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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블랑 님의 서재입니다.

역대급 무역천재가 사업을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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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블랑
작품등록일 :
2023.10.16 10:21
최근연재일 :
2023.12.18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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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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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17,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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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8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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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글자
12쪽

57화 그 남자의 사정

DUMMY

“지난해 초만 하더라도 우리 회사 더스터가 남미 전체에서 잘 팔리는 브랜드 2위에까지 올랐었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유창준 과장.

마치 무슨 은밀한 비밀을 밝히려는 듯한 표정이다.


“팀에서 캄포 그란데(Campo Grande : 브라질 중서부 도시)에다가 공장을 하나 짓자고 제안서를 올리려고 했으니까요. 땅값도 싸고 인건비도 적게 들어서 훨씬 더 적은 비용으로 큰 마진을 얻을 기회였습니다.”

“그럼 여태까지는 남미쪽에 생산공장이 없었나요?”

“없었습니다.”


그의 대답에 한순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먼 지역으로 수출하는 아이템을 국내에서 생산해서 배로 실어 날랐다면 비용으로만 해도 손해를 볼 것이 뻔한 일.


“남미 쪽은 아프리카보다도 더 늦게 마케팅 팀이 만들어졌습니다. 지난해 2월에 창설되었으니까요. 다른 팀에서 차출되어서 급조로 편성되었죠. 곽 이사님의 아이디어였습니다.”

“...아. 예..”

“마케팅 프로젝트 결과가 성공적이지 못하면 팀을 해산하는 것이 조건이었습니다. 그렇게 영업을 시작했는데 예상외로 인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큰 이익은 창출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회사 브랜드를 알릴 좋은 기회라고 사장님도 허가를 내주셨습니다.”

“지구 반대편까지 화물선으로 수출품을 보내려면 운송비만 해도 손해였을 거 같은데요?”

“그래서 생산업체를 닦달하게 된 겁니다.”


그렇게 말한 유 과장이 천인산업과의 계약서 사본을 내게 내밀었다.


“최저 이익만을 남기고 물건을 넘기게 한 겁니다. 가끔은 손해를 감수하게 했습니다. 달콤한 미래를 약속하면서 말이죠.”

“......”

“잘만 되면 큰돈 벌게 해주겠다고 꼬드겼습니다.”

“어떻게요? 그쪽에서도 자기들 물건이 남미로 보내지는 걸 알고 있지 않았나요? 첫눈에 봐도 제반 비용 문제로 힘들 거라 생각이 들었을 텐데요.”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브라질에 공장을 차리고 그 경영권을 천인산업에 주겠다고 사장님이 약속했습니다. 오토스윕은 해외공장을 설립하고 생산까지는 손을 대지 않겠다고요.”


그렇게 말하는 유창준 과장.

찬찬히 그런 그의 표정을 살펴보았다.


“오케이. 그래서 어떻게 됐죠?”

“시장에서 호평이 쏟아지니까 회사에서 돈을 좀 썼습니다. 브라질에서 유명한 가수 겸 영화 배우 죠수아 멜랑을 섭외해서 광고를 찍었고 대박이 났습니다.”

“..그래요?”

“네. 브라질뿐만 아니라 볼리비아와 아르헨티나하고 페루까지 주문이 쇄도했으니까요.”


남미쪽 가수까지야 내가 알 수 없는 일.

그가 내미는 사진을 받아 들여다보았다.


적당한 근육질의 잘생긴 남미 사내.

솜브레로라고 하는 챙이 넓은 밀짚모자를 쓴 젊은 남자가 더스터를 끌어안고 하얀 치아를 보이며 웃고 있다.

이빨 사이로 빠져나온 혀를 살짝 문 채로.

남미의 전형적인 성적 매력으로 어필하려는 노력을 한 분위기가 사진 전체에 드러난다.


“인기가 엄청났었죠.”


그렇게 말하는 유창준 과장의 입꼬리에 어쩐일인지 씁쓸한 웃음이 걸려있다.


자, 이제 왜 그렇게 잘나가던 A형 모델 더스터가 몰락하게 되었는지 대답을 들을 차례.


“그런데 그렇게 잘나가던 시장이 갑자기 돌변한 이유가 뭐죠?”

“소문 때문입니다.”

“...소문?”

“그 모델이 차 사고로 사망했습니다. 지난해 5월 초에.”

“......”

“브라질 푸르나스 협곡에서 마주 오던 트럭과 충돌 했다는데, 트럭 운전사가 차를 세우고 나와보니까 교통사고 난 차량이 감쪽같이 사라져 있더랍니다. 죠수아 멜랑은 갓길에 숨진 채 쓰러져 있었고요. 그 근처에서 발견된 건 벗겨진 그의 구두 한 짝과 더스터 뿐이었답니다.”


교통사고 난 차량이 사라졌다라...

구두 한 짝은 이해하겠지만 뜬금없이 더스터가 남겨져 있었다?


“협곡이라고 했으니, 뭐, 절벽 아래로 떨어진 거 아닐까요?”

“그 아래, 바닷속 전부 다 잠수부가 동원되어서 확인했지만 차량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

“철 덩어리가 물 위로 떠내려 갔을리도 없는데 말이죠.”

“그 사고 때문에 갑작스럽게 더스터의 인기가 사라졌다 라는 말씀입니까? 믿기 어려운 말이군요.”

“그일 뿐만이 아닙니다.”


그가 천천히 머리를 저었다.


“그다음에 SNS와 같은 소셜 미디어에 허무맹랑한 얘기가 난무하기 시작했습니다.”

“허무맹랑한 얘기요?”

“우리 회사 브랜드 더스터를 사용한 후에 이상한 사고나 예기치 못했던 차 고장이 났다는 말도 안 되는 얘기들요.”

“......”

“다 터무니없는 말이긴 하지만, 워낙 소셜 미디어 영향력이 큰 데다가 우리나라 반대쪽에 있는 곳이니 어떻게 힘을 쓸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알겠습니다.”


내가 본 서류를 정리해서 그에게 건넸다.


“이런 얘기를 저한테 하신 이유가 있으실 텐데...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신 건가요?”


내 질문에 잠시 입을 다물고 있던 유창준 과장.

마치 힘든 말이라도 꺼내듯 다시 입을 열었다.


“그걸 제가 알아보고 싶어서요.”

“그거...라뇨?”

“소문 말씀입니다. 소셜 미디어에 퍼진 허무맹랑한 얘기.”


그렇게 말한 그가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냥 자연스럽게 퍼진 소문이 아닌 거 같아서요.”

“......”

“그 소문의 진원지인 몇몇 계정이 한국인 소유로 되어있습니다.”

“...흐음...”


이 사내가 왜 이렇게 깊숙이 파고들어가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처음엔 더스터 3개 모델중에서 초기에 가장 잘나가던 것을 설명하는 것에서.

이제 어떤 음모론까지 펼치고 있네.

그런데 그게 필요한 것일까?


소비자들이 원하는 스타일이 바뀌면 그에 맞춰 발빠르게 그들의 입맛에 맞추면 되는 일.

표면적으로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이 보이는 일을 들추어 볼 이유가 있을까?


“굳이 그렇게 하려는 이유는 뭔가요? 우린 트렌드만 충실하게 따르고 판매만 높이면 되는 일인데.”

“그것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가 다시 파일철 안에 손을 집어넣어 다른 자료를 끄집어 냈다.


“매 분기 남미의 매출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보시는 것 처럼요.”


그가 내민 자료에 시선을 돌렸다.

꾸준히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매출의 지표.


“이렇게 나가다보면 올해 말에는 손익분기점도 넘기지 못할 겁니다.”

“......”

“지방대학에서 스페인어학과를 졸업하고 입사했습니다만 그 후부터 인정받으려고 아직까지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갑작스럽게 개인사를 늘어놓는 사내.


“삼류 지방대 출신이라고 원래 있던 아시아팀에서 차출되었다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허울좋게 남미 마케팅 팀이란 타이틀이 붙었을 뿐이고, 불가능한 일 시켜서 실적 없으면 인원 감축 첫 희생자들로 삼으려고 하는 거라는 것도요. 곽 이사님 계획 모르는 것도 아니니까요.”

“......”

“제가 남미로 가겠다고 지원했습니다. 그곳에 우리 지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싸구려 호텔 전전하면서도 어떻게든 팀을 살려보려고 뛰어다녔습니다.”

“......”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아무 연고도 없는 브라질의 리우 데 자네이루, 사우 파울로, 저 혼자 샘플 가지고 다 돌아다니면서 마케팅했습니다. 그렇게 얻은 자료로 남미 스타일에 맞게 더스터 디자인 작업 좀 해달라고 디자이너 뒤 따라다니면서 사정사정했고요.”


호소하는 눈빛으로 유 과장이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제품박스 등에 메고 브라질 골목골목 다니면서 카센터 다 누비고 다녔고요. 설문지 만들어서 주말, 휴일도 없이 뛰어나셨습니다.”


자신이 한 일들을 필사적으로 내게 그렇게 설명하는 유창준 과장.

열띤 표정을 한 그의 입술에 침이 배어나올 지경.


“사우 파울로 뒷골목에서 강도를 만났던 적도 있었습니다. 차 실장님. 국내에서 그런 일 당해도 소름 끼치도록 무서운 일 아닙니까? 그런데 말도 제대로 안 통하는 지구 반대편 나라에서 아스팔트 바닥에 무릎 꿇고 주저앉아서 이마에 총을 들이대고 있는 놈들한테 제가 뭐라고 한 줄 아십니까?”

“......”

“가방 속에 있는 물건 다 가져가도 좋으니 마케팅 자료만은 돌려 달라고 했습니다. 차 과장님.”


입술을 파르르 떨면서 나를 바라보는 유 과장.


“...알겠습니다.”

“아뇨. 차 실장님은 모릅니다. 죽음이 바로 내 앞에 있었습니다. 아무 때라도 나를 덮치고 목숨을 빼앗아갈 죽음이요. 그걸 어떻게 차 실장님이 아시겠습니까?‘


그의 말에 입을 다물고 잠자코 있었다.

이미 한번 죽었던 몸이라 말할 수는 없는 터.

그 죽음이 불러온 공포로 얼마나 나의 영혼마저 떨었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런 내 마음처럼 바로 지금 내 앞에서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사내.

그도 그런 일을 당한 건 자신 혼자라고 생각하겠지.


”죠수아 멜랑이란 그 남자도 제가 끊임없이 따라다니면서 접촉을 시도해서 연결한 겁니다. 차 실장님.“

”.......“

”공연장하고 드라마 촬영장도 주야장천 따라다녔고요. 묵는 호텔 앞에서 진을 치고 있어봤고요. K-pop과 한국문화에 관심이 많다는 얘길 듣고 사람들한테 부탁해서 BTX 멤버들 사인 앨범도 보냈고요. 그렇게 환심을 사 가면서 발로 뛰며 계약도 체결한 겁니다.“

”......“

”차 실장님 눈엔 별것 없어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내 인생 갈아 넣어서 얻은 실적입니다.“


얼굴이 붉게 물든 그의 눈꼬리에 이제 눈물까지 맻혀있다.


”곽 이사님이나 사장님에게는 그저 이익 창출이 되지 않는 부서로 여겨지면 아무 때나 없애겠죠. 하지만 전 여기 입사한 후에 정말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런 그를 보면서 나도 몰래 내 입밖으로 낮은 한숨이 나왔다.


”잘 알겠습니다. 유창준 과장님.“


여전히 필사적인 표정으로 나를 응시하는 그를 보며 내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회사가 이 시점에서 어떻게 해주길 바라는 겁니까?“

”기회를 좀 주십시오.“

”기회를요? 어떤....“

”확인해 보고 싶습니다. 그 소문 중심에 있는 계정이 한국인들 것이 맞는지. 그리고, 그렇다면 그 배후에 누가 어떤 목적으로 그렇게 한 건지도요. 뭐, 짐작이 가는 곳이 있긴 하지만요.“


짐작이 가는 곳이 있다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지난해 6월 말부터 천인산업으로 끈질기게 컨텍을 한 업체가 하나 있었습니다. 우리 회사와 거래를 종료하고 자신들과 거래를 맺자고요. 그쪽도 남미 몇 개국에 더스터를 수출하는 업체라고요.“


뜻밖의 말.

그가 어떻게 거래업체의 내부적인 일을 알 수 있단 말인가?


”....그게...“


내 눈빛이 바뀌는 것을 눈치챘는지 나의 표정을 살피던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천인산업 장두호 사장이 제 외삼촌입니다.“

”....예에?“

”예전부터 사장님과 안면이 있는 사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 덕분에...“

”......“

”그래서 삼촌이 저 때문에 박리로 우리 팀 사업을 도와주셨던 겁니다. 어머니가 많이 부탁하셨어요. 삼촌 회사에 투자금도 넣어주시고요.“


그렇게 된 거로군.


이 사내도 낙하산을 타고 내려왔다.

이 회사도 대학 이름 꽤 따지는 곳.

그런데 처음 말을 꺼내며 삼류 지방대 운운하기에 웬일인가 했더니...


사장의 인연으로 입사를 하게 된 거로군.

뭐, 나도 똑같은 입장이니 뭐라고 할 입장은 아니다.


”오늘 아침에도 삼촌 입원한 병원에 들러서 그 업체에 대해서 궁금한 거 꼬치꼬치 물어보고 출근하는 길이었습니다.“


그래서 출근이 늦었던 거로군.

말하는 태도나 내용을 보면 거짓말을 늘어놓는 것 같진 않다.


”그럼 먼저 강인식 팀장을 만나고...“

”강 팀장님은 곧 회사를 떠날겁니다.“

”...예에?“

”이미, 다른 곳에 가기로 정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 여기 남을 겁니다. 여기서 반드시 성공하겠다고 얼마나 많이 결심했는지 모릅니다.“


그렇게 말하는 사내의 얼굴에 자신감과 투지가 드러나있다.


”좋습니다. 유창준 과장님. 그럼 제가 기회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한번 전폭적으로 지지를 해드릴 테니 필요한 것 있으면 말씀해보세요.“


”....예에?“


잠시 놀란 표정을 짓던 사내.

자신이 다이어리를 펴고 주머니에서 펜을 꺼내 무엇인가 써내려 가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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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64화 우연인 듯 필연인 듯 +3 23.12.15 431 17 12쪽
63 63화 모든것은 계약대로 +2 23.12.15 427 19 13쪽
62 62화 설치된 시한폭탄 +3 23.12.14 432 20 14쪽
61 61화 줄다리기 +4 23.12.13 459 18 12쪽
60 60화 그림자속으로 +3 23.12.12 489 20 12쪽
59 59화 침묵의 맹세 +4 23.12.11 541 24 13쪽
58 58화 라이벌 사의 계략 +3 23.12.09 572 22 13쪽
» 57화 그 남자의 사정 +2 23.12.08 571 21 12쪽
56 56화 더스터 디자인의 비밀 +3 23.12.07 621 24 12쪽
55 55화 해결의 한걸음 +2 23.12.07 614 23 12쪽
54 54화 사건의 파장 +3 23.12.06 658 24 13쪽
53 53화 뜻밖의 제안 +5 23.12.06 650 23 12쪽
52 52화 무녀의 후손 +5 23.12.05 644 24 12쪽
51 51화 낯선 만남 +4 23.12.04 682 26 12쪽
50 50화 악마를 보았다 +3 23.12.03 743 24 12쪽
49 49화 소문 +4 23.12.02 729 26 12쪽
48 48화 몬스터 길들이기 +4 23.12.01 764 23 13쪽
47 47화 타석에 들어서다 +3 23.11.30 785 26 12쪽
46 46화 첫 번째 대화 +1 23.11.29 772 30 14쪽
45 45화 사장 아들의 등장 +5 23.11.28 810 28 12쪽
44 44화 찾아드는 행운 +3 23.11.27 843 27 13쪽
43 43화 앨리슨 드부아 +5 23.11.26 866 3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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