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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ga3333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6
최근연재일 :
2022.06.30 23:55
연재수 :
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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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31
추천수 :
251
글자수 :
249,945

작성
22.06.16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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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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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0쪽

김춘삼

DUMMY

41.김춘삼



나는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기 전 리라에게 물었다.


“리라, 사무실 안에 주인이 없는데 저렇게 들어가 있는 경우는 뭐예요?

제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저 사람은 누구죠?“

“김춘삼 님이 어떻게 와 계시는지 저도 모르겠네요···일정에 없던 일이라···”

“김춘삼이요?”

“네, 전에 농어촌특별전형에 합격하셨던···”

“아 그 8년 전에 합격했다던?”

“네 그런데 베가 세계에서는 소문이 그리 좋지 않아요. 조심하세요.”

“네, 알았어요. 빨리 들어가서 용건이 뭔지 알아봐야겠어요.”


나는 내 사무실의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김춘삼은 40대 정도로 보이는 큰 체격을 가지고 있는 남자였다.


“박시우~ 기다리고 있었네.”


내 사무실에서 나를 환대하듯 의자에서 일어나는 남자를 향해 나는 선을 그으려는 듯 차갑게 대답했다.


“안녕하세요.

누구시고 제 사무실에 어쩐 일로 오셨어요?“


내 차가운 몇 마디의 남자의 안색도 차가워졌다.


“야. 내가 디에이징을 해서 외모가 이렇지 지금 현실 세계에서는 나이가 환갑이야.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아. 이 어른이 이렇게 제 발로 네게 찾아오게 했어야했냐?”


저 인간이 나에게 먼저 욕을 건넨 이상 절대 지지 않기로 나는 마음 먹었다.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그는 험상 궃은 표정을 지었다.

성형도 디에이징도 그의 억센 인상을 감출 수는 없어 보였다.


“박시우! 내가 너의 8년이나 앞선 직속 선배잖아.

거기다 너랑 나 둘 다 한국인이고.

합격하자마자 재깍 내게 인사부터 왔어야지.”


나는 이런 꼰대 같은 인간에게 굽힐 수 없었다.

베가에서는 디지털 설계자도 나에게 존칭을 하는데 이런 시골 할배의 기세에 눌릴 수는 없었다.


“여기가 군대도 아니고요.

제가 일하고 있는 곳은 베가에요.

그런 옛날 규율 따윈 본인 혼자서 챙기시라고요!”


김춘삼은 주먹으로 내 책상을 한번 크게 내려쳤다.


“쾅!!”

‘헉···’

책상에 주먹 자국이 남았다.


‘와··· 업그레이드시킨 것은 젊은 외모뿐만이 아닌가봐.

주먹에다가 뭘한거야? 무슨 힘이 저렇게 세지?‘


나는 놀란 가슴을 감추기 위해 더 큰 목소리로 외쳤다.


“용건이 끝나셨으면 이제 제 사무실에서 나가주세요!

저는 더 이상 대화하고 싶지 않네요!“


김춘삼은 사무실 밖으로 나가려다가 다시 뒤를 돌아서 나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뭐야 가던 길 가라고. 왜 뒤돌아 다시 와··· 무섭게···’


그리고는 내 얼굴을 쓰다듬으며 나와 눈을 마주쳤다.


“슥슥”


‘뭐지? 이러다가 한 대 치려나?;;’


긴장한 내 몸은 돌덩이처럼 굳었지만 태연한 척 내색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긴장으로 입 안이 말라오는 것은 숨길 수가 없었다.


“꿀꺽”


김춘삼은 나의 목젖이 한 번 움직이는 것을 한번 보고 나서 조소를 씨익 날리며 협박했다.


“너 방금 했던 말들 모두 후회하게 해줄 거야.

이 세계가 눈에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가 않아.”


그는 그렇게 얼어버린 내 면상에다 몇 마디를 남기고 사라졌다.

내 의자에 앉은 나는 책상의 주먹 자국을 보며 생각했다.


‘휴···얼굴을 한 대 맞는건가 좀 긴장했는데 그건 아니었네.

하마터면 이렇게 찌그러질 뻔···’

김춘삼이 나가는 것을 본 리라가 나를 위로하듯 말했다.


“코렉터 님 괜찮으세요?”


“리라. 김춘삼의 안 좋은 소문이란 게 대체 뭐죠? 폭력적이고 거친 사람인 건 이제 말 안 해도 알 것 같아요.”


“베가에도 어둠의 세계가 있는데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그쪽이랑 손을 잡았다는 얘기도 있고요.

사원들에게는 깡패 같이 굴지만, 베가 대표님께는 워낙 충성하셔서...

이쪽 세계에서는 정말 큰 권력을 가지고 계세요.”


그말을 듣는 순간 짧은 생각이 잠깐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아. 내가 실수한 건가? 여기서 잘 버티려면 김춘삼에게 잘 보였어야 했나?’


하지만 가상 세계까지 와서 권력을 위해 그렇게 비굴해지기는 싫었다.


‘베가 대표의 개 같은 존재 군··· 김춘삼···‘


긴장이 풀린 나는 그제야 웃는 얼굴로 리라를 다시 보았다.


“휴···출근하자마자 심란했네요. 리라.”


“숨 좀 돌리셨으면 오늘 근무 스케줄대로 디아나 님 사무실로 이동할까요?”


디아나의 사무실이라는 말에 벌써 기대감으로 큰 기분 전환이 되었다.


“넵! 이동해주세요!”


우리는 첫 번째 방문과 같은 방식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디아나의 사무실로 들어섰다.

오늘은 휴양지의 밝은 분위기가 아니었다. 무채색의 사무실 공간 안에 여기저기 설계 도면이 붙어있었다.

디아나는 뭔가 일이 잘 안 풀리는 듯 인상을 쓰고 있었다.


‘흠···디아나. 오늘은 뭔가 고민이 많아 보이네...’


게다가 오늘은 정장을 차려입고 머리 스타일도 거기에 맞춰 긴 생머리를 하고 있었다.


‘서핑을 즐길 때의 모습도 멋지지만 저런 단아한 모습도 무척 잘 어울린다.’


“아, 시우 씨 왔어요? 우리 이제 두 번째 만남인데 서로 편하게 부르기로 해요~‘


디아나는 쇼핑몰에 다녀온 후 바뀐 내 모습을 보고 놀라는 듯했다.


“와, 스타일을 완전히 바꾸고 오셨네요~정말 달라 보여요.”

“아 감사합니다.”


‘달라 보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이지? 멋있어졌다는 칭찬이 맞나?

변화 전 모습이 아주 이상했는데 이제 그나마 봐줄만하다는 의미는 아니겠지?; 그녀는 별 생각없이 던진 말 같은데 나는 왜 계속 쓸데없는 분석을 해내려 하고 있을까? ㅠㅠ‘


그때 그녀가 바로 일 얘기를 꺼냈다.


“시우 씨, 저번에 얘기했었던 새로운 베가 타운 배경이요.

오늘 한번 체험해줄래요?

오류가 무엇인지 파악해서 수정을 서둘러야 해서요.”

나는 씩씩하게 대답했다.

“네 바로 해보겠습니다.”


디아나는 벽 쪽에 붙어서서 나는 사무실 중앙으로 이동하라는 듯 손짓을 보냈다.


“이쪽 사무실 중앙에 서 계시면 제가 공간을 밀어 넣을 거예요.”

“공간을 민다고요? 무슨 말이죠?”


나는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한 채로 가만히 서 있었다.

투수가 공을 던지듯 디아나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내게 던졌다.


“으앗!”


내가 반사작용으로 눈을 한번 질끈 감는 순간, 나는 새로운 공간 안에 들어 와있었다.


* * *


이 공간 배경 너머에서 메아리치듯 디아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우 씨? 어때요? 배경이 잘 보이나요?”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무가 빽빽한 푸르른 산이 있었고, 그 앞으로는 바로 마셔도 될 법한 맑은 강이 흐르고 있었다.

이곳은 내가 평생을 살아왔던 평주의 풍경과 매우 흡사했다.

산 너머로 디아나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손바닥을 이용해서 줌을 하면 확대가 가능하고 드래그하면 공간 구석구석 이동이 가능해요. 터치스크린처럼요.


“디아나 씨?”

“네. 시우 씨 무슨 문제가 있나요?”

“이곳은 제가 잘 아는 곳과 너무 닮았어요. 그래서 보는 순간부터 자신감이 생겼어요. 오류를 잘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아 너무 잘되었네요. 시간을 충분히 드릴 테니 이동하시면서 오류가 없는지, 주변을 꼼꼼히 체크해주세요~”


단 며칠의 서울 생활을 했다고 벌써 자연을 잊고 지냈나 보다.

산의 푸르름을 두 눈으로 맞이하니 눈이 정화되는 것 같았다.

피톤치드 향은 복잡했던 머릿속을 상쾌하게 해주었다.

강의 물결을 눈으로 흐르듯 같이 따라가다가 한 건축물을 보았다.

녹슨 거대한 철판 자재를 덧대어 만든 건축물.


‘이야···이 강판은 녹을 일부러 쓸게 해서 만든 것인가? 녹슨 철판으로도 이렇게 멋진 건축물이 탄생했다니··· 전에 매일 녹가루가 떨어지는 폐기물들을 봐왔지만.

이런 걸 건축재료로 쓴다는 것은 상상도 못 했던 일이야.‘


"디아나, 이 건물은 일부러 녹이 쓴 강판을 사용한 건가요?"

"아, 그건 코르텐 강판이에요. 표면에는 부식이 되어있지만 내부로의 부식은 진행 되지 않는 내후성 강판이죠. 자연과 시간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나요? 현실에서 쓸 법한 소재를 그대로 가져왔어요."


"네, 너무 멋져요. 그런 자재로 가상 세계에서 건축물을 지으실 생각을 하시다니 정말 놀랍네요. 그런데..."


그 건물을 유심히 보던 나는 오류를 바로 발견했다.


“디아나 님! 저 지금 오류를 발견했습니다!”


“오! 시우 씨 어디에요?

이 오류 감지 속도는 뭐죠? 천재인가요?!

전에 계셨던 김춘삼 님이랑은 비교도 안 되게 빨리 찾으셨어요!”


‘나를 김춘삼 따위와 비교하다니.’


나는 디아나에게 좀 서운할 뻔했다.


“여기 이 갈색 철판 건물을 좀 봐주시겠어요?”


“네 지금 확대해서 보고 있어요.”


“이런 강의 주변은 사계절에 뚜렷해서 겨울엔 강이 얼고, 여름엔 홍수도 잘 일어나죠. 그래서 강가에 세워진 집들은 아주 튼튼하게 잘 지어야 해요. 강이 범람해도 집이 홍수에 휩쓸리지 않도록 해야 하죠. 그런데 여기는 비탈길에 마치 집을 엉성하게 얹은 것 같죠.“


“엉성하게...? 엉성하게라니요. 정말로 그렇게 보여요?”


“이 건물 바로 아래는 절벽같이 가파른 비탈이잖아요. 여기다가 말뚝 같은 기둥을 단단하게 박아서 집을 고정해 올리는 게 더 현실적이고 자연스러워 보여요. 기둥이 없으면 비라도 오는 날에는 마치 떠내려갈 것같이 위태로워 보이거든요.“


그 말을 들은 디아나는 화가 올라오는 것을 누르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위태롭다고요...? 제가 며칠을 밤새운 디자인인데 떠내려갈 것 같다고요?”


내가 말을 너무 직설적으로 한 건가···?

이미 내뱉은 말들을 주워 담을 수도 없었다.

상황 수습이 안 되는 나는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만 끄덕였다.

디아나는 진정하려는 듯 본인 긴 머리를 쓸어 내리며 고뇌에 빠져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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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에메랄드 빛 몰디브 +8 22.06.17 36 4 10쪽
» 김춘삼 +6 22.06.16 36 4 10쪽
41 수면실 +8 22.06.15 36 4 10쪽
40 시리우스 +4 22.06.14 35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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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다시 병원으로 +4 22.06.08 42 2 10쪽
33 견우와 직녀 +2 22.06.07 39 2 10쪽
32 자업자득 +6 22.06.07 44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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