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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체 님의 서재입니다.

빙의한 곳이 어딘가 이상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서체
작품등록일 :
2021.12.19 22:59
최근연재일 :
2022.01.18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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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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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6,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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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27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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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1)

DUMMY

“교육 어땠어요? 좀 별로였나?”



하...... 저한테 질문하지 마시고 사랑이나 해주시면 안 될까요. 아 솔직히 저 같은 사람한테 질문 하나 던진다고 뭐가 크게 달라지겠어요. 그렇지만 진세희 씨의 사랑은 다릅니다. 제 인생을 구할 거예요!


나는 속으로 온갖 주접을 떨었다. 아니 근데 진짜 재밌다. 주접떠는 것도 재밌고, 구경하는 것도 재밌고.


그래도 내가 어엿한 사회인으로서 마지막 한 가닥 이성은 붙잡았다. 그래서 속으로 이야기하는 거다. 마음 같아서는 당신들은 사랑을 하고 있어! 빨리 고백이나 해! 뭐 이런 식으로 소리쳤을 게 분명하다. 하, 어른 다 됐네 주서현.



“사실 나는 아직 기억상실증 걸린 적이 없어서 뭐가 어떨지 잘 모르거든요. 원래는 기억상실증 걸렸었던 에스퍼가 담당이었는데 딱 그 날 시간 안 된다고 해서.”



기억상실증이 여기서 또 나오는군. 그래. 그럴 수 있지. 실감이 날 이야기는 아니니까.


사실 나도 실감이 안 난다. 내가 봤던 소설은 보통 주인공 혼자나 빙의하지 다수가 빙의하는 경우는 본 적이 많이 없어서.



“어...... 설명을 잘해주시긴 했는데, 사실 아직도 여기가 제 원래 세상이라는 게 잘 믿기진 않아요. 기억상실증이 제 생각으로는 그렇게 흔한 게 아닌 것 같은데, 많이들 걸리신다고 하니까 신기하기도 하고요.”



그래도 우선 착실히 답했다. 나도 처음에 나에게 전화를 걸었던 그 사람이 기억상실증을 아무렇지도 않게 언급해서 참 놀랐지.


내가 보기에 그 기억상실자 대부분은 빙의자나 차원이동자일 게 뻔하다. 여기 로맨스 세상 맞다니까.



“하하, 맞아요. 많이들 그렇게 느낀다고 하시죠. 네...... 그렇죠.”



진세희는 얼굴에 예쁜 미소를 짓더니 잠시 말을 머뭇거렸다.



“음, 정말 아쉽게도 이제 제가 주서현 에스퍼를 담당해서 관리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제 업무는 주로 기본 교육에 치중되어있거든요. 또 센터에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없기도 하고요.”


“아, 그렇군요.”



그러나 나는 속으로 온갖 절규를 내지르고 있었다. 왜냐고? 뻔하지 않은가. 이 사람들 떨어진 그 몇 달에 사귈 게 분명한데! 당신네들의 연애질이 나는 궁금한데!



“너무 아쉬워요. 주서현 에스퍼랑 함께해서 오랜만에 정말 즐거웠거든요. 재밌는 사람인 것 같아요. 같이 있기만 해도 따뜻해지고 즐거워요.”



그렇게 말하시면 제가 감동을 받잖아요. 아, 진짜. 재밌다는 이야기 어디서 못 들어봤는데...... 웃음 장벽 낮으시구나.


그래도 뭐...... 솔직히 칭찬해주니까 기분은 좋았다. 입에 발린 소리여도 달콤은 하니까. 나는 쓴 거 싫어한다. 입에 단 게 내 정신 건강에도 좋으니까 건강에도 좋지 않을까?


...... 개소리라는 거 안다. 아니 그냥, 뭐. 변명할 수도 있지.



“그래서 이제 주서현 에스퍼는 이능력자 관리부에서 관리 업무를 담당하시는 담당자에게 연계될 거예요. 다 좋은 사람들이니까 크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어요.”



이능력자 관리부...... 여긴 뭔 부서가 참 많은 것 같다. 진세희에게 들은 교육은 세상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이었지, 이능력자 센터에 대한 내용은 거의 없었다.


분명 나는 여기에 대략 하루를 꼬박 있었는데, 사실 여태까지도 잘 모르겠다.


아, 심지어 나 아까 옥상에서 만났던 그 남자 이름도 모른다. 다짜고짜 예쁜 여자친구를 자랑하길래 당황만 했지. 여자친구 분이 예쁘긴 했는데 왜 자랑한 건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내 새끼 너무 예뻐라고 말하면서 얼굴에 강아지 사진을 들이밀던 내 친구랑 비슷한 걸까. 연애를...... 유사육아 감정으로 하시나......?



“잘 적응하실 수 있으실 거예요.”



음 그건...... 딱히요. 제가 지금 사람 이름도 부서 이름도 뭐 보고 들은 게 없는데.


저 암기력 약해요. 대한민국의 주입식 교육에 착실히 순응했긴 하지만 나이가 들어버렸거든요. 그래서 공부한 내용은커녕 공부하는 방법도 다 까먹었어요. 나는야 말하는 감자.



“처음 만났을 때도 잘 질문해주시고 이야기도 잘 해주셨잖아요? 빨리 기억 되찾아서 본 업무 잘하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에이스시잖아요.”



“...... 제가요?”



내가...... 에이스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의 사람은 아닌데.


확실히 여기서 진짜 주서현이었던 사람은 꽤나 대단했던 것 같다. 당신은 최곱니다. 나는 그렇게 못 사는데......


내 떨떠름한 반응에 진세희가 또 웃었다. 아니 전 진심이라니까요. 진심으로 에이스가 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에요 제가.



“그럼요. 윈도우 처리 1팀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인재라는 증거죠. 아, 또 깜빡할 뻔했네. 하하, 늙어서 그런가. 내일부터는 9시 전까지 이능력자 센터로 출근하세요. 윈도우 관리부는 본관 2층 쓰니까 거기로 가고요. 숙소에서 5분마다 출근 버스 오니까 그거 타면 돼요.”


“아하...... 네.”



부서 이름도 못 들어봤는데 구조와 지리를 알까 내가. 뭐 본 게 없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진세희가 신기했다. 거의 대학교 캠퍼스 수준으로 넓은 여기를 진세희는 뭐 이렇게 다 잘 아는지.



“음...... 일단 설명할 거린 다 끝난 것 같은데. 뭐 더 궁금한 거 있어요? 우리 이렇게 만나는 건 오늘이 마지막일 수도 있는데.”



진세희가 아쉬운 듯 이야기했다.


누가 이게 마지막이래요. 누가 그랬어? 그런 말은 하지 마. 나는 우리의 만남을 여기서 멈출 생각이 없어. 당신네들 연애하는 건 내가 봐야 할 거 아니야! 내 두 눈으로 똑똑히! 염장질도 당해보고!



“어...... 여기 근무 시간은 아침 9시에서 저녁 6시인가요?”



그래도 일단은 질문을 던져보았다. 물어보면 질문을 만들어서라도 말하는 게 인지상정! 창밖을 보니 숙소와 한층 가까워진 것 같았다. 질문 몇 개만 하면 도착하겠네.



“아, 놀라운 거 하나 이야기해줄까요? 여기 근무 시간 안 정해져 있어요.”



뭐야, 여기 꿈의 직장이야? 1분만 출근하고 탱자탱자 놀아도 되는 곳이었어? 물론 진세희의 표정을 보면 아닐 것 같긴 하다만.



“물론 근무 시간 비슷하게 있는 게 존재는 하는데, 이능력자라는 직업 특수성 때문에 근무 시간을 못 지켜도 불이익은 없어요. 아, 당연히 복지 차원에서 그런 건 아니에요. 오히려 일반인들 평균 근무 시간의 거의 두세 배는 일할 걸요? 정말 사람 갈아서 유지하는 곳이라.”


“퇴근을 못해요?”



내가 방금 무슨 끔찍한 소리를 들은 거지. 생각을 확실히 정정해야겠다. 여긴 꿈의 직장이 아니다. 꿈은 수면실에서만 꿀 수 있는 지옥이지.



“네. 제 지인 중에서는 보름 정도 숙소에 발도 못 붙인 친구 있어요. 센터에서 숙소까지는 버스로도 고작 5분인데.”



...... 여기 진짜 어떤 곳이야. 너무 끔찍한데?



“내일 9시에 가라는 건 보통 주서현 에스퍼 출근 시간대여서 그런 거예요. 과거 출근 시간 조회해보니까 매번 다 9시 전에 도착하시더라고요. 과거랑 비슷한 생활을 해보면 기억이 떠오를 수도 있으니까요.”



아, 젠장. 늦어도 되는 곳에서 왜 그렇게 일찍 출근하셨습니까 이곳의 주서현 씨...... 저와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고 싶으신 겁니까 정말.


내가 짜게 식은 눈으로 바닥만을 보니 진세희가 살짝 웃었다.


예, 재밌으시겠지요. 예, 마음껏 웃으십시오. 나는 정말 속상하니까...... 물론 내가 다니던 회사는 8시 출근이긴 했다.



“또 궁금한 거 있어요?”



이젠 더 딱히 없는 것 같은데...... 뭔가 저 눈빛을 보니까 만들어 내서라도 물어봐야 될 것 같다.



“어...... 어...... 여기 밥 맛있나요?”



그래서 했다. 아주 멍청한 질문. 나는 이디오트.



“아하하, 역시 사람 쉽게 변하진 않네요.”



그런데 그 반응은 뭐세요.


진세희는 정말 예쁘게 웃었다. 웃는 모습이 아름다우시긴 한데요, 제 질문이 그렇게 재밌나요? 사람이 의식주 중에 하나라도 해결이 안 되면 제대로 살질 못하는데! 뭐 어때서!


그리고 제가 궁금해서 물어본 게 아니라니까요? 먼저 질문을 하라고 했잖아요! 어떻게든 쥐어짜 낸 건데! 그건 그렇고 이 센터에서 내 이미지는 뭐야? 아까 그 여자친구 자랑만 잔뜩 하고 간 이름도 모르는 남자도 그렇고, 진세희도 그렇고. 왜 다 날 음식에 미친 사람으로 봐?


여기에 있던 주서현은 도대체 어떤 사람인 거야......



“여기 밥 맛있어요. 그거 하난 좋죠. 외부 호텔에서 몇십 년 정도 일했던 셰프님들이 많이 계시고요, 메뉴도 다양해요. 한식 양식 중식 일식...... 뭐 많지요. 24시간 열려있고, 디저트나 간단한 간식도 있고, 가격도 다 저렴해요. 하나에 500원꼴?”



...... 와, 근데 좋긴 좋은데?



“그거 말고도 뭐 많으니까요, 천천히 즐겨둬요. 즐길 수 있을 때......”



진세희가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왜 웃느라 살짝 접힌 눈에서 눈물이 떼구르르 굴러가는 것 같냐.



“그거 말고, 뭐 궁금한 건 더 있어요?”



궁금한 걸 또? 아까부터 머리 쥐어짜 내 질문하는 거라 더 생각나는 게 없다. 질문 빌런이신지.


지금도 생각나는 게 딱히...... 아, 하나 있다. 근데 그걸 진세희가 알까.



“아까 보여주셨던 첫 번째 영상이요. 혹시...... 아이가 죽는 건가요? 그래서 멈추신 거예요?”


“아, 그 영상이요? 그건 아니에요. 딱 거기까지 보여준 건 그게 끝이라서 그런 거예요. CCTV가 담은 영상은 딱 거기가 마지막이었거든요. 주변 CCTV도 남은 기록이 없고요.”



그렇다면...... 안 죽었다는 걸까?



“혹시 그 아이 어떻게 됐는지 아세요?”


“...... 아, 그 아이요? 궁금한 게 그 아이?”



진세희가 잠시 말을 멈추었다 대답했다. 진세희도 그 아이가 걱정되었던 걸까. 얼굴에 왠지 당황한 기색이 어린 것 같았다.



“네. 아무래도 끝까지 못 보고 넘어간 탓에 좀 눈에 밟혀서요.”



어떻게 눈에 밟히지 않을 수가 있을까. 죽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걸 알긴 하지만, 그래도 알고 싶었다.



“멀쩡하게 잘 살아있어요. 어디선가 이능력자가 나타났거든요. 그 이능력자가 아이를 구했죠. 아이는 그렇게 살아남았어요. 비록 그 이능력자는 사라져서 이름도 알 수 없었지만.”


“...... 아......”



아이가 살아남았다는 건 다행인데, 아이를 구한 분이 사라졌구나. 그런데 이 와중에도 몇 가지 의문이 생기긴 했다.



“그런데 각성자는 게이트 발생 다음날에 생겼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내가 들었던 교육에선 분명 그렇게 나왔는데.



“맞아요. 이 사례를 빼고는 아무도 없었지요. 제대로 내세울 수 있는 기록이 없어서 공식적으로 각성자들은 게이트 발생 이후에 생겼다고 하는 거예요.”


“그런데...... 기록이 없는 걸 진세희 에스퍼 님은 그걸 어떻게 그렇게 잘 아세요?”



사실 이게 가장 궁금했다. 꼭 그 자리에서 지켜보기라도 한 것처럼 이야기해서. 그 아이의 가족기라도 한 걸까.


진세희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조심스레 말했다.



“...... 그 아이가 나거든요.”



...... 예? 그, 예? 뭐라고요?


작가의말

주인공 진짜 말 많네...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셨나요? 저는 즐거운 크리스마스에 바빴습니다... 하하... 일요일에 업로드하지 않았는데, 탈락이 아니긴 하겠죠...? 라이브로 달리니 참 죽을 것 같고 좋네요... 하하...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제 업보인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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