보이는 의자 조각들. 예쁘기보다는 을씨년스러웠다.



“여기 앉아본 적 있나 봐요.”



그럴 일은 많이 없었을 텐데.



“하하...... 그랬던 것 같아요. 왠지 여기 자꾸 앉고 싶어지는 게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 한 번 그랬던 적이 있지 않았을까요......?”


“그럴 수 있죠.”



이번엔 나한테 뭘 시험하고 싶은 거니 시뮬레이션. 나는 이제 정말로 나가고만 싶어.



“언니, 그런데 자꾸 이상한 소리가 가까워지는 것 같아요.”



그래, 이거였나.



“뭔가, 저쪽에서 소리가 들리는 게 꼭......”



소율이가 손가락으로 계단을 가리켰다. 나는 몸을 일으켰다.



“어, 언니. 왜 일어나요?”



소율이가 내 바짓가랑이를 잡았다. 나는 아이의 손을 내 바지에서 떼어내 주며 아이들이 앉은 자리에 염력을 둘렀다. 어떤 공격이 와도...... 일단은 한 번, 무조건 막을 수 있게.



“지켜야죠.”



데이터 쪼가리든, 의미 없는 것이든, 뭐든. 일단은.


작가의말

완주 성공하고 싶습니다. 아, 그리고 오류를 발견했는데 스토리아레나 끝나고 차근차근 고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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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6. 시뮬레이션 전투(10) 22.01.18 20 0 9쪽
26 25. 시뮬레이션 전투(9) 22.01.17 19 0 9쪽
25 24. 시뮬레이션 전투(8) +1 22.01.15 20 0 10쪽
24 23. 시뮬레이션 전투(7) +1 22.01.14 24 0 9쪽
» 22. 시뮬레이션 전투(6) +6 22.01.13 33 2 10쪽
22 21. 시뮬레이션 전투(5) +3 22.01.12 29 2 9쪽
21 20. 시뮬레이션 전투(4) +8 22.01.11 40 6 9쪽
20 19. 시뮬레이션 전투(3) +7 22.01.10 50 4 10쪽
19 18. 시뮬레이션 전투(2) +2 22.01.08 41 2 9쪽
18 17. 시뮬레이션 전투(1) +1 22.01.07 40 1 11쪽
17 16. 너무 힘들다(2) +1 22.01.06 51 9 9쪽
16 15. 너무 힘들다(1) +1 22.01.05 54 8 9쪽
15 14.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8) +1 22.01.04 52 4 9쪽
14 13.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7) +1 22.01.03 52 3 10쪽
13 12.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6) +2 22.01.01 61 5 9쪽
12 11.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5) +2 21.12.31 64 7 11쪽
11 10.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4) +1 21.12.30 68 7 11쪽
10 9.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3) +1 21.12.29 82 14 11쪽
9 8.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2) +1 21.12.28 82 10 10쪽
8 7.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1) +1 21.12.27 85 9 12쪽
7 6. 그런데 나는 그걸 좋아하지 +1 21.12.25 100 8 10쪽
6 5. 사람들도 이상하다 +1 21.12.24 107 9 11쪽
5 4. 세상이 이상하다(4) +3 21.12.23 125 10 13쪽
4 3. 세상이 이상하다(3) +1 21.12.22 155 16 11쪽
3 2. 세상이 이상하다(2) +6 21.12.21 275 75 10쪽
2 1. 세상이 이상하다(1) +9 21.12.20 373 80 9쪽
1 프롤로그 +27 21.12.20 443 112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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