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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체 님의 서재입니다.

빙의한 곳이 어딘가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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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체
작품등록일 :
2021.12.19 22:59
최근연재일 :
2022.01.18 21:19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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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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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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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11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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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20. 시뮬레이션 전투(4)

DUMMY

소파에 몸을 파묻고 있었지만 이제는 잠이 오진 않았다. 아무래도 일이 일어날 거라는 걸 알아서 그런가, 정신이 깨어 있다.



“이야 미치겠네.”



피로한데, 말똥말똥하다. 너무 피곤하면 이런 상태가 되고는 하던데 딱 그 느낌이었다. 피곤한데 졸리지는 않아서 내 몸이 나한테 뭐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는 그런 기분.



“으아악! 야! 아무것도 안 할 거면 그냥 좀 처자!”



확실히 정신이 피곤하긴 한 건지 입이 뚫린 것마냥 말이 술술 나왔다. 소리도 지르고, 급발진도 한다. 아무래도 시뮬레이션을 나가면 정신과 진료를 받아봐야 하지 않을까.



“저거 불은 왜 켜져 있는데......!”



이제는 머리 바로 위에 있는 조명도 거슬려서 머리를 쥐어뜯으려고 하고 있었다. 사람이 시뮬레이션에 들어오면 정신이든 뭐든 다 피폐해지는 모양이었다.


정신 차리자 주서현. 네가 그토록 싫어하는 김 사장 개새끼와 똑같은 헤어스타일을 네 손으로 만들어낼 수는 없다. 반질반질해진 머리로 세상을 눈부시게 하지 말자.



“아 진짜 나 왜 이래...... 제정신 아니네 주서현......”



그걸 알면서 왜 그러냐.


에휴, 나도 내가 한심했다. 그러나 뭐 어쩌겠는가. 이상한 사람이 이상한 건 하루 이틀 있는 일 아니고, 네가 그 이상한 사람인 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니까.



“아아악! 그냥 좀 빨리 내보내 줘!”


“...... 혹시,”


“으악! 까, 깜짝이야! 누구야!”



소파에 얼굴을 묻고 비명을 꽥 내지르며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애써 식히려 할 때, 누군가 내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여긴 당연히 나만 있을 거라 생각했던 곳이라 정말 소스라치게 놀라버렸다.


나는 고개를 빠르게 들고 내 앞에 있는 사람을 보았다. 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는 사람은...... 여자아이였다. 그것도 꽤나 어려 보이는.



“아, 안녕하세요. 저는, 어, 어...... 음...... 엄마가 모르는 사람한테 이름 알려주지 말랬는데.”


“맞아. 나도 엄마가 모르는 사람한테는 이름 알려주지 말랬어.”



갑자기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백화점 내부로 향하는 통로 쪽을 지켜보고 있자니, 큰 그림자가 점차 작아지며 이내 작은 아이의 형태가 드러났다. 그러다 이내 통로에서 아이가 이곳으로 쑥 왔다. 이번에는 여자아이보다 더 작아 보이는 남자아이였다.


여자아이는 그런 남자아이를 잘 아는 모양이었다. 여자아이는 남자아이에게 손을 잠시 흔들다가 물었다.



“근데 그럼 저분은 우리 뭐라고 부르는데?”


“나야 모르지.”


“너무 무책임하지 않아?”


“무책임해도 되지. 누나 고작 열두 살인데. 나는 열한 살이고.”



나는 그런 광경을 보며 그저 눈만 껌뻑일 수밖에 없었다.



“...... 애들?”



왜 애들이...... 여기 있지. 분명 나갔다며. 대부분이 나갔다고 했는데...... 얘네들은 못 나간 거야?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았다. 못 나갔다 해도 왜 보호자 없이 애들만...... 여기에.



“근데 여기는 왜 간 거야. 이상한 사람 있잖아.”


“이상한 사람이라니. 온 이유는 우리만 있는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도 있는 것 같아서. 하나보다는 둘이, 둘보다는 셋이 언제나 좋잖아.”


“그거 우리 할아버지나 하셨던 말씀인데.”


“너희 할아버지 되게 똑똑하시고 지혜도 많은 분이신가 봐. 아, 그건 그렇고.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왜 너희가 나보다 어른스러운 것 같냐...... 아니다. 네가 어른이다 주서현. 일단은 네가 이끌어야 될 의무를 진 입장이야.



“저기, 얘들아. 아니, 아. 그, 안녕하세요? 왜 여기에 있어요? 보호자는 없어요?”



애들 앞이다. 말 똑바로 하자 주서현. 너도 어른들이 너한테 반말 찍찍해댈 때 기분 더러웠잖아. 최대한 곱고 바른 말......! 안 돼도 그냥 무조건 해! 인생은 실전!



“...... 안녕하세요.”



남자아이가 마지못해 말한다는 듯 인사했다. 그래. 안녕하지는 못하지만 일단은 안녕해 보자꾸나. 그런데 너희는 진짜 왜 여기 있니. 보호자는 도대체 어디에.



“아줌마 이름 뭐예요?”



남자아이가 당돌하게 물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여자아이가 야! 하면서 남자아이를 퍽 때렸고, 남자아이가 휘청이길래 일단은 잡아주며 답했다.



“주서현이라고 하고요, 부르고 싶은 대로 불러요.”



너네가 열 살 고만고만하면 충분히 아줌마 맞지. 할머니라 안 해준 게 어디냐. 그런데 정말 왜 너희만 여기 있는 거냐.



“보호자는 어디 가셨어요? 두 친구만 여기 왔어요?”


“길 잃어버렸어요.”


“저도 길 잃어버렸어요. 그런데 1층 안내데스크 가면 미아 방송 해준다는 게 기억이 나서 거기 가려고 했는데 진우 만났, 아. 아...... 미안 진우야!”



여자아이가 입을 합 틀어막고 남자아이에게 미안하다고 외쳤다. 남자아이 이름이 진우인 모양이었다. 저렇게 말하는 걸 봐선 아예 남남인 건가.



“미안하다면서 내 이름 두 번 말하고 있는 거 알아?”


“미안해 진짜! 내 이름도 말할게! 저는 이소율이라고 하고요, 초등학교는...... 나도 네 초등학교 모르니까 초등학교는 말 안 해도 되지? 그렇지?”


“...... 누나 바보야?”


“아니거든. 아무튼, 어...... 이름 다 말했네요. 그, 음. 그냥 편하게 부르세요. 저는 이소율이라고 부르시고요, 쟤는 서진우라고 부르시면 돼요.”



소율이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진우는 그런 소율이를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아무튼 성이 다른 걸 보면, 남남은 맞나 보다. 아니면 사촌 정도거나.



“두 친구는 여기서 오늘 처음 만났어요?”



“네. 제가 안내데스크 갈 때 진우 울고 있는 거 발견해서요, 같이 1층으로 내려가려고 했어요.”


“나 안 울었거든.”


“그래그래. 네가 다 잘났지. 아무튼 그래서 1층 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바닥 좀 흔들리고 엘리베이터도 못 쓰는 것 같길래 일단 엘리베이터 고쳐질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어요. 그런데 이쪽에서 소리가 들렸거든요. 누구인가 궁금해서 왔더니 언니 있었어요!”



...... 심란하다. 애들이 왜 여기에 있는 거야.

소율이는 환히 웃으며 내가 있어 좋다고 이야기했다.



“그래도 어른 있으니까 마음 든든해요! 솔직히 진우랑 있을 때 조금은 무서웠거든요. 제가 진우랑 있으면 제일 어른인 거잖아요. 한 살 차이밖에 안 나긴 하지만 아무튼요.”


확실히 마음이 편해졌는지 소율이는 재잘재잘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래, 너라도 마음 편해져서 다행이다. 나는 나 혼자만 죽을 줄 알았는데 너희가 있다는 걸 알게 되고 많이 심란해졌지만.



“언니가 있어서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솔직히 아까 바닥 흔들릴 때 너무 무서워서 우리 엄마 아빠 이름 부를 뻔했거든요. 아, 우리 엄마 아빠는 여기 부근에서 장사하세요. 음식 가게인데 진짜 진짜 잘 만들어요! 언니 오면 제가 서비스 주라고 이야기 다 해놓을,”


“친구, 친구. 소율 친구. 일단은, 나한테 그런 거 다 이야기하면 안 돼요. 진우 말대로 내가 나쁜 사람이라면 어쩌려고 그래요.”



이 친구 뭐 이렇게 자기 이야기를 잘 털어놓지. 몇 분만 들어도 곧 어디 사는지, 뭐 하는지 다 알 것 같다.



“언니는 나쁜 사람 아니에요! 원래 나쁜 사람은 자기 착한 사람이라고 하고, 착한 사람은 자기 나쁜 사람이라고 하잖아요.”


“어...... 그런 거를 이제 어, 역이용해서. 역이용해서 되게 복잡하게, 음. 그러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어요.”



애 앞에서 말 좀 똑바로 하라 했더니 곱게는 나가는데 말이 말이 안 되게 나가는 것 같다. 나도 내가 뭔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어. 그래도 애가 자기 신상을 신나서 털어대는 건 막기는 막아야 되지 않겠냐.



“아니에요. 저는 제 감을 믿어요. 언니 좋은 사람이에요.”


“그거 되게 무서운 말인데.”


“네?”


“아니에요. 별 거 아니었어요. 아무튼, 그럼 보호자는 어디 있는지 모른다는 거죠?”


“네. 진우 너 알아?”


“아니.”


“진우도 모른대요. 아까 울고 있었거든요.”


“그거 운 거 아니라 눈에 먼지 들어가서 눈물 나온 거라고!”


“눈에서 눈물이 나오면 그게 운 거지 아니면 뭐냐?”


“그건! 그건...... 그건......”


“봐봐. 대답 못 하겠지? 너 운 거 맞다니까.”



...... 주서현. 정신 차리자. 이제 네가 할 일은 이 해맑은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해서 백화점 밖으로 내보내는 거야.


어차피 시뮬레이션을 벗어나면 사라질 데이터에 불과하다고 해도, 마음은 편해야지. 그래. 데이터라고만 여기기엔 너무 사람 같기도 하고.


일단은, 밑으로 내려가자.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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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6. 시뮬레이션 전투(10) 22.01.18 21 0 9쪽
26 25. 시뮬레이션 전투(9) 22.01.17 19 0 9쪽
25 24. 시뮬레이션 전투(8) +1 22.01.15 20 0 10쪽
24 23. 시뮬레이션 전투(7) +1 22.01.14 24 0 9쪽
23 22. 시뮬레이션 전투(6) +6 22.01.13 33 2 10쪽
22 21. 시뮬레이션 전투(5) +3 22.01.12 29 2 9쪽
» 20. 시뮬레이션 전투(4) +8 22.01.11 41 6 9쪽
20 19. 시뮬레이션 전투(3) +7 22.01.10 50 4 10쪽
19 18. 시뮬레이션 전투(2) +2 22.01.08 41 2 9쪽
18 17. 시뮬레이션 전투(1) +1 22.01.07 40 1 11쪽
17 16. 너무 힘들다(2) +1 22.01.06 51 9 9쪽
16 15. 너무 힘들다(1) +1 22.01.05 54 8 9쪽
15 14.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8) +1 22.01.04 53 4 9쪽
14 13.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7) +1 22.01.03 52 3 10쪽
13 12.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6) +2 22.01.01 61 5 9쪽
12 11.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5) +2 21.12.31 64 7 11쪽
11 10.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4) +1 21.12.30 68 7 11쪽
10 9.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3) +1 21.12.29 82 14 11쪽
9 8.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2) +1 21.12.28 82 10 10쪽
8 7.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1) +1 21.12.27 85 9 12쪽
7 6. 그런데 나는 그걸 좋아하지 +1 21.12.25 100 8 10쪽
6 5. 사람들도 이상하다 +1 21.12.24 107 9 11쪽
5 4. 세상이 이상하다(4) +3 21.12.23 125 10 13쪽
4 3. 세상이 이상하다(3) +1 21.12.22 155 16 11쪽
3 2. 세상이 이상하다(2) +6 21.12.21 275 75 10쪽
2 1. 세상이 이상하다(1) +9 21.12.20 373 80 9쪽
1 프롤로그 +27 21.12.20 445 112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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