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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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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vega3333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6
최근연재일 :
2022.06.30 23:55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3,630
추천수 :
251
글자수 :
249,945

작성
22.06.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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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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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5라운드의 시작

DUMMY

30. 5라운드의 시작



늘 그랬듯 개선행진곡이 나오고 단상 위에 이동되어 서 있었다.

8번 단상의 불이 꺼지는 것을 보았고, 이제 내가 서 있는 곳을 포함해서 3.6.9.10 네 개의 단상의 불이 남았다.

단상의 불이 꺼져 가는 것과 상관없이, 늘 밝은 상태를 유지하는 이브의 모습은 내게 혐오감을 주었다.


“벌써 5라운드입니다!

4명의 후보자분들!

이번 라운드는 팀플레이이고 두 분이 한 팀을 이루시게 됩니다.“


‘처음으로 팀플레이를 하네.

우린 4명인데, 2명씩 짝지으라는 것은 나머지 2명은 탈락한다는 얘기인데···

이번이 준결승전이라고 보면 되겠군.

2개의 라운드가 남았다.

이번에도 잘 버텨보자.‘


준결승전이라는 생각이 긴장을 가져다주었고 나는 다시 설명에 집중했다.


“시험에 대한 설명을 지금부터 해드릴게요.

이번 라운드는 관찰력 및 순발력 테스트입니다.

여러분은 2인용 고무보트를 타고 강을 내려가게 됩니다.

강을 내려가시다보면 여러 길목을 만나게 되는데요. 이때 디지털영상과 현실이 뒤섞여 있어요.

여기서 디지털 화면이 아닌 실제 풍경을 선택하셔서 먼저 도착하시는 게 이번 라운드의 미션입니다.“


* * *


눈을 떠보니 차가운 강 바람이 얼굴을 매섭게 스치며 불고 있었고, 낮은 기온 탓인지 강의 가장자리와 만나는 곳은 구석구석 얼어있었다.


‘여긴 어디지? 시험에 참가하기 전 한국은 분명 여름이었는데···

지금 여기가 현실 세계라면 지구 반대 편으로 데려온 걸까?‘


우리 네 명은 출발선 앞에 서 있었다.


‘여기서 이제 보트까지 달리는 거겠군.’


이브에 목소리와 함께 시작을 알리는 총소리가 났다.


“탕!”

“출발하세요!”


발 빠른 9번이 총소리에 바로 반응해 재빠르게 움직였다.

나는 그 바로 뒤를 쫓고 있었다.

그 순간 누군가 넘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우당탕”

“아이고···무릎이야···”


나는 잠깐 멈칫해서 뒤를 돌아보았다.

6번 할아버지가 발을 헛딛어 넘어져 계셨고, 10번은 잠시 멈춰있는 내 뒤를 바쁘게 쫓아오고 있는 형색이었다.

이미 보트에 도착한 9번이 내게 소리를 질렀다.


“이건 경쟁이라고 3번, 이 멍충아.

뒤로 돌아가서 6번을 일으켜 드릴 게 아니면 정신 차리고 빨리 뛰어.”


‘맞아 이건 경쟁이야.’


나는 다시 앞을 향해 뛰었고, 6번 할아버지도 다시 우리 뒤를 쫓아 달렸다.

드디어 2개의 고무보트 앞까지 왔다.

9번이 이미 보트 하나에 올라서 보트가 고정되어 있던 매듭을 풀어보고 있었다.

나는 9번의 옆 보트로 뛰었다.

그러자 9번이 나를 향해 소리쳤다.


“야! 3번 상황 파악 안 돼?

이건 2:2 팀플레이잖아.

여기로 와서 나를 도우라고!

이 보트로 빨리 먼저 출발하게!“


나는 서둘러 방향을 바꿔 9번의 보트에 탔고 우리는 협동해서 매듭을 풀었다.

보트는 강물의 흐름을 따라 떠내려 갔다.

9번이 다른 보트를 돌아보며 경쟁하는 눈초리로 말했다.


“이걸 함께 젓자. 할아버지는 기력이 약하시지만 10번은 우리를 금방 빨리 따라잡을지도 몰라. 되도록 빨리 가야 해.”


9번이 주는 패들을 받아 저으면서 뒤를 돌아보았다.


10번은 대단했다. 그녀는 매듭을 빠르게 풀어냈고, 강한 팔의 근력을 이용하여 우리를 무서운 속도로 쫓아오고 있었다.

할아버지의 부진한 패들링을 그녀가 채워주고 있었다.


‘역시 10번···암벽타기로 팔을 단련했다고 했을 때 알아봤어야 했어.’


한참을 긴장감으로 패들을 젓다가 양쪽 보트의 후보자들은 지쳤는지 패들링의 속도가 점점 느려지기 시작했다


“휴···이제 더는 팔이 아파서 못 젓겠어. 저쪽도 이제 속도가 좀 느려졌어. 우리도 잠시 좀 쉬면서 하자.”


말없이 천천히 물살을 가르며 노를 젓고 있다가 9번이 먼저 말을 건넸다.


“3번. 너는 지금 이 살을 에는 추위를 견디며, 누구를 위해 죽도록 노를 젓고 있냐?”


“음···나는 우리 엄마.

엄마가 뇌암 말기로 베가의료원에 계시거든.”


“뇌암 말기? 쯧, 너도 안됬다.

나도 엄마가 편찮으셔서 집에서 누워 계셔.

그래도 우리 어머니는 너희 어머니처럼 위독하시지는 않아.


“너도 힘들겠구나.”


내 이 말 한마디에 9번은 씁쓸한 표정을 짓더니 가족에 대한 이야기들을 먼저 꺼내기 시작했다.


“나는 우리 집 가장이야.

사실 돈 벌러 이곳에 왔어.

동생이 두 명 있거든.“


“아, 나는 형제가 없어.”


동생 얘기를 하는 호세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그가 동생들을 얼마나 아끼는지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여기서 합격해서 내 어린 동생들은 꼭 베가 디지털 사립학교에 보내고 싶어.

내가 어릴 때 생계를 위해 일하느라 공부를 놓아버렸거든.

이 녀석들이 나랑 다르게 머리가 참 좋아.

학교를 꼭 보내서 내가 공부를 마치지 못했던 한을 그렇게 해서라도 풀고 싶어.

내 대리만족인 셈이지.“


‘호세도 이제야 갓 20을 넘긴 것 같은데···

청춘을 가족의 생계에 다 쏟고 있구나.

그동안 힘들었겠어.’


하긴 준결승까지 왔지만 다들 서로 살아남기가 바빠, 각자의 생활과 가족에 대해서는 그동안 얘기할 겨를이 없었다.

호세의 지난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

2라운드에서도, 방금 보트를 타기 전에도 누구보다 앞서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치열하게 달려온 호세.


‘9번 호세의 작은 어깨 위로 가족이라는 짐이 지워져 있었구나···

그래서 더 필사적이었던 거야. 자기 자신 만을 위한 합격이 아니니까.’


나는 그런 호세가 안쓰러웠다.


“너도 나처럼 아버지가 돌아가셨구나. 젊은 데도 가장 노릇을 하는 것을 보면···”


“아니야. 우리 아빠는 감옥에 있어.”


나는 놀란 눈을 하고 말을 잇지 못했다.


“감옥에?”


“수면제 불법 밀거래로 작년에 감옥에 들어갔지.”


수면제 때문에 아버지가 수감 중이시라는 부분이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그게 감옥에 가실 정도의 일이야?”


“수면제가 불법 마약류로 지정된 건 다 베가 중독자들 때문이야.

베가 중독자들이 장기접속을 위해 수면제를 남용하기 시작했거든.

그러다 보니 수면제 자체에도 중독된 듯이 의지하게 된 거야···

계속 베가에 머물러있으려고···“


“아···나는 그 정도로 베가에 중독된 사람은 본 적이 없어서···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살았어.”


“빈민촌일수록 흔한 얘기야.

무료로 주는 커넥터만 쓰면 행복하고 벗으면 현실을 지옥 같은데. 당연히···“


나는 처음 베가에 접속했을 때, 마치 그 천국에 온 것 같았던 느낌을 떠올리며 말했다.


“아 정말 충분히 그럴 수 있겠어.”


“불법류로 지정해서 일반인의 거래나 사용을 금지 시켰지만.

그럴수록 거액을 들여서라도 찾는 사람들은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괜히 중독자가 아니야.

밀거래를 해서라도, 있는 돈을 다 털어서라도 원하는 것을 얻으려 하니까 중독자인 것이지···”


“생각했던 것보다 상당히 심각한 문제구나···”


“맞아. 아무튼 결과적으로는 이제 수면제는 '할렘' 이라고 불리는 암시장에서나 거래되고 있어.

돈이 되는 것을 알고 범죄조직이 주로 밀수를 맡고 관리를 하지."


“완전히 마약이나 다를 게 없네?”


“그렇지. 현대 시대 버전의 마약이라고나 할까.

우리 아빠는 수면제 거래상이었어.

걸려서 감옥에 갔고···”


우리가 서로의 이야기에 빠져들어 패들을 놓다시피 했을 때였다.

10번이 조용하면서도 무서운 속도로 우리 곁을 추격했다.

그리고는 마치 놀이공원의 범퍼카가 충돌하듯 갑자기 우리 보트를 부딪히며 밀어냈다.


“쾅!”

“휘청”


얘기에만 집중하다 갑자기 크게 흔들린 보트에 우리는 질겁했다.

9번이 열받은 듯 중얼거렸다.


“와···씨···.10번”


한 번의 큰 충격으로 우리는 강의 변두리로 내몰리듯 밀려 나갔다.


“아 하필 유속이 약한 가장자리로 밀어버렸어. 나쁜 X”


9번과 나는 보트를 유속이 빠른 곳으로 돌리는 데에 시간을 허비했다.

6번,10번이 탄 보트는 우리를 금세 앞질렀다.

9번이 소리를 질렀다.


“아 이렇게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어···

내가 여기서 죽어버리면 우리 가족도 나와 같이 끝이라고···”


9번의 말에 동병상련을 느꼈다.

9번은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울 듯 말듯한 표정에서 기세등등한 표정으로 얼굴을 바꾸어갔다.


“이쯤에서 포기하고 싶다가도···

나만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을 생각하면 포기 할 수가 없어.

나는 뭐든지 할 수 있다고.”


강의 가장자리에는 유속이 느려 얼음이 얼어있었는데 9번은 칼날과 같은 얼음 조각들을 주워서 보트에 넣었다.


“이 얼음 조각들은 왜?”


호세가 갑자기 물었다.


“3번. 너도 암에 걸리신 어머니를 위해서면 시험을 통과하고 싶지?“


“당연하지. 나도 병원에 홀로 계신 어머니를 생각하면 시험에 통과하고 싶지···”


호세가 내 마음을 알았다는 듯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이번 결승은 우리 둘이서 가자.

마음 약해 보이는 너를 위해, 그리고 우리 가족을 위해, 악역은 내가 대신 맡아줄 테니까. 일단 빨리 노를 저어서 따라잡자고!“


'악역? 호세, 무얼하려는 거지?'


10번의 팔힘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20대 초반의 남자 두 명이 죽도록 하는 패들링의 속도를 넘어설 수는 없었다.

우리는 그들의 보트에 아주 가까워졌다. 할아버지가 소리쳤다.


“10번! 쟤들이 벌써 가까이에 왔어! 어쩌지?”


“아이···. 영감님이 패들링을 제대로 안하니까 그러죠.

거기 신경쓰지 말고 온힘을 다해서 노를 저으시라고요.”


보트가 맞닿을 정도로 가까워진 그 순간 9번은 고드름같이 뾰족한 얼음을 들어, 6번과 10번이 탄 고무보트를 찔렀다.


“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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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다시 병원으로 +4 22.06.08 42 2 10쪽
33 견우와 직녀 +2 22.06.07 39 2 10쪽
32 자업자득 +6 22.06.07 44 4 11쪽
» 5라운드의 시작 +6 22.06.06 43 4 10쪽
30 최선의 선택과 삶의 본질 (4라운드 끝) +4 22.06.05 47 3 10쪽
29 4 라운드 시작 +8 22.06.04 50 5 10쪽
28 3 라운드의 끝 +4 22.06.03 46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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