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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체 님의 서재입니다.

빙의한 곳이 어딘가 이상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서체
작품등록일 :
2021.12.19 22:59
최근연재일 :
2022.01.18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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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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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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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3
글자수 :
116,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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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06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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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6. 너무 힘들다(2)

DUMMY

“사...... 살려주세요......”


“아이고. 우리 아직 두 개 더 해야 되는데.”



주혜인은, 주혜인은 정말 나쁜 사람이다. 진짜 나쁜 사람이다. 세상에서 제일 나쁜 사람이다.



“저 진짜 죽을 것 같아요......”



앓는 소리를 내며 바닥에 쓰러지듯 드러누웠다. 온몸이 흐물흐물해진 느낌이다. 오징어도 나보단 더 힘이 있지 않을까.


사실 그리 대단한 걸 한 건...... 아닌 게 아닌 듯. 내 딴에는 대단한 거 했다. 인간이 닿는 게 가능한가 싶은 길이까지 바를 밀어 유연성 측정을 완료했다.


또한 인간이 팔굽혀펴기를 정석적인 자세로 해도 1분에 백 개를 넘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 이능력자는 인간이라고 하긴 좀 뭐하나. 하긴, 내가 봐도 내가 괴물 같긴 하다.


달리기는 100미터가 아닌 200미터를 했는데, 나오는 기록은 원래보다 더 줄어 있었다. 아, 또 인간이 제자리멀리뛰기를 4m 넘게 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내가 살던 세상에선 제자리멀리뛰기 세계 신기록이 4m를 찍은 적이 없는데......!


이능력자라는 것들은 정말 미친 종족이었다. 그리고 내가 그 미친 종족이 되었군. 와우.


셔틀런은 시간이 시작부터 원래 하는 것의 절반으로 준 것 같았다. 그런데 그걸 100개를 넘게 했다. 내가. 체력 쓰레기였던 이 주서현이, 당당하게도 운동수저가 되었다고!


아무도 묻지 않았지만 소감을 한마디만 해보자면, 딱히 기쁘진 않다. 신체 능력이 이렇게 늘어난 만큼 더 굴려질 것 같아서.



“흐어억...... 진짜, 진짜 이러다가 뒤지는 거 아니에요......?”



내 심장이 이렇게 뛰는데! 이렇게 두근거리는데! 이게 도대체 어떻게 안 터져!



“에이, 에스퍼 그렇게 쉽게 안 죽어요.”



내가 아무리 힘들다고 떽떽거려도 주혜인은 그저 웃으며 넘겼다. 괜찮다고, 잘하고 있다고 말도 해준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잘하는 건 아닌 게 분명하다.


왜냐하면 내 체력은 쓰레기였고, 이능력을 각성해서 이런 미친 기록을 낸 거니까. 그런데 나는 원래 B급이었단다. 그러면...... 원래 나보다 체력이 좋은 사람들은 더 미쳤을 게 분명하지.


아무튼 이렇게 떽떽거리고 기록도 못 내는 나한테까지 항상 웃으며 저렇게 잘해주는 걸 보면 주혜인 저 사람은 진짜 독하고 대단한 사람이다. 앞으로 얽히지 말아야지.


그렇게 바닥에 눌어붙은 누룽지가 되길 꿈꾸는 동시에 주혜인을 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람이 이렇게나 찡찡대면 정이 떨어져서라도 표정이 험악해지거나 욕 한마디 튀어나올 수도 있는데.



“정말로 잘하고 있어요, 주서현 에스퍼. 테스트 받는 태도도 좋고요.”


“...... 이게요?”



도저히 믿기지 않는 말에 물었는데 주혜인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야기해줬다.



“그럼요. 제가 전에 맡았던 다른 분은 하다가 도중에 탈주하셔서 잡아 온 적도 있고, 안 하려고 버티다가 능력 쓰는 법 터득하셔서 도망치려고 하신 분도 있는 걸요. 그거에 비하면 주서현 에스퍼는 완전 선녀죠.”



...... 그 이야기를 듣고 보니 내가 생각해도 내가 아주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잘하는 건 모르겠지만.


하는 게 너무 힘들다고 능력 쓰는 방법을 깨달아서 도망치려고 한 사람은 진짜 대단하다. 도대체 누구야 그 사람.



“아무튼, 이제 휴식 끝. 또 해야죠. 그래도 등급 지금까지는 정말 높게 나왔어요. 잘하는데요?”


“감사합니다......”



잘하긴 무슨......



“이제 남은 건 두 개예요. 시뮬레이션 전투랑, 분석능력자 종합 평가랑. 둘 다 이제 제대로 몸 쓰는 일은 아니니까 안심해요.”


“와......”



기뻤는데 감탄이 감탄처럼 나오질 않았다. 온몸의 근육이 혹사당한 탓에 몸 곳곳에서 비명이 들렸다. 내일 아침 내 몸이 어찌 될지 참으로 궁금했다. 침대 밖으로 발을 내디딜 수는 있을는지.



“일어나서 갑시다! 바로 저기 앞에 있는 저기니까 갈 수 있어요!”


“네......”



주혜인이 씩씩하게 내 손을 들어 나를 번쩍 일으켰다. 일으켜 세워준 게 있으니 그에 걸맞게 서야 되는데, 잘 되질 않는다. 몇 번이고 바닥에 풀썩 주저앉았다.



“괜찮아요? 내가 옮겨줄까요?”


“아니요......”



내가 그래도, 키 174의 가오가 있지. 주혜인이 나보다 더 강한 건 알지만 그래도 나에겐 가오와 깡이 있었다. 아직은.


어떻게든 비척비척 몸을 일으켜봤다. 다리가 갓 태어난 새끼 기린처럼 후들거렸지만, 원래 후들거리는 척, 자연스러운 척 걸어가려 노력했다. 물론 딱히 멋있지도 자연스럽지도 않았다.


주혜인이 먼저 문을 열었다. 그러자 넓은 공간 가운데 덩그러니 놓인 캡슐이 보였다. 진짜, 딱 영화에서 보던 그런 모습이다.


흰 공간 한가운데 유일하게 세워진 알 수 없는 기계. 인간의 상상력이 대단한 건가 그 상상력에 한계를 받아서 여기까지만 발전한 건가.


캡슐은 마치 안마의자를 닮아 보였다. 푹신해 보이는 재질의 시트가 있었고, 캡슐 안의 의자 자체가 반쯤 젖혀진 상태라 앉으면 굉장히 편할 것 같았다.



“저기 가서 앉으면 돼요.”



주혜인의 말을 듣고 그대로 안마의자와 비슷한 의자에 앉았다. 생각대로 진짜 편했다. 안마의자 맞는 것 같은데 이거. 너무 편한데.



“여기서 자면 안 되겠죠?”


“잘 수 있으면 자도 돼요.”



주혜인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절대 잘 수 없다는 소리인 것 같다. 괜히 긴장이 되어서 반쯤 감기려던 눈이 번쩍 떠졌다.


갭슐 모양의 기계 안에 들어간 나는 옆에 있는 헤드셋을 들고 그걸 어느새 유리 하나를 두고 바깥에 있는 주혜인에게 살짝 흔들어 보였다. 써도 되냐는 의미였다.


주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안내자의 말을 잘 따르는 새 나라의 기력 없는 어른이라서 그 말을 그대로 들었다. 비싼 게 분명한 것 같은 헤드셋이 내 귀에 잘 안착되자 주혜인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잘 들려요?”



주혜인이 자신의 앞에 있던 머이크를 톡톡 두들기며 말했다. 귀가 툭툭 건드려지는 기분이다.



“잘 들려요.”


-“오케이. 마이크 테스트는 이걸로 완료. 진짜 테스트 전에 안내할 사랑 아주 조금만 이야기할게요. 잘 들어야 해요?”


“네.”


-“첫 번째, 테스트 도중에 뭔가 이상한 기미 같은 게 보이면 나 당장 불러요. 무조건.”



주혜인의 목소리가 심각했다. 이게 뭔 테스트인지 정확하게는 모르고 들어와서 그런가, 괜히 무섭다. 하다가 뭔 일 생길 것 같고.



-“여기서 말하는 이상한 기미는 신체, 정신의 변화를 다 포함하고 있어요. 진행 도중 숨이 막힌다거나 머리가 깨질 것 같이 아프거나 그러면 당장 내 이름 불러요.”


“넵.”



주의해야 할 점이 굉장히 많은 테스트다. 위험한 건가 이거.



-“그리고 잘 기억해요 주서현 에스퍼. 지금 나오는 이건 어디까지나 시뮬레이션일 뿐이에요. 전부 다 허상이라는 소리예요. 잊지 마요.”



주혜인의 목소리가 정말로 진지했다. 그런데 나는 아무것도 몰라서 그런가, 불안하기만 하다. 원래 주혜인이 테스트들은 하기 전에 한 번은 제대로 설명해줬는데 이번에는 설명이 없었다.



“주혜인 에스퍼님, 시뮬레이션 전투는 뭐 하는 테스트예요?”



이름에서 유추하면 말 그대로 시뮬레이션으로 전투를 할 것 같긴 하다. 그런데 그게 어떤 형식으로 구현될 건지는 모르겠다.


내가 흰 공간에 들어가서 거기에 나타나는 괴물들을 때려잡는 걸까? 무기는 줄까? 아니면 좀 더 현실 같은 공간일까? 괴물이 갑자기 튀어나올까?



-“...... 이 테스트는 원래 설명 안 해주고 진행하는 거라서요. 이능력자의 대처 능력도 평가하거든요.”



왜, 왜 불안하게 앞에 침묵을 하셨지. 표정도 당신 미묘하게 어두워졌는데. 도대체 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괜찮은 게 맞긴 해?



-“그럼 진행할게요. 우리 빨리 돌아가서 저녁도 맛있게 먹어야 되고요. 제가 보기론, 주서현 에스퍼는 확실히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할 수 있어요.”


“이거 안 하는 방법, 어라? 저, 저기. 저기요. 저기, 주혜인 에스퍼님. 이거, 이거 기계가 좀 오작동하는 것 같은데요. 이거 이상해요.”



주혜인을 다급하게 불렀다. 왜냐하면, 기계가 정말로 이상했다. 기계에서 갑자기 밧줄 같은 벨트가 나오더니, 내 몸을 꽁꽁 묶었다. 옴짝달싹도 할 수가 없었다.



-“기계 오작동은 아니에요. 원래 그렇게 진행하거든요.”



뭐라고요? 이거 이 상태면 누가 나 건드려도 뭘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건데? 내가 나를 보호할 수 없으면 나는 누가 보호해줘?


절로 험악해진 얼굴이 주혜인을 노려봤다. 주혜인은 그저 아까와 같이 예쁘게 웃을 뿐이었다.



-“충분히 할 수 있어요. 곧 봐요.”



...... 진짜 나쁜 사람이다.

절대 안 엮일 거야.


나는 그 생각과 동시에 내 시야가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작가의말

반드시... 스토리아레나가 끝나면 수정을...!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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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6. 시뮬레이션 전투(10) 22.01.18 21 0 9쪽
26 25. 시뮬레이션 전투(9) 22.01.17 19 0 9쪽
25 24. 시뮬레이션 전투(8) +1 22.01.15 20 0 10쪽
24 23. 시뮬레이션 전투(7) +1 22.01.14 25 0 9쪽
23 22. 시뮬레이션 전투(6) +6 22.01.13 33 2 10쪽
22 21. 시뮬레이션 전투(5) +3 22.01.12 29 2 9쪽
21 20. 시뮬레이션 전투(4) +8 22.01.11 41 6 9쪽
20 19. 시뮬레이션 전투(3) +7 22.01.10 51 4 10쪽
19 18. 시뮬레이션 전투(2) +2 22.01.08 42 2 9쪽
18 17. 시뮬레이션 전투(1) +1 22.01.07 40 1 11쪽
» 16. 너무 힘들다(2) +1 22.01.06 52 9 9쪽
16 15. 너무 힘들다(1) +1 22.01.05 54 8 9쪽
15 14.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8) +1 22.01.04 53 4 9쪽
14 13.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7) +1 22.01.03 53 3 10쪽
13 12.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6) +2 22.01.01 62 5 9쪽
12 11.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5) +2 21.12.31 65 7 11쪽
11 10.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4) +1 21.12.30 69 7 11쪽
10 9.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3) +1 21.12.29 82 14 11쪽
9 8.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2) +1 21.12.28 83 10 10쪽
8 7.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1) +1 21.12.27 86 9 12쪽
7 6. 그런데 나는 그걸 좋아하지 +1 21.12.25 100 8 10쪽
6 5. 사람들도 이상하다 +1 21.12.24 107 9 11쪽
5 4. 세상이 이상하다(4) +3 21.12.23 126 10 13쪽
4 3. 세상이 이상하다(3) +1 21.12.22 155 16 11쪽
3 2. 세상이 이상하다(2) +6 21.12.21 276 75 10쪽
2 1. 세상이 이상하다(1) +9 21.12.20 373 8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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