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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체 님의 서재입니다.

빙의한 곳이 어딘가 이상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서체
작품등록일 :
2021.12.19 22:59
최근연재일 :
2022.01.18 21:19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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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3
추천수 :
403
글자수 :
116,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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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10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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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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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0쪽

19. 시뮬레이션 전투(3)

DUMMY

“에휴...... 내 인생 참 뭔 일이니.”



자고 일어났더니 다른 세상에 툭 떨어져 있었고, 고작 하루 지난 지금 시뮬레이션 속으로 들어와 개고생을 하고 있다.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지만 나는 집에 있고 싶었는데.


시뮬레이션 다음 또 시뮬레이션. 이러다가 이것도 끝나면 또 시뮬레이션인 거 아니야? 진짜...... 진짜 끔찍한데 그건. 그런데 나를 말 한마디 없이 또 다른 시뮬레이션에 넣은 걸 보면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차마 상상이라 치부할 수가 없었다.


하하...... 괜찮은 거 맞겠지? 괜찮겠지? 여기만 나가면 원래 있던 캡슐이겠지? 그러나 나를 애써 속여보려 해도 잘 속아지진 않았다. 이미 배신을 한 번 겪어봐서 부정적인 생각만 든다.


힘이 쭉 빠진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데 나는 지금 고생을 했는걸. 작은 고생이라 해도 낙이 오질 않으니 의욕이 나질 않는다.


그래도 뭐 어쩌겠는가. 일단은 살아야지. 몸이 다시 나아져서 그런가, 처음부터 죽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역시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드는 게 맞다.


몸을 툭툭 털고 일어났다. 일어났을 때 바닥에 대자로 누워있는 상태였지만 몸에 먼지가 막 붙어있지는 않았다. 바닥이 대리석인지 타일인지 알 수 없는 돌이라 조금 춥긴 했는데, 깔끔하게 관리되는 모양이었다.


이곳은 바닥부터가 이미 아까 같은 자연의 한복판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정반대였다. 바닥은 번쩍번쩍한 했고, 동그란 조명도 은은한 주황빛이 돌았다.


마치 이곳은 잘 만들어진 도시의 건물 같았다. 자연에 있다가 바로 도시라. 극과 극을 한 번에 체험시켜주려는 모양인가 보다.


몸을 일으키자 공간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옆에는 엘리베이터와 검은 가죽 소파, 그리고 TV가 있었다. 소파가 없는 것도 아닌데 왜 난 바닥에서 일어나야 했지. 이왕 시뮬레이션에 넣을 거면 바닥 말고 소파에서 일으켜주지 좀.



“고생하라는 뜻인가.”



그래도 좀 등 따숩게, 편안하게 해주면 어디 덧나냐고요. 아무래도 이 시뮬레이션을 나가면 바닥에서 일어나는 걸 바꿔 달라고 항의해야겠다. 아무짝에도 쓸모 없으니까.


일단은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 엘리베이터의 옆에 있는 유리창에 다가갔다. 유리창 너머로 차들이 달리고 있는 도로가 보였다. 회사에서 줄곧 봤던 풍경과 비슷비슷하다.


작은 차들이 열심히 달리는 도로와, 점처럼 막게 보이는 사람들. 한순간 그걸 봤던 회사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쳤나 봐 진짜.”



아무리 힘들어도 그렇지, 어떻게 회사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가 있냐. 나는 내 뺨을 살짝 후려쳤다. 아무래도 정신이 아픈 게 맞긴 맞는 것 같다.


떠올려봐 주서현. 너는 지금 풍경만 아주 잠시 그리웠던 거야. 빌어먹을 사장과 개소리만 하는 박 부장을 생각해. 거기에 쥐꼬리보다 못한 네 월급을 생각하라고. 돌아가 봤자 스트레스만 얻을걸?


기억해. 사장이 탕비실에서 콩나물 기르는 거 모르고 커튼 쳤다고 꼽줬던 거 잊지 말라고. 그거 말고도 탕비실에서 믹스커피 하나 먹었다고 눈치 주던 거 기억하라고.


후, 사장을 생각하니 갑자기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싹 사라졌다. 역시 우리 사장, 이런 데선 직방이다. 나머지가 다 문제라는 게 문제지만......


어쨌든 지금 이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평화로웠다. 그런데 이곳이 시뮬레이션이라면, 여기서도 뭐가 일어나겠지? 도대체 이 평범하고 따분한 곳에 뭔 일이 벌어지려는 건지.


유리창을 시험 삼아 주먹으로 퉁퉁 건드려봤다. 둔탁한 소리가 들리는 게 쉬이 깰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방탄유리라도 되는 모양이었다. 총 맞으면 깨지나 갑자기 궁금해지네.


뭐, 사실 유리창이 세워진 곳 자체가 좀 비좁아서 이걸 통해 뛰어내리겠다는 생각은 안 했다. 차들이 작게 보이고, 사람들도 점처럼 보이는 걸 봐선 함부로 뛰어내렸다간 죽을 테니까.


아무튼 유리를 쉽게 깰 수 없다는 걸 확인하자 유리창에는 흥미가 식었다. 그 대신 내가 있는 곳을 좀 알아보기로 했다. 아까처럼 멍하니 자연에 감탄하고 있다간 바로 뒤질 게 분명하니까.


일단은 내가 있는 곳을 위에서부터 아래로 천천히 훑어보았다. 천장이 아주 낮지는 않았고, 생긴 모양이 일반적인 집 같은 장소 같지는 않았다. 소파와 엘리베이터, TV가 함께하는 걸 봐선 백화점의 엘리베이터 대기 장소 정도 될 것 같았다. 그런 곳에 TV가 잘 있지는 않았던 것 같지만.


어쨌든 이곳이 백화점의 엘리베이터 대기 장소라면 나갈 곳이 있지 않을까. 원래 백화점들은 다 그러니까.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보자 그리 어렵지는 않게 입구 같은 곳을 찾을 수 있었다. 좀 까매서 처음에만 안 보인 모양이다.


입구로 들어가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곳이었다. 안에는 옷들이 즐비해 있었다. 작은 마네킹들에 옷이 입혀져 있었다. 생긴 사이즈를 봐서는 아동복 매장들을 모아놓은 층 같았다. 그런데 사람들이 아무도 없었다. 뭔가 정말 벌어지긴 할 모양이다.



“...... 음.”



솔직히 또 뭘 하긴 싫다. 어떻게든 죽을 힘을 다해 괴물을 죽여도 내가 죽어야 빠져나오던데. 또 힘을 빼고 싶진 않다. 괴물을 죽였을 때 약간은 희열이 느껴지긴 느껴졌지만 솔직히 너무 아팠다. 나는 아픈 게 정말 싫다.


열심히 뒤지면 뭔가 조금 더 쉽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는 있겠지. 그런데 그래 봤자 이겨도 죽어야 끝인데?


이게 평가라고는 했다. 그러나 평가라면 꾸미기보단 내 본연의 모습을 솔직하게 밝혀야 되지 않을까. 사실 귀찮고 두려워서 개소리를 지어내는 게 맞긴 하다.


그래도 뭐, 이능력자면 생존이랑 직결되어 있을 텐데 안 꾸며야 되는 것도 맞긴 하잖아. 이것 역시 개소리며 변명이다.



“...... 모르겠고 그냥 처박혀 있을란다......”



의욕이 없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들 뻔했지만 정신이 많이 힘든 모양이다. 나는 비척비척 내가 있던 장소로 걸어 들어가 검은 가죽 소파 위에 풀썩 드러누웠다. 적당히 푹신한 게 좋았다.


뭔가 해야 할 것 같지만 극심한 피로감이 몰려드는 까닭에 한 걸음 움직이기도 싫었다.


그렇게 소파에 몸을 묻고 잠에 빠지려 할 때, TV가 갑자기 이유도 알 수 없이 켜졌다. TV가 삐리릭 하며 켜지는 소리에 잠에 들려던 정신이 훅 깨버리고 말았다.



“아, 개 같아 진짜.”



욕하고 싶다. 너무 많이 하는 것 같아서 줄여야 하는데.


TV가 알아서 켜진 이유는 뭐, 뻔하다. 시뮬레이션의 스토리 진행을 위해서겠지.


감각들은 시뮬레이션 치고는 너무나 현실 같았지만 이런 인위적인 전개에서는 확실히 가짜라는 게 느껴지긴 했다. 이래놓고 시간 좀 지나면 너무 현실 같아서 벌벌 떨 내 모습이 어렴풋이 보이는 듯하지만.


그래. 기왕 켜졌으니 시청해주는 성의 정도는 보여주겠어. 잠도 깼고, 어디에 있어야 곱게 뒤질 수 있는지 알기도 해야 되니까. 스토리 진행이라면 여기 이야기 나올 거 아니야.


TV가 다 켜지자 그 안에는 정장을 차려입은 아나운서가 보였다. 뉴스인 모양이었다. 아나운서의 밑에 있는 자막에는 윈도우 발생이라는 글자가 큼직하게 써져 있었다.



-“속보입니다. 오늘 오전 9시경 서울 해피 백화점 4층에서 1급 윈도우가 나타났습니다.”



백화점이라 하니 그곳이 아마 여기일 것 같다. 그건 그렇고 해피 백화점......? 이름 너무 구린데. 적어도 이렇게 실감 나는 시뮬레이션을 만든 거라면 이름도 좀 잘 만들어주지......



“윈도우가 나타나고 10분 뒤, 알 수 없는 이유로 해피 백화점 내부로 진입할 수 있는 진입로가 전부 막힌 상황입니다. 대부분의 고객과 직원들은 대피했지만 전원이 대피했는지는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렇게 말을 내뱉은 TV는 자기가 알아서 스르륵 꺼져버렸다. 뉴스치고는 시시콜콜한 것들까지 말해주는 느낌이다. 그런데 왜 말을 전부는 안 해주는지. 그래서 사람들 다 나간 거야? 나만 남은 거야?



“주혜인 씨, 저 여기서 또 죽어야 나가요?”



아무리 시뮬레이션이라 현실과는 다르겠지만, 그래도 또 죽는 건 싫다. 으.



“주혜인 씨?”



그런데 이 사람은 왜 또 답이 없냐. 상황이 바뀌었으니 응답이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급한 일 있으면 부르라 하지 않았어요? 불러도 왜 안 오세요...... 저 이거 더 해봤자 아무것도 못 한단 말이에요......”



제발 답을 좀 주십쇼...... 나 진짜 뭐 해야 될지 모르겠단 말이에요......


...... 진짜 아무 말도 없네. 빌어먹을 세상. 인생은 솔플이다 이거지?


아무래도 누워서 잠만 퍼질러 자는 게 내 할 일은 아닐 게 분명한 듯해 결국 몸을 일으켰다. 아, 진짜 일어나기 싫다.


그래, 정신이 상처받아봤자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면 별 보상도 못 받는 대한민국에서 버텨왔으니 이번에도 그냥 버텨봐라 주서현아. 잘 될 지는 모르겠다만......



“내가 진짜 나가면 집에만 처박혀 있을 거예요.”



내 집은 아니지만, 그곳이 내 홈 스윗 홈이다. 내가 반드시 돌아가고야 만다!


작가의말

스토리 거참 늘어지는군... 나중에 반드시 수정하겠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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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6. 시뮬레이션 전투(10) 22.01.18 21 0 9쪽
26 25. 시뮬레이션 전투(9) 22.01.17 19 0 9쪽
25 24. 시뮬레이션 전투(8) +1 22.01.15 20 0 10쪽
24 23. 시뮬레이션 전투(7) +1 22.01.14 24 0 9쪽
23 22. 시뮬레이션 전투(6) +6 22.01.13 33 2 10쪽
22 21. 시뮬레이션 전투(5) +3 22.01.12 29 2 9쪽
21 20. 시뮬레이션 전투(4) +8 22.01.11 41 6 9쪽
» 19. 시뮬레이션 전투(3) +7 22.01.10 51 4 10쪽
19 18. 시뮬레이션 전투(2) +2 22.01.08 41 2 9쪽
18 17. 시뮬레이션 전투(1) +1 22.01.07 40 1 11쪽
17 16. 너무 힘들다(2) +1 22.01.06 51 9 9쪽
16 15. 너무 힘들다(1) +1 22.01.05 54 8 9쪽
15 14.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8) +1 22.01.04 53 4 9쪽
14 13.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7) +1 22.01.03 52 3 10쪽
13 12.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6) +2 22.01.01 61 5 9쪽
12 11.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5) +2 21.12.31 64 7 11쪽
11 10.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4) +1 21.12.30 68 7 11쪽
10 9.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3) +1 21.12.29 82 14 11쪽
9 8.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2) +1 21.12.28 83 10 10쪽
8 7.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1) +1 21.12.27 85 9 12쪽
7 6. 그런데 나는 그걸 좋아하지 +1 21.12.25 100 8 10쪽
6 5. 사람들도 이상하다 +1 21.12.24 107 9 11쪽
5 4. 세상이 이상하다(4) +3 21.12.23 126 10 13쪽
4 3. 세상이 이상하다(3) +1 21.12.22 155 16 11쪽
3 2. 세상이 이상하다(2) +6 21.12.21 276 75 10쪽
2 1. 세상이 이상하다(1) +9 21.12.20 373 80 9쪽
1 프롤로그 +27 21.12.20 445 112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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