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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체 님의 서재입니다.

빙의한 곳이 어딘가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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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체
작품등록일 :
2021.12.19 22:59
최근연재일 :
2022.01.18 21:19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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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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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3
글자수 :
116,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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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12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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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21. 시뮬레이션 전투(5)

DUMMY

“친구들 일단 우리 밑으로 내려가 볼까요? 지금은 안 흔들리는 것 같으니까 어떻게든 나가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일단 아이들에게 설명을 하고, 동의를 구하기로 했다. 솔직히 나도 내려가는 게 답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진입로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접근이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방법이 있을 거다. 고층에서 창문 깨고 뛰어내리는 것보단 1층에서 창문 깨고 나가는 게 낫기도 하고.


여기가 어떤 구조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옥상에 올라가기엔 옥상이 막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옥상까지 갈 아이들의 체력도 고려해야 한다.



“좋아요!”


“...... 여기 있는 것보단 낫겠죠 뭐.”


“진우 너 왜 자꾸 싸가지 없게 말해. 예의 어따 팔아먹었어?”


“부모님한테 배운 건데.”



이야, 말 되게 잘한다. 진우랑 말싸움하면 내가 처참하게 발릴 것 같다. 무려 열여덟 살이나 차이가 나는데.



“어, 어. 아니, 그거는! 그거는! 내가...... 잘못했다 야. 언니언니. 우리 그럼 아무튼 내려가는 거죠? 여기는 엘리베이터만 있어요. 제가 있던 쪽에 계단도 있었어요. 따라오세요!”


진우에게 잠시 사과하던 소율이는 재빨리 말을 돌렸다. 그러고는 환히 웃으며 앞장섰다. 이야기를 돌린 것도 기쁘고, 어른을 만나서 긴장도 꽤 풀린 모양이었다. 내가 글러 먹은 인간만 아니었다면 더 완벽했을 텐데......


내가, 스물아홉을 먹긴 했지만 솔직히 어른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나이만 보면 어른인데 정신연령은...... 딱히......


아니야. 정신 차려. 정신줄 놓으면 안 돼. 네가 그래도 여기 있는 애들보다 무려 스무 살 가까이 나이가 많이 난다. 제대로 된 어른은 아니지만 책임 의식을 가지고......!



“여기예요! 저 문 열면은 계단 나와요. 일단 제가 먼저 들어가 볼까요?”


“아니, 아니요. 일단 내가 먼저 들어가 볼 테니까 친구들은 여기 있어봐요. 혹시 위험하면 안 되잖아요.”


“언니도 위험하면 안 되잖아요.”


“어...... 나는, 어른이니까. 어른이니까 괜찮아요.”



안 괜찮아! 나는 성인이어도 어른은 아니야! 다 자라서 내 일에 책임을 질 수 없어!



“...... 일단 내가 가볼게요.”


그렇지만 뭐 어쩌겠냐. 일찍 태어난 네 죄다 주서현아.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그러자 일단은 평범한 계단이 보이, 어라.



“언, 언니! 땅 또 흔들려요!”



이건, 이건 그냥 흔들리는 수준이 아닌데?


허공을 붙잡을 수는 없었던 몸이 바닥에 부딪혔다. 튼튼해서 그나마 다행이긴 한데, 애들은 일단은 난간을 붙잡고 간신히 버텼다. 흔들려봤자 조금일 거라 생각했는데 틀린 생각이었다. 바닥이 하도 울려서 몸이 위로 떠오를 것 같았고 좌우로 움직이는 속도도 심해 마치 진도가 높은 지진의 현장에 온 것만 같았다.



“일단은 거기에서 튼튼한 거 잘 붙잡고 있어요!”


“네! 진우야! 이거 잡아! 이거!”



나는 일단 흔들림이 좀 가라앉으면 계단을 내려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바닥이 인위적일 것 같은 정도로 흔들리는 탓에 한 걸음 내딛기만 해도 바닥을 구를 것 같았다.


그때, 예민해진 청력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떤 소리가 들렸다. 소율이와 진우의 소리는 아니다. 저 안쪽에 있는 매장들에서 옷이나 마네킹이 넘어져 나는 소리도 아니다.


끈적하고 질척하며, 동시에 흉포한 소리.

그 모습을 보진 못했지만, 이건 분명 괴물의 소리다.



“진우야! 진우야!”



그때 갑자기 소율이가 소리쳤다. 무슨 상황인가 하고 고개를 들어보니, 진우가 계단에 가깝게 넘어진 것 같았다. 그 와중에도 바닥이 계속 흔들려 까딱 잘못하면 구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젠장. 어떡하지? 내가 지금 아이한테 다가가면 오히려 애는 나한테 휘말려서 같이 굴러떨어질 거다. 그렇다고 그냥 내버려 둘 수도 없고.


...... 아까 그 힘. 그거. 쓸 때 더럽게 아프긴 했는데, 어쨌든 쓰긴 했잖아. 나 염력능력자잖아. 염력이면 이딴 것쯤은 가볍게 해치울 수 있어야지.


진우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아까 느꼈던 그 힘을 다시 재현해내려 시도했다. 심장 쪽이 더럽게 아팠었고, 그러다가 뭔가 쑥 뽑혀 나오는 기분이 들었지. 해내야 된다. 지진이라면 금방 끝나겠지만 이건 지진이 아닐 게 분명하니까.


아마도 그 정체 모를 괴물 때문에 나온 상황일 거다. 그리고 그 소리가 점차 가까워지는 게 전부 느껴진다. 최대한 빨리 1층으로 내려가야 한다.



“아악......!”



개아파 진짜......!


도대체 혼자 있던 시뮬레이션에서 나는 어떤 초인적인 힘을 발휘했길래 염력을 사용할 수 있었던 걸까.


그렇지만 지금 중요한 건 이거다 주서현. 하자. 제발. 아프기만 하지 말고 좀 해내자.

심장이 터질 것만 같이 두근거리고, 부풀어 오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거, 능력 사용하다가 그냥 뒤지는 거 아니야? 나 이렇게 뒤져? 이렇게 허무하게 뒤진다고?



“으아아악!”



해, 했다! 내가 했다! 해냈다!


비록 심장이 더럽게 아파서 확 쥐어뜯어 버리고 싶을 정도지만, 어쨌든 해냈다! 내가 해냈다!


심장에서 뽑아 나온 염력을 진우 쪽으로 향하게 했다. 너무나 생경한 감각이다. 염력 자체가 하나의 눈이 된 것 같다. 염력이 향하는 곳의 주변이 전부 느껴졌다.


아까는 손에 두르기만 해서 뭘 조종할 필요가 없었는데, 이건 좀 많이 어렵다. 너무나 어색한 감각에 적응하지 못해 시도를 몇 번 실패하자 진우는 금방이라도 계단을 구를 듯 위태로워졌다.


눈을 감고, 능력이 아이를 감쌀 수 있게 했다. 염력이 가는 주변이 전부 무엇인지 느껴지고 알 수 있어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래도 어려운 건 여전했다.



“지, 진우가 떴어!”



진우를 바닥에서 조금 들자 벽을 붙잡은 채로 그 광경을 다 보고 있었던 소율이가 놀라 감탄했다.



“언니 에스퍼였어요? 다행이다!”



다행은 아니야...... 나 염력 딱 두 번 써봤거든...... 심지어 방금이 그 두 번째였어......


근데 이거, 왜 이렇게 힘이 많이 드냐. 고작 아이를 감싸 들고 옮겼을 뿐인데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다. 많이는 못 쓸 것 같은데.


진우를 안전한 곳에 잘 둔 뒤 나는 바닥을 한 번 걸어보았다. 심각하게 흔들리긴 하는데, 솔직히 이젠 답이 없다. 그냥 갈 수밖에.



“진우 잘 잡아줘요. 내가 염력으로 친구들 옮겨볼 테니까요.”



나야 이능력자씩이나 되는 몸이니 흔들리는 이런 곳에서도 안정적으로 갈 수 있는 거지, 애들은 아니다. 방금만 해도 진우 바닥 굴렀잖아.


소율이가 진우를 꽉 끌어안았다. 진우 볼이...... 빨개지네. 여기서도 로맨스였냐고.


그래도 뭐, 서로 꽉 연결되듯 있으니 옮기는 입장에선 편하다. 나는 아이들 주변에 염력을 둘러 공중에 조금 띄웠다. 젠장. 머리도 깨질 것 같이 아프고 심장도 아프다.



“...... 가자.”



가야 된다. 정말로 가야 돼. 아프면 그냥 밑에 다 내려가서 쉬어. 지금도 또렷하게 들리고 있잖아. 괴물 소리.


입술을 꽉 깨물고 한 발 한 발 발걸음을 내디뎠다. 속도가 더뎌서 계속 짜증이 났다. 빨리빨리 내려가야 아이들도 보내던가 하고 나도 나갈 수 있을 텐데.



“언니...... 괜찮아요?”



허공에서 대롱대롱 떠 있던 소율이가 나를 보고 물었다. 식은땀이 좀 많이 나서 안색이 나빠진 모양이었다.



“응. 괜찮아요. 소율이는 괜찮아요?”



사실 안 괜찮긴 해. 그런데 너한테 안 괜찮다고 말하면 뭐 달라질 게 있니.



“저야 괜찮은데 언니가 너무 아파 보여요.”


“괜찮아요. 능력 쓰면 원래 아프더라고요.”



물론 고작 두 번의 경험뿐이지만...... 아픈 건 사실이 맞긴 맞다. 내 생각으로는 내가 그냥 능력 쪽에선 더럽게 약해서 아픈 거일 가능성이 제일 큰 것 같지만.



“...... 엄마가 이거 함부로 쓰지 말랬는데.”



소율이의 중얼거림은 민감해진 청력에 전부 들렸다. 그런데 무슨 소리인지는 잘 모르겠다. 뭘 쓴다는 거지. 돈을......? 체력을......?



“언니, 손 한 번만 줄 수 있어요?”



소율이가 비장한 얼굴로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 그래요.”



좀 놀라서 사람이 필요한가? 그렇다기엔 진우 있는데. 큰 손이 필요한 건가?


소율이가 내민 손을 잡았다. 그런데, 뭔가 좀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깨질 것처럼 아팠던 머리가 갑자기 시원해졌다. 심장의 고통 역시 사라졌다. 마치 이곳에 처음 왔을 때의 몸처럼, 전혀 아프지 않았다.



“이거......”



이게...... 그니까......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자 소율이가 화들짝 놀라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그니까요! 제가 이거 언니 싫어서 안 쓰려고 한 건 절대로! 절대로! 아니고요. 방금 생각나서 그런 거예요. 진짜 별것도 아니긴 한데, 사실은 저도 에스퍼거든요.”



...... 뭐?


작가의말

개인 사정으로 업로드가 좀 지연됐습니다. 읽어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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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6. 시뮬레이션 전투(10) 22.01.18 22 0 9쪽
26 25. 시뮬레이션 전투(9) 22.01.17 23 0 9쪽
25 24. 시뮬레이션 전투(8) +1 22.01.15 25 0 10쪽
24 23. 시뮬레이션 전투(7) +1 22.01.14 28 0 9쪽
23 22. 시뮬레이션 전투(6) +6 22.01.13 37 2 10쪽
» 21. 시뮬레이션 전투(5) +3 22.01.12 33 2 9쪽
21 20. 시뮬레이션 전투(4) +8 22.01.11 43 6 9쪽
20 19. 시뮬레이션 전투(3) +7 22.01.10 56 4 10쪽
19 18. 시뮬레이션 전투(2) +2 22.01.08 45 2 9쪽
18 17. 시뮬레이션 전투(1) +1 22.01.07 44 1 11쪽
17 16. 너무 힘들다(2) +1 22.01.06 58 9 9쪽
16 15. 너무 힘들다(1) +1 22.01.05 55 8 9쪽
15 14.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8) +1 22.01.04 61 4 9쪽
14 13.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7) +1 22.01.03 59 3 10쪽
13 12.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6) +2 22.01.01 64 5 9쪽
12 11.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5) +2 21.12.31 68 7 11쪽
11 10.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4) +1 21.12.30 70 7 11쪽
10 9.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3) +1 21.12.29 84 14 11쪽
9 8.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2) +1 21.12.28 86 10 10쪽
8 7.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1) +1 21.12.27 92 9 12쪽
7 6. 그런데 나는 그걸 좋아하지 +1 21.12.25 103 8 10쪽
6 5. 사람들도 이상하다 +1 21.12.24 110 9 11쪽
5 4. 세상이 이상하다(4) +3 21.12.23 129 10 13쪽
4 3. 세상이 이상하다(3) +1 21.12.22 158 16 11쪽
3 2. 세상이 이상하다(2) +6 21.12.21 279 75 10쪽
2 1. 세상이 이상하다(1) +9 21.12.20 374 80 9쪽
1 프롤로그 +27 21.12.20 453 112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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