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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커피 님의 서재입니다.

강과 먼지의 왕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노란커피
작품등록일 :
2016.09.24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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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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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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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2-90. 뿌리내린 가지(2)

DUMMY

드루이드.


라기아족의 사제 겸 전사 계급으로, 동, 서를 가리지 않고, 모든 라기아족의 존경을 받는 신성한 집단이다.


그들의 역사는 감히 추측조차 불가능한데, 어떤 이는 영웅신 라기아보다 그 역사가 길다고 주장할 정도였다.


험준한 성지에 틀어박혀, 고대의 지식과 마법, 정령과 신의 목소리를 연구하는 그들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음에도,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며, 라기아족에게 혹시 모를 재앙과 재난에 대비하였는데, 그 덕분에 그들은 동서를 가리지 않고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베르겐이 그런 그들을 끌어들이자고 한 것이다.


그래서일까? 반응은 충격과 부정이었다.


“설마, 드루이드의 도움을 받아 전사들을 규합하자는 건가?”


“예.”


베르겐의 솔직한 대답에 침묵만이 돌아왔다. 돌처럼 딱딱하고, 얼음처럼 차가운 침묵 말이다.


얼마간 시간이 지났을 때, 누군가 입을 열었다.


“놀라운 발상이군. 드루이드를 부르자니.”


그때. 누군가 또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만큼 말도 안 되는 말이야. 그들은 그렇게 함부로 움직이는 세력이 아닐세.”


몇몇이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이미 결론이라도 났다는 태도였다.


뭐, 이해는 됐다. 그들은 수백, 수천 년 동안 정치적 중립을 유지해온 이들이었으니. 고대의 지식을 전수하고, 라기아족 전체의 공리를 제외하곤 그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이런 반응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이리라. 허나, 베르겐은 아니었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렇기에 드루이드여야 합니다. 그 정도 돼야, 저희는 물론 사방으로 찢어진 서라기아족이 하나로 다시 뭉치겠죠.... 어쩌면 동라기아족도 다시 이쪽으로 올지 모르고요. 그렇게만 된다면 공화국 군대는 녹색 땅에서 완전히 고립시킬 수 있습니다.”


베르겐의 말에 다시 모두 입을 다물었다. 그의 진지한 태도와 논리에 순간 말을 잃은 것이었다.


허나, 그렇다고 분위기가 바뀌었냐면, 그건 또 아니었다. 드루이드들은 그리 쉽게 움직일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모두가 알았기 때문이다.


과거, 여러 이들이 드루이드를 찾아가 도움을 청한 적 있었다.


잔인한 폭군에게 시달린 백성, 삼촌에게 왕위를 찬탈당한 왕자, 멸족의 위기에 놓인 소부족의 왕 등. 그 기나긴 역사만큼이나 수많은 이들이 드루이드에게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허나, 얄궂게도 그들 중 도움을 받은 것은 말 그대로 한 줌에 불과했다.


“거기다 그게 끝이 아니지.”


줄무늬뱀 부족의 왕 기드가 입을 열었다. 평소, 여유와 유머가 넘치던 모습과 달리 매우 진중했다.


“드루이드들은 자신들의 성지에 콕 틀어박혀 있지. 알고 있나?”


“예.”


“그럼, 그곳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곳인지도 알겠군. 녹색 땅도 거친 곳이지만, 그들의 성지는..... 가는 것만으로 목숨을 걸어야 하지. 미로 같은 숲과 안개, 험준한 절벽 길, 사나운 맹수, 식인식물 심지어 말도 못 할 마법이 걸려 호시탐탐 방문자의 목숨을 노릴 지경이야.”


“압니다. 대다수 청원자가 드루이드의 그림자도 보지 못하고 죽었다는 걸.”


“그런데, 어떤 정신 나간 자가 그들을 찾아가겠나? 혹시, 자네가 갈 생각인가?”


그러자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의 시선이 베르겐에게 꽂혔다. 그들의 눈빛은 제각기 다른 감정이 깃들어 있었다.


질문, 추궁, 기대, 걱정, 시험.


옛날이었으면, 등에 땀이 날 법한 상황이었지만, 어째서인지 베르겐은 심장이 약간 뛰는 정도뿐이었다. 위기에 몰리니 겁이 사라진 걸까?


오히려 약간 여유롭기도 했다. 어쩌면.... 아주, 어쩌면 그런 선택도 나쁘지 않을지도 몰랐다.


“.... 혹시 각 지휘관을 모아주실 수 있겠습니까?”




베르겐의 갑작스러운 요청에도 불구하고, 기드 왕과 스린 왕, 쌍도까 하스 등은 자신들의 부하를 시켜, 다른 곳에 있는 지도자와 전사들을 큰 공터에 불러 모았다.


왕들의 요청이기에 고발드를 비롯한 각 지휘관이 하나, 둘씩 나타났다.


‘피칠갑 부족’의 라르르, 검은 황소 부족의 왕 그라우, 고목나무 부족의 오르텐 등등.


모두 이름 드높은 서라기아족의 용사들이었는데, 허나, 그러한 명성이 무색하게 다들 얼굴이 말이 아니었다.


수면 부족으로 충혈된 눈과 어두워진 안색, 몇몇 이들은 눈에 띌 정도로 뺨이 움푹 들어간 이들도 있었다.


이 모든 게 마지막 전투의 패배 탓이리라.


특히, 피칠갑 부족의 라르르와 고발드의 상태가 가장 최악이었다.


선봉을 맡은 피칠갑 부족은 서라기아 강대 부족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그 규모가 축소해버렸고, 고발드는 저번 전투에서 아버지의 유품인 장검을 빼앗긴 탓에 잠도 제대로 못 자는 실정이었다.


베르겐은 그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과거 자신만만한 태도는 사라져, 흡사 시들어버린 꽃처럼 보였다.


지도자들이 모이자 휘하의 전사들도 하나둘 모여, 개미 군집처럼 되었다.


대다수 굶주리고, 부상을 당한 터라 분위기는 당연히 좋지 못했다. 축축하고, 어두웠다.


“다들 모여줘서 고맙소.”


회의를 요청한 줄무늬뱀 부족의 기드 왕이 한가운데에 서며, 입을 열었다.


“내가 회의를 요청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앞으로 어찌할지 논의하기 위해서요. 비록, 지금 잠시 몸을 쉴 곳을 찾았다곤 하나, 한순간에 불과하오. 겨울이 다가오고 있고, 공화국은 힘을 비축하고 있소. 우린 지금 어찌해야 할지 정해야 하오.”


분위기는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분명, 기드 왕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긴 지금 앞으로 어찌할지 정해야 했다.


허나, 그와 별개로 전사들의 마음에는 그런 여유가 없었다. 단 1년 만에 패배자로 전락한 자신들의 신세에 그들은 미래를 생각할 의지도, 용기도 사라진 것이다.


생각 이상의 처참한 반응에 기드 왕은 저도 모르게 신음을 뱉었다. 이대로라면, 서라기아족의 파멸은 피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더욱 용기를 냈다.


“다들 지금 얼마나 고통받는지 알고 있소. 허나, 더욱더 그렇기에 우린 일어서야 하오.”


몇몇 이들이 반응을 보였지만, 말 그대로 몇몇일 뿐이었다. 모두 허공이나, 땅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고발드가 입을 열었다. 아버지의 장검을 빼앗긴 사건 탓에 그는 무척 예민해져 있었다. 하기야 그런 불명예스러운 일을 당했으니, 피해의식에 시달리는 것 역시 이상한 게 아니었다.


“바로, 본론으로 이야기하시지요. 줄무늬뱀 부족의 왕이여.”


“나 줄무늬뱀 부족의 왕 기드 묻겠소. 혹시, 그들 중 이대로 고향으로 돌아가 무슨 계획이 있는 자 이야기해주시오. 무엇이든 좋소.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전사 대 전사로 묻겠소.”


역시나 침묵이 대답으로 돌아왔다. 일개 전사부터, 전투 귀족, 귀족, 왕족까지 모두 입을 다물었다.


기드 왕은 혹여 뒤늦게 말이 나올까 싶어 느긋이 기다리다 마침내 입을 열었다.


“만약, 없다면 그의 말을 들어주시오. 나오게. 돌파자 베르겐!”


그 말과 동시에 모두의 시선이 베르겐에게 쏠렸다. 공기가 변했다. 모두 회의를 요청한 게 기드 왕이 아닌 베르겐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전사들 사이에서 웅성임이 퍼졌다. 기대하는 자, 궁금해하는 자 그리고 적대하는 자.


마지막 전투에서 이만한 전사들이 살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베르겐의 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공화국의 맹공에 꼼짝없이 분쇄되려던 찰나, 베르겐이 후방의 방어부대를 모두 이끌고 나와 적을 영격해 도망친 시간을 벌어 줬기 때문이었다.


베르겐은 놀랍게도 선두에 서서 적의 공격을 세 차례나 막아냈는데, 천재적인 검술과 지휘력으로 군대의 활로를 열었다.


물론, 소수의 공화국 군단병이 베르겐을 막아섰지만, 맹공을 펼쳐 억지로 빠져나왔는데, 그러한 활약 탓에 베르겐의 명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며, 존경과 함께, 시기와 질투를 받았다.


베르겐은 기드 왕의 옆자리로 나와 주변을 살폈다.


슈닐의 말대로 베르겐에게 우호적인 눈빛도 있었지만, 그 못지않게 적대적인 눈빛도 찾을 수 있었다. 하기야, 베르겐이 겁쟁이처럼 굴지 않고, 공격에 참여했다면, 오히려 이길 수 있을 거라는 소문까지 은근히 돌고 있는 실정이었으니.


베르겐은 문득 과거가 떠올랐다. 의도치 않게 주목을 받아, 타의에 의해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한 것을.


허나, 지금은 달랐다. 이것은.... 자신의 의지였다.


“해골머리 부족의 베르겐이라고 합니다. 모두에게 드리고 싶은 말이 있어, 기드 전하의 힘을 빌려 모두 모이라고 했습니다.”


착각이었을까? 한순간, 바람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적막이 내리깔렸다.


“혹시 몰라 다시 묻습니다. 여기서 고향으로 돌아가 어떠한 계획이 있으신 분 있습니까?”


질문은 아까 전과 같았다. 침묵이었다.


“그럼 이번에 다르게 질문하죠. 혹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신 분은 있습니까?”


몇몇 눈동자가 흔들렸다.


“참고로 먼저 말하자면, 전 가고 싶습니다. 어떠한 계획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닌, 그저 고향으로 돌아가 집에서 쉬고 싶기 때문이죠. 다들, 그런 생각 없습니까?”


그러자 일부가 동요를 보였다. 티 나지 않지만, 동의하는 것이었다. 대충 헤아려봐도 적잖은 수가 모두 고향으로 돌아가 쉬고 싶어했다.


베르겐은 미소지었다. 자신의 예상이 적중한 것 때문이 아닌,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이들이 있었기에.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집으로 돌아가 쉬고 싶습니다. 이 지긋지긋한 전쟁을 그만두고 말이죠. 허나, 저희는 그래선 안 됩니다.”


앞의 질문과 반대된 말에 모두의 표정이 굳어졌다. 저 젊은 전사가 뭐라 지껄이는 거란 말인가?


“이대로 고향으로 돌아간다면, 저희는 두 번 다시 모일 수 없습니다. 가족과 침대, 지붕이 우릴 놓아주질 않을 테니까요. 우린 싸워야 합니다.”


그러자 활화산이 요동치듯 웅성임이 여기저기서 일어났다. 특히, 고발드와 오르텐, 라르르, 그라우 등 베르겐을 못마땅해하는 지도자 진영을 중심으로 말이다.


하긴, 베르겐의 도움을 받았지만, 그 탓에 자신들의 권위가 땅바닥에 추락했다고 생각한 이들이었으니. 충분히 그럴만했다.


요동치는 분위기. 허나, 베르겐은 멈추지 않았다.


“우린 다시 싸워야 합니다. 그리고 공화국에 타격을 줘야 합니다. 그래야만, 이 겨울이 지났을 때, 우린 공화국에 굴복하지 않고, 다시 싸울 수 있습니다. 만약, 이대로 고향으로 돌아가 겨울이 지나길 바란다면, 우린 공화국의 침략에 저항하지 못하고, 그대로 무너지고 말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공화국에 타격을 줘, 우리 서라기아족이 무너지지 않았다는 것을 세상에 알려줘야 합니다.”


베르겐의 말을 끝으로 웅성임은 더욱 커져 소란이 되었다. 다친 자신의 다리를 보는 전사가 있는가 하면, 절망한 듯 머리를 싸맨 이도 있었다.


불가능한 일이라고 대화를 나누는 이들과 그때의 충격에 고통스러워하는 이들도 보였다.


분위기가 말 그대로 좋지 못했다. 그때, 누군가 입을 열었다. 베르겐과 같은 해골머리 부족 출신인 고발드였다.


“그 말은 즉, 이제부터 네가 지휘를 할 테니, 네 놈 말에 따르라는 건가?!”


모두의 시선이 고발드에게 꽂혔다. 허나, 그는 그런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입을 놀렸다. 창백한 안색과 다르게 핏발이 선 두 눈은 분노를 넘어 광기가 엿보였다.


“그러니까 네 말은 네가 이번 전쟁의 영웅이니, 네 말에 따르라는 것 아닌가?! 돌파자 베르겐! 허나, 우린 따를 생각이 없다. 전투라면 피하지 않겠지만, 그건.... 미친 짓이야. 이 상태로! 겨울에! 공화국과 싸우자니! 자살 행위와 다른 바 없어!”


비록. 흥분한 고발드의 모습을 좋게 봐줄 수 없었으나, 의외로 그의 의견에 동조하는 이들은 많았다.


맞는 말이었으니까. 이런 상태로, 겨울에, 그 공화국을 상대로 싸운다? 자살이나 다름없었다.


모두 그때의 패배가 각인되어 있었다.


“전 대장이 될 생각이 없습니다. 왕자님. 허나, 이대로 고향으로 돌아가면, 결국 우린 다 죽은 목숨입니다. 지금이라도 공화국에 타격을 줘야. 흩어진 다른 부족을 결집할 수 있습니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모두 흩어진 채 하나씩 죽습니다.”


“이대로 공화국과 싸워도 죽는 건 매한가지야.”


“정면 공격이 아닌, 기습이면 충분합니다. 작전만 잘 짜면, 기습만으로 상징적인 승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네 전사들만 데리고 가던가! 확실치도 않은 것에 내 전사를 걸 수 없다!...... 도대체 네놈이 뭐기에 우린 이끈다는 거냐!”


도대체 네놈이 뭐냐라....... 베르겐도 궁금했다. 자신이 어떤 존재일지.


“돌파자 베르겐, 장검의 베르겐........ 이 전쟁에서 제가 얻은 별명입니다. 포위된 군대를 이끌고 퇴로를 뚫고, 장검으로 백 명의 공화국 병사를 벴다고 말이죠.”


베르겐의 자랑에 고발드의 표정이 흉악하게 일그러지려 했으나, 바로 직전 베르겐이 고개를 저었다. 베르겐의 자신의 별명을 부정했다.


“하지만 이 별명은 제게 맞지 않습니다. 별명처럼 전 용감하지도, 대단한 존재도 아니니 말이죠. 전 여러분보다 뛰어나지 않습니다.”


갑작스러운 발언에 모두 침묵했다. 누구보다 많은 전공을 세운 그가, 자신의 공을 부정한 것이다. 스스로의 용맹함을 부정하는 전사라니....... 태양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지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일이었다.


“시리온이란 공화국 장군이 처음 쳐들어 왔을 때, 전 선봉 기병 부대에서 돌격했습니다. 허나, 적의 공격과 방어가 너무나 튼튼해 후퇴하자고 말했죠. 전 그저 살기 위해 전사들을 이끌고 도망친 것뿐입니다.”


웅성임은 사라지고, 어느새 모두 베르겐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있었다.


“공화국 병사를 백 명이나 벴다는 것 역시, 제 용맹과 검술을 과시하기 위해서가 아닌, 적들의 추적을 뿌리치기 위해 싸우다 보니 그리된 것입니다. 제가 여러분 보다 용감한 용사라 그런 게 아니라 이 말입니다. 난 살기 위해 싸웠을 뿐입니다.”


베르겐은 잠시 말을 멈추고 주변을 살펴봤다. 부담스러우면서도, 자랑스러웠던 별명의 진실을 까발리니, 아이러니하게도 개운했다. 점점 숨쉬기가 편했고, 혀도 유연해졌다.


난생처음이라 할 정도로 자유로워진 기분이었다.


“허나, 그런 제가 싸우자고 여러분께 호소하는 건, 이제 그 길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대로 우리가 고향으로 돌아간다면, 봄과 함께 파멸을 맞이할 겁니다. 말했다시피, 전 집으로 돌아가 쉬고 싶습니다. 그렇기에 우린 지금 이 순간 죽음을 각오하고 싸워야 합니다. 고향의 가족을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그때, 가장 앞에 앉아 있던 노전사가 자리에서 일어나 질문했다. 그는 수염을 양 갈래로 꼬았는데, 야위긴 했어도 두 눈에는 전사의 긍지를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그렇게 한다 해도. 다른 이들이 동조하지 않으면 헛수고이지 않소? 그대가 이끌고 공화국과 싸운다면 서라기아족을 다시 뭉치게 할 자신이 있는 거요?”


베르겐은 미소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제가 이끌지 않을 겁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전 그런 영웅이 아닙니다. 우리 서라기아족에게 용기를 주고, 다시 하나로 뭉치게 하기 위해..... 전 드루이드들에게 찾아가 도움을 청하려고 합니다. 함께, 침략자와 맞서 달라고!”


그러자 웅성임이 절정에 다다르렷다. 모두 드루이드의 존재와 그 위엄에 대해 알았으니, 그 오랜 세월 동안 중립을 유지하며, 정치에 개입하지 않은 강력하고 신성한 집단.


굶주림과 부상, 패배감에 젖은 전사들조차 놀랄만한 제안이었다. 물론, 놀란 것은 일반 전사뿐만이 아니었다. 고발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당장이라도 기절할 것처럼 지껄였다.


“네놈 따위가 그들을 데려오겠다고? 왕들조차 함부로 만날 수 없는 존재를...... 도대체 네가 뭐길래 그럴 수 있다는 거야. 베르겐!”


베르겐이 대답했다. 이미 결심을 마친 태도였다.


“왕자님..... 전 할 수 있어서 하려는 게 아닙니다. 해야만 하기에 하려는 겁니다.”


대답을 들은 고발드는 놀란 눈으로 베르겐을 봤다. 떨리는 두 눈동자가 그의 정신적 충격을 대변해 주었다. 할 수 있어서가 아닌, 해야만 한다니....


시장판처럼 소란이 가득했는데, 아까 전 질문 했던 노전사가 마치 전사들을 대변하듯 큰 소리로 답했다.


“만약... 그 말대로만 된다면, 다 죽어가는 이 늙어빠진 목숨, 그대에게 걸어보겠네.”


그 말을 기점으로 웅성임은 잦아들고 전사들이 하나둘씩 동의의 뜻을 밝혔다.


줄무늬뱀 부족의 전사.


긴 발톱 부족의 전사.


회색 마녀 부족의 여전사.


검은 황소 부족의 전사.


고목 나무 부족의 전사.


피칠갑 부족의 전사.


잘린 머리 부족의 전사.


도끼 부족의 전사.


해골 머리 부족의 전사 등등.


모두가 동의의 뜻을 내비쳤다. 베르겐은 고마움의 뜻으로 대답을 하려던 찰나, 누군가 끼어들어 베르겐의 이름을 외쳤다.


“베르겐!!!”


그러자 모두가 베르겐의 이름을 외쳤다.


“베르겐!”

“베르겐!”

“베르겐!”

“베르겐!”

“베르겐!”

“베르겐!”

“베르겐!”

“베르겐!”


작가의말

공모전에 응원해주신 독자분들께 정말 감사합니다.  부족한 절 좋게 평가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놀란까마귀 님 강과 먼지의 왕자를 읽고, 후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쪽지를 보내고 싶으나, 공모전인 관계로 보낼 수 없네요.


그리고 폴피리 님, Jy2315, yoon9298, ksy9411, 대설 님,wiseinvest,정키님, 데스커터님, lazybear27 , 독야청청님, 투투리 님, 수달수님, happylaw8 , 잼식D 님 께도 감사드립니다.

 

쪽지는 보냈지만, 작가의 말에 남긴 기억이 희미에 늦었지만, 지금이나마 인사드립니다.


‘뿌리내린 가지’ 가지는 이번 편으로 끝내고, 다음 주에는 새로운 파트로 찾아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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