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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블랑 님의 서재입니다.

역대급 무역천재가 사업을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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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블랑
작품등록일 :
2023.10.16 10:21
최근연재일 :
2023.12.18 19:02
연재수 :
6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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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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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17,030

작성
23.11.30 12:33
조회
7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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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47화 타석에 들어서다

DUMMY

일본에서 돌아온 한동관이 건네준 DVD.


도대체 언제 적 DVD 인지.

확인해 보려고 DVD 플레이어까지 홍당무에서 장만했다.

버튼을 누르자 디스크를 담는 케이스가 밖으로 튀어나온다.

디스크를 넣고 소파에 느긋하게 앉았다.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처음부터 화면 한가득.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남녀가 침대 위에서 상대방의 몸을 탐하고 있다.

헐벗은 남성의 근육 뒤에 보이는 여성.

틀림없이 사장이 보여준 사진 속의 그녀다.



안철구도 아는 것일까?

자신이 사랑했던 그녀가 이런 성인물에 나왔던 것을?

아니, 알면서도 사랑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


둘을 갈라놓기 위해 사모가 그녀의 정체를 밝혔을 것.

그렇게 하고도 사모가 녀석을 강제로 귀국하게 했다는 것이 바로 그가 여전히 그녀를 떠날 수 없었다는 거겠지?


이런 모든 추측을 모두 제거한다고 해도,

어쨌든 사모는 그녀의 비밀을 알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엉덩이에 뿔 난 못된 송아지를 강제로라도 끌고 오려고 했던 이유.

절대로 그녀가 용납할 수 없었던 이유라면 이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사장은 여전히 모르고 있는 눈치다.

나에게 이 여성 ‘하루미 메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라 했으니...


처음엔 소송 건에 휘말려서 판매금지 가처분 운운하길래 어떻게 돌아가는 일인가 했다.

한동관에 따르면 그녀가 그 영화를 찍을 때 아직 미성년자였다고.

어려서 그랬다고 해도 그쪽으로 계속 나갈 게 아니었다면 너무나 크나큰 실수.

잘못 길을 들어섰단 걸 알았을 땐 너무 늦었다.


그쪽 대중들로부터 잊혀질 시간을 벌 계획으로 미국으로 건너간 그녀.

그곳에서 돈 좀 있고 논다는 아시아인들이 모이는 자리에 들락거리다 만난 것이 안철구였던 것.


그 이후 그 둘의 관계가 어떻게 흘렀는지는 그 둘만이 아는 사실.

하루미 메이라는 여성은 아직 LA에서 머물고 있다고 하는데.

그녀의 다음 행선지가 어디가 될지 궁금해지네.


알려진 대로 일본의 차세대 뉴페이스의 모습으로 영화계에 발을 붙이려고 노력할까?

아니면 서울에 불쑥 나타나는 것은 아닐까?

안철구를 찾아서 말이다.



이제 3월도 중순에 접어들었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볕에 나른함을 느끼고 있을 때 사모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늘이 금요일이긴 하지만 오후에 서울로 올라올 수 있나요?”

“예. 가능합니다. 근데 무슨 일이신지...”

“철구 입국한 후에 아직 제대로 한번 못 봤다고 아는 지인들 몇 명 자리를 만들기로 했어요. 저녁식사가 끝나면, 그 후에 여행사에 대해 아들하고 셋이서 얘기 좀 해보고 싶어서요.”

“알겠습니다.”

“6시까지 얼마 전에 나와 만났던 아틀란타 호텔 스카이 라운지로 오세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통화를 끝내고 휴대폰을 내려놓자 이번엔 인터폰이 울린다.


“예. 사장님. 차 부장입니다.”

“지금 바쁘지 않으면 잠깐 볼 수 있을까?‘

”알겠습니다.“


수화기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지런히 걸음을 옮겨 사장실로 향하는 계단을 오른다.

보나마나 아들놈 얘기겠지.

설마 그새 다른 문제를 일으킨 것은 아니겠지?


- 똑똑


”들어와.“


문을 열고 들어서는 나를 보는 사장의 얼굴은 뜻밖에 화색이 돌고 있다.


”어, 차 부장. 이리 와봐.“


자신이 보고 있던 컴퓨터 모니터를 내가 볼 수 있도록 그가 슬며시 돌려놓는다.


”이게 말야. 철구가 사귄다는 아가씨에 대한 신문기사야.“


얼굴에 흡족한 웃음이 흐르고 있는 사장.


”이번에 철구 여자친구 하루미 메이가 말야. 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할지도 모른다네?“

”..예에?“


뜻밖에 사장의 말에 그에게서 화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ビリギャル 2] 라는 글씨가 화면에 떠 있다.

그리고 그 아래 주욱 나열되어 있는 신문기사.


”비리갸루?“


예전에 배웠던 기억을 더듬으며 한 글자씩 더듬더듬 읽어보았다.


”어? 차 부장, 일본어도 할 줄 알았어?“


내 얼굴을 올려다보는 사장의 입술 한쪽 끝이 올라간다.


”아..아닙니다. 사장님.“

”못하는 게 없구만 그래. 맞아. 비리갸루라고 우리나라에서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라고 나왔다더구만. 3년 전쯤 해서 말야. 그런데 이번에 속편을 만드는데 여주인공으로 하루미 메이가 낙점될 가능성이 높다는 거야.“

”아. 예에.“

”그래서 내가 그게 무슨 내용인가 찾아봤지. 그랬더니 말야....“


알고 있다.

하지만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라는 영화의 속편이 제작되었다는 얘긴 들은 적이 없다.

그뿐이랴?

홍두식으로 살 때, 한국으로 돌아온 후 2022년부터 그래도 뭔가 새로운 걸 배울 요량으로 일본어를 공부한 적이 있었다. 뭐 8개월여 공부하다가 몸에 암이라는 게 자라고 있다는 걸 알게 되고 그만두게 되었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 당시 일본어 공부에 심취되어 있던 나는 일본에서 잘나간다는 여배우들을 대부분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하루미 메이라는 배우의 이름은 전혀 기억에 남아있지 않았다.


그 말인즉슨, 그녀가 그 영화에 주연으로 발탁이 되지 않았다는 의미.

물론 그 영화의 속편도 제작되었을 리가 없을 것 같고.


”뭐, 이 정도 되는 아가씨라면 우리 철구한테 그다지 모양새가 빠지는 편은 아닌 거 아닌가?“


흡족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는 사장.

아, 이제 알겠다. 나를 부른 사장의 의도를.

사모에게 그 아가씨의 이야기를 잘 말해달라는 것 아니겠는가?

배우로 이 정도로 잘나가는 처자라면 아들의 배우자로 충분하다는 말을 나도 해주길 바라는 것이다.

자꾸 엇나가는 아들과 아들의 여친을 반대하는 아내 사이에서 가족의 평화를 위해 뭔가 해결책을 찾으려고 사장은 노력하는 것 같다.

그런 사장의 노력이 가상하기는 하지만, 보는 방향이 다른 것 같다.

좀 많이.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 2]가 아니고 [선배의 품 안에서 홍콩을 경험하다 1 / 2] 인데...


뭐 어쩌랴.


”예. 알겠습니다.“


순순히 대답하고 사장실을 나왔다.



* * *





”아휴~. 그래도 철구 미국에서 몇 년 있었다고 아주 신사 다 됐다아.“

”그러게, 어쩜 저렇게 잘생겼대?“

”에이. 생긴 건 예전부터 어딜 가나 안 빠졌지. 안 그래?“

”그래도 외국물 먹었다고 더 세련된 건 사실이잖아?“


사모의 지인들이 모인 자리.

그래도 사모를 보면 뭔가 무게감 있고 카리스마 있는 사람들의 모임일 것이라고 생각했건만.

모여있는 또래 여성들은 그냥 동네에서 말 많은 평범한 아주머니들의 모습이다.


몸에 두른 것들이 모두 명품인 것만 제외하고 말이다.


그렇게 사모를 포함해 6명의 나이 지긋한 여성들과 안철구가 테이블에 둘러 앉아있다.

나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서.

그냥 그들 근처 창가 테이블에 앉아 그들의 모습을 흘끗거리며 창문 밖으로 내려다보이는 서울의 빌딩 숲을 감상하고 있다.


역시 한 끼 식사의 가격이 장난이 아니다.

애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샴페인 한잔을 포함해 시그니처 코스 요리가 698,000원.

노을이 지고 있는 바깥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것과 심심하지 않게 귓가에 들려오는 여성들의 대화 소리는 무료 서비스다.


”그래 미국에서 몇 년 있었지?“


고상하게 화장한 눈을 게슴츠레하게 뜬 여인이 물었다.


”햇수로 4년 정도 있었지.“

”그 정도면 오래 있었네. 그럼 영어도 이제 아주 잘 하겠네?“

”그렇겠지. 이제 좀 있으면 엄마 사업도 물려받아야 할 텐데.“


한쪽 머리만 웨이브 지도록 한 파격적인 헤어스타일의 여성이 끼어든다.


”우리 준석이도 미국에서 좀 오래 살다 왔는데.“


개중에 가장 눈에 띄도록 화려한 의상을 한 여인.

샴페인 잔을 입에 대고 한 모금 마시며 주위를 돌아보았다.


”언니 막내 동생 준석이 말하는 거지? 올해 몇 살이지?“

”이제 마흔 여덟됐어.“

”근데 왜 아직 혼자야?“

”혼자긴, 몇 년전에 결혼하지 않았어?“

”에이. 결혼했다가 갈라선 게 언젠데 그래?“

”어머머. 그랬어?’

“뭐, 요새 이혼하는 게 큰일인가? 서로 안 맞으면 헤어지는 거지. 마음에 안 맞는 걸 어떻게 참고 살아?”

“요샌 방송에서도 돌싱들 나와서 짝짓기도 해주는 세상인데, 흠도 아니지. 뭐.”

“그렇지 않아도 준석이 좀 있으면 올 거야. 내가 불렀거든.”

“잘했어. 언니. 오랜만에 한번 얼굴도 좀 보자. 아직도 잘 생겼겠지?”

“잘생겼지. 걔도 좀 그런 돌싱들 나오는데 보내볼까 해. 아직 나이도 젊은데 아무도 안 만나고 있으니.”

“내보내 봐. 또 알아? 괜찮은 여자 만나서 생전 고마워할지?”

“그렇겠지?”

“그럼 그 프로그램에 나도 한번 나가볼까?”

“욕심도 많아. 육십 하난데 누가 불러주겠어?”

“그래도 연예인 자주 간다는 데서 얼마전에 얼굴 손 좀 봤어. 누가 날 더러 60이 넘었다고 하겠어?”


서로 가까울수록 상대 사생활 범위의 그어진 선을 넘지 않으려고 노력할 거 같건만.

얼마나 가까운 사이인지 서로의 치부가 될 수도 있는 이야기를 수다스럽게 가볍게 넘기고 있다.

나이가 든다는 건 도대체 뭘까?


“안녕하세요?”


훤칠한 키에 중후한 매력을 풍기는 중년 사내가 그들의 자리로 다가와 그렇게 인사를 했다.


“어머, 준석이 왔네?”

“정말 오랜만이네. 어서 여기 앉아.”

“감사합니다.”


여성들이 조금씩 자리를 이동하면서 새로운 의자 하나가 테이블에 놓여졌다.


“안녕하세요.”


그때까지 조용히 있던 안철구가 몸을 일으켜 중년 사내를 향해 인사를 했다.


“어-. 철구도 있었구나? 그래 한국엔 언제 왔고?”

“이제 일주일 좀 넘었습니다.”


성질머리 더러운 철구가 이런 자리에 참석해서 저런 대화 속에서 버티고 있다니?

무슨 깽판을 놓거나 한다는 말이 아니다.

약속이 있다느니 하면서 슬쩍 빠져나갈 수는 있을 건데 말이다.

저렇게 어머니 또래의 여성분들이 모여있는 자리에 참고 버티고 있을 녀석이 아닌 터.


무슨 목적이 있을 것이다.

혹시 어머니에게 잘 보이기 위함인가?

서로 암묵적인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 것일 수도.


내가 엄마를 위해 이렇게 성격 죽여가며 사교생활하고 있으니 그만한 보상을 보여라 라던가.

뭐, 사모가 쥐고 있는 재력을 보면 엄마의 눈치도 봐야 할 터.


그런데 한국인의 종특이 이럴 때 꼭 나온다.

꼭 그런 사람 있지 않은가.


외국만 갔다 오면 영어 좀 해보라는 사람.


“준석아. 철구가 그렇게 영어를 잘한단다?”

“그래요?”

“철구야 한번 해봐. 이모들 앞에서.”

“그래. 철구 영어 하는 것 좀 들어보자.”


그 말 한마디에 불편해하는 표정이 안철구의 얼굴에 역력하게 나타난다.


“그럼 몇 마디 해봐라. 내가 먼저 영어로 물어볼까?”

얼굴에 회심의 미소를 띠고 있던 중년 사내가 먼저 영어로 입을 떼자,

철구의 불편한 표정이 극에 다다랐다.


철구의 성격이 더럽다는 것을 모두 다 알고 있을 터.

저렇게 도발하는 이유를 모르겠네.


“아휴... 뭘, 또 우리 애 한테 영어는 해 보라고 그래? 영어라는게 미국가서 몇 년 살면 유창하게 되는 건가?”


사모가 중재에 나섰지만 이미 늦었다.


이미 잔뜩 찌푸린 철구의 표정은 썩을 대로 썩어 있다.


고급 음식의 맛을 천천히 음미하려 했건만.

할 수 없이 이제 내가 나서야 할 때가 되었나 보네.


철구가 폭발하기 전, 먼저 내가 몸을 일으켜 그들의 테이블로 다가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 작성자
    Lv.31 드렁큰댕댕
    작성일
    23.11.30 15:30
    No. 1

    철구 이러다 빠따로 맞는거 아닙니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겨울솔숲
    작성일
    23.11.30 17:03
    No. 2

    쓰마미생! 아가리또 즈어지루 데쓰네! 한구꾸 처으미모니다. 라이스 다 무쓰요?
    하여간 나이먹은 돈많은 아줌니들 주접은 안드로메다급..ㅡㅡ
    철구야 힘내라~^^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2 mj*****
    작성일
    23.11.30 19:03
    No. 3

    사모들 대화가 ㅋㅋㅋ. 철구 설마 영어 못하는건 아니지? 도발 버튼 온~~~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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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63화 모든것은 계약대로 +2 23.12.15 436 19 13쪽
62 62화 설치된 시한폭탄 +3 23.12.14 441 2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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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60화 그림자속으로 +3 23.12.12 500 20 12쪽
59 59화 침묵의 맹세 +4 23.12.11 553 24 13쪽
58 58화 라이벌 사의 계략 +3 23.12.09 582 22 13쪽
57 57화 그 남자의 사정 +2 23.12.08 581 21 12쪽
56 56화 더스터 디자인의 비밀 +3 23.12.07 627 24 12쪽
55 55화 해결의 한걸음 +2 23.12.07 623 23 12쪽
54 54화 사건의 파장 +3 23.12.06 667 24 13쪽
53 53화 뜻밖의 제안 +5 23.12.06 658 23 12쪽
52 52화 무녀의 후손 +5 23.12.05 651 24 12쪽
51 51화 낯선 만남 +4 23.12.04 696 26 12쪽
50 50화 악마를 보았다 +3 23.12.03 752 24 12쪽
49 49화 소문 +4 23.12.02 740 26 12쪽
48 48화 몬스터 길들이기 +4 23.12.01 773 23 13쪽
» 47화 타석에 들어서다 +3 23.11.30 799 26 12쪽
46 46화 첫 번째 대화 +1 23.11.29 784 30 14쪽
45 45화 사장 아들의 등장 +5 23.11.28 823 28 12쪽
44 44화 찾아드는 행운 +3 23.11.27 851 27 13쪽
43 43화 앨리슨 드부아 +5 23.11.26 875 3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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