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헤드윈 님의 서재입니다.

로마왕에서 나폴레옹이 되는 법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퓨전

헤드윈
작품등록일 :
2022.07.19 20:47
최근연재일 :
2022.10.29 22:04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9,560
추천수 :
300
글자수 :
314,421

작성
22.10.22 21:25
조회
119
추천
5
글자
12쪽

튈르리에서

DUMMY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이하여 오를레앙 왕실에서 기획한 파티가 한창 흥을 돋우기 시작했다.


음주와 음악, 춤, 사교 등 파티에 참석한 모든 이들이 자신들의 흥을 배가시킬 만한 일에 몰두하며 파티의 열기를 채워주었다.


그런 이들을 초조하게 바라보는 오스트리아의 대사, 안톤 아포니는 지금 죽을 맛이었다. 다름 아닌 자기 옆에 있는 금발의 미청년 하나 때문에.


훤칠한 키와 매력적인 얼굴로 남녀노소 모두의 시선을 한눈에 당기며 웃는 그를 보며 안톤은 한숨만 절로 나왔다.


그리고 그 모습은 청년의 눈에 쉽게 포착되었다.


“왜 그러십니까, 대사? 어디 불편하십니까?”


그의 물음에 안톤은 그의 면전에 ‘너 때문이잖아, 이 멀대 새끼야!’ 라고 욕을 퍼부어주고 싶었지만 엄연한 위계와 서열이 있어 그러지도 못하고 속앓이만 하였다.


그걸 아는지 모를 청년은 웃음을 짓더니 그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대사. 비록 제 사정이 있어서 대사에게 다소 불편하게 하였지만 이 일이 끝나면 대사에게도 섭섭지 않은 대접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절 좀 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예, 예. 그러지요, 각하.”


‘정확히 그 일이 무엇인지 걱정스러운 겁니다만..’


뒷일이 걱정스러운 나머지, 혹시나 지금이라도 그를 말려줄 그의 수행원들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안톤의 눈에 포착된 그들을 보고 절로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캬아! 이걸로 다섯 잔입니다! 더 걸 사람 없으시죠?”


“크하하! 이 독일 친구, 술 하나는 기가 막히게 마시는군. 삼백 프랑을 더 걸지!”


“좋소! 양의 속을 가득 채울 정도로 마셔주지!”


“저, 대위님. 다른 이들의 시선도 있으니 이쯤해서 그만두시는 게..”


“무슨 말이야, 크리스티안? 각하께서도 수고하셨다며 마음껏 즐기라고 하셨는데? 그러지 말고 너도 앉아서 같이 마시지. 판돈은 따야 할 거 아니야? 빨리 착석한다, 실시!”


“아니 그게...알겠습니다. 실시.”


명색이 제국의 군인이라는 것이 모시는 주인이 허락해주었다고 순진한 부하를 꼬셔서 도박이 곁 들린 술판을 벌이고 있으니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누가 저딴 놈을 대위라고 진급 시켜 주었나 의문이 들었다.


하는 수 없이 그가 직접 나서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안톤은 그 말을 속으로만 주워 삼키며 안톤은 그를 따라가려 했으나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Joyeux noël. 안톤 아포니 경. 파티는 잘 즐기고 계십니까?”


안톤이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프랑스의 외무장관, 빅토르 드 브로이 공작이 서 있었다.


안톤은 황급히 사교적 미소를 얼굴에 장착하고 그를 맞이하였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브로이 공작. 그간 잘 지내셨는지요?”


“하하, 보다시피 별문제 없습니다. 아포니 경은 잘 지내셨습니까?”


그의 말을 들은 아포니 경은 며칠 전부터 자신을 괴롭게 한 누군가를 떠올랐지만 곧바로 잊어버리고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


“저도 별일이 있겠습니까.”


“그러시다니 다행이군요. 안 그래도 곧 벨기에 문제에 대해 상의를 하게 될 텐데 건강하시다니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아직 소식을 못 들으셨군요. 불과 어제, 제라르 장군이 이끄는 저희 군이 네덜란드의 엔트워프 요새를 돌파해 점령하였다고 합니다. 이제야 벨기에 문제에 끝을 보게 될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그는 잠깐 말을 잊으며 이 놀라운 소식이 가져올 영향력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인상이 일그러질 뻔하였다.


‘쯧. 이렇게 되면 프랑스와 영국 놈들 뜻대로 움직이는 벨기에가 탄생하겠군. 네덜란드를 지지한 우리의 영향력은 축소되고 말이야.’


안 그래도 곳곳에서 빈체제에 대항하는 소동으로 독일 연방이 자잘한 마찰을 입고 있는 이 시기에 이런 소식은 소위, 자유주의자들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다.


비록 헝가리 문제로 재상의 정책이 아니꼽기도 한 안톤이었지만 제국과 황제에 충성한 이상, 체제가 흔들리는 것은 선호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 파티가 끝나는 대로 빈에 훈령을 받아 대응 방안을 논의해야 할 것 같다.


그 생각을 하다가 문득 뒤가 허전한 것을 느끼고는 뒤를 돌아보았다.


‘이런 제기랄.’


없다. 자신을 며칠 동안 애먹인 청년이 홀연히 사라진 것이었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그는 당황한 나머지 땀이 절로 났다.


그 모습을 브로이 공작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아포니 경?”


“예? 아 그게...일행이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헤어지게 되었더군요.”


“일행이 계셨습니까? 누구신데 그러십니까?”


“신경쓰실 일은 아닙니다. 이만 찾으러 가봐야겠습니다.”


“흠..그러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예?”


“혹시 저기 저 사람입니까? 새로운 얼굴이군요.”


브로이의 말에 안톤은 그가 가리킨 방향을 보았다. 그곳에 그가 찾던 사람이 당당한 자세와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근데 문제가 있었다.


“흠, 국왕 폐하를 알현하고 있군요. 근데 누굽니까?”


“..실례하겠습니다.”


안톤은 짧게 답하고는 빠른 걸음으로 국왕이 있는 자리로 발을 움직였다. 혹시 모를 외교적 결례를 방지해 자신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내 나이가 들어 귀가 어두워졌군. 다시 한번 말해주겠나?”


“이렇게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국왕 폐하. 라이히슈타트 공작, 나폴레옹 프랑수아 샤를 조제프 보나파르트라고 합니다.

(Ravi de vous rencontrer comme ça, Votre Majesté. Je m'appelle Napoléon François-Charles Joseph Bonaparte, Duc de reichstadt)”


내가 유창한 프랑스어로 다시 한번 소개하자 프랑스인의 왕, 루이 필리프는 뭐라 말해야 될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나를 향해 지어 보였다.


그것은 옆에서 내 소개를 듣던 왕비를 비롯한 왕실 식구들, 그리고 시종들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내 정체에 대한 말이 서서히 퍼져나가면서 많은 이들이 국왕이 있는 자리를 주시하였고 파티는 침묵에 빠지게 되었다.


본의 아니게 분위기를 망가뜨린 건 아닌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필요한 일이었다. 국왕에게는 잘 모르겠지만.


잠시 나를 조용히 쳐다보다가 그는 정신을 차렸는지 바로 웃으면서 나를 맞이하였다.


“이거야, 크리스마스 이브에 놀랄 만한 손님이 왔군. 안 그렇소, 대사?”


어느새 나를 따라온 안톤 아포니 대사는 국왕의 물음에 황망한 표정에서 억지로 웃음을 띄며 대답했다.


“하,하 죄송합니다, 폐하. 제가 이 자리에 있었어야 했는데 그만 다른 길로 샜군요.”


“별말씀을. 대사는 편히 있으시오. 그리고 공작, 이곳 파리에 온 것을 환영하오. 흠, 공작도 파리에 살았나?”


“..정확히 세 살 때까지는 살았다고 들었습니다. 기억할 수는 없지만요.”


그 말에 왕실 가족들과 주변 시종들은 불편한 기분이 드는지 절로 인상을 찌푸렸지만 국왕은 여전히 얼굴에 미소를 유지하였다.


“그렇다면 오랜만의 귀향이겠군.”


“실로 그렇습니다, 폐하.”


“Joyeux noël. 좋은 크리스마스 파티가 되길 바라오. 오스트리아의 황제께서는 평안하신가?”


“폐하께서 걱정해주신 덕분에 평안히 잘 계십니다.”


“다행이군. 그나저나 공작에 대한 소문은 들었지만 이렇게 품격 있는 청년일 줄은 오늘에야 알았구려. 그대의 프랑스어 실력도 들은 것 이상으로 유창하구만. 안 그렇소, 대사?”


“크흠, 그렇지요.”


왕의 칭찬에 좌중은 뜻밖의 광경이라 생각했는지 웅성거렸다. 멀리서 지켜보는 내각의 총리와 장관들도 함께 이 광경을 감상하고 있었다.


아마 속으로는 이 사건을 어떻게 유연하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이 깊겠지만 말이다. 내 알 바는 아니지.


난 웃으면서 그의 칭찬을 받아 들었다.


“폐하께서 저를 너무 좋게 봐주시는군요. 아직 부족하고 배워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칭찬은 감사히 받겠습니다.”


“별 것 아니오. 내가 너무 오래 잡았나 모르겠군. 이만 가봐도 좋소, 공작 그리고 대사.”


“감사합니다, 폐하. 그럼 공작 각하 이만 가시는 게...”


“사실 국왕 폐하께 청이 하나 있습니다.”


“...”


내가 그렇게 말하자 안톤 대사는 인상을 유지하는 데 실패했다. 내가 무엇을 하려는지 상당히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국왕은 궁금하다는 얼굴로 내게 물었다.


“무엇이오, 그 청이?”


“제가 아돌프 티에르 내무장관님이랑 만남을 가져야 할 일이 있는데 그분이 워낙 공사가 다망하신가 봅니다. 제가 만나러 갈 때만 되면 그분은 자리를 비웠더군요. 혹시 그분을 만날 수 있게 폐하께서 도와주실 수는 없으신지요?”


“이보세요! 듣자 하니 무례하네요, 공작! 이 사람은 모든 프랑스인의 국왕인데 일개 시종도 아니고 그런 부탁을 하다니요? 에티켓은 배우지 않은 것입니까?”


옆에서 듣고 있던 왕비, 부르봉 시칠리아의 마리 아멜리에가 얼굴을 붉히며 내 부탁에 분노를 표출했다.


그러자 국왕이 천천히 그녀를 말리기 시작했다.


“진정하시오, 마리.”


“하지만 폐하.”


“일단 무슨 사정인지 들어봅시다. 공작은 말하시오. 내게 그런 부탁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죄송합니다. 전 폐하를 하찮게 여긴 적이 없으며 이런 부탁을 드리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이런 부탁을 하는 이유는 그에게 항의할 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항의? 무엇에 대한 항의 말이오?”


“그건...”


“폐하께서 몸소 신경 쓰실 일은 아닙니다. 그리고 공작께서도 폐하께 무례한 부탁을 할 일도 아니지요.”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안경을 쓴 채 정장을 입은 티에르가 우리가 있는 자리로 와 왕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는 굳은 얼굴로 날 쳐다보며 말을 쏘아붙였다.


“공작께서는 참을성이 부족하신가 봅니다. 폐하의 파티에 난입해 파티를 망치려 하니 말입니다.”


그 말에 대부분이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눈살을 찌푸린 얼굴로 날 쳐다보았다. 그건 인정할 만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었다.


“그 부분에 대한 비판은 듣겠지만 어쩌겠습니까? 장관께서 내 부하이자 파르마-모데나 공국군의 장교를 무단으로 연행해 조사를 받게 해서 제 파티를 먼저 망치려 했으니 저라고 달리 수가 있었겠습니까?”


“그건..국가 안보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국가 안보요? 뭐, 그렇다 치죠. 근데 그 국가 안보를 즉석 영장에 증거도 없고 단지 어떤 이의 신고로만 처리할 수 있는 일입니까? 그것도 하필 내가 파리의 손님들을 모아놓은 중요한 날에 말입니까?”


내 말을 들은 국왕은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티에르를 쳐다보았고 그는 나를 노려보았다.


주변은 웅성거림을 멈추지 않았고 같이 있던 술트 총리와 장관들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국왕은 주변을 둘러보더니 조용히 말했다.


“여기서 논할 사안은 아닌 것 같군. 나중에 보지. 이만 물러가게.”


“국왕 폐하.”


“국왕 폐하.”


나와 티에르 두 사람의 인사를 받은 그는 왕비와 함께 참석자들에게 얼굴을 비추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괜한 의혹을 잠재우려는 목적도 함께 말이다.


그러나 이미 번진 이슈는 국왕을 향해 인사를 하는 이들의 마음 속에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파리에 공식적으로 첫 등장을 한 나에 대한 인상과 함께 말이다.


티에르의 침묵 섞인 분노를 받아야 했지만.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86 제트스
    작성일
    22.10.23 13:21
    No. 1

    레반트를 정복하고 3월 혁명이 시작되면 아버지의
    시신을 파리로 이장하는 이벤트 정도면
    프랑스 제2 제국의 황제가 될수있습니다.
    실제로 나폴레옹 3세도 이렇게 정권을 잡았죠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로마왕에서 나폴레옹이 되는 법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휴재 +3 22.10.17 121 0 -
공지 제목 변경 22.09.19 39 0 -
공지 추석 휴재 22.09.12 23 0 -
공지 내일 연재 22.08.08 30 0 -
공지 휴재 +1 22.08.03 45 0 -
공지 연재 시간은 오후 10시입니다.(변경됨) 22.07.21 139 0 -
45 자파의 하루 +3 22.10.29 143 5 15쪽
44 크리스마스 +2 22.10.27 110 2 17쪽
43 루이 필리프 +2 22.10.24 120 5 12쪽
» 튈르리에서 +1 22.10.22 120 5 12쪽
41 대면 22.10.22 86 4 13쪽
40 아마 있을 것이다. 22.10.22 94 3 13쪽
39 파티? +1 22.10.13 133 7 22쪽
38 상상과 현실 +1 22.10.10 139 7 13쪽
37 파리로 +3 22.10.08 162 6 14쪽
36 준비 +1 22.10.06 147 6 16쪽
35 로스차일드 +1 22.10.03 162 5 15쪽
34 즉위식 22.10.01 204 3 13쪽
33 무도회와 회동 +1 22.09.29 161 4 19쪽
32 새로운 분기점 +1 22.09.27 159 4 18쪽
31 청문회 22.09.24 163 4 14쪽
30 소환 22.09.22 153 5 16쪽
29 장악 +1 22.09.19 158 4 13쪽
28 모데나의 불꽃 22.09.17 149 4 15쪽
27 협박 22.09.15 142 3 14쪽
26 로마의 만남 22.09.13 148 5 16쪽
25 설득 22.09.11 158 5 15쪽
24 목적 22.09.08 179 5 14쪽
23 영향 22.09.05 164 6 14쪽
22 제안 +1 22.09.03 194 6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