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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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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ga3333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6
최근연재일 :
2022.06.30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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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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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20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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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서핑을 배우다

DUMMY

45. 서핑을 배우다



디아나가 자신의 비서를 불러서 말했다.


“오늘은 해변에서 일몰을 보면서 저녁 식사를 하고 싶어요.”


나는 내가 모르는 음식이 나와서 실수라도 하면 어쩌나 긴장하고 있었다.

다행히 식사 메뉴는 저번에 몰디브에서 한번 먹어보았던 랍스터였다.

음식의 맛을 느끼지 못해도 더 이상 상관이 없었다.

해변에서 화이트 와인과 곁들여 식사하며 일몰을 같이 바라보았다.

참으로 낭만적인 저녁이었다.

나는 디아나에게 먼저 말을 건넸다.


“아까 말은 멋지게 해놓았지만 사실, 현실과 베가 안에서의 간극을 좁히지 못하는 사람은 저인 것 같아요.”

“왜요? 시우 씨가요?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데요···?”

“현실 세계에서 어머니가 어제 돌아가셨거든요. 그런데 베가 세계에서는 너무나 잘 계시는 것을 보면 이상한 기분이 들어요.”

“어머···죄송해요···그것도 모르고···”

“괜찮아요. 베가에서는 여행도 다니고 신나게 지내시고 계세요.”

“그래도요···상실감이 크시겠어요. 여기서 좀 더 적응하시면 나아지시겠지만, 그래도 힘내세요. 저는 애초부터 부모님이 안계셔서 공허함을 많이 느꼈지만, 상실감은 잘 모르고 살았어요.“

“아··· 그런 사정이···저야말로 괜히 이런 화제를 꺼낸 것은 아닌가 싶네요. 미안해요.”

“괜찮아요. 혼자라서 목표에 집중하고 앞만보고 달려서 여기까지 그나마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디아나 씨를 보면 참 대단해요.”

“뭐가요?”

“베가에서 일하는 사람들 다들 친절하면서도 로봇같이 느껴질 때가 많아요. 비인간적이라서요. 디아나 씨는 인간적으로도 멋진 사람이에요. 시원시원한 성격도 좋고요.”

“하하하 저번부터 오류 감지 받으면서 혼쭐만 나다가 칭찬 세례를 받으니 황홀하네요.”

“아 그리고요. 처음 뵈었을 때 서핑을 너무 잘하셔서 깜짝 놀랐어요. 파도를 보면 가끔 그 물살을 가르던 모습이 떠오를 정도예요.”


갑자기 디아나는 비서를 부르더니 귀에다 소곤거리듯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디아나 님.”


그러고는 비서는 롱보드 2개를 들고 나타났다.

당황해하는 내 표정을 재밌어하며 디아나가 말했다.


“시우 씨. 저도 서핑을 베가 세계에서 처음 배웠어요. 물 먹을 일도 없고 얼마나 좋은데요~ 말 나온 김에 오늘 한번 도전해 봐요.”

“서핑이요? 수영도 잘 못 하는데···”

“이 해변은 라군이 있어요. 수심이 낮아서 초보가 연습해보기 딱 좋죠. 자~보드를 들고 이쪽으로 오세요.“


나는 우물쭈물하다 보드를 들고 물가로 나왔다.


"일단 파도를 타기 전에 파도 지점까지는 팔 힘이 중요해요. 보드에 업드려서 팔로 저어서 파도까지 가야 하거든요. 그리고는 파도에서 중심을 잡은 채로 한 번에 일어서는 거에요."

“한 번에 일어서요? 그게 가능할까요?”

“처음부터 가능한 사람이 어딨어요. 많은 연습과 노력이 필요하죠.백조 아시죠? 백조도 물 위에서는 우아하게 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수면 아래에서 발은 열심히 구르고 있죠. 서핑도 우아하게 파도를 한번 타기 위해서 팔을 내저으며 파도까지 정신없이 나아가고 마지막엔 물에 휩쓸리듯 빠지는 거 랍니다. 파도를 타는 모습만 기억하는 것은 백조가 얼마나 물속에서 발을 많이 휘젓는지 모르는 것과 같다고요.“


그녀는 우아하게 물살을 가르기 위해 정말 많이 물에 빠져 보았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어푸어푸”

“시우 씨 한 번 더 해봐요!”

“크악”

“파도 앞에서는 재빨리 중심을 잡아야죠.”


‘휴··· 뜻하지 않은 맹훈련이었다.'


젖은 머리를 말리면서 모닥불 근처에 디아나와 나는 앉아있었다.


“와···역시 한 번에 파도 타는 건 쉽지 않았어요.”

“다음에도 도전해 봐요. 양옆으로 휘청이면서 저울질하던 보드의 균형이 딱 잡히는 날이 올 거예요.”

“그날이 언제 올지 모르지만, 꾸준히 해보는 걸로 하죠.”


디아나는 갑자기 음성을 낮추어 속삭이듯 말했다.


“시우 씨. 이런 말 하는 것도 누가 몰래 듣고 있을까 봐 좀 두렵지만, 저는 시우 씨가 와서 정말 좋아요.”

“아···감사합니다.”

“그게··· 그전에 계시던 분이랑 일하는 게 너무 무서웠어요. 오류를 발견하시는 데도 너무 오래 걸렸고, 별 노력도 하지 않으셨고요··· 제가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아 김춘삼 씨 말씀하시는 거죠?”

“네. 그분을 만나 보았나요?”

“네, 제 사무실로 찾아왔었어요. 주먹 자랑을 하고 가셨죠.”

“휴··· 시우 씨. 김춘삼은 여기서는 조폭 두목 같은 존재예요. 조심하세요.”

“네, 저도 잘 살아남으려면 힘을 길러야겠어요.”


디아나는 웃었다.

리라가 나를 데리러 왔고 디아나와 작별 인사를 했다.


“저는 이만 가볼게요. 저녁 너무 잘 먹었구요. 서핑도 재미있었어요.”

“그래요 또 봐요~시우 씨~”

집에 도착하자 부모님도 밖에서 데이트를 마치고 막 돌아오신 듯했다.

“어머니 아버지 잘 다녀오셨어요?”

“시우야. 오늘은 아버지랑 못 가본 제주도에 비행기를 타고 다녀왔어.

너무 행복했지.”

“제주도요? 다음에는 저도 데려가 주세요.”

“오늘은 어땠어?”

“오늘 하루도 좋았죠. 저도 너무 행복한데 한편으로는 왜 이렇게 불안한지 모르겠어요. 꼭 너무 좋은 꿈을 꾸고 있는데 깨기 싫어서 발버둥 치고 있는 것 같은 불안한 기분이 들어요.“

“시우야 요즘 스트레스가 너무 많았구나 그럴 일없으니 마음 편히 먹어.”

“휴···다시 현실로 가야 하네요. 요즘에는 정말 가고 싶지 않아요. 그래도 삶을 병행하는 연습이 필요하니까요. 다녀올게요.”

“그래, 조심히 잘 다녀오렴.‘


* * *


나는 평주의 집에서 잠에서 깨었다.

유골함을 다시 한번 보고 실감했다.

이 집에 어머니가 다시 돌아오셔서 반겨 주실 일은 이젠 없다.

평생을 지내왔던 집도. 거울 속에 비친 나의 모습도 너무 어색했다.

이제 가상 세계가 더 익숙해져 가나?

현실의 나는 가상 세계의 나에게 그렇게 서서히 주도권을 빼앗겨 가고 있었다.

이러다가는 정신 분열증에라도 걸릴 것 같앗다.


'왕자와 거지처럼 살 게 아니야. 현실과 가상 세계의 사이의 갭이 너무 크다면 그 격차를 줄이도록 노력해보자.‘


나는 평주의 집을 떠나 서울의 쇼핑몰로 향했다.

수많은 쇼핑백을 들고 걸어가다가 갑자기 생각했다.


‘이런 럭셔리한 생활을 혼자 한들 누가 알아줄까···?’


하루 이틀은 당연히 즐겁겠지만 이런 생활을 지속하는 것에 대해서는 의문이 앞섰다.

사실 이런 끝없는 소비가 진짜 나를 위한 것인지도 알 수 없었다.

어쩌면 남들의 선망과 시선을 정기 구독하기 위한 허상과도 같았다.

다 가진 것처럼 보였던 연예인이나 부자들이 우울증으로 자살했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배부른 것들이라고 욕을 했었다.


‘나처럼 하루하루 먼지를 먹으면서 폐기물을 옮겨봐야 저들이 본인이 있는 곳은 천국인 줄 알 텐데···’


늘 그런 방식으로 생각하고 살아왔다.

정작 그렇게 원하는 부를 홍수가 난 듯 갑자기 이루고 나니, 가슴의 댐 같은 장벽이 무너져 내려, 공허함과 허탈함이 범람해 왔다.

이 큰 구멍을 무엇으로 메워야 할지 나는 답을 낼 수가 없었다.

아무도 없는 공원을 한바탕 뛰고 들어오니 잡념이 줄어드는 것 같았다.

육체를 격하게 움직일 때 가상 세계와 다르게 현실에서의 내가 생존해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나는 그날부터 운동을 해서 힘을 기르기로 마음먹었다.

강한 정신은 강한 신체에서 온다는 말을 한 번 믿어보기로 했다.

현실의 내가 작아지려고 할 때마다 나는 운동을 해서 내 몸과 정신을 깨우려 애썼다.

가상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몸뚱아리니까···

땀을 흘리고 뜨거운 물에 샤워하고 나니 금방 잠에 빠져들었다.


* * *


내가 베가에 접속하자마자 리라의 모습이 보였다.


“시우 님 오셨어요? 지금 큰일 났어요. 모든 신문 뉴스 SNS에 시우 님의 이야기로 도배가 되었어요.”

“리라, 하루 이틀 있는 일도 아닌데 뭘 그렇게 놀라요.”

“평소와는 달라요. 스캔들이 터졌다고요!!“

“스캔들이요? 누구랑요? 설마 디아나와?”

“네 지금 이 디아나 님의 인터뷰 영상을 좀 보세요.”


영상에는 제목으로 [베가의 새로운 스타 커플 디아나 & 시리우스] 라고 크게 쓰여 있었다.

토크쇼의 한 장면처럼 진행자와 디아나가 소파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진행자가 먼저 디아나에게 물었다.


“정말 시리우스와 아무 관계가 아니세요?”

“네 좋은 동료죠. 제가 일로 방황할 때마다, 시리우스는 제게 좋은 말들을 많이 해주었어요.”

“예를 들면 어떤 말이요...?”

“눈을 감고 자신의 호흡에 귀 기울여 보라는이야기요.”

“오호~~호흡이요? OMG! 혹시 시리우스의 숨소리 같은 거요?

호흡 소리라니··· 어린이들은 귀를 막으세요~ 아무래도 보통 관계가 아니신 거 같은데요~?“


디아나는 얼굴을 붉히며 손을 내저었다.


“아 오해에요. 방금 했던 얘기는 그런 뜻이 아니예요~”


디아나의 당황한 얼굴이 클로즈업되며 영상은 끝났다.

영상을 다 본 나는 리라에게 말했다.


“디아나는 스캔들을 부인했는데 왜 그렇게 화제가 되었죠?”


"지금 이 영상과 시우 님의 어록을 서로 사겠다고 난리예요.

이 댓글들을 보세요."


[방금 그 인터뷰 영상 제가 살게요!]

[안돼 제가 먼저 찜했어!]


“제가 한 말을 어떻게 사람들이 돈을 주고 사려는 건지 저는 이해가 안 가요···“

“NFT 모르세요? 어록이나 영상 자체가 유행하게 되면서 그 가치도 점점 올라가서 돈으로 사고 팔 수 있는 거죠. 돈을 대체하는 거에요.”

“흠···어렵네요. 어쨌든 제 말을 사고 판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에요··· 누가 가치를 매길까 봐, 겁나서 말도 함부로 못 꺼내겠네요.”


그렇게 나의 인기는 더 치솟고 있었다.


[내가 원하는 데로 만들고 모든 게 가능한 세상이 언제나 파라다이스는 아니다.]


이게 내 어록 중 가장 비싼 것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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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핑을 배우다 +6 22.06.20 30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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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수면실 +8 22.06.15 36 4 10쪽
40 시리우스 +4 22.06.14 35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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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베가워치 +4 22.06.12 38 3 10쪽
37 사실주의와 자연주의 +6 22.06.11 38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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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병원에서 나오다. +7 22.06.09 40 3 10쪽
34 다시 병원으로 +4 22.06.08 42 2 10쪽
33 견우와 직녀 +2 22.06.07 39 2 10쪽
32 자업자득 +6 22.06.07 44 4 11쪽
31 5라운드의 시작 +6 22.06.06 43 4 10쪽
30 최선의 선택과 삶의 본질 (4라운드 끝) +4 22.06.05 47 3 10쪽
29 4 라운드 시작 +8 22.06.04 50 5 10쪽
28 3 라운드의 끝 +4 22.06.03 46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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