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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커피 님의 서재입니다.

강과 먼지의 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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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커피
작품등록일 :
2016.09.24 16:04
최근연재일 :
2022.01.30 09:00
연재수 :
1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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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5,524

작성
20.06.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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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2쪽

2-93. 신의 후손 (3)

DUMMY

몇 년 만에 보는 붉은 방패의 성벽과 성문은 실로 인상적이었다.


공화국 내에서 소박한 무역 도시의 대명사가 되곤 했지만, 높다란 성벽과 성문만큼은 페로스조차 감탄하게 만들었다.


특히, 좌로 산맥, 우로 절벽을 끼고 있는 지형적 특성은 정면 공격밖에 감행할 수밖에 없었기에, 제아무리 힘이 세고, 용맹한 라기아족 용사가 몰려온다 해도 절대 넘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은 비단, 페로스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다.


놀란 표정의 라기아족과 자긍심을 꽃피운 군단병이 그 증거였다.


좋은 반응이었다.


감탄, 충격, 부러움, 자긍심, 자신감 등은 벽돌 사이의 석회질처럼 페로스의 군대를 단단히 만들 터였다.


성벽에 다가가자 경비를 서던 병사 하나가 페로스를 봤다. 높은 성벽에 있음에도 페로스는 그의 얼굴을 바로 코앞에서 보는 것 같았다.


그 놀란 표정이란....


성벽 위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아마 자기가 본 것을 제대로 이해한 것인지 서로 물어보는 것일 테지.


누군가 흉벽 사이로 얼굴을 빼꼼 내밀어 질문했다. 생긴 거로 보아, 아직 20대 초중반인 거 같았다.


“누, 누구시오?!”


기병대장 나이우스가 시리온에게 받은 문서를 내밀며 소리쳤다.


“페로스 펠소포티 각하시다! 채찍 맛을 보기 전에, 냉큼 문을 열어라! 병사!”


붉은 방패에서 제법 권세가 있는 집안 출신인 나이우스의 발언은 곧바로 먹혀들었다.


성벽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묵직한 쇠사슬, 톱니바퀴 소리와 함께 거대한 성문이 열렸다. 흡사, 괴물의 아가리가 열리는 것 같았다.


성문이 열리자 라기아족은 대도시를 방문한 시골 농부처럼 저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허나, 충격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잘 포장된 도로와 거대한 석조 건물들이 즐비한 도시에 들어서자 라기아족 수행단은 전사의 자존심도 잊고, 관광객처럼 여기저길 구경하며 감탄을 토해냈다.


그리고 놀란 것은 라기아족만이 아니었다. 성벽 경비를 서던 병사들과 노예, 일꾼, 인근 노점상 주인들까지 모두 놀란 표정으로 페로스를 봤다.


하기야, 1년 전 죽은 사람이 멀쩡히 살아 돌아오면 충분히 그럴 수 있을 터였다. 특히, 수많은 라기아족을 이끌고 왔다면 더더욱 말이다.


성벽 경비 책임을 맡고 있던 병사가 놀란 표정을 채 정리하지 못한 채, 페로스에게 경례를 했다. 눈앞의 광경을 아직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페로스는 그에게 말을 걸었다.


“지금 자네가 경비 책임자인가?”


병사가 차렷 자세를 잡으며 대답했다.


“예, 예! 각하!”


“잘하고 있군. 계속 수고하게.”


“예, 옙! 각하!”


페로스는 살짝 미소 짓고는 그대로 도로를 따라 말을 몰았다. 그와 함께 라기아족 수행단, 군단병, 기병으로 구성된 사백여 명의 행렬이 뒤를 따랐다.


일단, 한가지 못 박고 가겠다. 페로스는 이런 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요란한 걸 싫어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벌건 대낮에 주요 도로를 이리 사용해 도시에 혼란을 야기하고, 시민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허나, 그럼에도 이러는 것은 이번이 특별한 경우였기 때문이다.


자신의 존재감을 이 도시에 심어주는 순간이었으니.


페로스가 앞으로 나아가자 거리를 걷고 있던 시민들이 모두 입을 가리며 눈을 크게 떴다. 누가 봐도 놀라고 있는 것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2층, 3층의 여관 손님이나, 인술라 거주자, 매춘부 등이 좁다란 창문으로 몸을 내밀어 페로스는 내려다봤으며, 수레를 모는 상인이나, 짐꾼들마저 페로스를 보기 위해 멈춰 섰다.


그들 역시 도로 위의 사람들과 표정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


‘소문은 들었지만, 막상 보는 것은 또 다를 테지.....’


그러던 중 몇몇이 페로스를 향해 손을 뻗거나, 축복을 나눠달라고 달려드는 이들이 생겼다.


병사들이 그들의 접근을 제지했지만, 페로스는 닿을 듯 말 듯 그들에게 손을 뻗어 축복을 나눠주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자 페로스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이 한 명에서 둘로 늘더니, 이윽고 넷, 여덟, 어느새 수십 명이 돼 병사들이 방패로 벽을 쌓는 수준이 되었다.


흡사, 설탕에 꼬이는 개미 떼와 같았다.


“각하, 좀 더 빨리 가는 게 좋을 듯싶습니다. 시민들이 흥분했습니다.”


기병대장 나이우스가 병사들을 지휘하며 말했다. 페로스는 듣지 않았다.


“날 찢어 죽이려는 게 아니라면, 시민들의 흥분은 좋은 거지. 이 속도를 유지하게. 시민들에게 내 존재를 각인시킬 순간이니 또.....”


페로스는 말꼬리를 흐리며 뒤를 봤다. 놀란 눈으로 페로스와 도시를 바라보는 라기아족이 보였다.


“라기아족에게 내가 누군지 다시 각인시킬 순간이니.”




수많은 인파를 뚫고 마침내 페로스는 도시 중앙 언덕에 위치한 총독관에 근처에 다다르렷다.


빨리 오면 한참 전에 도착할 수 있었을 테지만, 도시의 절반이 되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그들에게 축복을 나눠주노라 해가 뉘엿뉘엿해졌을 때 간신히 당도할 수 있었다.


덕분에 페로스는 물론, 병사, 라기아족 수행원까지 모조리 지치고 말았다.


“원래 도시는 이렇게 피곤한 건가?”


한 라기아족 전사가 불평하듯 말했다. 페로스가 한마디 해주려던 찰나, 다레온이 먼저 대답해줬다.


“사랑과 존경을 받는 사람이 방문하면 그렇습니다.”


‘저 정도면 됐군. 한동안 라기아족에겐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군.’


페로스가 다레온의 일 처리를 흡족하게 바라보며 생각했다. 페로스는 앞으로 어찌할지 순서를 정리하곤 곧바로 행동을 옮겼다.


“나이우스.”


“예, 각하.”


나이우스가 말을 옆으로 몰며 다가왔다. 방금 전까지 병사들을 지휘하느라 그는 매우 초췌해져 있었다. 하긴, 죽이면 되는 야만인과 달리 시민들을 상대하는 일은 어떤 의미로 몇 배는 더 피곤한 일이었다.


“방문 전 내 억지를 받아줘서 고맙네.”


“아닙니다. 각하. 제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우직한 붉은 방패 출신다운 대답이군. 그에 대한 포상으로 모두에게 은화 20닢을 내리도록 하겠네. 그리고 정리가 끝마치는 대로 병사들에게 휴가를 순차적으로 주도록 하지. 조금만 더 힘내도록 하게.”


기병대장의 얼굴은 화색이 되어 고개를 끄덕였다.


언덕 위를 올랐을 때, 총독관을 둘러싼 성벽의 성문이 열렸다. 그리고 현재 붉은 방패의 임시 총독인 ‘렘두스 하이포’가 페로스를 맞이했다.


하이포 가문의 수장 렘두스. 그는 어떤 의미로 페로스와 비슷한 인물이었다.


그의 가문 ‘하이포’도 ‘펠소포티 가문’과 함께 ‘루술라두스의 개혁’ 때 편을 잘못 서 크게 화를 입은 가문이었으니.


운이 좋다면 가문 자체가 한미하고, 소극적 태도를 보였기에 비교적 적은 처벌을 받았다는 것인데, 그럼에도 그때의 꼬리표가 붙어 페로스가 민중파를 창당하기 전까지 별다른 활동을 못 한 인물이었다.


“각하.....”


렘두스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인사했다...... 예상과 달라 페로스는 살짝 놀랐다. 반기지 않을 것은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어째 너무 놀란 반응이었다. 뭔가 숨기는 것이 있나?


“반갑네. 렘두스, 정말 오랜만이군.”


“예.... 그렇습니다. 정말 반갑습니다. 각하... 그런데 어인 일로 이곳에.... 말씀이라도 주셨다면 제가 맞이할 준비를 했을 텐데.”


페로스는 확신했다.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렘두스가 뭔가 숨기는 게 있는걸.


“그 점에 관해서는 미안하네. 아무래도 일의 특성상 깜짝 방문이 좋을 듯해 그랬네. 덕분에 도시 모두가 놀랐지. 내 무례를 용서해 주겠나?”


“아, 무, 무례라뇨?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다만, 제가 각하를 맞이할 준비를 하지 못해 그런 것뿐입니다.”


“원래 내 자리 돌아오는데, 뭔 준비가 필요하겠나? 그저 자네가 자릴 잘 지키고 있어 기쁠 따름이네.”


페로스는 그렇게 말을 마치며 자리에 앉았다.


“그보다 포투카 있나? 맡길 일이 있는데.”


“여기 있습니다. 각하.”


머리가 회색으로 바랜 중년 사내가 나타나 말했다. 기억과 거의 똑같았다. 구불구불 굵은 머리, 그을리고 주름진 피부.


출신 탓에 능력을 인정받지 못했던 하급 관료.


“오랜만이군! 포투카. 내 기억이랑 아주 똑같아... 아니, 살집이 올랐군.”


포투카는 존경심을 담아 고개를 숙였다.


“각하와 시리온 경 덕분입니다. 이리 다시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반갑네. 좀 더 이야기 나누고 싶기는 하지만, 내가 바빠 그러니 내 부탁부터 좀 들어줄 수 있겠나?”


“물론입니다. 말씀하시지요.”


페로스는 가죽 갑옷과 쇠사슬을 걸친 라기아족 수행원들을 가리켰다.


“당장 노예들을 시켜 총독관 내에 저들이 머물 처소를 마련해 주게.”


포투카가 살짝 놀라며 라기아족을 봤다. 시리온에게 상당 기간 시달린 그가 이리 놀라는 거라면 페로스의 요구가 얼마나 급작스럽고, 무리한 것인지 예상할 수 있을 터였다.


“알겠습니다. 각하.”


“그리고 옷 장수와 장신구 상인. 공화국 예절을 가르쳐줄 교사들을 섭외해 줄 수 있나? 난 무조건 ‘예’라는 대답을 듣고 싶군.”


포투카는 제2의 시리온이라도 보는 표정이었다. 정말 가관이 따로 없었다.


“... 예, 최대한 빨리 준비하겠습니다. 내일 아침까지 데려오겠습니다.”


“진심으로 고맙군. 역시, 자네일세.”


일단, 급한 명령을 끝낸 페로스는 나이우스와 다레온을 봤다. 우선, 나이우스에게 명령했다.


“나이우스. 병사들의 무장을 풀게 하고, 쉬게 하게. 단, 내가 명령하면 바로 소집할 수 있도록 해야 하네.”


“예, 각하.”


“다레온.”


“예, 각하.”


“자네도 이 도시에서 볼 일이 많겠지만, 아직 바쁘니. 이 총독관에 머물며 라기아족 수행단을 좀 보필해 주게. 내일 정오부터 옷 장수와 가정교사들이 올 텐데. 자네가 그들 사이의 윤활유 역할을 해주게.”


“옙.... 그런데 구체적으로 어떤 윤활유 역할을 말씀하시는 건지?”


페로스가 어깨를 으쓱였다.


“통역해서 옷을 맞추는 것을 도와주거나, 공화국 예법을 가르쳐주게, 혹은 라기아족이 옷 장수나 가정교사들을 못 잡아먹게 해주거나..... 특히, 마지막이 가장 중요하네.”


“최대한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부담가지지 말게, 잘못되면 자네가 덤터기 쓰는 것뿐이니. 그래도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내 특별히 휴가 정도 주겠네. 기껏해야, 아내 얼굴만 보고 바로 돌아와야 하는 수준이겠지만.”


“그 정도로도 충분합니다. 자비로운 말씀에 감사드리며, 실망시키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마음에 드는군..... 그럼, 두 사람에게 나머지 일을 맡길 테니, 난 먼저 들어가 보도록 하겠네.”


나이우스, 다레온은 동시에 고개를 숙여 대답하곤, 곧바로 자기 일에 돌아갔다.


페로스는 렘두스를 데리고 총독 저택 안으로 들어왔다.


“시리온에게 얼추 이야기 듣긴 했지만, 정말 다 뜯어고쳤군. 설마 설마 했는데, 그 오랜 역사를 가진 건물을 자기 취향대로 뜯어고치다니.... 참, 그답다고 할지.”


렘두스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페로스의 예상이 맞다면 그는 이 시설을 비롯해 시리온이 남긴 찌꺼기를 꽤 즐기고 있을 터였다.


렘두스 역시 시리온만큼 젊었으니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었다.


“....... 하지만 아이러니 한 점은 그 덕분에 저 많은 라기아족을 수용할 수 있다는 거군. 잘됐어. 솔직히 총독관 밖에 저들을 수용해야 했다면, 걱정이었을 텐데.”


렘두스가 페로스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예, 각하..... 그런데, 저 야만인들을 왜 데리고 오셨는지?”


페로스가 렘두스의 얼굴을 흘깃 보곤 대답했다.


“라기아족에게 공화국과 싸우는 것보다 친구가 되는 게 훨씬 큰 이익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네. 힘센 사람보다는, 힘세고, 돈 많은 사람이 더 매력적인 법이거든. 또, 붉은 방패의 시민들에게 내 존재감을 보여주기 위해서고,”


렘두스는 눈치 빠르게 물었다. 역시, 대가 약한 친구긴 했어도, 기본적인 식견은 있었다.


“설마, 저들을 시민이나, 이 지역 세력가들에게 소개해 줄 생각입니까?”


“물론이네. 안 될 게 뭐가 있겠나? 비록 저들의 행색이 초라하긴 해도 대부분 왕족, 귀족이야. 아, 이름난 용사도 있고, 때 빼고, 광만 내면, 제법 그럴듯하게 보일 걸세.”


렘두스가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조언했다.


“짐승에게 사람 옷을 입힌다고 사람이 되지는 않습니다. 저놈들이 무슨 짓을 벌일 줄 알고, 자칫 잘못하면 각하의 위명에 금이 갈지도 모릅니다.”


페로스가 가다 말고 렘두스의 어깨를 툭툭 두들겨줬다.


“말은 고마우나, 걱정 말게. 나도 나름 고민해서 데려온 이들이니. 무조건 그럴 리 없을 거라 말은 못 하나, 누가 칼로 위협하거나, 얼굴에 침을 뱉지 않은 한 그런 짓을 벌이지 못할 걸세. 심지어 보모로 데려온 친구가 꽤 유능하고.”


“얼굴에 철가면 쓴 별종 말씀입니까?”


“그렇네. 아피투스 가문의 다레온. 풀네임은 디다레온이라는 친구지. 친하게 지내주게.”


렘두스의 얼굴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하긴, 혈통이라던가, 가문이라던가 좀 따지는 친구였으니.


“그, 그렇다 해도....”


페로스는 이 이상의 대화가 피곤해져 결국 마지막 패를 꺼내 보였다. 시리온의 위임장.


“어차피 이 붉은 방패의 총독은 나이니. 자네는 나만 믿고 따라오게.”


페로스가 건넨 위임장을 확인한 렘두스의 얼굴은 혼란 그 자체였다. 아무래도 전쟁 중 자신이 계속 총독직을 수행할 거라 믿은 것 같았다.


“총독집무실이 어디지? 이런 시리온이 너무 손댔군. 어디가 어딘지 모를 지경이야.”


렘두스는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으며 안내했다.


렘두스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총독집무실은 시리온의 취향을 반영해 매우 화려하고, 웅장했다.


고급 가구, 뭔지 모를 조각상, 동방의 융단, 철제화로 등등.


도대체 잠시 지낼 총독관에 얼마를 쏟아부은 건지 궁금할 따름이었다.


페로스는 금박을 입은 의자에 앉으며 운을 뗐다.


“자네와도 해우를 나누고 싶긴 하지만, 나의 갑작스런 등장으로 도시는 곧 시끌벅적해질 테니..... 바로, 본론부터 들어갔으면 좋겠군.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아먹고, 더 일찍 일어나는 사냥꾼이 그 새를 잡아먹는 법이니.”


렘두스는 평정심을 되찾았는지, 이마의 식은땀을 마저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죄송합니다. 제가 각하의 방문에 놀란 건, 결코 각하의 방문이 불편하게 아니라 이 도시에 근래 시끄러운 문제가 여러 개 있어 그랬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기가 민망하군요.”


페로스는 전혀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진심이었다. 오히려 지금 문제는 환영이었다.


“그러지 않아도 되네. 우린 같은 뜻을 가진 이들이지 않나? 솔직히 말해 난 일할 게 생겨 진심으로 기쁘다네. 하나하나 이야기해주게. 이 도시가 뭣 때문에 시끄러운지..... 이런! 내가 야만의 땅에 너무 오래 있었군. 자넬 세워두다니. 맞은 편에 앉아주게.”


렘두스는 긴장이 풀렸는지 손님용 의자를 가져와 앉았다.


“일단, 가장 큰 일부터 알려드리겠습니다..... 얼마 전 입에 차마 담지 못할 살인사건이 터졌습니다.”


“살인사건? 변호사 짓 할 때 몇 번 겪어 봤지... 귀족인가?”


렘두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옙.... 심지어 바르무톤 가문입니다.”


“아....”


바르무톤.... 미들리우스 가문과 파페머무스 가문과 더불어 붉은 방패에서 가장 강대한 귀족 가문.


기회주의자 성향이 강하긴 했지만, 그들의 도움이 필요해 친하게 지냈는데..... 조금 싱숭생숭했다.


“음...., 그거참, 유감이군. 누가 죽었나? 또, 누가 죽였고? 설마, 가장이 죽은 건 아니겠지?”


“더 심합니다. 일가족이 거의 몰살 당했습니다. 가문의 주인인 그리니스를 비롯해 그 아내와 아들, 딸 둘, 사위 하나가 끔찍하게 죽었습니다..... 거의 몰살이나 다름없죠.”


페로스는 ‘맙소사’라고 낮게 읊조렸다. 자기가 활약할만한 작은 사건을 만들어 달라고 신에게 기도하긴 했지만, 이건 기대 이상이었다.


신들이 자신을 너무 사랑하는 것 같았다. 아니면, 싫어하던가.


페로스는 침묵했다. 생각 이상으로 민감한 이야기였다. 귀족이 죽다니...... 그것도 일가족 몰살. 도시를 책임지는 총독으로서 통치력이 자칫 흔들릴 사안이었다.


“..... 근데, 거의 몰살이라는 것은 좀 이상하구만.”


“예.... 딸 둘은 살아남았습니다.”


“그나마 자비군. 근데, 어째 더 나쁘게 들리는구만.”


“바로 맞히셨습니다. 각하. 그거 때문에 더욱 골치가 아픕니다.”


“자세히 설명해 보게.”


렘두스는 떠올리기도 싫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바르무톤 가문의 생존자는 장녀인 미안나와 막내인 일리시아입니다.”


“드라마틱하게 들리는군. 장녀와 막내라.”


“들으면 더 드라마틱할 겁니다. 장녀가 막내 여동생을 아버지와 어머니, 형제자매를 죽인 살인마라고 주장하고 있거든요.”


“공화국이라 해도 너무 드라마틱한데, 이유는?”


“일리시아는 원래 천박한 사생아 년이고, 근래 아버지의 행보에 불만을 품었다고 하더군요. 또한, 온갖 더러운 사업에 손도 많이 댔기에 살인마를 쉽게 고용했을 거라 주장합니다.”


“도시에서 동전 몇 푼에 사람 죽여줄 사람은 누구나 알고 있네. 나만 해도 스무 명은 떠올라.”


“그렇긴 하지만, 장녀인 미안나의 주장이 아주 헛소린 아닙니다. 실제로 일리시아는 사생아였고, 투자 등으로 이 뒷골목에서 악명높은 깡패와 친분이 두텁습니다. 더욱이 아비에게 속아 가문 사업에도 배제됐다는데-”


“-잠깐만, 혹시 그 일리시아라는 아가씨. 시리온의 여자 아닌가?”


“그게 문젭니다. 시리온이 각하 대신 이곳을 다스리는 동안 잠시 만든 애인이었죠. 그래서 지금 제가 골치 아파하는 거고요.”


페로스는 기억났다. 시리온이 자기가 아빠가 됐다고 웃음을 터트렸을 때를. 뭐, 그는 이미 자식(사생아)이라면 여럿 있었지만, 그럼에도 꽤 기뻐하였다.


뭐라고 그랬지. 재밌는 여자라고 했던가?


렘두스가 불평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솔직히 그것만 아니면 단숨에 치우는 건데..... 그럼, 여러 골치 아픈 문제도 한꺼번에 해결하고-”


“- 그건 또 무슨 말인가?”


렘두스가 말실수를 했다는 듯 조심스레 다시 입을 열었다


“아.... 다름이 아니라, 그 여자 뒤늦게 돈맛을 봐 그런지, 임신부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억척스럽게 사업을 벌여, 도시의 질서를 좀 어지럽히고 있습니다.”


“흥미롭군. 무슨 사업?”


“각종 투자, 고리대금부터 부동산까지요. 한때... 이 도시 사정이 어려워지자, 상당수 자산가가 급히 재산을 처분하고 떠났는데, 지금 다시 돌아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여자 때문에 몇 가지 문제가 생겼죠.”


“맞춰보지, 싼값에 처분한 집이나 사업장이 누군가에게 팔려 현재 값이 아주 올랐는데, 그 누군가는 일리시아라는 아가씨로군.”


렘두스가 놀란 듯 말했다.


“예.... 어떻게 아셨습니까?”


“자네가 아까 전 그 아가씨 불평을 했고, 부동산이라는 단어를 언급해서 한 번 유추해 봤네. 그리고 운 좋게 때려 맞힌 거고.”


“그렇군요... 어쨌건 현재 그 탓에 매일 같이 이 총독관에 여러 사람이 찾아와 도와달라 사정하고 있습니다. 그 여자 때문에 도저히 돌아올 수 없다나 뭐라나. 솔직히, 시리온만 아니면-”


“-렘두스.”


“예?”


“우린 지금 공화국의 귀족 아가씨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네. 예의를 지켜주게. 그리고 시리온 그 친구의 애인이었다면 더욱 그래야지.”


렘두스는 다시 식은땀을 흘렸다.


“아, 그, 그저....”


“아네, 알아. 자네가 우리 뒤치다꺼리하느라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 나도 자네 나이 때 그랬어. 일에 너무 열정적이라,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마음에 없는 말을 하곤 했지.”


“예... 옙.”


“....... 일단, 자네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어떤가? 일리시아가 벌인 짓 같나?”


렘두스가 뜸을 들였다.


“..... 아뇨, 잘 모르겠습니다. 집안의 흔적으로 보아 ‘용맹한 부인’ 짓일 수도 있습니다.”


“용맹한 부인? 혹시, 그 정신 나간 매춘부들? 다 소탕된 거 아닌가?”


“저도 그런 줄 알았는데, 바르무톤 가문의 저택에 그 매춘부들의 흔적이 있습니다. ‘창녀들에게 자유를! 변태 귀족에게 죽음을! 라기아족 만세!’라고 말이죠. 그리고 무장한 여자 노예 시신도 몇 개 찾았습니다.”


대놓고 흔적을 남긴 다라, 페로스는 뭔가 냄새를 맡았다. 대개 이런 경우는 둘 중 하나였다. 과시하기 위해, 혹은 덤터기를 씌우기 위해.


“잡았나?”


“못 잡았습니다.... 사실, 아무도 못 잡았습니다. 치안이 나빠진 후, 상류층 거주지는 용병을 고용해 거주지 유일한 출입구를 지키는데, 그들의 말에 따르면 수상한 자가 들어가는 것도, 나가는 것도 못 봤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경비대를 풀어 상류층 거주지를 샅샅이 수색하고 있는데-”


“-요컨대, 정황 증거는 용맹한 부인이고, 일리시아라는 아가씨가 했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는 거구만.”


“예.... 하지만 장녀인 미안나 쪽에서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고, 파페머무스와 같이 사업상 엮인 이들이 강력하게 수사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그들의 요청을 절대 무시해선 안 되지.... 그 외에 더 문제없나? 살인사건, 부동산 외에?”


“음.... 한 번 크게 불경기를 겪은 탓인지, 도시의 상황이 좋아진 데, 반해, 일자리는 여전히 부족합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해결될 문제지만...... 죄송합니다. 제가 부족해서.”


“아닐세. 아니야. 자네니까 이 정도로 끝났지. 그리고 내가 말했지 않나? 아이러니라고, 난 오히려 이 상황이 기쁘다네, 내가 해결할 일이 많아서 말이지.”


페로스는 그리 말을 마치며 미소를 지었다. 진심으로 기뻤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주말 잘 보내십시오.


참고로, 이쪽 세계관에는 설탕이 존재합니다.  히드라 반도에서 나오는 특산물 중 하나 ㅇ닙니다.


patric  후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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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6

  • 작성자
    Lv.67 절정아수라
    작성일
    20.06.12 09:43
    No. 1

    도시던전 읽고 (개인적으로 2편은 좀..), 쥐쟁이 읽고, 마침내 강먼왕을 최신화 까지 다 읽었네요.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1 노란커피
    작성일
    20.06.12 20:08
    No. 2

    다 읽어주셨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도시던전2는 도전성 작품이기도 해 평소 호흡과 좀 달랐습니다. 하지만 도시던전에서 중요인물로 나올 것 입니다. 다시한번 읽어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3 항상여름
    작성일
    20.06.12 10:33
    No. 3

    페로스 : 지금부터 이 도시는 내 거야.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1 노란커피
    작성일
    20.06.12 20:08
    No. 4

    그렇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4 개체의반역
    작성일
    20.06.12 10:39
    No. 5

    이정도 큰일을 바투와 일리시아가 멋대로 저지를것 같지는 않은데 시리온의 선물인가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1 노란커피
    작성일
    20.06.12 20:09
    No. 6

    우연과 우연, 우연의 산물로 보는 것이 적당할 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서로 물고 물린 필연이기도 하지만요.(너무 잘난척 한거 같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3 놀란까마귀
    작성일
    20.06.12 11:23
    No. 7

    제 기준의 주인공인 다레온이 등장하니 몰입도가 올라가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1 노란커피
    작성일
    20.06.12 20:09
    No. 8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4 Jy2315
    작성일
    20.06.12 11:23
    No. 9

    생각보다 더 큰 일이었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1 노란커피
    작성일
    20.06.12 20:09
    No. 10

    그렇습니다. 다음 편도 재미있게 읽어주십시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6 리버티아
    작성일
    20.06.12 17:03
    No. 11

    항상 재미나게 읽고 있습니다. 작가님도 주인공들이 납중독에 빠질까봐 설탕을 등장시키시는군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1 노란커피
    작성일
    20.06.12 20:11
    No. 12

    사실, 그보다는 그냥 설탕이라는 것을 넣고 싶어 넣었습니다. ㅠㅠ

    히드리 반도에 여러 군주들이 있는데(거미 여왕, 거세 왕 등등) 그중 거세 왕이 다스리는 국가의 특산물 입니다.

    비밀 재배장에서 사탕수수 비슷한 식물을 키우지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6 리버티아
    작성일
    20.06.12 17:06
    No. 13

    오타가 보이는데 70% 달린 -> 달리
    그리고 79%에 집안이 합리하다고 하셨는데 다른의미가 있는지 아니면 한미하다의 오타인지 궁금하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1 노란커피
    작성일
    20.06.12 20:11
    No. 14

    실수입니다. 수정토록 하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6 리버티아
    작성일
    20.06.12 17:07
    No. 15

    로마가 설탕이 못구한게 이해가 안갑니다. 사탕수수자체는 못구했겠지만 사탕무는 구할 수 있었을것 같은데.......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1 노란커피
    작성일
    20.06.12 20:16
    No. 16

    아, 이부분은 제가 크게 신경을 안 써 자세히 뭐라 답변드리기가 어렵네요. 죄송합니다.

    다만, 세계관 내에서는 히드라 반도에나 혹은 동방에서만 설탕을 구한다는 설정입니다. 그래서 비싼 사치품이죠.

    사탕무로 설탕을 만든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건 근세쯤 와서라고 알아서(만약 틀렸다면 죄송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6 리버티아
    작성일
    20.06.12 23:11
    No. 17

    로마때는 납을 가열해서 얻는 연당을 감미료로 사용했습니다. 그래서 납중독에 의하여 수명이 짧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설탕을 설정에 넣으셨다 길래......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1 노란커피
    작성일
    20.06.13 20:20
    No. 18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설탕은 그냥 넣고 싶어 넣어 본 것인데, 혹여 헷갈리게 했다면 죄송합니다.

    참고로 히드라 반도에는 그외에 '거미 비단'이라는 특산물과 마법사 길드에서 제조한 희귀한 물약도 있습니다.

    아마, 이야기 진행에 따라 그것도 나올 듯 싶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6 리버티아
    작성일
    20.06.12 23:13
    No. 19

    사탕무는 터키에서도 아주 잘자랍니다.사실 원산이 우크라이나 쪽이라서요......흑해 근처니...터키는 100% 사탕무 설탕을 사용합니다.(터키산 디저트의 경우) 맛 자체는 좀 덜 달고 덜 끈적대는 설탕맛? 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1 노란커피
    작성일
    20.06.13 20:22
    No. 20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저도 뒤늦게 찾아보니, 약간 더 고급진? 맛이라는 문구를 읽긴 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6 리버티아
    작성일
    20.06.12 23:17
    No. 21

    사실 로마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혼잣말 같은거라...신경안쓰셔도 됩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1 노란커피
    작성일
    20.06.13 20:21
    No. 22

    예, 알겠습니다.

    혹여 제가 불편하게 해드린 게 아닌가 싶네요. 불쾌하셨다면 죄송하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화이트썬
    작성일
    20.06.13 12:57
    No. 23

    즐감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1 노란커피
    작성일
    20.06.13 20:18
    No. 24

    이리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 k9******..
    작성일
    20.06.17 19:13
    No. 25

    꼬이고 꼬여서 다레온한테까지 피해가 가진 않겠죠? 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1 노란커피
    작성일
    20.06.17 22:19
    No. 26

    잘 통제할 거라고 생각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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