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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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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ga3333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6
최근연재일 :
2022.06.30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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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945

작성
22.06.2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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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의 개

DUMMY

46.대표의 개



리라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시우 님, 기자들이 스캔들이 맞는지 확인하려고 연락이 계속 오고 있어요.

뭐라고 하면 좋을까요?”


“좋은 동료라고 얘기해주세요.

현재로서는 그게 사실 인데요. 뭐···”


“네, 지금 중요한 프로젝트를 두 분이 같이하고 계셔서 혹시라도 대표님께서 오해하실까 봐 저는 걱정이 되네요.”

“설마요···”


그러나 ‘설마’는 사실이 되었다.

누가 도촬을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서핑 보드에서 떨어지던 나를 잡아주던 디아나의 사진을 기자에게 넘긴 것이다.

이 사진은 절묘한 타이밍에 찍혀, 마치 물 안에서 우리가 껴안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날 나는 리라를 통해 연락을 받았다.


“시우 님··· 대표님께서 이번 프로젝트가 완전히 마무리 될 때까지 일에서 빠져있으라고 하셨어요.”


“그 프로젝트는 저와 디아나가 거의 마무리 단계까지 진행한 일인데요?”


“연애를 하느라 일의 진도가 느린 것 같다는 제보가 대표님께 들어갔나봐요.”


“말도 안돼요. 거의 다 수정이 끝나가는 참인데···

휴··· 그럼 마무리는 디아나 씨 혼자 하시게 되나요?”


“아니요. 김춘삼 씨가 같이 하시게 되실 거래요.

뉴 베가타운 프로젝트가 다 잘 마무리될 때까지 시우 님은 현실 세계로 가서 인턴 생활을 하시다가, 다시 넘어오라고 하셨어요.”


“김춘삼이요?”


김춘삼이 혹시 도촬한 사진을 넘겨서 보고한 것은 아닌가 의심이 되었지만, 확실한 증거가 없었다.


“그리고 현실 세계로 가서 인턴 근무를 하다가 오라는 것은 일시적이지만 징계를 받은 거나 마찬가지네요. 휴···”


입사 시험에 합격하고 나서 일에서 성과를 보이면 그것으로 나의 고생은 끝인줄 알았었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한 걸음 나아가면 그다음의 장애물이 있었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내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게 느껴졌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 내야 했다.

나는 처음에는 K-café에서 근무를 했다.

커피를 기계로 내리는 것을 볼 때마다 베두인 아저씨가 손으로 만들어 주셨던 커피가 생각났다.

그래서 한국 말고 다른 나라 커피들도 맛볼 수 있는 다양한 국가 컨셉의 카페 체인을 내볼 것을 권유해 드렸다.

사막 컨셉의 야외 카페 인테리어, 바닥에는 모래를 깔았다. 그리고는 베두인 직원을 모집해 직접 커피를 볶아 내리게 했다.

베두인 커피를 시작해서 페루의 소금 커피, 베트남의 코코넛 커피 등 이국적인 인테리어 컨셉과 함께 다양하게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국적인 컨셉의 야외 카페의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그다음에는 여행사로 인턴을 갔다. 현실 세계의 베가 여행사는 가상 세계보다 매출이 저조했다.

어딘가 특별한 여행지가 필요했다.

나는 아직 자연이 살아있는 각국의 시골 마을을 여행지로 삼아 여행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입사 시험 후보자 동기들의 고향을 여행지로 선정했다.

각 지역에서 가이드를 뽑아서 패키지 프로그램을 짜고 운영했다.


‘가상 세계에서도 자연주의, 극사실주의가 유행인 것을 보면, 자연이 풍부한 현실 세계의 여행지도 충분히 성공 가능성이 있어.

가상 세계가 아무리 잘 만들어봐야, 현실의 자연을 완벽히 똑같이 재현해내지는 못 할테니. 왠지 예감이 좋아.‘


이 여행상품도 대박이 났고, 무서워서 밖을 못 다니던 사람들도, 자연환경이 좋은 곳으로 이주해 사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었다.

김춘삼이 들어갔던 가상 세계의 뉴 베가타운 프로젝트도 대성공을 거두었다.

솔직히 김춘삼은 내가 다 해놓은 밥에 숟가락 하나를 얹은 거나 다름없었다.

그 사실을 모르는 뉴스에서는 연일 뉴 베가 타운의 성공과 디아나, 그리고 김춘삼의 얼굴을 보도했다.

‘저 자식 얼굴 볼 때마다 혈압이 올라서 티비를 끄게 되네.’

매일 같이 현실에서는 일하고, 가상 세계에서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그런 하루가 반복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리라가 소리쳤다.


“시우 님···지금 댁에 베가 대표님이 오셨어요. ”

“허허허···대표님이요?;;”


대표와 경호원들 무리에는 김춘삼도 끼어있었다.

‘저 자식은 대체 왜 온 거야? 일은 안 하고 대표의 뒤만 졸졸 따라다니는구나. 소문이 맞았어.“


대표를 만나기 전, 그에 대해서 나는 TV에 나오는 재벌처럼 같은 주름 많고 배 나온 전형적인 한국 중년 아저씨의 이미지를 떠올렸다.

그러나 그는 주름 하나 없는 피부에 큰 키, 적당한 근육질의 3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한국인 남성이었다.


“박시우 씨? 모니터를 통해서만 보고 받다가 실제로는 처음 보는군.”

“아 대표님 처음 뵙겠습니다.”

‘와, 목소리까지 듣기 좋은 저음이야···.’


세상 불공평하다는 것을 실감하게 하려는 듯 그는 완벽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왜 우리 집까지 온 거지?’

궁금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박시우 씨, 나는 평소 직원을 만나러 직접 나올 정도로 한가한 사람이 아니야.”

“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는 내 어깨에 손을 올려서 토닥토닥 가볍게 두드리고 있었다.

나의 동물적인 감각으로는 이 행동은 친근함의 표시인 것 같았다.


“박시우 씨 신입이고 가장 나이가 어리다 보니,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입사하자마자 일은 뒷전이고 연애질이나 하려는 철없는 직원으로 오해했어. 그래서 정신 차리라는 의미로 현실 세계로 임시 강등시켜 보낸 거였네. 그런데 거기서 누구도 이루지 못한 엄청난 성과를 이루었지.“

“짝짝짝짝”


대표가 갑자기 박수를 치기 시작하자 뒤에 있는 경호원들도 따라서 나에게 박수를 보냈다.

김춘삼만 뒤에서 이를 악물고 나를 향해 눈을 희번덕거리고 있었다.

‘김춘삼. 지금 대표가 우리 집에 친히 와서 내게 칭찬 세례를 퍼부으니 배알이 꼴렸군.’

대표가 다시 입을 열었다.


“요즘 여행사와 야외 카페가 사람들로 붐비고 있어. 이제 베가는 더 이상 가상에서만 존재할 법한 기업이 아니야. 자네가 현실에서도 우리 회사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각인시켜 주었지.“


나는 일그러지는 김춘삼의 표정을 슬쩍 보고 나서는, 보란 듯이 대표 앞에서 송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과찬이십니다. 대표님.”

대표는 나를 향해 환하게 웃었다.


“그래서 말이야.

연애 하고 싶으면 해!”

“예? 연애요? 연애는 한 적도 없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가상 세계에서든 현실 세계에서는 항상 좋은 성과를 내니까, 사생활을 앞으로 전혀 터치 안 하겠다는 얘기야. 네가 하고 싶은대로 다 하라고!”


나도 능청스런 함박 웃음을 지었다.


“하하하, 감사합니다 대표님”


대표는 옆에 서 있던 김춘삼을 불렀다.


“김부장. 박시우 사원을 보고 당신도 많이 배워야 할 거야.”


“8년이나 먼저 들어온 제가요?

대표님, 이 아이는 이제 막 들어온 신입입니다.“


“베가에서는 시각적인 영감과 감성, 그리고 트렌드가 생명인데. 당신은 오류 발견 속도조차 점점 더 느려지고 있으니··· 까놓고 말해서 다 늙은 시골 영감이 우리 회사 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어. 당신 주먹도 매일 충전하는 파워업 기능이 없다면 별 볼 일 없잖아.“


"아...저... 그게..."


김춘삼은 말없이 고개를 숙였고 대표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이렇게 나를 호위하고 다닐 시간에 저 박시우 사원을 따라다니면서 좀 배우라고.

더 이상의 발전이 안 보이면 당신 퇴직도 얼마 남지 않았어.”


대표는 바쁜 몸이신지 경호원들과 바로 집을 떠날 채비를 했다.


“그리고 박시우. 내일부터 다시 가상 세계로 복귀해!”


나는 대표에게 인사를 했다.


“네, 감사합니다. 대표님!”


어느덧 앞이 어두웠던 내 회사 생활에서도 한 줄기 빛이 내려오고 있었다.

대표를 따라가는 김춘삼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뒤에서 대표를 향해 움켜쥐고 있는 김춘삼의 주먹은 분노로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아무리 사나운 명견도 개는 개다. 개는 주인을 물지 못하지.‘


처참하게 말로 발리는 것을 보고 속이 다 시원했다.

나는 궁금증이 생겨 리라를 불렀다.


“리라, 김춘삼이 매일 하는 파워업은 무엇인가요?”


“베가코인을 지불해서 구매하는 기능이고요. 일시적으로 24시간 동안 말 그대로 힘을 키워주는 거예요. 하루에 한 명만 구매할 수 있는데 김춘삼 님이 그동안 독점하다시피 했죠. 김춘삼 님 눈치를 보느라 감히 아무도 그 기능을 구매하지 않거든요.”


“그래요? 제가 그것을 구매하면 어떻게 될까요? 김춘삼이 난리를 칠까요?”

“흠··· 일이 너무 커질 수 있으니 저는 추천해 드리지 않겠습니다.“


‘일단은 아까 내 앞에서 망신당한 것으로 충분해. 하지만 다시 내 성질을 건드는 날에는 파워업을 먼저 가져가 버릴거야.'


현실에서 인턴 생활하던 카페와 여행사 전담 부서에 인사를 마치고, 다시 가상 세계의 근무로 복귀를 시작했다.

나는 복귀 첫날 디아나에게 갔다.


“시우 씨. 오랜만이에요. 그동안 현실 세계에서 고생 많았죠?”

“아니에요. 여러 가지 일을 그새 경험해보고 왔어요. 덕분에 대표님도 만나보고요.”


디아나는 놀라는 표정으로 물었다.


“대표님을요? 어디서요?”

“우리 집에 어제 직접 오셨어요.”

“아, 그러셨군요. 저도 프로젝트에 관해서 직접적인 논의가 필요할 때 제 사무실로 직접 오시곤 하셨어요. 하지만···”

“하지만?”

“대표님의 사무실에 직접 가본 사람은 현실 세계에도 가상 세계에도 그 어디에도 없어요.”

“아 단 한명도요?”

“딱 한 명은 알고 있죠. 대표의 비서요. 그 여자 말고는 아무도 몰라요. 그 여자는 전체 비서들 중 최고의 대우를 받고는 있지만, 좀 특이한 목걸이를 하고 다녀요.”

“목걸이요?”

“네. 베가 로고가 그려져 있는··· 아무래도 대표의 비밀을 발설할까 봐 감시하려는 도청용 목걸이 그런 거겠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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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현실과 가상의 전투 +5 22.06.28 30 4 10쪽
53 2주의 시간 +5 22.06.27 29 5 11쪽
52 할렘 +3 22.06.26 27 4 10쪽
51 보이드 군대 +5 22.06.25 27 4 10쪽
50 도주 생활 +3 22.06.24 32 4 10쪽
49 베가업로더실 +3 22.06.23 29 3 10쪽
48 헛된 시간들 +1 22.06.22 25 3 10쪽
» 대표의 개 +2 22.06.21 33 3 10쪽
46 서핑을 배우다 +6 22.06.20 29 3 11쪽
45 호흡소리 +5 22.06.19 34 3 10쪽
44 텅 빈 미각. 악의 평범성 +2 22.06.18 33 3 10쪽
43 에메랄드 빛 몰디브 +8 22.06.17 36 4 10쪽
42 김춘삼 +6 22.06.16 35 4 10쪽
41 수면실 +8 22.06.15 35 4 10쪽
40 시리우스 +4 22.06.14 35 2 10쪽
39 아버지를 찾다 +4 22.06.13 40 3 10쪽
38 베가워치 +4 22.06.12 37 3 10쪽
37 사실주의와 자연주의 +6 22.06.11 37 3 10쪽
36 디아나와의 첫 만남 +6 22.06.10 41 3 10쪽
35 병원에서 나오다. +7 22.06.09 40 3 10쪽
34 다시 병원으로 +4 22.06.08 42 2 10쪽
33 견우와 직녀 +2 22.06.07 39 2 10쪽
32 자업자득 +6 22.06.07 44 4 11쪽
31 5라운드의 시작 +6 22.06.06 42 4 10쪽
30 최선의 선택과 삶의 본질 (4라운드 끝) +4 22.06.05 46 3 10쪽
29 4 라운드 시작 +8 22.06.04 50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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