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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체 님의 서재입니다.

빙의한 곳이 어딘가 이상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서체
작품등록일 :
2021.12.19 22:59
최근연재일 :
2022.01.18 21:19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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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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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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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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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30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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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0.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4)

DUMMY

“...... 너 진짜 심각하구나. 언니라고 불렀는데 소리를 안 지르네. 야 진짜 괜찮아?”


“아...... 네.”


“악 진짜 이상해. 존댓말 쓰지 마. 그냥 반말로 해. 어우, 소름이 아주 그냥 쫙.”



소름이 끼치는 듯 몸서리를 치는 공윤하를 보고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럴 수 있지. 나도 친구가 갑자기 날 모르는 사람처럼 존댓말을 쓰면 소름끼칠 것 같다.



“근데 너 네 능력이랑 나이랑 뭐 그런 것도 다 몰라? 보통은 다 처음에 알려주던데.”


“기억 잃고 났더니 바로 교육받아야 한다고 끌려갔어.”


“아하. 하긴, 진세희 선배님 일정 바쁘시니까.”



...... 선배님. 다른 분들한테는 선배님으로 불리시는군요 진세희 선생님. 저는 그것도 모르고 그냥 제 또래라고 생각해서, 하......



“너 근데 담당해주는 관리자 있지 않아?”


“응. 오늘 나한테 올 거라고 하셨어. 원래 있던 곳 가면 그 사람도 올 거라고 하셨는데......”



누구인지를 모르네. 사실 내 앞에 있는 이 사람의 이름도 모른다.



“그, 혹시 이름이 뭐야?”


“서현이, 언니 이름 똑똑히 기억해. 나는 너의 오랜 친구 공윤하야.”



이 친구 연극 배우 뭐 그런 거 했어도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아, 우리 내려야 한다. 여기가 본관인데 본관 2층이 윈도우부야.”



공윤하가 가리킨 곳에는 거대한 건물이 있었다. 외벽이 전부 유리였는데, 푸르고 두터워서 내부가 보이진 않았지만 중간 중간 유리에 뭔가 출입문 비슷한 게 보이는 듯했다. 뭐냐 저게.


공윤하는 나를 붙잡고 버스에서 내렸다. 뭔가...... 팔랑팔랑 날아가는 느낌.

어라. 어? 어! 내 발 왜 떠 있어? 뭐야! 이거 뭔데!



“으아, 으악! 바, 발 떴어! 발 떴다고!”


“언니 능력 뭐다? 중력 조절. 희귀한 거니까 기꺼이 겪어봐 친구.”



언니는 개뿔, 내가 너보다 세 살이나 많아 이것아!



“사, 살려줘! 살려줘!”



하늘에 동동 떠다니는 풍선 같은 기분을 내가 느끼게 될 줄이야.



“아하학! 아 진짜 개웃기다 주서현!”


“내려줘! 야! 공윤하!”


초면이지만 절로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 아니 진짜, 너무 생소한 느낌이다. 어렸을 때 무중력 비행기 타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뭔 생각으로 그런 소원을 가졌는지 모르겠다.


다리를 열심히 바둥거려도 그냥 꼴만 우스꽝스러워진다. 몸이 지상 어느 곳에도 닿지 않는다는 기분은 참 더러웠다.



“푸하하! 싫어! 내가 너 그대로 동동 떠서 문 앞까지 배송해줄게!”



노인 공격을 멈춰주세요......!



“나, 나 아침 먹을 거야! 뭐 안 먹고 왔어! 지금 당장 갈 거 아니니까 좀 그만해!”



결국 강하게 소리쳤다. 내가 일찍 나오긴 했어도 지금 당장 제대로 출근할 생각은 없다. 맛있다는 밥이나 먹고 느긋하게 가려고 했는데.



“이야, 사람 진짜 안 바뀌긴 하네. 기억 잃어도 먹는 거 중요하게 여기는 건 진짜 똑같다 야. 알겠어. 같이 가자. 나도 먹을 거거든.”



몸이 점차 무거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발이 살포시 바닥을 디뎠다.



“바, 바닥이다......”



바닥아. 네가 너무 소중했어. 저 하늘은 나에게 너무 매정했거든. 소중한 바닥아, 너는 날 버리면 안 돼......



“너 나중엔 어떡하려고 벌써부터 이러냐.”


“뭐!”



나도 모르게 말이 좀 세게 나갔다. 갑자기 하늘에 떠올라서 그런지 절로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알았어 알았어. 내가 다 미안해. 오늘 내가 다 쏠 테니까 화 풀기? 나 따라와. 식당 가야지 우리.”



애초에 화가 난 건 아니었는데...... 사주겠다면 군말 없이 따라야지. 나보다 어린 사람이어도 밥 사준다면 언니고 형님이다.


나는 공윤하의 뒤를 잘 따라갔다.




“센터에는 본관, 신관, 별관, 특별관 해서 총 4개 관이 있는데 거기에도 다 식당 있어. 근데 아예 식당 건물이 또 하나 있다? 진짜 딱 식당으로 쓰려고 만든 건물인데, 거기엔 진짜 뭐가 다 있어.”



와우. 놀라운 곳이다. 인권은 보장하지 않지만 밥은 잘 챙겨주는구만.


공윤하를 따라 들어온 곳은 센터에 딸린 식당이 아닌, 식당 하나만 통째로 세워졌다는 그 건물이었다. 들어서니 맛있는 냄새들이 가득했다.



“식권으로는 모든 메뉴 다 먹을 수 있고 개별 구매도 따로 있어. 보통은 개별 구매만 해도 푸짐한데...... 너랑 나는 솔직히 그러는 편 아니지. 식권으로 산다? 그래도 한 끼에 2000원밖에 안 해.”


“오케이.”



공윤하가 기억을 잃은 나를 자연스럽게 받아줘서 그런가, 나도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공윤하는 무인 판매기를 꾹꾹 누른 뒤 손목에 찬 워치를 결제하는 곳에 가져다 대었다. 그러자 무인 판매기가 식권을 퉤 뱉어냈다. 진짜로 퉤, 하고.



“얜 진짜 싸가지가 없어.”



공윤하는 무인 판매기를 한 대 팍 때렸다. 판매기는 정말로 식권을 퉤 뱉었다. 분명 식권 나오는 곳이라 적힌 곳이 있는데도 거기에 살포시 놓아주질 않았다. 정말...... 싸가지가 없는 것처럼 바닥으로 식권을 뱉었다.


나는 우선 식권을 주섬주섬 집었다. 분명 저건 무인 판매기인데, 왜 식권을 굉장히 빡친 사람처럼 내뱉는 거지.



“쟤 기계 아니야?”


“응. 기계 맞는데 싸가지 없기로 유명해. 옆에도 보면 사람들 다 식권 줍거나 능력으로 잡잖아.”



공윤하의 말에 옆으로 시선을 돌리니 인상을 찌푸린 채 바닥에서 식권을 줍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리고 그 옆 옆에는 누군가 결제를 마치고 식권이 빠져나오는 곳 주변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었다. 결제가 완료된 후 빠른 속도로 떨어지려던 식권이 갑자기 느리게 바닥을 향했다.


느리게 하늘을 유영하는 식권을 빠릿하게 잡아챈 여자는 느긋한 발걸음으로 식당 안에 들어섰다.



“와.”



저거 뭐지. 쓸데없는 것 같긴 한데 개멋있다.



“누구 보고 그렇게 감탄해? 아, 정 부장님. 사람도 능력도 진짜 멋있지 않냐? 시간 조절...... 크으.”



그러는 네 능력은 중력 아니냐. 멋있는 능력 가진 사람이 멋있는 능력 가진 사람 부러워하네.



“아무튼 우리는 밥 먹자. S급 안 되는 이능력자들은 밥이나 잘 챙겨먹고 잘 살아야지......”


“엥, 중력인데 S급이 아니야?”



좋은 능력은 좋은 등급. 이게 국룰 아닌가.



“희귀하다고 등급 높은 건 아니고, 능력 활용에 따라서 달라지니까. 난 아직도 많이 배우는 중이라 중력인데도 A급이지.”


“어, 그럼 난 무슨 등급이야?”



염력 능력은 뭔가...... 좋은 능력이긴 하지만 흔할 것 같다. 왜냐하면 나는 온갖 소설, 만화, 영화, 드라마에서 염력 능력자들을 참 많이 봤으니까.



“너? 내가 알기로는 B.”



음, B는 뭔가...... 애매한 느낌이다. B급 같잖아. B급이 맞긴 하지만 아무튼.



“근데 내가 왜 윈도우 처리 1팀에 있어?”


“똑똑하니까. 능력 활용도 미쳤고.”



...... 곧 강등당하겠는데?



“아무튼 밥이나 먹자 친구. 네가 항상 말했던 것처럼 사람이 밥을 잘 챙겨 먹고 다녀야지. 그런 복잡한 건 생각하지 말고 우리 그냥 오늘 하루나 잘 버팁시다.”


공윤하는 내 어깨에 자신의 팔을 휙 둘렀다. 네 키가 나보다 작아서 팔 아플 것 같은데 친구.




밥은 정말 괜찮았다. 아니, 맛있었다. 내가 그냥 사 먹는 음식보다 여기 밥이 더 맛있었다. 나는 지금까지의 인생 동안 뭘 먹고 산 거지.


대충...... 이라기엔 좀 많이 푸짐한 아침 식사를 마쳤다. 시간은 8시를 조금 넘어서고 있었다. 이대로 내가 가야 할 윈도우 처리 1팀에나 갈까 했는데, 공윤하가 후식을 사주겠다고 날 붙잡았다.


아침부터 너무 먹는 것 같은데...... 그렇지만 따라갔다. 그렇게 먹었는데도 이상하게 배가 터질 것 같진 않았다.



“배에 거지가 들었나.”



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중얼거렸더니 커피가 나오기를 기다리던 공윤하가 냉큼 답해줬다.



“배 안 불러서 이상해? 우리 이능력자잖아. 원래 능력 쓰는 게 신체 에너지를 많이 소비해. 그러니까 많이 먹어둬야지. 아침, 점심, 간식, 저녁, 야식...... 하루에 다섯 끼 먹어도 살 빠진다 야.”



좋은 건가 나쁜 건가.

그런데 공윤하의 말들을 찬찬히 들어보고 있자니 의문이 생기긴 했다.



“너는 뭐든 왜 다 그렇게 잘 알아?”


“내가 좀 똑똑하지.”


“...... 예.”


“사람 진짜 안 변하긴 한다. 표정 썩는 모습은 그대로네.”



이런, 아니꼬운 티가 팍 났나보다.



“장난이고, 우리 센터에 기억상실자들 너무 많아서 그래. 처음엔 나도 어색했는데 몇십 명을 만나다 보니까 나도 모르게 설명충 되고 있어.”


“여긴 왜 그렇게 다들 기억상실자가 많냐.”



내 추측으로는 그 사람들 대부분 빙의자 뭐 그런 것 같은데...... 그렇게 단체로 빙의하는 소설은 못 봐서 잘 모르겠다. 여기 세상 너무 이상해.



“주문하신 아메리카노와 아이스초코 나왔습니다.”



알바생의 목소리가 들린 그때, 내 앞에 아메리카노가...... 날아왔다......?


아메리카노는 정말 내 앞에 날아왔다. 나도 모르게 컵을 잡자 아메리카노가 손안에 무겁게 잡혔다. 순간적으로 놀라 떨어뜨릴 뻔했지만 다행히 공윤하가 날 주시하고 있었는지 컵을 잡아주었다.



“이게 염력이야 친구.”



공윤하가 아이스초코를 찰랑찰랑 흔들려 자랑하듯 말했다. 근데 님 능력은 중력 아니신가요.



“너 9시 전까지 간다고 했지? 같이 가자. 어차피 1팀 옆이 2팀이니까.”



나는 공윤하의 말을 따라 카페 밖으로 나왔다. 사실 여기 지리 아무것도 몰라서 공윤하를 따라가는 게 나로서도 편하다.



“그럼 갑시다 친구! 오늘은 부디 깨진 유리창이 없길 바라면서!”



공윤하가 컵을 하늘에 높이 들었다. 그와 동시에 내 몸도 바닥에서 조금씩 떠올랐다.



“야, 야, 야! 야 공윤하! 야!”


“제가 편하게 모시겠사옵나이다, 아가씨.”


“아가씨고 나발이고! 야! 야! 커피! 나 커피 들고 있어! 야!”



손에 담긴 커피가 이리저리 흔들렸다. 와이셔츠에 묻으면 지우는 데 한 세월이다. 어떻게든 흘리지 않으려 고군분투하는데 발이 떠 있으니 도무지 제대로 있을 수가 없었다.



“자, 손. 이거 잡으면 되잖아.”



공윤하가 나에게 손을 내밀며 웃었다. 그 모습이 참, 짜증나기 그지 없었다.

되기는 무슨...... 아니다. 되긴 했네. 내가 네 풍선이......


작가의말

제목도 소제목도 다 바꾸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더 좋은 게 생각이 안 납니다. 솔직히 제목 너무 막 지은 것 같아요. 멋질 거면 좀 더 멋지거나 어그로를 끌 거면 좀 더 어그로를 끌어야 될 텐데... 이도저도 아니네요.

이제 거의 라이브 연재로 접어들었습니다. 저는 스토리아레나가 끝나면 제대로 연재하지 않을 제 자신을 잘 알기 때문에... 우선은 최대한 열심히 노력해보겠습니다 오늘도 봐주신 독자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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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4) +1 21.12.30 69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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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5. 사람들도 이상하다 +1 21.12.24 107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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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 세상이 이상하다(2) +6 21.12.21 276 7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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