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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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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ga3333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6
최근연재일 :
2022.06.30 23:55
연재수 :
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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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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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
글자수 :
249,945

작성
22.06.2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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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헛된 시간들

DUMMY

47. 헛된 시간들



“그 비서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개 목걸이’라고 불러요.

사실 저도 그녀가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거든요.

성격이 거만하고 비호감이에요. ”


그 목걸이는 내가 입사 시험에서 착용했던 것과 같은 사살용 목걸이일 것 같았다.

하지만 디아나에게는 굳이 언급하지는 않았다.

비밀 유지 조항도 걸려있었고, 지난번 도촬 사건 이후로 디아나의 사무실도 그다지 안전하지는 않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어? 그런데 디아나 씨의 비서가 바뀌어있네요.”

“네, 시우 씨가 프로젝트에서 나가신 후로 제가 그 스캔들 사진이 어디서 나온 건지 수소문해 보았었어요. 저의 전 비서가 김춘삼의 첩자였고, 그녀가 사진을 찍어 건네주었던 거였죠. 가까이 있는 사람도 항상 조심해야 하는 게 이 세계예요.”

“휴··· 그렇죠? 이곳에 오래 있다가는 또 무슨 소문이 어떻게 날지 몰라서요.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네, 시우 씨.”


내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서둘러 가는 것을 아쉬워하는 듯한 디아나의 눈빛을 느꼈다.

내가 엘리베이터에 타서 문이 닫힐 때까지 손을 흔들며 마중해 주었다.


“잘 가요~~”


큰 프로젝트가 끝나서일까?

일에만 빠져 있던 평소의 그녀와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나는 집으로 돌아와 그동안 가상 세계에서 진행하지 못했던 일들을 떠올려보고 있었다.


‘맞다. 호세. 왜 아직도 답이 없었지?‘


“리라, 제가 예전에 컨택해 달라고 했던 입사 시험 9번 후보자 호세 말이에요.

그로부터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 아직도 연락이 안 왔나요?“

“아, 현실 세계에서 근무하실 동안 알아보았는데, 말씀드리는 것을 깜빡했네요.”

“왜요? 무슨 문제가 있었나요?”

“후보자들 모두 디지털 업로드는 성공적으로 마치신 것 같아요. 후보자 전원이 검색까지는 되었는데···“


리라는 찜찜한 표정으로 대화를 이어갔다.


“서로 대화를 할 수 없게 차단이 되어있더라고요. 9번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후보자 분과 소통할 수 없도록 차단이 되어있어요.”

“휴···그렇게 다 막아놓은 이유는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회사 내부 비밀 유지 사항이 좀 많은 편이라···

시험 정보 보호 그런 이유가 아닐까 추측해요.”


나는 전용 비행기를 받았는데도 호세와의 마지막 약속을 지킬 수가 없었다.

목숨을 건 고난을 같이 했던 사람들. 가상세계에서도 그들과 소통할 방법이 없구나···

나는 한편으로는 의문을 느꼈다.

개인 사무실의 위치조차 공개하지 않는 대표.

이놈의 회사는 왜 이렇게 감추려고 하는 게 많은 것인지.

나와 소통을 못 하더라도, 업로드를 성공적으로 잘 마쳐서 다들 베가에서 각자 잘 지내고 있다면 그것으로 다행인 거라고 위안 삼았다.

퇴근 후 저녁 식사를 하려던 참이었다.

가상 세계로 복귀에 성공한 나는 레스토랑을 예약하려다 문득, 어머니가 해주시는 따뜻한 밥이 먹고 싶었다.


“엄마, 우리 미슐랭 리스트는 다 돌았고요. 이런 음식들만 매일 먹다 보니까 더 이상 특별하게 느껴지지도 않아요. 그냥 오늘따라 엄마가 해주시는 밥이 먹고 싶어요.“


아버지도 환영하셨다.


“나도 그건 찬성이다. 시우야. 나도 여기 와서 너희 엄마가 해주는 밥 한번 못 먹어 봤어.”

“엄마, 아버지도 이렇게 말씀하시는데~ 오늘 저녁 좀 준비해 주실 수 있어요?”

“그럼 당연하지, 시우야. 현실 세계에서 다시 복귀하느라 그동안 고생 많았다.

엄마는 너를 위해서라면 뭐든 해줄 수 있어. 자~ 오랜만에 솜씨 좀 발휘해볼까?“


어머니가 요리를 하시기 시작했고 아버지와 나는 어머니의 요리 하시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얼른 식기 전에 밥 먹자~”


나는 허기가 졌던건지 엄마가 해주시는 밥이 그리웠던 건지 몰라도 허겁지겁 먹었다.

어머니가 나에게 말씀하셨다.


“시우야 천천히 먹어. 그러다 체한다.”


아버지도 웃으셨다.


“이 녀석이 아무리 맛있어도 그렇지. 그렇게 급하게 먹어~”


어머니가 내가 뜬 밥 한술 위로 반찬을 올려주셨을 때였다.

아닐꺼라며 스스로를 자제하며 누르고 있던 생각들이 눈물과 함께 터져 나왔다.


“엉엉···.”


어머니 아버지는, 아니 그들은 내게 말했다.


“시우야, 밥을 먹다 말고 왜 갑자기 울고 그래?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야?”


나는 눈물을 훔치고 덤덤하게 말했다.


“당신은 사실 우리 엄마가 아니지?”


그가 당황하며 나에게 소리쳤다.


“시우야. 왜 갑자기 그런 말을 엄마한테 해? 버릇없게? 당신이라니?”


나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엄마가 만약 가짜라면 당신도 아마 가짜겠지?”


그들은 예상치 못했다는 듯 당황해하고 있었다.


“아버지에게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시우야. 정신 차리렴.”


내 눈에서는 더 이상 눈물이 흐르지 않았다.


“당신의 레시피는 그럴듯했어. 어차피 여기 안에서의 오감은 예전에 경험한 것들을 토대로 상기시키는 정도이기 때문에, 내가 어머니의 음식을 먹었었던 미각을 다시 떠올리게 하면 되는 거니까.”


야단법석을 피우던 그들은 조용해졌다.


“하지만 우리 엄마가 평생을 요리하시던 순서와 당신이 요리한 순서는 좀 달랐어. 그 작은 부분까진 정확한 업로드를 하는 것은 실패한 건가?”


어머니의 모습을 한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야 시우야. 오해야. 뭔가 착각하고 있어.“


“내가 착각을 하고 있다고?”


그 말에 아버지의 모습을 한 그가 본색을 드러냈다.


“그게 아니면, 착각을 하고 있던 편이 나았을지도 모르지.”


나는 분노로 소리를 질렀다.


“어째서?! 당신들의 정체를 대체 뭐야?! 왜 이렇게 속여오면서까지 나를 괴롭힌 건데?”


그녀가 차갑게 말했다.


“그냥 막연하게 어머니를 보낼 수 없는 마음은 이해해.”


나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고 커져만 가고 있었다.


“당신들이 뭘 이해해한다는거야! 완전히 날 가지고 놀아놓고!“


그녀가 말했다.


“시우야, 한번 생각해봐. 병든 어머니를 업로드 시켜서라도 곁에 두려고 했던 네 마음은, 사실은 너의 욕심은 아니었는지? 관상용으로라도 이렇게 가상 세계에라도 어머니를 두고서, 어머니를 잃지 않았다고 스스로를 안심시키려는···“


그녀에 이어 그가 말했다.


“그런 너의 욕심이, 소망이 모여서 가상의 우리가 존재하게 된 거야.”

“어쨋든 목숨 바쳐서 여기까지 온 나에게는···너희가 하는 모든 얘기가 변명처럼 들려. 흑흑”

“질량에 따라 다르지만, 별들도 최소 수백억 년이 지나면 소멸되기 시작한다고.

탄생과 소멸은 우주의 진리야. 너희 어머니뿐만 아니라 너도 우주의 일부로 그렇게 소멸하게 되어있다고. 그런 우주를 거스르려는 너와 같은 마음이 우리의 세계가 된 거야.“

“사기극을 벌여 놓고 우주 타령은··· 어이가 없네.”

“시우야 믿음에는 절대적인 기준이 필요도 없어.”

“절대적 기준? 그게 무슨 말이야?"


그녀가 말했다.


“믿음은 사실 선택이라고. 선택에 의해 본질이 좌우된다는 것은 다 머릿속의 착각이자 망상이야. 예를 들어 내가 어머니라고 다시 믿는 것도 너의 선택일 수도 있고, 그러면 네 삶은 다시 편해지겠지.“


그가 뒤를 이어 말했다.


“시우야. 잊지 마! 여긴 믿기만 하면 모든 걸 이룰 수 있는 세상이야. 그냥 믿고 싶은 것을 믿어.”


스트레스로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갑자기 너무 혼란스러워서 두통이 와. 나는 일단 여기서 나와야겠어.”


그들이 나를 막아섰다.


“시우야. 가지 마. 어디를 가려고? 너만 다시 돌아오면 우리는 베가에서 영원히 행복한 가족이야!“


나는 일단 그곳을 빠져나왔다.

너무 많은 얘기와 생각이 오가서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행복에 빠져있을 때가 좋았다.

가상 세계에서는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다 해볼 수 있어서 행복하다 생각했는데, 모든 게 허상이었다.

그 시간과 추억들조차 자고 일어나면 쉽게 잊히는 한낱 꿈처럼.

아무것도 아닌 시간이었을 수도 있었단 생각이 들었다.

지난 시간의 의미도 결국엔 시간을 보내 온 내가 정의하고 부여하는 것이다.

내가 그들에게 반박도 제대로 못 하고 빠져나온 건, 날 속이고 부모인 척 연기했던 그들의 말이 틀린 게 없어서였다.

그들이 진짜가 아니었다면, 그동안 내가 그들과 보낸 시간은 어떻게 정의 할 수 있겠는가?

그것은 내가 현실에서 못 해 드린 효도를 가상 공간을 빌려서 하고 스스로 만족하는, 나의 자기 위로 시간이었을 뿐이었다.

여기까지 겨우 와서 다시 모든 것들의 목적과 방향을 잃어버렸고, 여기까지 오기 위해 희생되었던 후보자들의 얼굴이 떠오르는 날이었다.


‘낙심할 게 아니고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어머니와 아버지가 다 가짜라면 디지털 업로드와 베가업로더는 모두 가짜라는 건가? 대체 뭐가 어떻게 된거지?‘


무언가를 몰래 해보기 위해서는 가장 가까이에서 나를 지켜보는 리라를 먼저 내 곁에서 멀리 내보내야 했다.

나는 리라를 불렀다.


“리라. 덕분에 여기에 입사한 후 적응 기간을 잘 거쳤어요. 감사해요”

“시우 님, 별말씀을요.“

“제 개인적인 문제까지 매일 돌보시느라 바쁘셨는데, 휴가를 좀 드릴까 해요”


리라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휴가를요?”

“네, 제가 전용기랑 호텔을 예약해둘게요. 휴양지에 가셔서 휴가 좀 즐기다 오세요.”


리라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진 채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왜 그래요? 뭔가 문제라도?”

“여기서 저에게 이런 말을 해주신 건 시우 님이 처음이라서요.”

“휴가 없는 직장이 어디 있어요~ 잠시 며칠 다녀오세요~“

“네, 그럼 즐거운 마음으로 잘 다녀오겠습니다. 대신 요청하실 일이 있으면 언제든 메신저로 불러주세요.“

“네 그럴게요. 잘 다녀와서 만나요.”


'이제 리라도 없으니, 슬슬 시작해 볼까?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나는 진실을 꼭 알아야겠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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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26 룰루랄라7
    작성일
    22.07.07 15:49
    No. 1

    호이호잇! 이제 마지막화까지 얼마 안 남았네요! 아껴보려고 했는데 궁금해서 우선은 다음으로 넘어가야겠어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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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다시 병원으로 +4 22.06.08 42 2 10쪽
33 견우와 직녀 +2 22.06.07 39 2 10쪽
32 자업자득 +6 22.06.07 44 4 11쪽
31 5라운드의 시작 +6 22.06.06 42 4 10쪽
30 최선의 선택과 삶의 본질 (4라운드 끝) +4 22.06.05 46 3 10쪽
29 4 라운드 시작 +8 22.06.04 50 5 10쪽
28 3 라운드의 끝 +4 22.06.03 46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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