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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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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vega3333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6
최근연재일 :
2022.06.30 23:55
연재수 :
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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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18
추천수 :
251
글자수 :
249,945

작성
22.06.07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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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견우와 직녀

DUMMY

32. 견우와 직녀



“견우와 직녀는 북반구 밤하늘에서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여름에 만나거든.

직녀성, 그러니까 베가 별이 있는 오른쪽은 가짜야!

여기는 한국과 계절이 반대인 것으로 봤을 때, 남반구 별자리가 보여야 해.

마침 저기 왼쪽에는 남십자성이 잘 보인다!"


"남십자성? 그건 또 뭐야?"


"호주 국기에 박혀있는 별자리 있잖아.

호주는 남반구라서 북반구인 한국이랑 계절도 정 반대야.

왼쪽으로 노를 저어가자!“


왼쪽으로 방향을 돌리기 위해 우리는 두 손으로 패들을 힘겹게 저었고.

양쪽에 있던 바람 구멍에서 바람이 새어 나오면서 보트는 빠르게 가라앉기 시작했다.


“피쉬이이이”


보트 안으로는 강 물이 들어왔다.

손발에는 이미 감각이 없어진 지 오래였고, 살갗이 얼음 물에 닿을 때마다 칼을 대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아악! 몸이 얼어버릴 만큼 차가워.

이러다 도착 전에 얼어 죽는 건 아니겠지?”


“다행히 저 앞에 베가 로고가 보여.

이제 다 왔어. 조금만 더 버티고 헤엄쳐. 버텨내야 돼“


“어푸어푸”


마침내 강 기슭의 베가 로고 앞에 도착했다.


“드디어 왔어··· 정말 믿을 수가 없어...

물에서 올라오니 너무 추워서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지만···”


결승점 앞에 모닥불에서 몸을 녹이며 이브의 발표를 기다리고 있었다.


“휴, 이번 라운드는 한 번 더 하라고 하면 그냥 목숨을 내놓고 기다릴지도 몰라...”


“보트의 양쪽으로 구멍이 났을 때는 끝인 줄 알고 마음을 비우고 있었는데, 통과할 줄이야...”


“3번, 너 천문학 관련 전공이야?”


“아, 아니야.”


“그렇다면 평소에 별을 자주 보는 편인가 봐? 별자리를 보고 계절을 맞추다니.”


“우연히 주운 동화책이 날 살려준 거야.”


우연이라기 보다는 행운이었다.

견우와 직녀성을 찾아서 준결승을 통과하다니, 아직 내 운이 다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했다.

이브의 목소리가 들리며 다시 방으로 이동 되었다.


“3번과 9번 후보자 님 결승까지 진출하시게 되신 것을 축하 드립니다.

내일을 파이널 라운드를 위한 에너지를 충전하세요.“


에너지를 충전하라는 건 역시 말 뿐이었다.

늘 배급 받던 알약 두 알과 물 한 병을 받았다.

이번을 마지막으로 내가 죽든 살아남든지 간에 이 지겨운 알약과도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내 안에서 의심이 자라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진짜 영양제 맞나···?

먹고 나면 몽롱한 기분이 드는 게 뭔가 의심스러워.

오늘은 먹지 말아 볼까?‘


나는 내용물이 무엇인지 확인해 보고 싶었고, 캡슐을 비트니 흰 가루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 흰 가루가 무엇인지 확인할 길은 없었다.

그 흰 가루를 물과 함께 입에 털어 넣을까 하다가,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벽과 바닥이 온통 하얀 방인데 바닥에 흰 가루 좀 버려봐야 티도 안 나겠어.’


바닥에 가루약을 몰래 버리고 증거를 숨기기 위해 캡슐의 껍질만 삼켰다.

그리고는 침대에 누웠다.

약을 먹었을 때처럼 무언가에 홀린 듯 기억에 잃거나 잠이 들지는 않았지만, 조금씩 무거워지는 눈꺼풀을 느끼며 속으로 생각했다.


‘오늘 얼어붙은 강에서 살아남느라 너무 피곤해. 안 자고는 못 버티겠네.’


개선 행진곡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평소와 다른 점은 몸이 개운하지 않았고, 무거운 몸뚱이에 근육통까지 더해진 느낌이었다.

바로 전 라운드에서 강물에서 패들링을 하고 헤엄을 쳤으니, 그럴 만도 하다고 생각했다.

호세와 나는 스테이지의 단상에서 만났다.

단상 위 모든 불은 꺼졌고, 9번과 나, 정말 이제 우리 둘 만 남은 것이었다.


‘마지막 결승까지 이렇게 오게 되다니···

마지막은 우리 어머니를 생각하면, 내가 되었으면 좋겠지만···‘


호세의 집안 사정을 들었던 나는, 설령 호세가 입사에 성공하더라도 축하해줄 수 있는 마음의 여력이 아직 남아 있었다.

나는 죽을지도 모르는 라운드 시작 전에 기억 속의 얼굴들을 가슴에 새겼다.

자신이 위험해질 수 있는데도 우리에게 도움을 주었던 사막의 아저씨, 이휘성 박사님, 쿠나모랑가, 그리고 8명의 탈락자 까지···

그들을 생각하면 나는 여기 파이널 라운드까지 온 것 만으로도 충분히 행운이었다.

이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은 대망의 결승 라운드의 날입니다!”


이브는 양손에 권총을 쥐고 말하고 있었다.


‘뭐야? 저 총은?;’


“이 두 개의 권총을 각 후보자님께 하나씩 드리겠습니다.“


‘서로 쏴 죽이라는 건가?‘


호세와 나는 당황한 듯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여러분, 이 권총에는 상대를 잘 관찰해 조준할 수 있는 최첨단 고배율 조준경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총알은 들어있지 않으니 긴장 푸세요~"


나는 그 말에 긴장이 조금 풀린 듯 참았던 숨을 몰아쉬며 생각했다.


‘휴··· 총알도 없다면서 심장 떨리게, 대체 왜 총을 주는 거야?‘


이브가 설명을 시작했다.


“눈앞에는 한 명의 진짜 상대편 후보자와 그와 똑같은 4명의 아바타가 있습니다.

아바타가 아닌 진짜 후보자에게 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기세요.

상대편 후보자가 아닌 아바타에게 방아쇠를 당기신다면 바로 탈락 됩니다.“


저번에는 디지털 풍경을 피하는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디지털 인간을 피해서 정답을 맞추라는 소리 같았다.


‘우리 사이에 디지털로 된 가짜를 섞겠다는 거구나···’


이브가 설명했다.


"저희 아바타 재현 기술은 실물과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매우 우수하기 때문에 3분의 시간을 드릴게요.

여기 이 타이머로 3분 안에 발사하셔야 해요.

총을 발사하지 않아도 자동 탈락입니다~“


‘3분? 짧지만, 아바타와 구분만 쉽다면 금방 답을 맞추고도 충분한 시간이네?“


“자 그럼 파이널을 바로 시작합니다.”


나는 건네받은 권총을 멍하니 들고 있었다.

오늘은 큰 이동이랄 것도 없었다.

그들은 메인 스테이지 위 남아있던 작은 단상들을 모두 치워낸 후, 사격을 할 수 있는 부스를 무대 위로 옮겼다.

호세와 나 양쪽에 각각 5칸의 사격 부스를 세워 두는 것들 보았다.

우리는 눈가리개를 하고 부스가 있는 무대 위까지 안내를 받았다.

눈을 가리고 나니 주위는 보이지 않고, 오직 내 심장 소리만이 들렸다.


"쿵,쿵,쿵."


‘커지고 빨리지는 내 심장 소리를 듣다 보니, 점점 더 긴장되는 걸···

출제자가 이번에는 또 무슨 문제를 꾸민 걸까?’


“자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이브의 말이 끝나자마자 우리는 안대를 풀었다.


“삑”


무대 정면에서는 커다란 타이머 시계가 3분에서 시작하여, 0초를 향해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나는 아바타 사이에서 진짜 호세를 빨리 찾아내야 했다.

고개를 돌려 맞은 편을 보았다.

분신술이라도 부린 듯 5명의 호세가 같은 얼굴과 표정을 하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놀란 나머지 내 옆을 바라보았는데, 내 쪽도 아바타가 있는 건 마찬가지였다.

나의 꼭두각시 같은 4개의 아바타가 놀란 나의 표정과 행동마저 따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시간이 촉박한데 진짜 호세를 빨리 찾을 길은 보이지 않았다.

내 앞의 5명의 호세도 마찬가지로 타이머를 보며 안절부절못했다.

내 아바타들이 호세를 혼동시키기 위해 제각기 먼저 말을 걸고 있었다.


1번 [나야 나 박시우. 호세. 이쪽을 쏴버려! 우린 이제 천국에 갈 수 있어!]

2번 [호세, 나라고! 준결승을 넘어 여기까지 온 거 우리 정말 대단했다. 그치?]

3번 [야 호세. 이번 우승은 내 꺼다? 하하, 쏘지 말고 나에게 양보해~]

4번 [아···이렇게 권총을 쥐여주다니. 호세 내 얼굴을 똑바로 봐. 나라고.]


호세는 4개의 아바타들이 한마디씩 할 때마다 긴장한 얼굴로 총부리를 옮기고 있었다.

나는 우리 둘만 아는 확실한 힌트가 될만한 말을 남겨야 했다.

그래서 외쳤다.


“호세! 네 전용 비행기 태워준다는 약속 잊지 마라!“


나는 크게 소리치며 그에게 눈빛을 보내며 한번 끄덕였다.

호세는 대답하듯 나를 향해 고개를 한번 끄덕였고, 주저 없이 나를 향해 발사했다.

나는 그 순간 혹시 발사될지도 모르는 총 때문에 눈을 질끈 감았다.

귀가 먹먹할 정도의 큰 소리였다.


“펑!!!”


총에서는 파티 용품처럼 꽃가루 같은 요란한 색상의 종이 조각들이 퍼져나갔다.


“휘리리릭”


“헉. 이게 다 뭐야.”


호세가 사격을 마치자, 내 옆 부스에 서 있던 나의 4개의 아바타는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4개의 아바타 사이 어딘가에 서 있는 진짜 호세는 나보다 먼저 정답을 맞혔다.

결승에서 승리한 것이다.

호세가 자신의 4개의 아바타와 함께 나에게 승리의 미소를 보내고 있었고, 나는 함께 웃어주었지만, 속으로는 5배는 더 주눅이 드는 느낌이었다.


‘이제 나는 끝이야···’


타이머를 보니 1분 20초 정도 남아있었다.


“아직 포기하기는 일러!”


5명의 호세 중 누군가 말했다.


‘혹시 내가 답을 맞추게 되면 우린 연장전으로 가는 건가?

아니면 혹시 이례적으로 둘 다 합격? 일단 도전해 보자···

방금 내가 했던 것처럼 호세가 하는 소리를 잘 들으면 힌트를 얻을지도 몰라!‘


“시우야! 살고 싶으면 빨리 쏴! 시간이 별로 없다고!“


5명의 호세가 거의 동시에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뭐야? 이번엔 저 5명이 동시에 똑같은 말을 하고 있어.’


1번에서 5번까지 총을 빠르게 겨누어 보며 자세히 살펴보았다.


‘이번에는 말 행동 표정··· 모든 것이 다 똑같아.

결국 답을 못 맞추고 1분 안에 나는 이대로 죽는 건가···‘


총을 잡은 내 손은 땀 범벅이 되어 덜덜 떨려왔고, 등 줄기로는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휴··· 심호흡을 크게 한번 하고 다시 집중하자···’


이대로 죽더라도 1분 안에 누군가를 선택해야만 했다.

찍더라도 5분의 1이라는 확률이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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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견우와 직녀 +2 22.06.07 39 2 10쪽
32 자업자득 +6 22.06.07 43 4 11쪽
31 5라운드의 시작 +6 22.06.06 42 4 10쪽
30 최선의 선택과 삶의 본질 (4라운드 끝) +4 22.06.05 46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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