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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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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ga3333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6
최근연재일 :
2022.06.30 23:55
연재수 :
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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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17
추천수 :
251
글자수 :
249,945

작성
22.06.09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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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병원에서 나오다.

DUMMY

34.병원에서 나오다.




문이 열리는 순간 웃는 얼굴의 담당 의사와 간호사들이 들어왔다.

양손 가득 꽃다발과 선물을 들고 있었다.


“아 박시우 님. 대단히 죄송합니다.

장기간 입사 시험을 치르시느라 피곤하셨을 텐데요.

제가 너무 서둘렀죠?”


나는 의외에 모습에 놀랐지만 내색은 안 하고 있었다.


‘나를 말끝마다 계속 무시하던 이 자식이 왜 갑자기 내 눈치를 보지?’


“아니에요 선생님. 근데 무슨 일로 오셨죠?”


나는 이 인간에 나에게 했듯 무뚝뚝한 자세로 일관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이 얼굴이 두꺼운 인간에게는 이런 티 안 나는 냉대는 먹히지도 않았다.

의사는 웃으며 또 자기가 준비해 온 말들을 시작했다.


“박시우 님께 축하 인사를 가장 먼저 드리고 싶어서, 회진 시간이 아닌데도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여기 축하 꽃다발 먼저 받으시고요.

저기. 김 간호사 준비해 온 꽃다발 드리세요~”


간호사가 나에게 꽃다발을 웃으며 안겨주었다.

주문 제작된 케이크에는

[베가맨이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베가의료원 담당의 손호찬 드림]

이라고 레터링 작업이 되어있었다.

중앙에는 내 아바타를 묘사한 얼굴도 새겨져 있었다.

의사는 처음 상담 받았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나와 눈을 마주칠 때마다 흐뭇한 미소를 날렸고 굽신대는 태도로 일관했다.


‘아 저 느끼하게 눈웃음치는 저 미소.

보기만 해도 역겹네...

무시당했던 만큼 계속 똑같이 해줄까?

어떻게 나오는지 지켜봐야지.‘


의사는 내 이런 마음을 아는 건지 아부를 떨기 시작했다.


“박시우 님~

우리 병원에 베가 입사 시험 후보자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제가 얼마나 기뻤는지...

한 달 여 동안이나 병원을 비우셨지만. 시험이 무사히 끝날 때까지 어머니를 저희가 정성껏 돌봐드리고 있었습니다.“


“아 네 제가 부재중일 동안 어머니 신경 써주신 거에 대해서는 감사합니다.”


‘뭐야 갑자기? 혹여 내가 입사 시험에 합격할 것을 대비해서 보험 들어놓듯 잘해준 거겠지? 약아 빠진 놈’


“최종 합격까지 하시게 되시다니 저희 병원의 자랑이세요.”


“그런가요? 하하”


‘자랑? 저건 또 무슨 소리야···’


“베가 세계 안에서는 앞으로 더 바빠지실 테고. 이미 유명하시다 보니 저를 상대할 시간도 없으시겠지만···

여기서라도 이런 인연으로라도 먼저 만나게 되어서 정말 영광입니다.“


나는 이왕 분위기가 역전된 거 의사에게서 얻어낼 수 있는 게 있나 떠보기로 했다.

아직 이 녀석은 우리 어머니의 담당의고. 어딘가 써먹을 때가 있겠지.


“아 네네. 근데 선생님 저희 어머니 말인데요···”


눈치 빠른 이 녀석은 내가 말을 입에서 떼자마자 다음 대답을 먼저 하고 있었다.


“아 어머님 치료 스케줄도 제가 재빨리 조정해놓았습니다!

뇌의 병세가 더 진행되시기 전에 베가 업로더 예약도 원하시면, 뇌암수술 후에 베가 센터로 이송시켜드리는 서비스를 예약해드릴 겁니다.

오늘 오후에 바로 긴급수술로 올리고 진행을 하려고 해요.“


의사에 빠른 태세 전환에 나는 금방 화가 풀렸다.


“그렇게 빨리요?”

“네 최우선 순위로 올려놓았어요.”


방금 전까지만 해도 역겨워 보였던 이 녀석의 얼굴이 못난이 인형처럼 깜찍해 보이는 건 뭐지.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놈을 탓할 게 아니라 힘이 없었던 나 자신을 탓해야 했나?

다들 살아남기 위한 이치를 따르고 있을 뿐인데···역시 성공하고 볼 일이야.

알아서들 굽신거리는 걸 보면.‘


어릴 때부터 동네 어르신들은 나에게 그런 말을 했었다.

나는 좋게 말하면 순한 놈. 나쁘게 말하면 물러 터진 놈이라고.

나 같은 놈은 독해야 하는 순간에도 독하지를 못해서 도시로 상경해봐야 치열한 도시의 경쟁에서는 결국 밀려나게 되어 있다고.

도시에서 성공하려면 독기를 품을 줄도 알고 남을 밟고 오르는 법도 배워야 한다고 했다.

그 말이 맞다.

나 자신을 칼에 비유한다면 칼날이 예리하지 못해서 무엇 하나 제대로 베어내지 못하는 둔한 장식용과 같았다.

하지만 나는 남을 해치지 않으면서 높은 곳에 오르는, 나만의 성공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고 다짐해왔다.

서로 죽고 죽이는 거 말고도 살아남는 방법은 있을 테니.

그런 방법으로도 생존은 가능하다는 것을 입사 시험을 통해 증명해보았다.

나는 마음의 여유를 되찾고 수술을 앞당겨준 의사에게 감사 인사를 해주었다.


“선생님, 저희 어머니 수술을 최우선 순위로 잡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의사는 내가 미소를 보자마자 숨기고 있던 진짜 용건을 드러냈다.


“아 박시우 님? 그러면 저랑 사진 한번 만 찍어주실래요?”


“사진이요?”


‘어렵게 꺼낸 한 마디가 고작 사진 찍기라니···

하긴 상담할 때 책상 위에 사진이 한가득이었지.

여유를 찾고 나서 보니 그저 한낱 애송이였어...’


사진 인화를 아무도 하지 않는 시대에··· 인화까지해서 여러 개의 액자를 두고 과시할 정도면 그런 정성도 일종의 정신병이라고 생각했다.


“사진 촬영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베가 세계에서는 유명인들의 아바타 사진이야 코인을 내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죠.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의 인물 사진은 웬만한 기자들도 잘 못 구해내거든요.

박시우 님의 첫 사진을 제가 남기는 영광을 차지하고 싶어서 이렇게 급하게 왔습니다.”


‘이 정도야? 지금 베가 세계 안에서의 나의 인지도가 어느 정도길래 이렇게 난리를 치는 거지?’


나는 당황함을 숨기고 대답했다.


“아···네 사진 찍는 거야 어렵지 않죠.”


“네 그럼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윤 간호사, 여기 와서 가로, 세로, 그리고 클로즈업까지 종류별로 부탁해.“


간호사가 카메라를 들고 촬영기사 같은 자세를 잡고 말했다.


“네 원장님. 평소 말씀하시던 데로 촬영 시작하겠습니다~”


“찰칵, 찰칵”


간호사는 빠르고 능숙하게 촬영을 했다. 아무래도 평소 사진을 담당할 정도로 많이 찍어 오신 분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아···박시우님 제가 부탁 한 가지 더 드려도 될까요? 자꾸 귀찮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이 녀석 뭔가 요구할 것들을 미리 단단히 준비해놓고 왔다.

봐주려고 해도 신경을 거스르는 이 사람의 태도 때문에 다시 짜증이 조금씩 올라오려고 하고 있었다.


“부탁이 뭔데요?”


“베가 SNS 친구 리스트에 저를 좀 넣어주세요~그리고 상류층 모임 때 기회가 되시면 저 좀 한번 초대 부탁 드리겠습니다!”


“제가 이제 입사해서 SNS도 아직 이용을 안 하고 있고요. 무슨 말씀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차차 알게 되면 그때 도와드리죠.”


다 빈말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내 친구 리스트에 저 인간을 넣을 생각은 없었다.


“네 그럼 몇 시간 후 수술 때 뵙겠습니다~”


의사는 하고 싶었던 요구를 다 마친 듯 편안한 얼굴로 돌아갔다.


나도 모르는 새에 나는 유명인이 되어있었다.


대체 어떻게 내가 유명해지게 된 것인지, 시험에서 겨우 살아남아 현실에 막 돌아온 나는 알 길이 없었다.


몇 시간 안에 곧 진행될 어머니의 뇌암 수술 전에 간호사로부터 수술 내용 설명과 비용 청구서를 받았다.


“박시우 님 여기 뇌암 제거 수술 비용청구서입니다. 어머니의 혼수상태가 지속되더라도 베가업로더로 디지털 업로딩을 받으시면 베가 세계에서 만나보실 수 있으세요. 업로더 예약을 진행해드릴까요?

“네 모두 바로 해주세요.

베가 카드는 여기 있어요...“

“베가 카드로 결재하셔서 그러셨군요. 어쩐지··· 수술 비용을 전혀 확인을 안하고 계셔서 당황하고 있었습니다. 임직원이신데 몰라뵈었네요. 일시불로 진행해 드리겠습니다.”


“네. 그렇게 해주세요.“


나의 어깨 위 가장 무거운 짐이었던 병원비가 일시불로 한 번에 해결되는 순간이었다.

현실 세계의 베가 계열사에서도 무제한으로 사용이 가능한 베가카드.

이 카드를 얻기 위해 왜 그렇게 치열한 시험에 도전하려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어머니는 수술실로 옮겨지셨고 수술을 시작하셨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병원 대기실에서 전전긍긍하는 박시우가 아니었다.

이 베가 계열사 병원 안에서는 VIP 대접을 받는 나였다.

수술실에서 의사가 웃는 얼굴로 의사가 나왔다.


“뇌암을 아주 깨끗하게 제거했고 아직은 의식은 돌아오지 못하셨습니다. 이제 베가센터로 보내지셨어요.

댁으로 돌아가셔서 며칠 정도 기다리시면, 업로드 후 베가에서 박시우 님께 연락을 드릴 것입니다.“


“아 넵. 선생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병실의 짐을 챙겨 집으로 돌아갔다.

나를 알아보는 듯한 몇몇 사람들의 눈초리를 피해 후드 모자를 덮어쓰고 서둘러 지나갔다.

집에 도착하니 그동안의 긴장과 피로가 풀리는 것 같았다.

나는 따뜻한 물에 샤워를 끝내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 들으며 여독을 풀어내듯 침대에 누워있었다.

어머니의 수술도 잘 마쳤고 업로더 수속까지 다 끝내고 나면, 이제는 우리 가족은 현실뿐 아니라 베가 세계 안에서도 영원히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입사 시험을 보는 내내 무모한 도전이었다고 줄곧 후회했지만.

10억이 넘는 업로더 비용과 수술비용을 보지도 않고 일시불로 결재할 때는 상당한 쾌감이 있었다.

나 같은 촌놈은 살면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통쾌한 기분이었다.

어머니의 방 서랍을 열어 아버지가 남기신 목걸이를 찾았다.

할아버지의 유품이자 아버지의 유품이라고 할 수 있는 목걸이.

나는 이것을 목에 걸며 아버지께 말하듯 혼자 속삭였다.


‘아버지. 이 목걸이가 승리의 상징이라고 하셨죠?

아버지가 이루시지 못한 합격을 제가 이뤄냈어요.

이제 베가 세계로 가서 곧 만나요.’


어머니가 안 계신 집은 적막만이 흘렀다. 베가 커넥터를 쓸 겨를조차 없이 피곤했던 나는 곧 잠에 빠져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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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에서 나오다. +7 22.06.09 40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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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견우와 직녀 +2 22.06.07 38 2 10쪽
32 자업자득 +6 22.06.07 43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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