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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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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ga3333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6
최근연재일 :
2022.06.30 23:55
연재수 :
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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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49,945

작성
22.06.15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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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수면실

DUMMY

40.수면실




내 차례가 끝나고 나자, 부모님도 상담 후 스타일을 바꾸기 시작하셨다.

나는 샵의 고급 라운지 의자에 앉아 흐뭇한 눈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제 다음은 무얼 하지···?

합격 후 버킷 리스트라도 미리 잘 적어 놓았어야 했나···

아, 맞다. 생각났어!’


나는 어머니 옆에서 스타일 변신 과정을 지켜보던 리라를 급히 불렀다.


“아 리라 부탁이 있어요.”

“네, 코렉터 님, 말씀하세요.”

“입사 시험 9번 후보였던 호세를 찾아봐 주시겠어요? 지금은 가족들을 만난 지 얼마 안되서 같이 시간을 좀 보내고 싶다고 전해주세요. 시간을 보낸 후에는 비행기는 원하면 언제든지 마음껏 쓰게 해준다고도 전해 주세요.”


리라에 얼굴에는 장난기가 가득해 보였다.


“네 잘 알겠습니다~코렉터님 앞으로 저도 시리우스 님으로 불러드릴까요?”

“아니요. 저를 그냥 시우라고 불러주세요. 그게 서로 편하겠어요.”

“네 시우 님, 곧 깨어나실 평균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요.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갑자기 사라지시는 것 보다. 지금 베가워치로 깨어나시는 게 좋겠어요. 부모님은 스타일이 완성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제가 댁으로 다시 모시겠습니다.”


“네 그럼 현실 세계로 다녀올 동안 잘 부탁드릴게요, 리라”


나는 베가 워치의 용두 버튼을 꾹 눌렀다.


* * *


현실 세계에서 다시 눈을 떴다.


“헉, 여긴 어디야?!

아··· 맞다. 마지막에 서울에 오피스텔을 얻고 잠이 들었지? 왔다 갔다 하고 나니 정신이 하나도 없네.'


커다란 창문으로 서울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잿빛 미세먼지가 가득했지만 베가타워 바로 앞의 고층에서 내려다보이는 시티 뷰는 성공한 사람이 즐길 수 있는 특권 같았다.

그 대낮의 도시 풍경을 한참 바라보았다.

아래로는 일개미같이 작은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사람들이 일하는 모습을 이제 나는 높은 곳에서 누워서 내려다볼 수 있게 되었어.’


입사 시험 때 호세가 해주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보다 더 높은 곳에 오르려 하는 심리는 인간이라면 가질 수밖에 없는 뿌리 깊은 욕망이라고 했다.

치첸이트사. 호세가 자란 마을의 유적지가 그 오래된 욕망의 증거이자 산물이라고 했다.

호세의 고향 마을에는 계단 모양의 피라미드 형태를 한 고대 마야인의 유적지가 있었다.

364개나 되는 피라미드 계단 위를 권력을 가진 자만이 오를 수 있었고,

오르지 못한 자들은 계단 아래서 그 높은 곳에 오른 자들을 숭배하듯 선망의 눈빛으로 바라보았을 것이다.

나도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나는 이미 높은 곳에 와 있었다.

오피스텔에서 나와서 혼자 티본스테이크와 레드 와인을 곁들인 점심 식사를 했다.

다음 월급이 들어오기 전에 다 써버릴 듯이 돈을 쓰고 있었다.

혼자 번화가 이곳저곳을 기웃 거리며 그동안 고생한 나를 위해 크고 작은 소비를 했다.

나는 쇼윈도에 비친 내 모습을 보았다.

현실의 내모습은 여전히 검은 삽살개 같은 산발 머리를 하고 있었다.


‘그래, 이게 현실의 나였지.'


나는 쇼핑몰 안 미용실로 들어갔다.

헤어디자이너가 웃으며 반겼다.


“어 시리우스 님 안녕하세요!

예전 모습이라 못 알아 뵐 뻔 했어요.”


나는 머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안그래도 그 문제 때문에 왔어요.

제가 두 세계의 스타일이 너무 달라서 혼동이 오는데요. 헤어 스타일을 똑같이 해주실 수 있나요?“


“그야 물론이죠. 오늘도 이미 여러 명이 시리우스님의 새로운 헤어를 하시고 가셔서요. 저는 그 스타일이라면 자신 있습니다.”


‘현실에서도 이미 사람들이 내 머리를 따라하고 있었어··· 현실의 나까지 가상의 나를 따라야 하나?’


“아아···생각해보니 안되겠어요.”

“네? 갑자기 마음이 변하셨나요?

그 스타일 말고 다른 머리로 해드릴까요?”


“네. 더 멋지고 최신의 스타일로 해주세요.”

“네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브라운 컬러의 웨이브가 들어간 앞머리. 나는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는 최신 명품이라는 옷들도 마네킹이 입은 것들을 그대로 사서 오피스텔로 돌아왔다.

집안에 내동댕이 친 수많은 쇼핑 백들을 보고 있으니, 어쩐지 허탈했다.

나는 갑자기 2번이 생각났다.


‘루나와 응옥의 격차를 견뎌내지 못했던 2번.

이제야 내가 네 마음을 좀 이해할 수 있을 것같은데···‘


유리로 되어 밖이 내려다 보이는 욕조에 몸을 녹였다.


“첨벙첨벙”


욕조에서 발을 첨벙이던 나는 그 물살이 파도처럼 느껴졌고, 파도를 타던 디아나가 생각났다.


‘디아나는 잘 계시나? 주말을 꼈더니 한참을 못 본 것 같네···’


디아나를 떠올리는 순간 그녀가 했던 말 중에 베가 타워의 수면방이 있다고 했던 사실이 생각났다.


‘맞아, 수면방. 베가 세계에만 한동안 머무르는 것도 괜찮은 생각이야. 베가타워로 가보자.’

나는 수건으로 머리의 물기를 대충 털어내고 다 말리지도 않은 채 급하게 옷을 주섬주섬 입었다.

베가타워는 오피스텔의 바로 맞은편이라 걸어가는데 5분이 채 안 되는 것 같았다.

세계 최고층 건물을 이렇게 바로 앞에서 보니 경이로웠다.

타워 꼭대기를 보려니 목이 뒤로 심하게 젖혀져 뒷골이 당길 정도였다.

나는 베가타워 정문으로 들어갔고 물기도 채 마르지 않은 내 머리를 보고 가드들은 과격하게 막아섰다.


“어허. 아저씨! 어딜 그냥 함부로 막 들어가시나!”

나는 베가카드를 내밀었다.

카드이자 사원증인 이것을 보고 가드들이 내 얼굴을 다시 한번 자세히 확인 하였다.

“아, 박시우 님이시죠? 몰라뵈어 죄송합니다.”

“꾸벅”


갑자기 가드들은 90도로 허리를 굽혀 나에게 사과하듯 인사했다.

마치 조폭의 보스라도 된 느낌이었다.


“아니에요. 처음 입장해보는 거라 제가 잘 몰랐네요. 처음부터 사원증 먼저 드렸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요.”


“아, 방문이 처음이시면 안쪽으로 들어가셔서 안내데스크로 가십시오. 친절한 안내 도와드릴 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수고하세요.”

“네 코렉터 님, 베가타워에서 좋은 하루 되십시오.”


내부로 들어가니 로비 천장이 타워 꼭대기까지 이어져 내가 가보았던 그 어떤 실내 공간보다 더 광활해 보였다.

나는 안내데스크로 걸어갔다.

이미 내 홍채 확인을 끝내 놓은 것 같았다.


“박시우 님 !! 아니지~ 시리우스 님!!

어서 오세요~“


베가 세계 내부에서는 비밀이 없다는 말이 정말이었다.

스타일리스트가 지은 내 이름은 이미 그렇게 퍼져나간 후였다.


“네 안녕하세요. 여기에 수면실이 있다는 말을 듣고 왔는데요.

수면실을 이용해 볼 수 있을까요?“


“네 그럼요. 여기 안내원이 수면실로 안내해 드릴 겁니다.”


베가의 유니폼을 입은 안내원이 내 앞으로 다가섰다.


“시리우스 님, 저를 따라오세요.”


그녀를 따라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현실의 베가타워의 엘리베이터 버튼도 역시 !@#$$%^& 같은 온갖 기호로 된 버튼들이었다.

대체 무얼 숨기고 있길래 각각의 공간을 비밀로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모르게 건물 어딘가 핵폭탄이라도 숨겨 놓은 건가···?’


내가 공상에 빠져있을 때 소리와 함께 수면실에 도착했다.


“땡”

“내리려서 이 쪽으로 오세요, 시리우스 님”


수면실이라고 해서 방 한 칸을 상상하고 있었는데 문이 열리는 순간 거대한 공간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이곳은 수면실이라기보다는 수면 층? 수면 센터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았다.

커다란 인큐베이터처럼 보이는 기계들 안에 사람이 누워있었다.


“수면 인큐베이터를 이용하시는 기간은 단기와 장기로 나누어져 있어요.”

“단기와 장기요? 기간 좀 설명해주시겠어요?”

“단기는 3일 5일 일주일이 있고요.

장기로는 2주, 1개월, 3개월, 6개월.

초장기는 1년, 3년 5년 10년짜리가 있어요.“

‘와···10년까지···디아나는 아마도 초장기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구나.’

“문제가 생길 수있어서 처음 이용해 보시는 분들에게는 단기 서비스를 추천해 드립니다. 이용해 보시겠어요?”

“네, 가장 짧은 3일 서비스 이용해 볼게요.“

“네 단기 서비스는 주로 상류층 고객님들께서 휴가 관광 상품으로도 많이 이용하십니다. 가족끼리 베가에서 휴가를 보내시는 거죠. 시리우스 님도 아마 만족하실 거예요”

“괜찮은 상품이네요. 저도 3일 이용해보고 괜찮으면 장기로 넘어 가던가 해야겠어요.”

“네 이제 이 기계 안에 들어가 누우시고요. 안에서 수면 가스가 나오게 됩니다. 인체에는 무해하니 걱정하지 마시고요. 정확히 72시간이 지나면 잠이 깨어 일어나시게 되어 있어요. 3일 동안 베가에서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안내원은 기계의 뚜껑을 닫았다.

나는 기계 안에서 누워 있었고, 내부의 틈 사이로 가스가 구름처럼 뭉개뭉개 기계 안에 차오르고 있었다.

긴장한 나는 앞이 안 보일 때까지 숨을 참고 있다가, 이내 한 번의 호흡을 하였다.

“휴··· 헉!”

호흡에 느껴진 그 향기가 너무 달콤해서 가스를 계속 마시고 싶을 정도였다.

그렇게 나는 긴장을 풀어냈고 금방 잠에 빠졌다.


* * *

리라가 내 저택에서 나를 맞아주었다.


“시우 님 예상보다 아주 일찍 도착하셨네요? 잠자리에 일찍 드셨나요?”


“네, 제가 수면실 3일 프로그램을 시작했거든요. 일이 끝나고도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요.”


“그러셨군요! 오늘은 출근 날이에요 일단 사무실로 넘어가셨다가 디아나 님 사무실에 가시는 걸로 하시죠~”


저택의 테라스에서 저 멀리 잔디 위 부모님의 모습이 보였다.


“부모님께서는 지금 골프 레슨을 받고 계세요. 모시고 올까요?”


“아니에요.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요. 있다가 퇴근 후에 뵙도록 할게요. 지금 바로 사무실로 먼저 이동하시죠.”

“네 시우 님.”


회사 건물에 도착 후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사무실 앞으로 걸어가려던 참이었다.

얼굴도 본 적도 없는 자가 내 의자를 차지하고 앉아있는 것을 보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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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김춘삼 +6 22.06.16 35 4 10쪽
» 수면실 +8 22.06.15 36 4 10쪽
40 시리우스 +4 22.06.14 35 2 10쪽
39 아버지를 찾다 +4 22.06.13 40 3 10쪽
38 베가워치 +4 22.06.12 37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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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병원에서 나오다. +7 22.06.09 40 3 10쪽
34 다시 병원으로 +4 22.06.08 42 2 10쪽
33 견우와 직녀 +2 22.06.07 39 2 10쪽
32 자업자득 +6 22.06.07 44 4 11쪽
31 5라운드의 시작 +6 22.06.06 42 4 10쪽
30 최선의 선택과 삶의 본질 (4라운드 끝) +4 22.06.05 46 3 10쪽
29 4 라운드 시작 +8 22.06.04 50 5 10쪽
28 3 라운드의 끝 +4 22.06.03 46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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