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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체 님의 서재입니다.

빙의한 곳이 어딘가 이상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서체
작품등록일 :
2021.12.19 22:59
최근연재일 :
2022.01.18 21:19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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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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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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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31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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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1.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5)

DUMMY

지나가는 사람들 때문에 쪽팔려서 뒤지는 줄 알았다. 비웃으면 비웃는대로 빡쳤겠지만, 비웃지 않는 건 그거대로 또 빡치더라.


내가 진짜, 나중에 능력 제대로 쓸 수 있으면 공윤하 당신 꼭 나처럼 쪽팔리게 만들어 버릴 거야. 한 손으로는 나를 잡고 한 손에 든 핸드폰을 보는 공윤하를 노려봤다.


그래도 조금은 다행인 게, 공윤하는 일말의 양심은 있었는지 사람들과 잘 마주하는 곳으로 가진 않았다. 물론 몇 명만 마주친 것도 창피해서 뒤질 것 같았지만......


그렇게 사람들도 지나고, 건물들도 지나고, 산과 강을 넘진 않았지만 아무튼 많은 곳을 건너자 아까 봤었던 그 건물이 보였다. 햇빛이 파란 유리에 반사되는 게 예쁘긴 했는데 앞으로 저기가 내 직장이라니 전혀 기쁘지 않았다.


공윤하의 손을 붙잡고 본관의 내부로 들어갔다. 이쯤되면 내려줄 법도 한데, 나는 아직도 공윤하에게 붙들려 떠 있다. 이제 불안한 건 다 사라졌다. 그저 부끄러움만 남을 뿐......


부끄러워하는 나와는 달리 멀쩡해보이는 공윤하는 나를 정말 풍선처럼 두둥실 잘 끌고 다녔다. 여러 번 해본 솜씨가 아닌 것 같은데.


본관은 일반인들도 출입할 수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일반인이 출입 가능한 구역과 에스퍼들만이 출입 가능한 구역이 나뉘어 있었다.


공윤하는 제 워치를 출입 기기에 찍은 뒤 내 손목을 이끌어 내 워치도 출입 기기에 찍었다. 워치가 정말 많은 일을 하는 것 같았다. 이거 해킹당하거나 그러면 그날로 에스퍼들 들고 일어서겠는데.


에스퍼들만 출입 가능한 에스퍼 구역을 통해 계단을 올라갔다. 그때까지도 나는 두둥실 떠 있었다. 이젠 더 창피할 것도 없다. 해탈의 경지에 다다랐으니까.


공윤하와 나는 어느새 본관의 2층에 도착하게 되었다. 복도는 개미 한 마리 없이 고요했다. 물론 이런 곳에 개미가 있으면 당장 세X코 불러야 되겠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관용 표현이다.



“...... 이제 제발 좀 내려줘.”



마음 속으로는 쌍욕을 몇 번이고 했지만 중력 조절이라는 무서운 능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나대다간 끝도 없이 저 하늘로 올라갈지도 모른다.



“그래. 우리 서현이, 이 언니가 많이 아끼고요 사랑해요. 나는 바로 옆 방에 있을 거니까 뭐 필요한 거 있으면 이야기하고. 다른 팀이긴 한데 다 아는 사이들이니까.”



1팀의 문으로 보이는 곳에 멈춘 공윤하가 내 중력을 원래대로 돌려놨다. 가벼웠던 몸이 점차 무거워지며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좀 오래 떠 있었다고 무거워진 몸이 그새 어색하다.


아무튼 앞으로는 이런 일 없도록 잘 피해 다녀야겠다. 솔직히, 쪽팔리긴 했는데 편하기도 했어서. 나중에 중독되기라도 하면 안 되니까.



“그럼 나중에 봐. 오늘 잘하고. 휴가인데 아깝겠어 야.”



...... 그래, 휴가. 휴가를 낸 상태인데 내가 여기에 떨어진 탓에 소중한 휴가는 없던 일이 되어버린 것 같다. 이건 솔직히 좀 보상해줘야 되지 않냐. 황금 같은 휴가인데! 물론 황금과 바꿔준다고 하면 나는 냉큼 바꾸긴 하겠지만.


공윤하는 먼저 다른 문으로 들어갔다. 나는 텅 비어버린 복도에서 몇 번을 더 심호흡하고 문을 벌컥 열어보았다.


아무도 없...... 지가 않네. 있으시네.


문과 정반대 자리에 누군가가 앉아 있었다. 얼굴은 기가 막히게 모니터에 가려졌고, 머리카락으로 그 존재를 알 수 있었다. 머리카락은 짧아보였는데 여자인지 남자인지는 잘 모르겠다. 내 친구들 중에서 머리 짧은 여자도 있었고 머리 긴 남자도 있어서 이런 거 구별 잘 못한다.


그래도 뭐 뭐, 보나 마나 예쁘거나 잘생겼겠지. 이젠 뻔하다. 나 빼고 모두가 아름다운 세상...... 내 안구에는 좋겠지만 남들 안구에는 테러와 다름없겠군.


문과 가장 가까운 곳은 보통 상석이다. 거기에 이 공간에서 가장 좋아 보이는 책상과 컴퓨터, 프린터기를 사용하는 걸 보니 저 사람은 아무래도 팀장 정도는 되지 않을까.


내가 들어온 걸 모르는 모양인지 별 반응이 없길래 우선은 고개를 쭈욱 빼 이곳을 최대한 둘러보았다. 생긴 건 일반 회사랑 비슷비슷한 것 같은데 조금 더 아늑한 구석이 있었다.


그리고 옆에는 또 다른 문이 있었는데, 아직 거기까진 무턱대고 열어볼 용기가 없었다. 내가 좀, 눈치도 많이 보고 그러는 사람이라. 진짜다.


밖에서 봤던 외관대로 두 벽은 모두 창문이었다. 비타민D 합성은 걱정 없겠어.


그런데 내가 여기 들어온 걸 아직까지 모르는 건가. 이능력자면 감각도 좀 예민하고 그래야 되는 거 아니야? 아니면 알면서 무시하는 건가. 헐, 이게 바로 그 사내 왕따 그런 건가?



“안녕하십니까.”



반응이 없어도 너무 없어서 일단은 꾸벅 인사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지. 물론 내가 다니던 회사는 정말 개쓰레기라서 웃으면 웃기냐? 하고 꼽을 줬다. 그래서 그 썩은 얼굴에 시궁창 물을 부어버리고 싶었는데.


그렇게 오늘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회사의 욕을 속으로 씹고 있었는데, 내 인사 소리를 듣긴 한 건지 컴퓨터 앞에 앉아 있던 사람이 몸을 일으켰다.


창문을 등지고 있어서 보이는 것은 거의 실루엣에 가까웠지만 키가 훤칠했다. 저 키로 사는 건 어떤 기분일까. 내가 몇 센티미터만 더 컸으면 느낄 수 있을 기분이라 그런가, 180대 사람들은 좀 부럽고 짜증난다.


자리에서 일어난 남자가 내 쪽으로 걸어왔다. 후광과 비슷한 것 같았던 역광이 점차 걷히고, 얼굴이 드러났다. 역시나 잘났다.


인상은 꽤나 화려해 보였다. 남자면서 나보다도 긴 것 같은 속눈썹에, 곱슬에. 내 취향은 아니지만 잘생기긴 했다. 이능력자 각성 조건에 외모라도 있는 건가.


그런데 그 잘난 얼굴이 뭔가 원래도 저렇게 생겼을 것 같지는 않은 느낌이 들었다. 잘생기긴 잘생겼는데...... 그, 알지 않은가. 잘난 사람은 망한 화장을 해도 잘나긴 하지만 잘난 화장을 하면 호랑이 등에 날개 단 듯 더 잘나진다는 걸.


저 사람이 딱 그런 경우인 것 같았다. 눈가가 좀 빨갛고, 얼굴도 묘하게 부은 느낌이다. 어젯밤에 울었거나 맵기로 유명한 라면을 먹었거나 둘 중 하나가 분명하다.



“...... 너 왜 출근했어.”



그러게요. 저도 제가 왜 출근해야 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너무 슬프네요.


나에게 말하는 남자의 목소리가 좀 잠겨 있긴 하다. 운 게 맞는 것 같긴 한데 왜 우셨대.



“너 지금 휴가 기간 아닌가?”



이 사람도 못 들었구나. 내 기억상실증 소식......


아 그냥 제발 공지 한 번 돌려주면 안 될까. 매번 기억상실증이라고 변명하고 다니니 입도 아프고 말하는 내가 제일 부끄럽다. 듣는 사람들은 진지하게 받아들여 주긴 하는데 내가 부끄러워!



“제가, 어. 기억상실증이라서요.”



몇 번을 말해도 입에 들러붙질 않는다. 진짜 기억상실증이 아니라서 그런 것 같다.

제발 누가 나 기억상실증인 거 소문 좀 내줬으면 좋겠다. 기억상실증 걸린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런지 소문이 안 나는 걸까.



“기억상실증?”



그렇죠? 당신도 안 믿기죠? 저도 안 믿겨요. 내가 이런 빌어먹을 세상에 왔다는 게......



“담당자는 누군데.”


“어, 아직 모릅니다.”


“...... 모른다고.”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눈썹 하나를 삐딱하게 위로 올렸다. 신기하게도 눈썹만 딱 올라가고 이마에 주름이 지진 않았다. 얼굴이 크게 일그러지지도 않아 우스워 보이지도 않았다. 오히려 좀 쫄렸다.


저거 어떻게 되냐. 내가 하면 그냥 안면 스트레칭이 끝이던데. 나도 눈썹 하나로 저렇게 위압감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담당자를 몰라? 기억을 한 번 더 잃었나.”


“그러니까요! 그게. 어, 어...... 진세희 에스퍼님이 처음에 제 담당을 해주셨는데 할 일이 많으셔서 다른 담당자한테 연계해줄 거라고 하셨습니다.”



비꼬는 것도 아주 수준급이다. 삐쭉 올라간 눈썹은 변할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뭐 저렇게 사람을 쫄리게 만드는지. 대답할 틈도 안 준 건 지면서.



“아. 진 선배님.”



이 사람도 진 선배님이라고 부르네. 그런데 왜 나는 그 분을...... 그 귀한 분으로...... 으윽.


오늘 저녁도 이불킥이 예약되었을 것 같다. 슬프군......



“넌 기억상실자인데 여기 왜 있어.”



그쪽은 묻는 거면 좀 물음표를 써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질문이 아니라 네가 있으면 안 될 자리에 왜 굳이 굳이 기어 들어왔냐고 따지는 것 같습니다. 사람 쫄려서 죽겠어요.



“어...... 기억상실자라서 여기 오라고 하셨는데요. 진세희 에스퍼님이.”



그래서 진세희 방패를 사용했다. 네 선배님이 나한테 이렇게 하라고 하셨다! 작작 따져라!



“너 할 수 있는 거 있어?”


뭘 바라시는 거죠. 전 말하는 감자입니다만.


내가 어리버리한 표정으로 답을 하지 못하자 남자는 한숨을 살짝 내쉬고 말을 이었다. 지금 저 사람 나 한심하게 본 거 맞지. 아니 근데 질문 폭이 너무 포괄적인데 뭐 어떻게 정확한 대답을 해달라는 겁니까.



“염력 능력 사용 가능하냐고. 너 염력 능력자잖아.”


“염력이요?”



그걸 내가 사용 할 수 있긴 하나. 공윤하의 말로 내가 B급 염력능력자라는 걸 알긴 했는데, 쓸 수 있는지 모르겠다. 아까 풍선처럼 있을 때 시도해보긴 했는데 어떻게 쓰는 건지 감도 안 잡혔다. 그냥 내 나름대로 이능력은 영혼에 따라 사용 가능 여부가 달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하긴, 지금 저 사람은 나를 기억상실자로 아니 그렇게 물을 수도 있긴 하겠다. 남들의 눈에 보이는 나는 다른 세상에서 온 주서현이 아닌 기억을 잃은 이 세상의 주서현일 테니까.


염력은 나에겐 아직 멀게 느껴진다. 아까 카페에서 염력으로 온 커피를 잡긴 했지만 너무 짧은 순간이라 그다지 실감나진 않았다.


또한 염력은 어렸을 때 초능력이 나오는 소설들을 보며 갖고 싶은 능력 중 순간이동과 2, 3위를 다퉜었다. 1위는 능력 복사 능력이긴 한데 뭐, 염력 복사해서 쓰고 싶었으니까.



“...... 설마 지금 네가 염력 능력자라는 것도 처음 알았어?”


“...... 아뇨 그건 아닌데, 음......”



그냥, 내가 너무 일반인인 것 같아서요.

남자는 이마를 짚었다. 이봐, 골 아픈 건 나야. 울고 싶은 것도 나고.


작가의말

피곤한 관계로 막 올린 글이라 추후 수정되거나 변할 가능성 있습니다... 안녕히들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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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5. 사람들도 이상하다 +1 21.12.24 107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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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 세상이 이상하다(2) +6 21.12.21 276 7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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