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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커피 님의 서재입니다.

강과 먼지의 왕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노란커피
작품등록일 :
2016.09.24 16:04
최근연재일 :
2022.01.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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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08.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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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글자
10쪽

2-104. 맞서 싸우는 자 (1)

DUMMY

2-39. 맞서 싸우려는 자.




방크스 우즈리스는 꿈을 꿨다.

놀랍게도 본인 스스로 이것을 꿈이라고 자각했다. 허나, 무슨 의미가 있을까? 무력하기 그지없는데.

꿈속에는 시리온이 있었다. 공화국의 왕자라 불리는 오만한 젊은이가 말이다. 그는 방크스의 어깨에 손을 올린 다음 그대로 힘을 줬다. 어찌나 힘이 센지 방크스는 굴욕적이게도 그대로 무릎 꿇고 말았다. 남자로서의 자존심과 자부심이 꺾이고 만 것이다.


그 굴욕과 무력감이란......


허나, 더 굴욕적인 것은 꿈인 것을 앎에도 방크스는 감히 반항하지 못했다는 거였다. 그의 힘과 카리스마, 그 속을 알 수 없는 교활함에 짓눌려서 말이다.


그가 자신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아직도 그 말이 생생히 기억났다.


‘용서해드리겠소. 날 엿 먹이려고 했던 그 모든 짓을, 너그럽게 용서해드리겠소. 그러니 그대도 잘 선택해주시오. 내 친구가 될 건지. 적이 될 것인지..... 동의하시오.’


현실처럼 생생한 꿈. 방크스는 올려다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전혀 없었다. 그런 자신을 보며 시리온이 만족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 동의하시는군. 그럼 나 먼저 나가 볼 테니. 편할 때 알아서 떠나가시오.’


그 말과 함께 시리온은 어둠 속 저 너머로 사라졌다. 자신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고는.




“.....보, 여보, 여보!”


방크스가 눈을 떴다. 그 끔찍한 악몽에서 벗어난 것이다. 아내인 안토니아가 걱정스러운 듯 자신을 흔들며,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녀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이제 좀 괜찮으세요? 악몽이라도 꿨어요?”


그녀가 그리 말하며, 부드러운 손으로 남편 방크스의 이마를 닦아줬다. 식은땀이 잔뜩 맺혔는데, 가만 보니 잠자리 역시 땀으로 축축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방크스는 자신의 땀에 놀라며 대답했다.


“괘, 괜찮소..... 요즘 피곤해서 그런 것이오. 그렇소.”


큰 키와 풍성한 가슴, 구릿빛 피부와 은회색 머리카락을 가진 안토니아는 남편의 뻔한 거짓말을 믿지 않았지만, 남편을 알기에 짐짓 모른척하며 답했다. 지금 그가 얼마나 힘든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럼, 정신 차리시고, 아침 식사하러 오세요.”


“알겠소..... 곧 나갈 터이니, 먼저 나가보시오.”


안토니아는 방크스를 옆에서 도와주고 싶은 욕구를 애써 참으며 그의 말에 따라 밖으로 나갔다. 아내가 떠나자 방크스는 그제야 가슴에 쌓인 한숨을 제대로 토할 수 있었다.

정말 최악의 꿈이었다. 그때, 그 순간을 꿈으로 꾸다니.... 허나, 더 최악인 것은 꿈에서조차 방크스는 그 오만한 놈에게 반항하지 못했다는 거였다. 방크스는 그렇게 좌절감으로 오늘 하루를 시작했다.


‘무슨 계시인가?’


방크스는 노예가 가져온 세숫대야 앞으로 가 세수를 하기 시작했다. 차가운 물로 얼굴을 적시니 그나마 살 것 같았다. 한 열 번 쯤 씻었을 때, 세숫대야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봤다.

원래, 잘생긴 것과는 거리가 있는 얼굴이었지만, 지금 수면에 비친 얼굴은 기대 그 이상이었다. 눈 밑에 늘어난 다크서클, 살짝 들어간 뺨 탓에 꼭 아픈 환자처럼 보였다.


방크스는 저도 모르게 ‘후욱’ 한숨을 쉬고 말았다. 공화국의 정세, 원로원, 붉은방패, 장벽 심지어 조각난 땅 등 신경 쓸게 사방에 있었는데, 고민거리가 더 늘어난 것이다. 이런 꼴로 사람들 앞에 나섰다가 뒤에서 무슨 소리를 들을지 덜컥 겁났다. 가뜩이나 상황이 안 좋은데.....


그때, 아내가 다시 나타났다. 방크스가 도통 나오지 않아, 다시 부르러 온 것이었다.


“여보....”


“미안하오. 잠시 딴생각을 했소. 지금 가겠소. 수건.”


노예 하나가 방크스에게 수건을 건넸다. 방크스는 그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아침 식사 자리로 갔다. 아침 식사는 달걀과 우유를 섞어 구운 빵과 신선한 과일과 채소였다. 우즈리스 가문의 요리사인 보쵸가 근래 식사를 제대로 못 하는 방크스를 위해 특별히 가볍게 차린 것이다.


허나, 안타깝게도 오늘 꾼 악몽 탓인지 방크스는 이마저도 거북했다. 슬픈 일이었다. 원래 방크스는 대식가는 아니라도, 음식을 즐길 줄 알았는데. 붉은방패에 다녀온 후로 저주라도 받은 듯 입맛이 싹 사라졌다. 덕분에 음식도 먹는 둥 마는 둥. 이리도 수척해진 게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아내 안토니아가 말했다.


“조금이라도 드세요. 보쵸가 당신을 생각하며 만든 거예요. 구운 빵에 설탕도 넣었는데, 아주 맛있어요.”


방크스는 걱정하는 아내를 달래기 위해 억지로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아내의 말대로 식사는 아주 맛있었다. 달걀과 우유를 곁들여 구운 빵은 아주 고소하고 달콤했으며, 과일과 채소 역시 신전에서 기른 것답게 신선하게 이를 데 없었다. 그러나, 긴장감으로 속이 뒤틀린 방크스는 무엇 하나 즐겁게 먹지 못했다. 조금만 잘못 먹어도 속에 얹힐 거 같았다.


안토니아의 안색은 더욱 어두워졌다.


“아직도 속이 안 좋으세요?”


“미안하오. 속이 영 받아 주질.....”


안토니아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방크스에게 다가오더니 와락 그를 끌어안아 버렸다, 부드러운 아내의 품에 안긴 방크스는 이게 뭔 상황인가 싶었는데, 그때, 아내인 안토이아가 자비로운 여신처럼 따뜻하게 속삭였다.


“미안하시지 않으셔도 돼요. 당신이 늘 힘내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그러니 제 앞에서만큼은 무리하지 않으셔도 돼요.”


이미 아들이 셋이나 있는 방크스는 창피하게도 그대로 아내의 품에 안겨 어리광을 피울 뻔했다. 너무나도 아늑하고, 부드러워 말이다. 한순간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짓을 할 뻔한 게 너무나도 창피하고, 또 고마웠다.

사막의 오아시스와도 같았다. 돌아가신 아버지께서는 가문에 보탬이 안 된다고 안토니아를 못 마땅해하셨지만, 지금 방크스는 그 말을 정면으로 부정할 수 있었다. 아마, 지금의 아내가 없었다면 자신은 진즉에 무너지고 말았으리라.


짧지만, 깊은 위로를 받은 방크스는 아내의 팔뚝을 가볍게 두 번 두들겼다. 그러자, 아내가 팔을 풀곤 방크스를 쳐다보았다. 그녀가 햇살 같은 미소를 지었다.


“원하신다면 오늘 곁에서 보살펴드릴게요.”


인자한 어머니 같으면서도, 사랑스러운 여인의 모습에 방크스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아마, 저 웃음 때문에 그녀와 결혼한 것이리라.... 물론, 미인에 몸매가 좋은 것도 있었지만, 여하튼, 방크스는 꼬부라진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저 미소를 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힘을 내야 했다.


“괜찮소. 아들이 셋이나 있는 아버지인데, 내가 모범을 보여야 하지 않겠소?”


“셋 다 여기 없잖아요? 눈치 안 보셔도 될 거 같은데.”


안토니아가 유혹하듯 그리 말했다. 뭐, 확실히 그녀의 말이 맞았다. 장남은 가정을 꾸려 독립했으며, 둘째는 외가인 밀라누스 가문에서 경력을 쌓고 있었다. 막내 역시 나이가 차 현재 칼리지에 있었는데, 아내의 말대로 모두 집에 없기에 눈치를 볼 상대가 없었다.


방크스는 한순간 신혼 때가 떠올랐다. 창피하게도 그때처럼 심장이 뛰어댔다. 만약, 새로운 막내가 생기면 아들들이 자신을 어떻게 볼까?


방크스가 그리 생각하며, 아내의 옷을 젖히려다 이내 인내심을 발휘해 자신의 손을 붙잡았다. 아내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왜? 이제 제 몸이 질리신 건가요? 원한다면 당신 취향의 애들을-”


“-부인.”


방크스가 정색하자, 아내가 깔깔 웃으며 사과했다.


“이런, 죄송해요. 농담이었어요. 농담. 그래도 아까 전보다는 낫네요. 하지만, 정말 원하시면 오늘 제가 집에 있을게요.”


방크스가 고개를 저었다.


“고마운 제안이긴 하나, 사양하겠소. 힘들다고, 아내 치맛자락이나 붙잡은 나약한 남자로 보이긴 싫소.”


안토니아가 방크스의 얼굴을 양손으로 붙잡으며, 부드럽지만 강인한 어조로 말했다.


“당신은 나약하지 않아요.”


그녀의 두 눈은 마치 두 번 다시 그런 말 따위 하지 말라는 표정이었다. 방크스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알겠소.... 어쨌건, 괜히 집에 있을 필요 없소. 원로원 회의도 있고, 개인적인 용무도 있어서 말이오. 부인을 무엇을 하실 거요.”


“오전에 무정한 아들놈들에게 왜 편지가 없냐고 잔소리하는 편지를 보내고, 오후에 친구를 만날 생각이에요.”


방크스는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부인들이 친구를 만난다고 하면, 그저 노는 것에 불과했지만, 자신의 아내는 달랐다. 그 형태가 다르다뿐이지 그녀 역시 사업을 하였는데, 궤짝에 가득 쌓인 차용증이 그 증거였다.

금과 은으로 바뀔 차용증은 결코 아니었지만, 그것보다 더욱 강력한 용도로 쓸 수 있었다.


‘원로원직에서 잘리면, 아내가 날 먹여 살릴지도 모르겠군.’


아내 안토니아가 불현듯 떠올랐다는 듯 말했다.


“아, 여보. 괜찮으시다면 부탁 하나 해도 될까요?”


“부탁?”


“예, 뭐냐면-”


그때, 나이 든 노예가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나이가 들었음에도 어깨와 등이 꼿꼿한 그는 주인처럼 차분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주인님. 이른 시간에 죄송하지만, 손님이 오셨습니다.”


한창 아내와 대화를 나누던 방크스는 손님 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대답했다.


“손님?”


“예, 다이누스 라는 분입니다. 어찌할까요?”


다이누스. 방크스는 그를 알았다. 최초의 도시에서 나름 유명한 수탐꾼. 방크스가 말했다.


“들어오라고 해라. 부인, 잠시 자리 좀 비켜 줄 수 있겠소?”


작가의말

분량이 적어 정말 정말 죄송합니다. 일정이 꼬여 양이 다소 적게 되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일요일 잘 보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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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2-107.5 하룻고양이 (1) +15 20.09.27 1,024 67 16쪽
119 2-107. 맞서 싸우는 자 (4) +26 20.09.20 1,006 66 22쪽
118 2-106. 맞서 싸우는 자 (3) +16 20.09.13 937 72 16쪽
117 2-105. 맞서 싸우는 자 (2) +21 20.09.06 1,038 69 16쪽
» 2-104. 맞서 싸우는 자 (1) +18 20.08.30 1,006 53 10쪽
115 2-103. 탄원자 (3) +8 20.08.23 947 63 13쪽
114 2-102. 탄원자 (2) +3 20.08.16 1,013 55 17쪽
113 2-101. 탄원자 (1) +14 20.08.07 1,134 59 15쪽
112 2-100. 개와 쥐의 왕 (3) +36 20.07.31 1,107 73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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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2-98. 개와 쥐의 왕 (1) +15 20.07.17 1,076 7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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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2-95. 미운 오리 새끼 (2) +29 20.06.26 1,024 70 13쪽
106 2-94. 미운 오리 새끼 (1) +16 20.06.19 1,042 65 12쪽
105 2-93. 신의 후손 (3) +26 20.06.12 1,056 74 22쪽
104 2-92. 신의 후손 (2) +29 20.06.05 1,055 72 16쪽
103 2-91. 신의 후손 (1) +20 20.05.29 1,115 69 13쪽
102 2-90. 뿌리내린 가지(2) +19 20.05.22 1,081 75 17쪽
101 2-89. 뿌리내린 가지(1) +33 20.05.15 1,174 69 13쪽
100 2-88.6 시골 귀족(2) +35 20.05.08 1,152 78 29쪽
99 2-88.3 시골 귀족(1) +16 20.05.01 1,130 75 16쪽
98 시즌2-88. 바르무톤 아가씨(3) +17 20.04.24 1,089 63 18쪽
97 시즌2-87. 바르무톤 아가씨(2) +6 20.04.24 999 57 12쪽
96 시즌2-86. 바르무톤 아가씨(1) +22 20.04.17 1,205 80 17쪽
95 시즌2-85.8 퇴물(1) +23 20.04.10 1,141 77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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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시즌2-85.2 짐승의 여인(1) +18 20.03.27 1,190 69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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