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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커피 님의 서재입니다.

강과 먼지의 왕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노란커피
작품등록일 :
2016.09.24 16:04
최근연재일 :
2022.01.30 09: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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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09.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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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2-106. 맞서 싸우는 자 (3)

DUMMY

비교적 눈에 띄지 않는 복장으로 갈아입은 방크스는 소수의 수행원만 거느린 채 거리로 나섰다.

수행원의 숫자가 남성의 지위를 알려주는 공화국에서 이러한 행동이 이상해 보일지 모르지만, 눈에 띄고 싶지 않다면 이는 현명한 선택이었다. 특히, 방크스에겐 더욱 효과적이었다.


그 이유는 방크스가 가진 사회적 위치와 재산에 비해 의외로 얼굴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대외적으로 자신의 얼굴을 알릴 일이 거의 없고, 이름을 내걸고 무엇인가를 추진해 본 적도 없었기에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였다.

그런 탓에 아직도 무지한 몇몇 민중은 우즈리스 가문이 그냥 은행가 내지 쨍그랑 귀족이라고만 알고 있었다.


은밀하게 가문의 이윤을 늘리는데 좋은 환경이긴 했지만, 때때로 방크스는 이 상황에 뭐라 설명하기 힘든 갑갑함을 느끼기도 했다.


수행원 겸 경호원인 게쿠이가 방크스에게 말을 걸었다.


“주인님. 어느 공원으로 가시겠습니까?”


“공원은.... 됐고, 시장이나, 광장을 둘러보고 싶군.”


“예, 뭐 시장도 확실히 볼 게 많긴 하죠. ‘향료꽃 시장’으로 가시겠습니까?”


“향긋한 곳이긴 하지만, 난 그보다 사람 냄새가 나는 곳에 가고 싶군. 대중적인 곳 말일세.”


“대중적인 곳이라 함은.....”


“‘물고기 시장’으로 가지.”



‘물고기 시장’이란, 최초의 도시를 가로지르는 ‘테레 강’을 따라 자리 잡은 시장으로 주로 상류 어촌에서 잡은 물고기나 조개 따위가 모이는 곳이었다.

이름대로 대부분 상품이 물고기였고, 식사 거리를 사러 오는 아낙네들과 노예들이 주를 이뤘는데, 그렇다고 여자와 노예만 있는 것은 또 아니었다.


의외로 이곳에는 남성들도 많이 찾아왔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물고기 시장 인근에 자리 잡은 선착장과 창고 탓인데, 그 덕분에 이 축축한 곳에는 성실한 노동자와 사업자, 장사꾼, 공인중개사 심지어 밀수꾼 같은 범죄자와 외국인 등이 고루 존재했다. 일종의 사회의 밑바닥의 표본이라 볼 수 있었다.


“비린내가 심하군.”


게쿠아가 피스인 특유의 뾰족한 코를 가리며 대답했다.


“예, 역시 물고기 시장이다 보니 그런 거 같습니다. 발 조심하십시오. 주인님. 바닥이 헐거워 보입니다.”


게쿠아의 조언에 방크스가 발아래를 내려다봤다. 테레 강 근처의 물고기 시장은 난개발로 꽤 위험한 구석이 있었다. 도미노처럼 다닥다닥 이어 붙인 건물이라던가, 강 근처에 세워진 판자 바닥 같은 거 말이다.


덕분에 길목이 어지럽고, 위험했는데, 매해 심심치 않게 익사자가 나오곤 하였다. 그러나 존재 자체가 불법인 곳이라 조영관이나 행정가들이 손대지 않았고, 덕분에 물고기 시장은 매해 낡아지고 위험해져 갔다. 방크스는 그런 거리를 천천히 둘러봤다.


이제 겨울임에도 시장은 분주했는데, 오히려 겨울철에만 잡히는 물고기를 사기 위해 시장은 더욱 분주한 거 같았다.

상류에서 온 어부가 거래처 생선 장수와 물고기 값을 두고 목청 높여 흥정했으며, 가난한 아녀자들은 쭈그려 앉아 부르튼 손으로 생선을 다듬었다. 개중에 젊은 아가씨 주변에는 선착장에서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노동자들이 몰려들었는데, 살이 찐 중년 여성이 일하는 데 방해가 된다고 바구니를 휘둘러 그들을 쫓아냈다.


분주하고, 감정적인 그곳에서는 확실히 짠 비린내와 함께 사람 냄새가 풍겼다.


“장사는 좀 되오?”


방크스가 생선튀김 노점 앞에 서며 물었다. 노점의 주인은 뚱뚱한 노파로, 노점상 특유의 잡초 같은 강인함이 느껴졌다.


“뭐, 평소와 같다오. 행색을 보아하니, 자릿세를 뜯으러 온 건달 같지는 않은데, 무슨 일이오? 뭐, 용건 따위 상관없지. 이 불쌍한 노파를 위해 생선 좀 잡숴주시겠소?”


“뭐, 아침 식사는 했지만, 이렇게 노릇노릇한 생선튀김을 안 먹는 것도 예의가 아닌 듯하오. 이 친구들까지 포함해 네 개 주시오. 부인.”


“하! 부인이라니. 그렇게 불린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수다. 예의 바른 분답게 통이 크군. 여기 있는 건달 녀석들과는 다르게. 도대체 이런 시민분이 이런 곳에 어인 일로 오셨소? 말하기 싫으면 말하지 마시오. 늙은이 주책 때문에 괜히 손님 불편하게 하긴 싫소.”


방크스는 준비한 대로 대답했다.


“굴을 좀 사러 왔소.”


“굴?”


“그렇소. 굴. 굴은 겨울이 제철이지 않소. 모시는 후원자분이 근래 기력이 떨어진다고 해 대신 사러 왔소.”


“하긴 맞소. 이때 굴은 씨름선수 궁둥짝처럼 탱탱하지. 예의 바른 손님이니 내 특별히 알려주오. 여기 물고기 시장을 좀 더 올라가면, 여러 창고가 나오는데, 노란 간판을 한 창고가 있을 거요. 거기 가서 굴을 사시오. 창고 주인과 다르게 물건은 괜찮은 편이니.”


노파는 그리 말하곤, 노릇노릇 튀긴 생선에 납작한 빵에 감싸 방크스에게 내밀었다. 방크스가 그 생선을 한입 베어먹으며 물었다.


“맛있구려.”


“당연한 일이요. 난 이걸로 아들들을 먹여 살렸소. 삼십 년도 넘게 이 일을 했다오.”


“훌륭한 청년이 되었겠소.”


그 순간 뚱뚱한 노파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래.... 훌륭한 청년이었소.”


‘이었소’ 란 말에 방크스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미안하오.”


“왜 손님이 미안해하는 거요. 일 없소. 손님이 죽인 것도 아니지 않소.”


노파의 입담은 제법 강렬했다. 아마, 어떻게든 이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쓰다 생긴 부산물일 것이다.


“실례가 안 된다면 어떻게......”


“남자가 일찍 죽는 이유가 뭐가 있겠소? 노름, 술 그것도 아니면 바보 같은 군인 놀이 때문이겠지. 내 아들 셋 모두 군인 놀이하다 죽었소. 첫째 놈과 둘째 놈은 바다 건너 생전 보지도 못한 땅에서 죽었고, 셋째 놈은 숲에 사는 반인반수에게 죽었소.”


“녹색 땅 말이오?”


“뭐, 녹색 땅이든 뭐든! ”


“실례했소. 상심이 크시겠구려... 진심으로 사과하겠소.”


방크스가 예의를 갖춰 사과했다.


“됐소. 손님이 왜 사과한다 말이오. 그리고 상심하지 않소. 첫째 놈이 싸지른 손자 놈을 키우기 바빠서 말이오. 곧 성인이 되는데, 제 아비처럼 군에 입대하겠다고 난리를 피우고 있지.”


방크스는 그 말이 뭔지 알았다. 분명, 마르스 평원에서 주둔 중인 마그나스의 새로운 군대를 이야기하는 거였다. 국가의 재원과 베리우스를 필두로 한 원로원의 기부금으로 마그나스는 새로운 군대를 창설하는 중이었다.

가난과 추위에 내몰린 무산자나,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려는 순진한 청년들은 마그나스의 황금독수리 깃대 아래로 몰려들었다. 흡사 불나방처럼 말이다.


“절대 보낼 생각 없소! 이 나라에 빼앗긴 건 아들들이면 충분하오. 손자까진 그러는 꼴을 절대 못 보오.”


방크스는 뭐라 위로해야 할지 몰랐다. 자신과 자신의 아들들 역시 군에 복무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기본적인 수준이었다. 심지어 그마저도 가문의 이름을 이용해 안전하고, 편한 곳에 배속받았다. 왜냐면 그게 당연했으니까.


그런 자신이 과연 아 노파에게 위로의 말을 건넬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었다. 그래서 쨍그랑 귀족다운 방법으로 대답을 대신해줬다.


“생선 잘 먹었소. 여기 돈 받으시오.”


노파가 손안에 들어온 반짝이는 금화를 보곤 눈이 휘둥그레졌다. 자신의 두 눈을 못 믿는 듯한 반응이었다.


“잔돈은 필요 없소. 생선이 맛있어서 드리는 거요.”


노파는 존경심이 깃든 눈으로 방크스를 봤다. 방크스가 가볍게 인사하고 떠나려던 찰나 갑자기 멈춰 서서 한마디 했다.


“실례가 안 된다면 질문 하나 더 드려도 되겠소? 내 후원자께서 정치, 민생 그런 거에 관심이 많으셔서 말이오. 대답해 주면 진심으로 고맙겠소.”


“물론.... 말씀하시오.”


“녹색 땅에서 부활한 장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오?”


노파는 그 질문에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당혹, 불쾌, 분노, 씁쓸 오만가지 감정이 뒤엉켜 정의할 수 없었다. 금화만 받지 않았으면, 아마 대답을 회피했을 게 분명했다.


“..... 믿고 싶습니다.”


“믿고 싶다고?”


“예..... 그럼, 내 아들이 그냥 개죽음당한 건 아니지 않소이까?”


“........ 그렇군. 장사 잘하시오.”


“손님도요. 신들의 축복이 함께 하길.”



방크스는 그렇게 유유히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노파의 말대로 물고기 시장을 쭉 올라갔는데, 올라갈수록 습한 공기와 생선 비린내, 시장 특유의 소란스러운 분위기가 진해졌다.


낮은 품삯으로 불평하는 일꾼, 복잡한 길에 욕설을 내뱉는 어부와 수레꾼, 상품의 수량이 맞지 않아 말싸움을 벌이는 장사치, 간의 탁자에서 문서를 작성 중인 공인중개사 따위가 말이다.

그들은 오늘도 살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며, 수많은 대화를 나눴다.


“생선 가격이 너무 높다니까!”


“위쪽이 시끄럽다고! 조각난 놈들이 말이야.....”


“아들놈이 입대해서 그나마 급한 불은 껐어.”


“조심해, 군인 돼서 집에 돈 보내는 놈들보다 돈 달라는 인간들이 더 많으니까. 내 남편도....”


“맞아, 맞아. 잘못하면 나쁜 버릇 들여올 수도 있어. 천박한 야만인 계집이랑 눈이 맞는다거나.”


“차라리 그러면 좋겠네. 숫기가 없는 녀석이라.”


“그 가격은 안 된다니까. 그 생선 가격은 이 정도가 적당해.”


“이걸 이 가격에 사주신다면 제가 그 대금으로 라기아족 노예를 사서 가져오겠습니다.”


“그럼, 공인중개사를 불러 어음 거래를 하지. 그게 믿을 수 있어.”


“아니, 이런 거래에 무슨.....”


“.... 자자, 겁시다! 걸어! 배당은 시체 장군이.......”


“제발, 제발 페로스여, 비너스여, 기타등등이여...!”



방크스는 창고가 모인 선착장을 지나다 말고 멈춰섰다. 그곳에서는 열댓 명 정도 보이는 일꾼들이 나무상자에 모여 있었다. 나무상자 위에는 그들의 품삯이 제법 쌓여있었는데, 그들은 방크스를 보자 화들짝 놀라 했다.


“깜짝이야.... 관리인인 줄 알았네.”“당신은 누굽니까?”


“굴을 사러 왔네. 생선튀김을 파는 노파한테 소개받았거든.”


“아아, 클라리오 할망구.... 아마, 위로 더 올라가면 있을 거요. 노란 간판 맞나...? 노란 간판 맞소.”


“고맙군..... 그런데, 뭐 하는 중인지?”


“여기 일꾼들끼리 하는 내기니 신경 쓰지 마시죠.”


“내가 호기심이 많아서 그러네. 만약, 대답해 주면 자네들이 농땡이 부린다고 관리인에게 이르지 않지. 어떤가?”


일꾼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러다 한 녀석이 말했다.


“그냥 내기하고 있었수다. 시체 장군이 살아있는지 안 살아있는지.”


“시체 장군?”


“페로스 말이오.... 페로스 맞지? 맞아, 맞아. 그 페로스요. 비너스랑 관계를 맺어 부활한 그 사람 말이오.”


“잠깐, 키스 아니었어?”


“야, 키스보다는 잠자리가 더 센 건데, 어떻게 키스야?!”


“죽은 사람이랑 관계를 어떻게 맺어? 키스면 몰라도.”


“신인데 어떻게든 가능하겠지!”


일꾼들은 저들끼리 말다툼을 시작했다. 방크스가 그들을 진정시키며 물었다.


“그러니까. 페로스.... 아니, 그 시체 장군이 살아있는 거로 내기를 한다 이건가?”


“..... 예, 정확히는 그가 이 도시로 살아서 오는가이지만요. 참고로, 부활했다는 쪽이 배당이 더 높습니다.”


방크스는 놀라웠다. 종종 전쟁의 승패를 두고 내기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공화국의 미래가 달린 일을 두고 이리 노름을 할 줄이야. 가히, 상상 이상이었다.


방크스는 그런 막일꾼들을 뒤로 한 채,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노란색 간판이 달린 창고에서 신선한 굴을 두 상자 주문하고는 이런저런 대화를 해봤지만, 이곳의 창고 주인이나, 직원들 역시 페로스의 이야기에 깊은 생각이나 의견을 가지지 않았다.


얼추 예상했지만, 그래도 충격. 방크스는 그렇게 거리로 나왔다. 꽤나 걸었는지 이제 거리에는 인파가 가득했다.

방크스는 사람들 사이로 걸으며, 물고기 시장 때와 같이 귀를 기울였다. 대부분 잡다한 이야기나, 일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 한 벽 낙서가 눈에 들어왔다.


사기꾼을 심판하라는 공격적 문구와 신의 축복을 받은 사내가 돌아올 거라는 선동적 문구가 싸우듯 쓰여 있었는데, 그 낙서 아래로 낙서꾼 하나가 피를 흘린 채 널브러져 있었다. 게쿠아가 방크스에게 속삭였다.


“근래 간간이 보이는 광경입니다.”


아무래도 사실인 듯했다. 거리의 사람들 모두 시체가 있음에도 그리 놀란 눈치가 아니었다. 담담한 것은 아니지만, 익숙해졌달까.


“또 낙서꾼들끼리 싸웠나 보네.”


“쯧쯧, 어쩌다가.... 그래 봤자 푼돈 받고 일하는 놈들일 텐데.”


“거, 의원 놈들은 싸울 거면 자기들끼리 싸우지 왜 거리 시끄럽게 이런 것들을 고용해서 싸움을 붙여.....”


“그런데 넌 진짜 어느 쪽 말이 맞다고 생각하냐? 페로스 총독이 부활한 거냐? 안 한 거냐?”


“당연히 부활했겠지! 그 시리온이 따르고 있잖아?”


“아니, 그렇다 해도 좀 이상하지 않아?”


“이상하든 아니든 우리랑 뭔 상관이야. 소란스러울 뿐인데. 다들 가던 길이나 가자고. 오늘도 바쁜데.”


시체에 모였던 사람들은 하나둘 그 흥미를 잃고 다시 가던 길을 떠났다. 시체 근처에 남은 거라고는 할 일 없는 거리의 고아들뿐이었다. 거리 역시 물고기 시장이랑 별반 다르지 않았다.


방크스는 다시 정처 없이 걷기 시작했다. 선술집과 여관, 공방을 지나자 광장이 나왔는데, 아직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한 무리의 군인이 임시로 자리를 잡아 군인들을 모집하고 있었다.

마그나스의 밑에서 오래 복무한 직업 군인들은 각종 훈장과 장식품으로 장식하고 있어, 그 모습이 매우 위풍당당했다.


왜 생선튀김 노파의 손자가 어린 나이임에도 입대하려는 건지 알 거 같았다. 아직 순진할 때니 군인들의 화려한 복장에 마음을 빼앗긴 거겠지. 실제로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한 무리의 청년들이 황금독수리 깃발 아래에 서 있는 모병관에게 다가갔다.


모병관은 소란스럽진 않지만, 당당하고 우렁찬 목소리로 청년들과 몇 마디 대화하고는 한 행정병 앞으로 보냈다. 군입대 명단에 저들의 이름을 올리는 것이리라.


방크스는 도시 곳곳에서 저러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들어서 알고 있었다. 덕분에 마르스 평원의 야영지는 나날이 그 규모가 커지고 있었다.

커지는 야영지의 규모에 따라 귀족파 의원들 역시 그 기세가 등등해지고 있었는데, 방크스는 약간 걱정이었다. 시민들은 군인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아이러니한 말이지만, 군인과 시민들이 엉켜 살면 크든 작든 문제가 발생했다.


물론, 길지 않으면 별일 없겠지만, 오래 지속되면 시민들이 어찌 반응할지 알 수 없었다. 과연 귀족파와 같이 마그나스의 군대를 자신들의 방패로 여길지, 아니면 억압하는 사슬로 여길지....


그 순간 방크스는 송곳으로 이빨을 쑤시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설마, 베리우스 녀석이 이걸 노리고..... 확신할 수 없었지만, 아니다라고 장담할 수도 없었다.


젊은 나이긴 했지만, 그는 웬만한 노정치인보다 노련하고, 교활한 수완가였으니.


‘젠장.... 아무리 생각해도 길게 끄면 우리가 너무 불리해. 당장은 유리할지 몰라도 민중파는 우리 귀족파에 비해 인재가 더 많아. 베리우스, 코모두스 그리고 시리온.’


방크스는 그를 떠올리자, 오늘 아침에 꿨던 악몽을 다시 떠올랐다. 어깨의 욱신거리는 통증도 말이다. 또 귓가의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용서해드리겠소. 날 엿 먹이려고 했던 그 모든 짓을, 너그럽게 용서해드리겠소. 그러니 그대도 잘 선택해주시오. 내 친구가 될 건지. 적이 될 것인지... 동의하시오?’


방크스는 그 말을 계속해서 곱씹었다. 한참을 말이다. 잠시 후, 수행원 게쿠이가 말을 걸었다.


“주인님.”


“.... 뭐냐?”


“아닙니다. 뭔가 심각해 보이셔서. 이제 어디로 가시겠습니까?”


“..... 집으로 가지. 그리고 곧 전쟁터로 갈 시간이니.”


작가의말

읽어주신 독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일요일 잘 보내십시오. 방크스 파트는 다음 주 마무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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