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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커피 님의 서재입니다.

강과 먼지의 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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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커피
작품등록일 :
2016.09.24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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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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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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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2-92. 신의 후손 (2)

DUMMY

막사 안에는 침묵이 흘렀다.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내가 붉은 방패에 갈 거라 이야기했네.”


시리온은 그답지 않게 매우 당황한 눈치였다. 전혀 예상치 못한 듯 말이다. 그리고 당황한 건 코모두스 역시 매한가지였다.


“각하, 왜 그러는 건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설마, 제가 겨울 동안 이 야만의 땅에서 고생하는 게 보고 싶어 그러는 겁니까?”


“그런 마음이 아주 없다고는 못하겠군. 하지만 내가 이런 선택을 한 이유는 사적인 이유보다 공적인 이유가 더 크네.”


“전 사적이 이유가 더 큽니다. 전 이 땅이 싫다고요.”


페로스는 특유의 여유로운 미소를 짓곤 입을 열었다.


“코모두스.”


“예. 각하.”


“하나만 묻지. 현재, 공화국에서 나에 대한 소문이 어떻나?”


그 소문이란 다름 아닌 페로스의 부활에 관한 소문이었다. 녹색 땅에서 한번 죽었으나, 비너스의 키스를 받고 되살아났다는 소문 말이다.


지극히 말도 안 되는 헛소리였지만, 현재 공화국 전체를 달구는 소문이기도 했다.


“믿는 사람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많이들 떠들고 있습니다. 베리우스가 보낸 편지에 의하면 그렇습니다. 이미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길이 사그라지지 않으니 말이죠.”


“바로, 그거지!”


페로스가 변호사 시절 때 쓰던 극적인 억양으로 말했다.


“사실, 사람들이 믿는 것은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야. 중요한 건 사람들 입에 회자 되는 거지. 회자 되고 있다는 것은 관심이 많다는 거고, 약간의 연출을 향신료로 뿌리면 이윽고 모두 믿게 되지.”


“설마, 그 향신료를 치려고 붉은 방패로 돌아가겠다는 말씀입니까?”


역시, 시리온이었다. 즉흥적인 기분파라는 인상에 가렸지만, 역시, 날카로운 자였다.


“그렇네.”


“도대체 어떻게 향신료를 칠 생각입니까?”


“별거 없네. 붉은 방패로 돌아가 그동안 모은 전리품을 나눠주고, 사람들의 민원을 해결해주는 걸세. 손에서 번개를 일으키는 것보다는 못해도, 그것만으로 사람들은 날 숭배하게 될 걸세.”


“평범한 방법이군요.”


“하지만 확실한 방법이기도 하지, 나처럼...... 붉은 방패에서 내가 사람들을 만족시킨다면 들끓는 소문은 내게 이로운 방향으로 끓어오를 걸세. 그럼, 우린 녹색 땅 말고, 공화국에서도 입지를 다질 수 있어. 이런 말 하긴 싫지만, 현재 우리가 이기기 위해서는 나라는 존재가 세상에 어떻게 보이느냐가 관건일세.”


시리온은 그 말에 토를 달지 않았다. 왜냐면 맞는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라기아족이야 녹색 땅이 전부이겠지만, 페로스, 시리온, 코모두스는 더 멀리 봐야 했다. 공화국... 아니, 세상을 말이다.


“허나, 현재 붉은 방패의 총독은 접니다. 각하. 법적으로 그렇죠.”


“그럼, 자네가 총독 위임장을 내게 써주면 되겠군.”


명쾌한 페로스의 대답. 시리온이 깜짝 놀랐다.


“제정신입니까?”


“안 될 건 또 뭔가? 신의 축복을 받아 되살아난 자에게 위임장을 써줄 기회가 왔네. 흥분되지 않나?”


뻔뻔한 페로스의 대답에 시리온이 두 손을 들었다.


“........ 좋습니다. 이번엔 제가 졌습니다. 위임장을 써드리죠. 그곳에서 제가 벌린 일이나 잘 수습해 주시길 바랍니다.”


“기쁘게 그러지. 그래서 하는 말인데, 다레온 그 친구를 데려가도 되겠나?”


“그 녀석은 제 통역인데, 왜 그러십니까?”


“각 라기아 부족의 유력자들을 수행원으로 데려갈 생각인데, 라기아어를 하면서도 그들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이 몇 안 되는군. 그중 다레온이 가장 접합하다 생각하네.”


코모두스가 끼어들었다.


“라기아족 유력자를 수행원으로 말씀입니까?”


“그렇네. 몇 개월은 붉은 방패에 머물 건데, 그 정도 시간이면 공화국의 문명과 부에 매료되기 충분하겠지. 또한, 나에 대한 의존도 높일 수 있고.”


“하긴, 라기아족이라면 시골 도시도 무슨 궁전처럼 보일 테니 충분히 그럴 수 있겠군요.”


“그리고 붉은 방패의 시민들에게 내 위엄을 보여줄 수도 있지. 비록, 야만족이라곤 해도 명색의 귀족과 왕족들. 그들이 내 수행원 노릇을 하는 모습을 본다면 다들 날 대단히 볼 수밖에 없을 거야. 그만큼, 소문의 신빙성도 높아지고.”


“일리가 있는 말씀이군요. 그럼, 몇 명이나 데려갈 생각입니까?”


페로스가 잠시 고민했다. 그리곤 탁자를 손가락으로 두들겼다.


“한 오십 명 정도가 적당할 것 같군. 그 정도는 돼야, 다른 부족에서도 딴생각을 안 품지.”


“포로 겸, 손님 겸, 장식물입니까?”


“그저 친구일 뿐이지... 다만, 난 효율성도 중시한다네.”


코모두스가 다시 한번 끼어들었다.


“각하의 뜻을 알겠습니다. 그럼 겨울 동안 녹색 땅은 어찌하실 생각입니까?”


“자네와 시리온이 책임져야지.”


시리온이 인상을 팍 찌푸리며 되물었다.


“제게 야만인들 뒤처리나 하라고요? 제정신입니까?”


“이미 이 짓거리 자체가 미친 짓이네. 그렇다고 오해는 말게. 자네는 군사들을 조련하고, 현재 우리 영역을 지키는 게 주 업무이네. 라기아족을 관리하는 것은 코모두스 몫이야.”


페로스는 그와 함께 파피루스 문서를 하나 꺼냈다.


“여기 이번 겨울 동안 해야 할 기본적인 일에 관해 써놨네. 그 외에는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거야. 이 땅의 생활이 다소 고되기는 하겠지만, 그 외에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되네.”


시리온은 문서를 보는 채도 안 했으나, 코모두스는 달랐다. 그는 문서를 살핀 뒤 말했다.


“이 정도로 괜찮겠습니까? 라기아족들 간에 보이지 않는 암투가 상당합니다.”


“어차피 겨울. 자기네들 우열을 계산하느라 딱히 움직이지 못할 걸세. 현재 녹색 땅은 그만큼 혼란이니.... 그리고 같은 이유로 나 역시 이들의 정치적 상황을 파악할 시간이 필요하네. 붉은 방패의 민원을 처리하면서 틈틈이 해야지.”


시리온이 코모두스의 문서를 빼앗아 살피곤 물었다.


“만약, 각하께서 붉은 방패에 있을 때, 원로원에서 소환장을 보내면 어쩌실 생각입니까? 그때는 전쟁 중이라 바쁘다는 변명도 먹히지 않습니다.”


“베리우스의 활약으로 그러지 못할 거라고는 생각하네만, 만약, 소환장이 온다면 못 받은 척하고 바로 이쪽으로 도망쳐야지.”


시리온이 헛웃음을 지었다.


“그거 참, 뻔뻔하시군요...... 마음에 듭니다. 당장 총독 위임장을 써드리죠.”


“고맙네.”



이를 기점으로 페로스의 붉은 방패 귀환이 결정됐다. 페로스는 다음 날 바로 수행단 꾸렸다.


수행원은 동라기아족의 유력자 내지, 그 자식들로, 긴 창 부족의 왕족 소년 바이모, 뼈화살 부족의 귀족인 사르사, 곰 어금니 부족의 아고, 오고 형제, 녹색 사슴 부족의 유력자 바스, 얼룩 돼지 부족의 귀족 피르마온, 엄니 멧돼지 부족의 귀족 하르탄, 독두꺼비 부족의 구구르, 민물고기 부족의 쉬크 등등으로 그 수가 대략 오십에 이르렀다.


그 외에 호위를 맡은 백인대 세 부대와 기마 부대까지 합치면, 거의 군사작전을 펼칠 작은 군대라 해도 믿을 수 있을 듯했다.


덕분에 주둔지 전체는 말 그대로 이사를 가듯 바쁘기 그지없었다.


“각하, 병사들의 이동준비는 끝났습니다.”


기마 대장인 나이우스가 말했다. 붉은 방패의 토착민으로 현재 노예 사냥꾼과 용병, 라기아족이 혼합된 기병을 이끌고 있었는데, 페로스는 일부러 붉은 방패 시민들의 호감을 줄 요량으로, 그를 이번 수행단의 책임자로 임명했다.


“수고했네. 나도 곧 갈 테니, 나가 있게.”


나이우스가 오른손을 가슴에 댔다 펴며 경례한 뒤, 밖으로 나갔다.


그 사이 페로스는 노예들의 시중을 받아 자신의 몸을 다시 한번 살폈다. 꼭 무대에 서는 연극배우와 같았다.


‘뭐, 배우와 정치인이나 비슷하긴 하지.’


“시리온, 코모두스. 어때 보이나?”


바른 자세로 서 있던 코모두스와 의자에 삐딱하게 앉아있던 시리온이 동시에 대답했다.


“훌륭합니다.”


거기에 시리온이 덧붙였다.


“어째 저희만 버리고 가셔서 그러는지, 몹시도 기뻐 보이군요.”


“이런, 들켰나? 하지만 이해해 주게. 심적으로는 한 20년 만에 문명의 품으로 돌아가는 기분이야. 꼭 첫날밤을 앞둔 것처럼 흥분되네.”


페로스가 광을 낸 갑옷을 완전히 입고, 두꺼운 모피 망토를 두른 순간 병사가 하나 들어왔다.


그는 절도 있게 경례한 후, 라기아족이 모두 준비를 마치고 와 있다고 보고를 했다.


페로스는 위엄있게 고개를 끄덕인 후, 시리온과 코모두스를 양편에 거느린 채, 막사 밖으로 나갔다.


막사 앞에는 사열 된 병사들과 가죽 갑옷과 모피 망토를 두른 라기아족의 유력 인사들 한 무리가 보였다.


다들 한, 두 개씩 무기를 지니고 있었으며, 여유가 되는 한도 내에서 약간의 짐과 하인들을 거느렸다.


그 모습을 본 시리온이 페로스만 들리게끔 중얼거렸다.


“거지 떼가 이사라도 가나 보군요.”


“너무 그러지 말게.”


페로스는 떠나기 전 자신을 배웅할 라기아족의 각 족장과 인사를 나눴다. 다들 표정이 각양각색이었는데, 그저 기뻐하는 자가 있는가 하면, 의심의 눈초리를 가진 자도 있었고, 더 나아가 경계하는 자들도 있었다.


예상했던 반응. 혹여, 자신의 혈족이나, 동맹을 붉은 방패에 구금해 인질로 쓰려는 게 아닌가 싶을 테지.


현재, 다들 상황이 여의치 못해 페로스의 그늘에 잠시 몸을 피했지만, 다들 딴마음을 품고 있을 테니.


페로스는 이 겨울 동안 그런 마음을 거세시켜 줄 생각이었다. 칼이 아닌, 풍요로 말이다.


“아, 나와주었군.”


다른 족장들과 인사를 거의 마칠 때쯤 페로스가 한 남자를 보고 말했다.


길지만 잘 정리된 머리와 미형의 얼굴, 드문드문 보이는 푸른색 문신. 막 새신랑이 된 르로안이었다.


그는 보고 받은 대로, 기운이 없어 보였다. 창백한 피부와 힘없는 표정이 그 증거였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자신의 의무를 다했다.


“각하께, 무한한 안녕과 영광을 기원하겠습니다.”


“고맙소. 나도 공이 기운을 차릴 것을 기원하도록 하지. 공은 강한 사람이니 충분히 그럴 거요. 특히, 아름다운 아내도 있으니.”


르로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모습을 보아하니, 영 믿음이 안 갔지만, 부족민을 사랑하는 그의 마음을 믿어 볼 생각이었다.


부디 그가 자신의 기대를 부응해 주길 바랐다. 우리 둘 모두를 위해 말이다.


이후, 페로스는 르로안 등 뒤에 선, 리가르와 검은 날개 부족의 라벤에게 인사를 하고 말 위에 올랐다.


잠시 후, 힘찬 나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와 함께, 약 400명이 되는 병사들과 오십여 명의 라기아족 수행단, 그리고 페로스가 움직였다.


주둔지는 그런 그들을 힘찬 함성으로 배웅했다.


어느새 배웅 소리가 사라지고 숲에 진입했을 때, 페로스는 한쪽 손을 흔들어 누군가를 불렀다.


“다레온.”


그 말과 함께, 다그닥 소리를 내며 철가면을 쓴 사내가 옆으로 따라붙었다. 그는 자신의 머리털과 비슷한 주황빛의 말을 타고 있었다.


“예, 각하.”


“말 털빛이 예쁘군.”


“칭찬 감사합니다. 코바로스 녀석이 구해준 겁니다. 조각난 땅에서 키운 말이랍니다.”


“아..... 혹시, 그 장발의 아키아족? 화살을 단숨에 세 발이나 쏘는?”


“예, 사실, 다섯 발입니다.”


페로스가 저도 모르게 웃었다.


“자네를 만났을 때가 바로 엊그제 같군. 그런데 벌써 1년이 지났어.”


“그 1년 동안 각하 덕분에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입발린 말이지만, 전혀 그렇게 들리지 않았다. 시리온과 베리우스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이 잡종 친구는 가난한 쨍그랑 귀족의 여식과 결혼했다고 한다. 심지어 사생아까지 있는.....


그럼에도 그는 전혀 싫을 티를 내지 않고, 결혼했을 뿐 아니라, 이곳 붉은 방패에 종군했다고 한다. 자신의 사업까지 키우며 말이다.


“자네와 이렇게 단둘이 대화해보는 게 1년 전 이후 오늘이 처음인 것 같군.”


“그렇습니다.”


“내가 어디서 주워들은 바로는 자네가 붉은 방패에서 제법 크게 사업을 하고 있다고 하던데, 사실인가?”


페로스가 은근슬쩍 푹 쑤셔 보았다.


철가면 탓에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목소리에는 조금의 떨림도 없었다.


“뒷골목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매음굴 사업을 제법 그럴듯하게 표현하는군.”


“죄송합니다. 숨길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굳이 보고 드릴 사항도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어떻게 아는지 궁금하지 않나?”


“각하께선 당연히 저보다 많은 것을 아실 테니, 제가 그것을 왜 궁금해야겠습니까?”


머리를 기르고, 철가면을 쓰며, 아피투스라는 성을 가졌지만, 특유의 능글맞은 태도와 기름칠한 혀는 여전했다.


그 어떠한 질문에도 그는 당황하지 않고, 적절한 대답을 이어갔다.


저 능력 탓에 데려가는 거긴 했지만, 참으로 재주가 좋다는 생각은 떨칠 수가 없었다.


“자네가 재밌는 친구인 것은 옛날부터 알고 있긴 했지만, 이번에는 좀 놀랐네. 매음굴 사업이라니.”


“반의 반쪽짜리인 제가 뭘 하건 누가 신경 쓰겠습니까?”


“자네의 몸집이 커진다면 신경 쓰는 놈들이 생기겠지.”


다레온은 웃을 뿐이었다. 마치, 그럴 리가 없다는 듯.


“가는 길도 궁금한데, 어떻게 그쪽 사업을 어떻게 하게 됐는지 말해보게. 왠지 흥미로울 것 같군.”


“그저 운이 좋았습니다. 도시에서 일어난 작은 비극으로, 그쪽 사업이 비었고, 때마침 뒷골목 출신인 바투와 투자자도 있었기에 그쪽 사업에 뛰어든 것뿐입니다.”


“말은 쉽지만, 대다수 그런 것을 쉽게 못 하지.”


“그저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페로스는 철가면을 쓴 다레온을 보았다. 확실히 운이 좋은 편이긴 했다. 허나, 그 운이라는 것도 능력이 되지 않으면 잡지 못하는 게 현실.


“매춘 사업이 수입은 좋지만, 명예와 거리가 먼 사업일세. 그걸로는 앞으로 공직에 나가기 어려울 텐데. 괜찮겠나?”


“외국인 출신인 제가 공화국 시민에, 귀족까지 됐는데, 그 이상 무엇을 바라겠습니까? 그저 각하의 밑에서 성실한 일꾼으로 살아, 가정을 돌보는 게 앞으로의 목표입니다.”


“좋은 남편이군...... 아내와는 어떤가?”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그리 살가운 사이는 아니나, 충분히 좋은 여자입니다. 저와 결혼해 줬고, 제 딸도 받아 줬으니까요.”


페로스는 말을 몰다 말고 깜짝 놀라 그를 봤다.


“딸이 있었나?”


“아, 정확히는 제 딸은 아니고, 제 친구의 딸입니다. 하지만, 제 딸로 키우기로 했죠. 이름은 튜디고 아주아주 귀여운 아이랍니다.”


“자넨 가끔씩 날 놀라게 하는구만..... 보고 싶나?”


“물론입니다. 아내는 물론, 튜디와 아들놈도 보고 싶습니다. 이제 슬슬 걸음마를 뗄 나이라.....”


그 아들이라 하면 분명 아내의 사생아일 터. 페로스는 어떻게 남의 아이를 그리 애정을 담아 부를 수 있는지, 묻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참았다.


“내가 자네를 왜 붉은 방패에 데려가는지 아나?”


다레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라기아족 수행원들을 보필하기 위해서 아닙니까.”


“그렇네. 이들은 내 장신구이자, 손님이지만, 동시에 위험분자이기도 하네. 만약, 붉은 방패에서 이들이 난리를 피우면, 내 위엄은 바닥에 떨어질 걸세, 반대로 이들이 피해를 입어도 마찬가지고. 자네가 저들을 잘 관리해 주게. 자넨 라기아어에도 능숙하고, 갑작스런 사태에 잘 대응할 정도로 영리한 자이니. 믿겠네.”


사실, 페로스도 얼마나 말이 안 되는 요구를 하는지는 잘 알았다. 한둘이면 몰라도, 오십 명이나 되는 라기아족을 관리하라는 것은 아주 무리한 요구였다.


물론, 필요하면 일손을 좀 빌려줄 수 있어도, 힘든 것은 매한가지.


허나, 다레온의 태도는 일괄될 뿐이었다.


“믿고 맡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결코, 실망시키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그리 말해주니 고맙네. 이래서 내가 자넬 좋아한다니까.”


그렇게 페로스는 다레온에게 맡길 일을 이야기해줬다. 공화국 예법이나, 시민들과의 충돌 예방, 연회 등등.


전문 지식이 필요한 것은 그때마다 사람을 지원해 준다고 안심시켜 줬다.


다레온은 그때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적절한 방법이나, 필요한 인원이나 물자 등을 이야기했다.


그렇게 얼마간 이야기하자 마침내 붉은 방패의 거대한 성벽이 시야에 들어왔다.


작가의말

정생활남아 님 추천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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