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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체 님의 서재입니다.

빙의한 곳이 어딘가 이상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서체
작품등록일 :
2021.12.19 22:59
최근연재일 :
2022.01.18 21:19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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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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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3
글자수 :
116,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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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03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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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3.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7)

DUMMY

“...... 정말 없어?”


“넵.”



있겠냐. 지금 네 이름도 들었는데. 왜 자꾸 나한테 질문하라는 질문을 해?


계속 질문하는 건 아무것도 모르는 머리를 좀 쥐어짜 보라는 건가? 아니면 곧 나갈 미운 놈 떡 하나 더 챙겨주는 건가? 하지만 질문은 선물이 아닌데......?


세상 사람들은 모두 잘 기억해야 한다. 취향을 저격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선물로는 웬만해선 현찰이 좋다.


금세빈은 뭔가 이야기를 하고 싶은 얼굴이었다. 하고 싶으면 좀 하지. 금세빈의 머릿속은커녕 지금 이 세상의 주서현도, 알렉산데르의 작동법도 완벽히 알지 못하는 나다. 궁금한 건 많긴 하다. 그렇지만 그게 지금 처음 봐서 뭘 하는지도 잘 모르겠는 금세빈에게 있을 리가.


그렇게 잠시 어색하게 서 있었다. 그러다 금세빈이 조금 어렵게 입술을 뗐다. 저 입에서 뭔 말이 나오려나.


아, 설마. 혹시 돈 빌렸나? 그래서 먹튀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양심고백 하는 건가?



“...... 너, 있잖아.”


“옙.”



나는 금세빈의 말을 아주 귀 기울여 들을 준비를 했다.


돈은 중요하다. 그게 내 돈이라기에도, 내 돈이 아니라기에도 뭐한 이 세상의 주서현이 가졌던 것이라 해도 중요한 건 중요한 거다. 그리고 뭐, 이젠 내가 쓸 돈일 텐데.

어, 갑자기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혹시라도 내가 있던 세상에 이 세상에 있던 주서현이 갔다면...... 진짜 미안한데.


내가 어제 얼핏 봤던 주서현의 통장 잔고의 액수는 어마어마했다. 그에 반해 내 통장은...... 내 대가리처럼 빈약하기 그지 없지. 제가 그래도 최대한 절약하면서 살겠습니다 주서현 씨.


내가 이딴 이상한 생각을 하며 말을 기다리는 와중에도 금세빈은 입술을 뗐다 붙였다, 아주 붕어처럼 뻐끔거렸다. 할 말이 있는 거야 아니면 입술 운동하는 거야.


그렇게 금세빈의 말이 이어지기만을 기다릴 때, 닫혀 있던 문이 다시 벌컥 열렸다.



“출근했습니다! 제가 분명 10시 전까지는 출근한다고 했죠? 지켰습니다 팀장님! 간식 쏘세요!”



문이 벌컥 열리자마자 귀가 아픈 소리가 우다다 발사되었다. 하필 금세빈 때문에 소리에 집중하고 있던 차라 귀가 더 아팠고,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나다 내 발에 내가 걸려 넘어질 뻔했다.


어우, 내 귀. 귀가 진짜 너무 아프다. 이능력자라는 게 되어서 그런가 감각들이 다 좋아져서 원래 아팠을 것보다 더 아파진 것 같다.



“팀장님 진짜 간식 쏘셔야 합니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제가 다 기억하고 있어요!”



아직 안에 다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저 사람이 한 말이 내가 여기서 했던 말보다 더 많은 것 같다.


누군지 제대로 보지도 못했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느껴졌다. 진짜 밝은 사람이라는 거. 거기에 목소리 높기와 빠르기가 무슨, 어디 진행자 해도 될 것 같다.


문이 겨우 닫히자 드러난 건 신기하게도 머리를 분홍색으로 물들인 남자였다. 염색이 취미인 친구에게 들은 말로는 저런 색 나오려면 탈색을 두 번은 해야 한다던데.


수능이 끝나고 호기롭게 탈색을 한 번 해봤다가 지옥을 경험한 나에겐 정말 내 친구도 이 사람도 대단해 보였다. 강철 두피를 가지셨나.


남자는 금세 금세빈을 발견했다. 어라. 금세 금세빈? 오, 뭔가 어렸을 때 이런 걸로 놀림 받았을 것 같다.


...... 왜 이딴 생각만 하는 걸까. 아직 아침이라 내가 좀 졸린 모양이다. 아침도 든든하게 먹고, 후식도 먹었지만 아직 시간은 아침이니까. 나도 안다. 이 말 다 개소리다.


그렇지만 좀 피곤한 건 사실이다. 나 분명 어제 일찍 누웠는데 왜 졸리지. 음...... 아...... 이불킥......


...... 이쯤 되면 그 기억을 도려내고 싶다. 여기 이능력자 세상이라며. 그럼 기억 지우는 초능력 뭐 그런 것도 없나? 의뢰를 좀 해야 할 것 같다.


내가 그렇게 괴로움에 홀로 고개를 도리도리 저을 때, 남자는 금세빈을 발견하고는 아주 당당히도 외쳤다.



“팀장님! 간식 언제 쏘실 거예요?”


“네가 멋대로 약속한 거잖아......”



금세빈의 인상이 구겨졌다. 목소리에 짜증이 가득 묻어나는 걸로 봐서는 이런 상황이 한두 번도 아니었던 것 같다.



“저리 꺼져라. 옷은 또 왜 그딴 꼬라지야. 대가리 요상하게 물들이더니 뇌도 염색했냐?”



금세빈의 말에 나도 분홍 머리의 남자의 옷에 시선을 돌렸다. 머리 때문에 안 보였는데, 확실히 화려하긴 하다. 그래도 이상한 꼬라지는 아닌 것 같은데. 그냥 연예인들 입고 다니는 이상한 옷 정도로 생겼다. 얼굴이 잘생겨서 커버되는 정도의.



“으, 아재. 요즘 애들 다 이렇게 입고 다니거든요. 레트로라고요 이게. 어휴, 그래요. 제가 이해하겠습니다. 아저씨가 뭘 알겠어요.”


“야.”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남자는 시선을 돌렸다. 내가 있는 쪽에. 그리고 남자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뭔가...... 저 입에서 나올 말이 예상되는 것 같기도 하다.



“엥. 서현이 너 왜 여기 있어? 너 이번 주 휴가 냈잖아.”



그래. 예상했던 바다. 이젠 안 나오면 섭섭한 질문이지. 저 사람은 나한테 반말하는 걸 보면 스물여섯 이상 스물여덟 이하인가. 생긴 걸 봐서는 이십 대 초반이나 10대 후반도 가능할 것 같은데.



“너 뭔 일 있어? 센터 싫어하지 않았냐?”



속으로 한숨을 푹 쉬고 답할 준비를 했다. 나는 주서현이 맞긴 한데, 기억상실증에 걸려서 이능력자의 존재도 처음 알게 되었다고.


당신이 누구인지는 기억도 나지 않고 이 세상 자체가 처음인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전자 기기를 보고 놀라지는 않고 자연스럽게 사용도 가능한...... 진짜 이게 뭔 소리일까. 말하는 나도 어이가 없다. 도대체 여기 세상 사람들은 이런 변명을 왜 다 그렇게 잘 받아들이냐.



“얘 기억상실증이란다.”



내가 만든 변명이 너무 말이 안 되는 게 좀 짜증이 나 얼굴을 구겼는데, 금세빈이 대신 답해줬다. 뭐야, 감동인걸?



“헐, 진짜요? 서현이 어떡해. 휴가인데 기억상실증이라서 회사 왔어...... 야 진짜 불쌍하다. 오빠가 까까 사줄까?”



왜 저래.



“오빠는 무슨. 어제 술이라도 처먹었냐 최수윤? 대가리 물들여서 머리 색 빼더니 개념도 같이 흘러나갔나 봐?”



다행히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금세빈이 대신해주었다. 차마 초면이라 개소리에 쌍욕을 할 수 없어서 눈으로만 욕했던 거지, 조금만 친분이 있었으면 대가리 갈겼다. 감사합니다 팀장님!



“쟤 너보다 세 살이나 어려. 스물셋, 이름은 최수윤. A급 물 능력자.”



금세빈이 한숨을 쉬며 나에게 말해줬다. 쟤는 세 살이나 어린데 나한테 반말을 까는 거야? 진짜 개념도 흘러나갔...... 잠시 내 안의 유교걸이 날뛰는 모양이다. 진정해 걸, 걸, 유교걸.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는 마. 쟤 원래 이 팀에서 나 빼고 다 반말하고 다녀. 처맞기도 많이 처맞았는데 고치질 않더라. 아, 근데 진짜 그 오빠 소리는 뭐냐? 나보곤 아저씨라고 그렇게 놀리면서 너는 하루아침에 네 살이나 더 늙고 싶나 봐?”


“아 당연히 장난이죠. 원래 기억상실자한테는 다 이렇게 놀려 먹는 게 국룰이라고요. 아니 내가 그리고 매번 장난치면 서현이랑 윤하한테 처맞았는데 이거 하나 못하나.”


“어. 못해.”


“와! 진짜 매정하다! 팀장이 사람 차별하네!”


“우리 팀에서 네가 제일 시끄러운데 차별이 안 되겠냐.”


“어우, 아침부터 힘들 넘치시네.”



한참 무의미한 말싸움을 끊은 건 문을 열고 들어온 또 다른 사람이었다. 이번에는 여자였는데, 쾌활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그리고 뭐, 생긴 건 굳이 말하지 않겠다. 입만 아프니까.



“어라, 서현이 왜 여기 있어? 휴가잖아.”



최수윤과는 다르게 나를 바로 발견한 여자가 질문했다. 진짜 보는 사람들마다 다 물어본다.



“서현이 기억상실증이래.”



이번 답변은 최수윤이 대신해주었다. 확실히 대신 답해주는 사람이 있으니 솔직히 편한 것 같다. 이래서 고객 센터들이 자동 응답 매크로를 돌리는 건가......!



“헐. 어떡하냐. 서현이 괜찮아?”


“아, 넵. 괜찮습니다.”


“아이고...... 그래도 뭐, 너만 기억상실증 아니고 다른 사람들도 많으니까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어. 여기 있는 기억 잃었던 사람들 다 잘 먹고 잘사니까.”



그렇다기엔 인권이......



“아, 근데 팀은 어떻게 하나? 능력 쓸 수 있어?”



아니요. 제가 그럴 수 있을 리가. 그런 쪽에서는 평범한 일반인으로 살아온 말하는 감잡니다 제가. 사람으로 위장 잘하죠?


물론 나는 나의 사회적 체면을 지키기 위해 내 생각을 그대로 말하진 않았다. 그저 고개만 내저었다.



“그럼 능력 사용 교육도 받아야 되고, 할 거 많겠네. 서현이 아무것도 모르는데 데리고 다닐 수는 없지 않아요 팀장님?”


“어. 그래서 3팀에 맡기려고. 어쨌든 이 일 계속하긴 할 테니까. 정 안 맞으면 다른 부서 가면 되는 거고.”



내 의사는 전혀 없는 결정이긴 하지만 맞는 말이니 따르긴 할 거다. 난 너무 줏대 없이 산다. 그렇지만 뭐, 여기서 줏대 그거 하나 세워봤자 뭐가 좋겠나.



“3팀에서도 잘할 수 있을까요. 우리 일 빡세잖아요.”


“뭐 어쩌겠니. 본인이 버텨야지.”



그, 혹시 절벽에서 새끼를 떨어뜨리는 사자십니까? 근데 저는 새끼 사자가 아니에요. 그래서 떨어지면 못 올라오고 그냥 뒤지는데.



“에휴, 휴가에 기억 잃고 너도 참 불쌍하다. 잘 버텨야 해. 뭐든 안 그런 일은 없지만 우리는 많이 힘든 곳이니까.”



여자가 나를 애잔하다는 듯 보며 말했다. 갑자기 더 두려워진다. 내 미래는 과연......?

갑자기 귓가에 그런 말이 들리는 것 같다. 눈을 감아보렴, 뭐가 보이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요.

그게 네 미래란다.


...... 집 가고 싶다. 진심.


작가의말

개인 사정으로 연재가 늦어졌습니다. 다음화는 오늘 새벽 안으로 올리도록 노력은... 해보겠습니다. 추후 스토리아레나 참가가 끝났을 때 너무 반복되는 것 같은 내용이나 별로 필요도 없는 것 같은 부분은 수정하거나 삭제할 예정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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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5. 너무 힘들다(1) +1 22.01.05 54 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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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7) +1 22.01.03 53 3 10쪽
13 12.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6) +2 22.01.01 61 5 9쪽
12 11.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5) +2 21.12.31 65 7 11쪽
11 10.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4) +1 21.12.30 69 7 11쪽
10 9.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3) +1 21.12.29 82 14 11쪽
9 8.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2) +1 21.12.28 83 10 10쪽
8 7.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1) +1 21.12.27 86 9 12쪽
7 6. 그런데 나는 그걸 좋아하지 +1 21.12.25 100 8 10쪽
6 5. 사람들도 이상하다 +1 21.12.24 107 9 11쪽
5 4. 세상이 이상하다(4) +3 21.12.23 126 10 13쪽
4 3. 세상이 이상하다(3) +1 21.12.22 155 16 11쪽
3 2. 세상이 이상하다(2) +6 21.12.21 276 75 10쪽
2 1. 세상이 이상하다(1) +9 21.12.20 373 8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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