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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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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ga3333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6
최근연재일 :
2022.06.30 23:55
연재수 :
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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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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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49,945

작성
22.06.17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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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에메랄드 빛 몰디브

DUMMY

42. 에메랄드 빛 몰디브



“기둥을 아예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에요.

다만 미학적으로 좋지 않아서···”


디아나와의 개인적인 분위기는 이미 망가져 버린 거... 이참에 일이라도 잘 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미학적으로만 보시는 거면 제가 여기에 온 이유가 없어요.

현실에서는 미학적인 거 외에 건축의 원리와 하중을 받는 힘의 과학 같은 것도 중요하잖아요.“


그녀는 토끼같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건축의 원리와 과학이요?”

“작은 부품이라도 핵심적인 부품이 없으면 기계가 안 돌아가잖아요.

기둥은 집의 핵심 부품이라고 생각해요.

기둥은 중력을 이겨내기 위한 거지, 예쁘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니라고요.“


그녀는 다시 미간을 찌푸리기 시작했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그런데 그런 원리와 과학은...

시각적인 것들만 충족시켜주면 되는 이 가상 세계에서는 필요가 없잖아요.“

눈치를 보며 그녀에게 물었다.


“정말 아예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필요 없다 보니 그런 류의 지식이나 원리들은 이 세계에서 많이 퇴화 되었죠.”

나는 너무 직설적인 말투 대신 완곡한 어조로 얘기해보았다.

“그래도 현실과 싱크로율을 높이려면 그런 작은 부분들 하나도 아주 똑같이 반영하는 게 좋겠어요.”


디아나는 자기 일에 고집과 자신감이 있었지만, 남이 옳은 의견을 제시할 때는 경청하고 수긍할 수 있는 자세도 가지고 있었다.

내 말을 납득하듯 말했다.


“시우 씨 말이 맞아요. 완벽을 가하려면 그런 자세로 반영해야 해요.

처음에는 사실 기분이 나쁠뻔했지만 제 부족한 점도 잘 알기 때문에 받아들일게요.“


그녀의 시원시원한 성격에 호감이 갔다.

역시 능력자들은 사소한 문제에 연연해하지 않는가 보다.


“제가 저번에 말했죠? 베가 세계에만 계속 머물고 설계만 하다 보니 현실감이 많이 떨어져 버렸죠.”


“괜찮아요. 앞으로 제가···”


그녀는 내가 말을 끝내기 전에 양 주먹을 쥐며 허공을 향해 본인의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었다.


“그래도 여기서 최고로 인정받고 최고위층으로 생활하고 있다는 게 저한테는 정말 중요해요.

베가에 취업 전, 현실 세계에서는 전기공장 설계 도면만 매일 밤새서 그렸었어요.

늘 어시스턴트 수준이었고 박봉에 능력도 인정받지 못했거든요.“


공장 설계 도면이라는 말에 생각했다.

‘완벽한 능력자 같아 보이는 그녀에게도 가시적인 성과를 잘 내지 못했던 과거가 있었구나.’

그리고 감탄을 표현했다.

“아 대단하세요. 현실에서든 베가에서든 이 정도 위치 오시기까지 굉장한 노력이 있으셨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디아나의 미소를 보며 나는 사과를 덧붙였다.

“아까 얘기가 너무 직설적이었다면 죄송했습니다.”

털털한 그녀는 기분 나빴던 말을 머릿속에서 이미 떠나보낸 것 같았다.

“아니예요. 시우 씨의 의견을 잘 참고해서 보완해 놓을 테니 다음에도 좋은 피드백을 주세요. 오늘 정말 큰 도움이 되었어요.”

디아나. 그녀의 대범하고 솔직한 성격에 나는 점점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뒤에서 업무가 마치길 기다리던 리라가 내게 말했다.

“시우 님, 이제 퇴근하시고 집으로 돌아가실 시간입니다.”

벌써 퇴근 시간이라니.

디아나의 사무실에서의 시간은 아쉽게도 늘 빨리 지나갔다.

“디아나 씨 저는 이제 그만 가볼게요~”

“네, 곧 뵈어요. 시우 씨.”

리라가 갈 준비를 했다.

“시우 님, 댁으로 다시 모시겠습니다.”


* * *


늘 그렇듯 차에서 내려 인파를 뚫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갑자기 내 팔을 잡는 사람, 기습적으로 얼굴을 만지려는 팬들이 있었지만, 현실 세계의 수면실의 효과 때문인지 잠에서 깨지 않았다.


‘역시 효과가 있네. 잠이 깨지 않고 이렇게 무사히 집안까지 잘 오다니···

장기 수면 프로그램도 한번 고려해 보아야겠어.‘

리라가 말했다.

“아. 시우 님. 저번에 말씀하셨던 호세라는 친구분이요.

마지막으로 접속을 하신 지가 꽤 오래 되셨고, 나타나지 않으셔서 말씀을 못 전해드렸어요.

“아 그래요? 흠···이상하네요··· 우리 어머니도 VIP 수술을 받으셔도 시간이 좀 걸리신 걸 보면···

좀 더 있으면 베가에서도 만날 수 있겠죠. 그 일은 아주 급하지는 않으니, 나중에 처리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부모님이 퇴근한 나를 반기러 오셨다.


“시우야 회사는 잘 다녀왔니? 일이 힘들지는 않고?”

“네, 엄마. 처음 해보는 일이라 적응 중이긴 한데 아직까지는 재미있어요.”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재미있다니 다행이구나. 우리는 네 덕분에 이렇게 편하게 있는데 네가 힘들면 마음이 편치 않지.”

“아버지. 그리고 제가 이번에 현실 세계에서 수면실 프로그램을 신청하고 왔어요. 가족들과 좀 더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요.”

“잘했어. 퇴근 후에도 베가 세계에서 시간이 좀 있겠구나.”

“베가 세계에서의 장점이 이 안에서는 잠을 안 자도 된다는 거잖아요.

지금 우리 가족 여행 떠났다 올까요?“

두 분은 미소로 답해 주셨다.

“우리 좋지. 너만 피곤하지 않다면.”


리라를 불렀다.


“리라 지금 바로 전용 비행기 준비해 주세요. 우리 여행을 떠날 거예요.”

“네 알겠습니다.”


비행기가 저택에 도착했고 비행기에서 문이 열려 계단이 내려왔다.

기장과 승무원이 나와 인사했다.


“박시우 님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첫 여행지는 어디로 모실까요?”


나는 부모님 두 분을 바라보았다.


“어디로 가고 싶으세요?”

“외국에는 가본 적이 없어서, 어딜갈지 모르겠어.”

“옛날 영화에서 모히토를 마시는 그 섬이 어디였지?”

“아, 몰디브 섬이요! 우리 몰디브로 가요! 저도 꼭 한번 가보고 싶었어요.”


기장이 우리가 들떠있음을 눈치채고 말했다.


“베가에 실제 몰디브를 똑같이 재현한 베가 몰디브가 있어요. 거기로 모셔다 그릴까요?”

우리 가족은 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좋아요!!”


우리는 기내에서 주는 샴페인 한 병을 터트렸다.


“펑!”


어머니가 가슴을 부여잡으시면서 웃었다.


“나 지금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어.”


아버지가 샴페인이 터져 흘러나와 옷이 젖고, 주위가 엉망이 되었지만 모두 웃고 있었다.


“축하주를 열었으니 한 잔씩 마셔야지~?”

“짠! 건배!”

내 생에 제일 처음 마셔 본 샴폐인은 내가 합격했던 그날 이브가 주었던 샴페인이었다.


“홀짝”


달콤한 향.

모든 후보자가 죽어 떠나고 혼자 마지막으로 살아남아 축배를 들었던 그날.

그날의 샴페인의 달면서도 쓴맛이 떠올랐다.

어머니는 내 안색을 보시더니 걱정하셨다.


“시우야 왜 그래? 맛이 안 좋아? 엄마는 달달해서 술을 못해도 입맛에 딱 맞는데.”


“아니에요 엄마. 갑자기 잠깐 다른 생각에 빠졌었어요. 걱정마세요~”


비행기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들을 감상하며 나는 다짐했다.


‘그러고 보면 호세 녀석. 업로드가 굉장히 늦네···다음에는 비행기에 그 녀석을 태우고 베가 멕시코로 가보아야지. 아니야 모든 후보자들을 태우고 그들과 투어를 다닐 거야.

나 혼자 살아남은 보상을 그들에게 이렇게라도 해주고 싶어.

모두 다시 만날 그날이 빨리 오면 좋겠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두 손을 꼬옥 잡으신 채로 창밖을 내려다보며 대화하시고 계셨다.

그동안 20년 넘게 떨어져 계셨으니 못하셨던 얘기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신혼부부처럼 늘 다정하신 모습이 보기가 좋았다.


“와 바다 위에 무슨 섬이 깨알같이 많아요.”


궁금한 것을 못 참는 나는 승무원을 불러 물어보았다.


“저기 저렇게 섬이 많은데 몰디브 섬은 어디인가요?”


“박시우 님. 저게 다 몰디브에요.”


“저게 다 몰디브 섬이라고요? 저는 제주도같이 당연히 섬 하나일 줄 알았어요···”


“몰디브는 1190여 개의 작은 섬들로 이루어져 있어요.”


“헉···천개가 넘는다고요?”


“그럼 그 섬들 매일 하루에 하나씩 간다고 해도 4년은 걸리겠어요···헐···“


“일부 섬은 재력가들이 소유하고 있어요. 우리가 가는 곳도 베가 아일랜드랍니다. 현실 세계에서의 이 섬은 베가 대표님이 가지고 계신 걸로 알아요.”


세계 재벌 1위 베가 대표··· 일개 직원인 내가 만나게 될 일은 거의 없겠지만. 한 번쯤 만나보고 싶다고는 생각이 들었다.


‘섬 하나를 본인의 소유로 가지고 있다는 것은 과연 어떤 기분일까?’


나는 부러워하고 있던 내 마음을 진정시켰다.


‘안돼. 박시우 너한테는 지금 이 정도도 과분하지. 대체 얼마나 욕심을 부리고 있는 거야? ㅎㅎ’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말을 실감하던 중이었다.

기장이 안내 방송을 했다.


‘우리 비행기는 수상비행기로 변해 물결을 타고 곧 리조트에 도착하겠습니다.“


비행기 문이 열리자. 꿈에서나 볼법한 환상적인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와, 그림 같은 에메랄드의 푸른 빛 바다.

이 물을 마시면 왠지 소다맛 아이스크림 맛이 날 것 같아요!!”


웃으며 나를 바라보던 승무원에게 물었다.


“어째서 몰디브의 바다만 이렇게 눈이 시릴 정도로 선명한 푸른 빛을 내는 건가요?”


“현실 세계의 몰디브 해변은 죽은 산호가 가루가 모여 에메랄드 빛깔을 만든 것입니다. 베가 세계에는 현실의 그 컬러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고요.”


“아···이 아름다운 컬러가 죽은 산호 가루가 내는 색이었다니···“


“그러면 다시 모시러 올 때까지 즐거운 여행 되십시오.”


승무원과 기장은 비행기와 함께 돌아갔다.

우리는 에메랄드빛 바다 위 나무 데크를 따라 리조트로 걸어갔다.

지배인이 나와서 우릴 맞이했다.


“베가 몰디브 리조트를 예약 주신 박시우 님 환영합니다. 방으로 모실까요? 아니면 식사 먼저 하시겠어요?“


“여기까지 왔으니 신선한 해산물 요리를 먹고 싶네요. 어때요?”


부모님은 박수를 치며 동의 하셨다.


“자 그럼 이쪽으로 오시죠.”


나는 해변의 럭셔리한 레스토랑에서 식사할 것을 기대했는데, 지배인은 이 아름다운 풍경을 앞에 두고 우리를 리조트 지하로 이끌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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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메랄드 빛 몰디브 +8 22.06.17 37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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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다시 병원으로 +4 22.06.08 42 2 10쪽
33 견우와 직녀 +2 22.06.07 39 2 10쪽
32 자업자득 +6 22.06.07 44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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