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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커피 님의 서재입니다.

강과 먼지의 왕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노란커피
작품등록일 :
2016.09.24 16:04
최근연재일 :
2022.01.30 09:00
연재수 :
1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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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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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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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07.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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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2-99. 개와 쥐의 왕 (2)

DUMMY

협상을 성공적으로 끝마친 바투는 자신의 구역 뒷골목에 들어섰다. 이곳을 계속 뒷골목으로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었지만 말이다.


과연, 어느 뒷골목이 밤에는 물론 낮에도 사람이 넘친단 말인가? 심지어, 치안과 청결함 역시 큰 도보나 광장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나은 수준이었다. 건달과 고아 청소부들이 늘 관리하였으니까.


때마침 바투의 마음을 알았는지, 해결사 보어가 감탄하듯 말했다.


“공화국이 빠르다 빠르다 이야긴 들었지만, 이건 정말 예상 밖인데. 1년 만에 그 폐허가 이리 변하다니. 분명 내 기억이 맞다면 대화재랑 광견병 걸린 창녀들 때문에 말이 아니었는데.”


그 말은 사실이었다. 화재 때문에 공기는 늘 메케하고, 사방은 숯덩이 천지였다. 미친 창녀들은 큼지막한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거리에서 사람들을 죽여댔고..... 바투가 그 아름다운 순간을 추억하며 말했다.


“아, 좋을 때였지. 가끔씩 그때가 그립긴 해.”

무로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


“진심입니까?”


“진심이고 말고. 그때가 아니면 언제 건방진 년들이랑 칼싸움해보겠어. 질 거 같으니까 울면서 도망칠 때가 난 가장 좋더라, 꼭 술래잡기하는 기분이라서. 꽤나 즐거운 기억이야.”


“대장은 진심으로 말하는 거라. 더 소름 끼쳐.”


그렇게 바투는 부하들과 대화하며 앞으로 나아갔는데, 갑자기 불쾌한 소리 들렸다.


“도둑이야! 도둑!”


바투가 앞을 보자, 한 꼬맹이가 인파를 뚫고 미친 듯이 도망치고 있었다. 한 손에는 자기 것이 아닌 돈주머니를 들고 있었는데, 자세를 보아하니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케이크 있는 곳에 개미가 꼬인다고, 뒷골목에 돈 쓰러 오는 손님이 늘어나자 가끔씩 저런 놈들이 나타났다. 죽고 싶어 환장한 놈들이 말이다.


도둑놈을 보자 무로와 보어, 주먹들이 자세를 잡았다. 바투가 소리쳐 그들을 말렸다.


“전부 손 내려. 재밌는 건 내가 할 거야.”


바투는 날이 앞으로 굽은 나이프를 꺼내 들었다. 바투가 애용하는 무기였다.


한 열 걸음 정도 거리였을 때, 바투는 좀도둑의 허벅지를 찢어버릴 준비를 하였다. 평생 두 다리로 못 걷게 해, 거리에서 구걸이나 시킬 생각으로 말이다. 그때, 한 꼬맹이가 끼어들어 좀도둑에게 덤벼들었다.


바로, 바투의 밑에서 일하는 고아 청소부였다.


녀석은 체구는 작았지만, 육체노동으로 단련된 몸은 제법 튼실했는데, 마치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좀도둑에게 사정없이 주먹을 날렸다.


“도둑놈! 도둑놈! 도둑놈!”


좀도둑은 정신없이 주먹을 맞았지만, 그럼에도 고아 청소부보다 덩치가 더 커 곧바로 반격을 할 수 있었다. 머리카락을 붙잡아 끌어내린 것인데, 고아 청소부도 이에 지지 않고 물어 늘어졌고, 결국, 그 둘은 길 위에서 엉키고, 뒹굴며 추잡한 개싸움을 펼쳐댔다.


그 난장판을 본 보어가 도와주기 위해 나서려는데, 바투가 손을 들어 그를 멈춰 세웠다.


“대장, 무슨....?”


“가만히 있어 봐. 재밌잖아? 누가 이기는지 안 궁금해? 난 난 좀도둑한테 은화 열 개. 너희도 걸어라.”


“대장, 진짜 제정신이야?...... 난 청소부한테, 은화 열 개.”


무로하고 다른 주먹들도 각각 은화를 걸었다.


그 사이 좀도둑과 고아 청소부는 온몸이 흙투성이가 될 때까지 서로 뒹굴며 싸웠는데, 결국 덩치 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좀도둑이 고아 청소부 위에 올라탔다. 바투가 그 꼴을 보곤 말했다.


“다들 돈 꺼낼 준비 해라. 내가 이긴 것 같으니까.”


바투가 돈을 재촉했다. 이제 좀도둑이 고아 청소부를 일방적으로 두들겨 팰 일만 남았으니까. 그때, 고아 청소부가 길바닥에 뒹구는 돌을 주워 좀도둑의 옆구리를 때렸다.


갈비뼈를 정확히 맞췄는지, 좀도둑은 비명도 못 지르고 몸을 웅크렸는데, 이윽고 고아 청소부가 다시 한번 돌을 쥔 주먹을 휘둘러 좀도둑의 관자놀이를 때렸다.


충격이 컸는지 좀도둑은 고아 청소부 위에서 떨어져 나와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위기에서 벗어난 고아 청소부는 자신이 한 일에 믿기지 못한 듯 좀도둑을 봤는데, 잠시 후, 짐승처럼 괴성을 지르며, 쓰러진 좀도둑 위에 올라타 돌을 쥔 주먹을 쉴 새 없이 내리치기 시작했다.


내리치고, 내리치고, 내리치고, 또 내리쳤다.


칠퍽, 칠퍽거리는 축축한 소리와 함께 피가 물감처럼 주변을 붉게 물들였는데. 그때 바투가 한마디 했다.


“그만.”


그러자 놀랍게도 짐승처럼 날뛰던 고아 청소부는 훈련받은 개처럼 공격을 멈췄다. 아직도 흥분해 숨을 씩씩 몰아쉬었지만 말이다.


바투는 말없이 고아 청소부를 보았다. 검은 머리카락, 햇볕에 그을린 피부. 육체노동으로 단련된 다부진 몸. 막 싸움을 끝낸 직후라 얼굴에는 보랏빛, 붉은빛 멍이 가득했는데, 그럼에도 두 눈은 죽지 않고 사납게 빛이 났다. 훌륭했다. 이게 거리의 아이지.


바투는 만족스럽게 지갑에서 은화를 꺼내 보어 일행에게 던져 주었다. 그런 뒤, 꼬맹이에게 말했다.


“꼬맹이. 너 때문에 내가 돈을 잃었다.”


“죄, 죄송해요.”


꼬마는 옳은 일을 했음에도 벌벌 떨며 사과했다. 좋은 태도였다. 옳고 그른 것은 중요하지 않지, 중요한 건 주인의 마음뿐이었다.


“드디어 잡았다. 이 도둑놈!”


때마침 나타난 뚱뚱한 남자가 고아 청소부의 목덜미를 잡으며 소리쳤다. 어디 도련님 같은 남자였는데, 이 아둔한 사내는 고아 청소부와 좀도둑을 헷갈린 모양이었다.


바투가 아둔한 남자에게 말했다.


“미안하지만, 손님. 좀도둑이 애가 아니라, 이놈이오. 그 애는 그 좀도둑을 잡은 애고.”


뚱뚱한 사내는 얼굴이 피범벅이 된 좀도둑과 고아 청소부를 번갈아 봤다. 마치, 장난의 피해자라도 되는 듯. 그리곤 인상을 팍 쓰며 바투에게 큰소리로 따졌다.


“도대체 거리 관리를 어떻게 하시는 거요? 이 거리가 안전하다는 말만 믿고 왔는데, 이런 좀도둑 하나 관리하지 못해서야....!”


뚱뚱한 사내는 그러곤 얼굴이 피떡이 된 좀도둑의 옆구리를 걷어찼다. 바투는 주변을 둘러봤다. 보는 눈이 많았다.


“이거 죄송합니다. 손님. 늘 관리를 하는데, 케이크 주변에 개미가 꼬이는 것처럼, 귀한 분들이 모이니, 온갖 잡놈들이 다 꼬이는군요.”


“미안하다는 말로 때울 생각이오?”


바투는 아까 꺼낸 자신의 지갑과 좀도둑에게서 되찾은 지갑을 뚱뚱한 사내의 손에 쥐여줬다.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제대로 된 보상은 아니지만, 이건 제 사소한 사죄 표시이니, 부디 너그럽게 이걸 받고 용서해주시지요. 그럼, 두 번 다시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이 좀도둑도 제가 제대로 혼쭐을 내놓겠습니다. 태어난 걸 후회할 정도로. 어떻게?”


뚱뚱한 남자는 갑자기 열이 식었는지 이마의 땀을 훔치며, 자신의 지갑과 바투의 지갑을 확인했다. 바투의 지갑이 더 두둑했는데, 남자는 헛기침을 하곤, 바투에게 조심하라고 다시 한번 말한 뒤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났다.


딱 봐도 별 볼 일 없는 부잣집 도련님 같았는데, 행동하는 것도 딱 그 수준이었다.


한차례의 소동이 가라앉자, 구경하던 거리의 손님들도 하나둘씩 제 갈 길로 떠났다. 뒤에서 구경하던 무로가 두려움이 섞인 표정으로 다가왔다.


“보스......”


“당장 애들 데리고 가서 오늘 거리 담당인 놈들 찾아가서 반쯤 죽여놔. 단, 대장인 놈은 내 앞에 끌고 오고. 그놈한테서 오늘 이 손해 다 받아 낼 테니까.”


“옙. 개들의 집에 도착하자마자-”


“-당장이라는 말 못 들었어?”


“죄송합니다..... 너, 너, 너 따라와!”


무로는 바투의 명에 따라 주먹들을 데리고 어딘가로 뛰어갔다.


좀도둑을 데리고 바투가 다시 가던 길을 가려고 했는데, 그때, 뒤늦게 기억났다는 듯 얼굴에 멍이 든 고아 청소부를 다시 봤다. 꼬마는 겁에 질려 있음에도, 필사적으로 용기를 내 울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바투는 품 안에 숨겨둔 비상금을 꺼냈다. 은화 열 개였다.


“내일부터는 개들의 집으로 나와라. 에코.”


그리곤 바투는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났다. 에코는 은화를 받은 양손을 꼭 쥐곤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보스.”



잠시 후, 바투는 자신의 아지트인 개들의 집에 도착했다. 가장 먼저 주인을 반긴 건 사나운 개들로 놈들은 큰 울음소릴 내며 덩치에 안 맞는 애교를 부렸다.


주인이 얼마나 강한 사람인지, 또 먹이와 장난감을 잘 챙겨주는 사람인지 알기에 이런 것인데, 이런 모습만 보면 사람이나 개나 하등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사람만 한 검은 개가 앞발을 들어 바투의 얼굴을 핥았다. 귀찮음을 느낀 바투가 귀싸대기를 때리듯 강하게 밀쳤지만, 개는 그럼에도 좋은 듯 연신 바투에게 달라붙었다.


“오늘따라 곧 엉겨 붙네. 설마, 장난감을 또 망가졌냐?”


쇠사슬에 묶어 고아를 끌고 오는 보어가 말했다.


“뭐, 보니까. 오늘내일하긴 하던데, 똥오줌도 이제 혼자서 못 가리더라고.”


“큰일이네. 요즘은 도망치는 년들이 없는데. 경기를 더 빡빡하게 굴려야 하나?”


“오셨습니까. 보스.”


살이 토실토실 찐 툴리오가 헐레벌떡 뛰쳐나오며 말했다. 그는 과거보다 더욱 풍족해 보였는데, 손과 목에는 졸부와 같은 금은 장신구가 가득하였다.


바투에게 덤빈 마르케 무소의 구역을 받은 덕분인데, 그는 마르케 무소의 느슨한 사업장을 대대적으로 손봐 제법 돈을 만지고 있었다. 특히, 예술적인 건, 창녀를 사기보다는 생계가 막막한 미망인이나, 난민들을 ‘종업원’으로 고용한 것인데, 중간이윤이 높진 않아도 덕분에 안정적인 종업원을 확보하고 있었다.


또, 노예보다 그쪽이 더 취향인 손님도 있었고.


“오, 신들이시여..... 무사하시군요.”


바투는 엉겨 붙는 개들을 뿌리치며 대답했다.


“당연히 무사하지. 겉모습만 그럴듯한 늙어 빠진 창녀 놈이 네게 무슨 짓을 할 수 있다고.”


툴리오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렇고 말고요. 일단, 들어가서 이야기 나누시겠습니까?”


툴리오가 문을 열며 그리 말했다. 개들의 집 홀에는 여느 때처럼 주먹들과 포주들이 가득했는데, 수금을 마치고 돌아온 주먹부터, 이번 주 수입을 보고하러 온 포주, 새롭게 연 도박장과 술집의 관리자 등이 있었다.


대다수 이 근방에서 목에 힘을 주고 다니는 놈들이었는데, 또 하나의 공통점이라면 바투의 밑에서 일하는 개들이라는 거였다.


개들은 자신들의 왕을 보자 하던 일을 멈추고 모두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바투는 노예가 들고 나르던 닭구이를 낚아채 건물 구석 한켠에 집어던졌다. 그러자 아까 전부터 바투에게 엉겨 붙던 개들이 일제히 닭고기를 향해 달려갔다. 그 와중에 운이 나쁜 여노예가 개들에게 휩쓸리고 짓밟혔지만, 여기서는 누구 하나 신경 쓰지 않았다.


“보어, 넌 그 좀도둑 네 동생한테 건네준 뒤 들어가서 쉬고, 거기, 라기아 젖소년 넌 엉덩이 실룩거리며 포도주 좀 가져와. 가볍게 먹을 것도.”


바투가 엉덩이를 찰싹 때리자, 라기아족 노예는 정말 엉덩이를 실룩이며 주방으로 갔다. 과거, 그 우스꽝스러운 명령을 안 들었다가, 땅에 산채로 묻힌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라기아족 노예가 음식과 포도주를 가져왔고, 바투가 가벼운 식사를 하자마자, 툴리오가 본격적인 사업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미 말씀드린 이야기지만, 정말 다행입니다. 푸줏간 조합이 이리 순순히 협조할 줄이야. 물론, 보스 덕분이지만 말이죠.”


“아부는 집어치우고, 돈 이야기로 넘어가자. 고기가 돈이 되는 건 나도 아는 사실인데, 정말 기존 사업에도 도움이 될까?”


툴리오가 자신감 넘치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 이 도시의 육류는 염료 열매나 라기아족 노예들에게 가려져 그렇지 제법 숨은 특산물입니다. 광산 소왕국은 물론, 조각난 땅, 인근 항구도시에도 많이 찾죠. 분명 지속해서 거래하면, 믿을 만한 그곳 상인이나, 자본가를 만날 테고, 그것을 거꾸로 타고 가 사업을 확장할 수 있을 겁니다.”


“가장 먼저인 곳은 우리보다 세가 약하고, 같은 공화국 영향권인 항구도시군.”


툴리오가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특유의 난폭함에 가려진 바투의 사업 감각에 감탄한 것이다.


“예. 항구도시보다는 어촌에 가깝지만, 확실히 그렇습니다. 거물은 없고, 고만고만한 시골 부자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 푸줏간 조합을 통해 기반을 마련하시면, 보스께서 쉽게 사업을 확장할 수 있을 겁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툴리오가 낡아빠진 천을 가져와 그 위에 숯으로 그림을 그렸다.


“자금을 투자하시면 보스께서는 푸줏간 조합에서 발언권이 생깁니다. 공식적인 발언권 말입니다. 아무리 앞뒤 꽉 막힌 보수적인 조합이라도, 돈을 낸 사람을 말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무시하면 죽여버릴 생각이긴 하지.”


“예, 그렇죠.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그동안 우리 붉은 방패의 푸줏간 조합은 솔직히 방만하게 운영됐습니다.”


바투가 닭고기를 탐욕스럽게 뜯으며 물었다.


“어째서?”


“기껏해야. 가축을 한꺼번에 사고, 각각 업종을 나누는 등 소극적인 운영을 했으니까요. 그 이상은 결코 하지 않았습니다. 더 많은 수익 창출 같은 생산적인 일을 말입니다.”


“넌 뭐 특별한 생각이라도 있어?”


“물론 있습니다.”


툴리오는 그렇게 대답하곤, 거대한 원을 중심으로 바깥쪽 화살표를 그린 다음 그 끝에 새로운 원을 그렸다.


“생산뿐 아니라, 그곳에 판매처까지 만드는 겁니다. 여태까지 푸줏간 조합은 생산만 했지 제대로 팔 생각은 안 했죠. 그저 시장에서 내놓거나, 다른 곳에서 상인이 올 때까지 기다릴 뿐......”


“즉, 네 말은 파는 거까지 해서 수익을 더 늘리겠다는 거네? 비용만 더 느는 거 아니겠어?”


“뭐, 그럴 위험도 있습니다. 특히, 조각난 땅의 분위기는 나날이 심상치 않고, 광산소왕국도 늘 자기들끼리 싸우니 말이죠. 그래도 해볼 가치가 있습니다.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보스께서 사업을 확장할 때 훨씬 편하실 겁니다. 푸줏간 조합을 통해 자연스럽게 그곳에 뿌리를 내릴 수 있으니 말이죠.”


바투는 잠시 생각하곤 고개를 까닥였다. 확실히, 요지는 이해가 됐다. 투자금이 적잖아 위험하긴 했지만, 그만큼의 위험을 감수할 만한 가치는 있었다. 깨끗한 사업에, 더 높은 이윤, 거기다 사업을 확장할 안정적인 경로까지, 해볼 만한 가지가 있었다.


“그럼, 푸줏간 조합 놈들한테 설명하기 쉽게 이야기 좀 짜봐. 그리고 단번에 확장하면 위험하니, 일단, 항구도시부터 먼저 시험해보는 쪽으로 하고.”


툴리오가 기쁘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 어렵지는 않을 겁니다. 그곳에 몇몇 아는 얼굴이 있으니, 조력자를 찾기도 쉬울 겁니다.”


바투가 포도주를 마시며 말했다.


“좋아, 그럼 그건 그 정도로 넘어가고, 그 건은 어떻게 됐어?”


“그거라 하시면..... 벌여 놓은 사업이 많아.”


“인근 도시와 시골 농부들 이 도시에 데려와 돈 쓰게 하는 거 말이야.”


그러자 떠올랐는지 툴리오가 난감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얼마 남지 않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말했다.


“솔직히 영 좋지 못합니다.”


“네 반응을 보니까 그래 보인다. 이유가 뭐지?”


“고용한 용병들 말을 들어봤을 때, 아무래도 신용의 문제인 거 같습니다.”


“신용? 이 동네 얼뜨기 귀족 하나 앞세웠잖아?”


“그래도 못 미더운 모양입니다. 여행에는 역시 위험이 따르니, 그리고 놀러 간다고 하니 어째 주저하는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지역은 좀 보수적인 편이라, 유흥을 위해 떠나는 건 좀 그렇다고 할까....”


바투는 머리를 벅벅 긁었다. 잠시, 까먹고 말았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얼마나 겁쟁이에 머저리인지. 그런 종류의 이간들은 옆 마을을 갈 때조차 바다를 건너는 것처럼 굴었고, 지루한 게 미덕인 것처럼 굴었다.


짜증이 난 바투는 지나가는 여노의 치마에 닭기름을 닦으며 말했다.


“뭐, 그거는 그리 급한 게 아니니. 나중에 차차 생각하기로 하고..... 고아 놈들은 어때? 내가 시킨 일 잘하고 있어?”


툴리오가 한쪽을 보며 말했다. 제대로 모른다는 거였다.


“아.... 그게, 그건 저보다는 파인 녀석이 잘 알고 있을 텐데, 마지막으로 물어봤을 때, 순조롭게 잘 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몇몇 감시하라고 심어놓은 애들이 그렇다고.....”


“그렇게 애매한 대답은 필요 없어. 당장, 지하 고문실로 가서 파인 녀석 불러와. 곧 슬슬 움직여야 하니까. 만약에 일리시아가 잘못되면 우리 역시-”


그때, 밖에서 경비를 서던 주먹 하나가 바투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보스.”


“젠장, 무슨 일이야? 중요한 사업 이야기하고 있는 거 안 보여?”


예민해진 바투의 말에 주먹이 땀을 삐질 흘리며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보스..... 다만, 군인을 거느린 남자가 보스를 봐야겠다고 해서..... 총독관에서 일하는 사람 같은데, 분명, 말을 전하면 기쁘게 맞이할 거라고 했습니다.”


“총독관? 누군데? 난 살면서 도망친 노예 말고는 기쁘게 맞이해본 적이 없는데?”


“다레온이라고 했습니다. 디다레온 아피아투스.”


작가의말

제목을 살짝 수정했습니다. ‘들개와 쥐들의 왕’에서 ‘개와 쥐의 왕’으로 수정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주말 잘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태쿤 님 후원 감사합니다. 덕분에 큰 힘을 얻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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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3

  • 작성자
    Lv.46 별빛남자
    작성일
    20.07.24 09:20
    No. 1

    최고입니다.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1 노란커피
    작성일
    20.07.25 23:04
    No. 2

    높은 평가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4 폴피리
    작성일
    20.07.24 09:28
    No. 3

    건필! 최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1 노란커피
    작성일
    20.07.25 23:04
    No. 4

    응원 늘 감사할 따름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4 개체의반역
    작성일
    20.07.24 09:33
    No. 5

    아무튼 재밌음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1 노란커피
    작성일
    20.07.25 23:05
    No. 6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3 항상여름
    작성일
    20.07.24 09:34
    No. 7

    개들의 왕이 철가면 귀족을 만났군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1 노란커피
    작성일
    20.07.25 23:05
    No. 8

    그렇습니다. 다음 주 그 둘이 만날 겁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1 곰곰01
    작성일
    20.07.24 10:37
    No. 9

    바투가 가만히 순종을 하려나요? 철가면이 만만찮은 건 알고 있지만.
    "니 밑으로 들어오라꼬?" "나도 이제 마이 컸다 아이가." "니가 내 밑으로 들온나"
    할것 같은뎁쇼.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1 노란커피
    작성일
    20.07.25 23:06
    No. 10

    다음 주까지 지켜봐 주시면 감사합겠습니다. 최대한 재밌게 그려 보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4 즐거운날에
    작성일
    20.07.24 10:49
    No. 11

    드디어 다시 만나는군요. 꽤 오래걸린듯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1 노란커피
    작성일
    20.07.25 23:06
    No. 12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작중에는 1년 정도지만요. 허허.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9 태쿤
    작성일
    20.07.24 12:34
    No. 13

    쥐쟁이 보다가 들어왔는데 밤새고 다 읽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1 노란커피
    작성일
    20.07.25 23:06
    No. 14

    ㅠㅠ 너무 감사합니다. 부디 재미있으셨기를.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8 뭐이또
    작성일
    20.07.24 13:18
    No. 15

    주인공이 바투인가요? 다레온인가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1 노란커피
    작성일
    20.07.25 23:09
    No. 16

    질문 감사합니다. 다만, 스포일러가 될 듯해 거기에 대한 대답은 아끼도록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다만, 강과 먼지의 왕자에서는 모든 캐릭터가 각자가 주인공이라는 생각으로 쓰고 있다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패자와 승자가 나뉘겠지만, 그들 모두 각자의 이야기에서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 질문 주셔서 감사하고, 재밌게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1 박왈왈
    작성일
    20.07.24 14:20
    No. 17

    군상극에는 주인공이라가보단 주요인물이 맞는거 같네요. 근데 전에 작가님이 다레온이 주인공 급 역할이라고는 했어요 지금은 직위가 낮고 그래서 잘 안나오는거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1 노란커피
    작성일
    20.07.25 23:10
    No. 18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대댓글을 읽어주셨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 k9******..
    작성일
    20.08.01 19:50
    No. 19

    사실 바투야말로 진정한 리더의 자격은 다 갖고 있는거 아닙니까 ㅋㅋㅋㅋ 궂은 일은 본인이 솔선수범하고 부하직원들과도 격없이 지내고 직원들 조언도 잘 귀담아 듣는거 같고 사업적 감각도 뛰어나고 직원들간에 충돌이 없도록 조율도 잘하는거 같고 때와 장소 역시 잘 가려서 처세도 잘하지 말입니다 ㅋㅋ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1 노란커피
    작성일
    20.08.02 23:13
    No. 20

    감상평 감사합니다. 확실히 바투가 리더의 자질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 k9******..
    작성일
    20.08.01 19:52
    No. 21

    그래도 다레온한테 목숨빚이 있는데 그건 아닐꺼예요 ㅋ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1 노란커피
    작성일
    20.08.02 23:15
    No. 22

    과거 편이 나올지는 저도 잘 모르겠으나, 이야기가 진행함에 따라 바투가 다레온을 따르는 부분을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8 몽중정원
    작성일
    21.07.15 02:15
    No. 23

    애가 -> 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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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과 먼지의 왕자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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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2-107.7 하룻고양이 (2) +14 20.10.04 978 62 13쪽
120 2-107.5 하룻고양이 (1) +15 20.09.27 1,024 67 16쪽
119 2-107. 맞서 싸우는 자 (4) +26 20.09.20 1,006 66 22쪽
118 2-106. 맞서 싸우는 자 (3) +16 20.09.13 936 72 16쪽
117 2-105. 맞서 싸우는 자 (2) +21 20.09.06 1,038 69 16쪽
116 2-104. 맞서 싸우는 자 (1) +18 20.08.30 1,005 53 10쪽
115 2-103. 탄원자 (3) +8 20.08.23 947 63 13쪽
114 2-102. 탄원자 (2) +3 20.08.16 1,013 55 17쪽
113 2-101. 탄원자 (1) +14 20.08.07 1,134 59 15쪽
112 2-100. 개와 쥐의 왕 (3) +36 20.07.31 1,107 73 23쪽
» 2-99. 개와 쥐의 왕 (2) +23 20.07.24 1,051 71 17쪽
110 2-98. 개와 쥐의 왕 (1) +15 20.07.17 1,076 73 14쪽
109 2-97. 미운 오리 새끼 (4) +20 20.07.10 978 82 18쪽
108 2-96. 미운 오리 새끼 (3) +22 20.07.03 1,010 77 21쪽
107 2-95. 미운 오리 새끼 (2) +29 20.06.26 1,024 70 13쪽
106 2-94. 미운 오리 새끼 (1) +16 20.06.19 1,042 65 12쪽
105 2-93. 신의 후손 (3) +26 20.06.12 1,055 74 22쪽
104 2-92. 신의 후손 (2) +29 20.06.05 1,055 72 16쪽
103 2-91. 신의 후손 (1) +20 20.05.29 1,115 69 13쪽
102 2-90. 뿌리내린 가지(2) +19 20.05.22 1,081 75 17쪽
101 2-89. 뿌리내린 가지(1) +33 20.05.15 1,174 69 13쪽
100 2-88.6 시골 귀족(2) +35 20.05.08 1,152 78 29쪽
99 2-88.3 시골 귀족(1) +16 20.05.01 1,130 75 16쪽
98 시즌2-88. 바르무톤 아가씨(3) +17 20.04.24 1,089 63 18쪽
97 시즌2-87. 바르무톤 아가씨(2) +6 20.04.24 999 57 12쪽
96 시즌2-86. 바르무톤 아가씨(1) +22 20.04.17 1,205 80 17쪽
95 시즌2-85.8 퇴물(1) +23 20.04.10 1,141 77 21쪽
94 시즌2-85.4 짐승의 여인(2) +26 20.04.03 1,156 70 15쪽
93 시즌2-85.2 짐승의 여인(1) +18 20.03.27 1,190 69 19쪽
92 시즌2-85. 예비 신랑(2) +26 20.03.20 1,155 7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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