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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윈 님의 서재입니다.

로마왕에서 나폴레옹이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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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윈
작품등록일 :
2022.07.19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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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9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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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4,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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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2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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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루이 필리프

DUMMY

파티가 재개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왕실 시종의 안내로 국무회의실에 들어서게 된 나는 먼저 온 선객을 보며 손을 흔들었다.


“먼저 오셨군요, 내무장관님.”


“..안타깝게도 저는 별로 반갑지 않습니다, 공작.”


‘애초에 시작한 게 누군데.’


파티에서의 말로 꽁해 있는 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었지만 난 꾹 참고 웃으면서 말했다.


“왜 그러십니까? 서로 하나씩 주고받은 것인데 공평한 것이죠. 그렇게 앉아 계실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만.”


“그전에 외국에서 오신 공작께서 프랑스의 안보를 관리하는 내무장관의 지시부터 따라주셨으면 더 편했을 텐데요.”


“그 내무장관께서 이상한 말로 절 궁지에 몰아넣으려고 하시니 저라고 달리 수가 있겠습니까?”


“그전에 여기를 오신 게 잘못일 수도 있지요.”


“..뭐라고요?”


내 물음에 티에르는 안경 너머의 무미건조한 눈빛으로 날 응시하며 말했다.


“왕정이 설립된 지 채 2년도 지나지 않았습니다. 봉기가 진압된 지 이제 반년이 지났지요. 이제야 안정을 찾아 민생을 안정시키려는 이 시기에 당신이 나타났습니다. 왜입니까?”


“말했잖습니까? 제 목적을.”


“설마 그게 다는 아니겠지요. 그러지 않고서야 정치적 적대 세력인 우리가 실권을 쥐고 있는 지금 파리에 나타날 이유로는 부족하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나한테 숨겨진 목적이 하나 더 있을 것이다?”


“공작의 말씀이지 제 말은 아니지요.”


티에르의 말대로면 내가 7월 왕정을 전복시키고 뒷공작을 벌여 보나파르트 왕조를 부활시키기 위해 파리를 찾아왔다는 말이 된다.


‘뭔 개소리야.’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인지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었지만 어처구니없는 추측이었다. 적어도 지금 상황에서는 그런 걸 꿈꿀 생각도 없고 그럴 여력도 되지 않았다.


티에르의 말처럼 왕정 자체가 아직 프랑스인들에게 신뢰를 받고 있고 안정세를 보이는데 국가 전복은 무슨.


나중에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내 세력을 결집 시키는 게 급한 상황. 그래서 기획한 레반트 정복 사업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 상황에서 티에르는 현실성 없는 오해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 게 아니라...”


“이런. 짐이 좀 늦게 왔나 보군. 두 사람이 먼저 시작하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내가 티에르의 말을 반박하려는 순간, 시종이 문을 열고는 루이 필리프 국왕이 회의장 안으로 들어왔다.


나와 티에르는 왕을 향해 예를 표했고 왕은 우리를 향해 인자해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노엘(크리스마스) 전날인데 이렇게 불러서 미안하게 됐소. 하지만 사안이 제법 민감하고 문제의 소지가 있는지라 두 사람을 이렇게 부를 수밖에 없었소. 이해하지요?”


“송구할 따름입니다, 폐하.”


“..저도 그렇습니다.”


그 말에 왕은 손뼉을 마주치며 말했다.


“좋소. 그럼 바로 시작합시다.”


그렇게 우리 세 사람은 로렌조의 구속에 대한 사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먼저 나와 티에르가 상황을 순차적으로 설명하는 것에서 시작했다.


왕은 우리 두 사람의 설명을 듣기만 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설명이 끝나고 그는 한동안 말없이 고민하는 기색만 엿보였다.


그의 말문이 다시 터진 것은 와인잔이 바닥을 드러낼 즈음이었다.


“이것 참, 문제가 꼬여버렸군. 내가 쉽게 풀어주도록 하지. 내무장관. 로렌조란 자를 풀어주도록 하시오.”


“..하지만 폐하. 아직 조사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잡혀간 지 며칠이 지났는데 그날에 대한 행적의 비밀을 파헤치지 못한 것은 이상 파헤칠 게 없다는 뜻밖에 더 되오?”


“..그건 그렇습니다만, 폐하. 좀 더 다른 각도에서 조사를 진행해보는 것이..”


“그걸 고집하다가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거 아닌가?”


“..송구합니다, 폐하.”


“그럼 이제 경찰서에 갇힌 그자를 풀어줘도 무방하겠소?”


왕의 물음에 티에르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도 자신이 한 일이 무리수가 가득하고 명분이 부족하다는 것을 계속 인지하고 있던 탓이었다.


그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대답했다.


“폐하의 명에 따르겠습니다. 내무부로 돌아가는 대로 석방 명령을 내리지요.”


“그럼 됐군. 수고해주시오, 장관. 이만 물러가도 좋소. 공작과 할 말이 좀 남나 있으니. 할 일을 하고 파티를 즐겨주었으면 좋겠소.”


“이만 물러가 보겠습니다.”


티에르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눈길을 한 번 주었다. 난 그 시선을 적당히 받아쳐주다 왕에게로 눈길을 돌렸고 티에르는 고개를 돌리고는 밖으로 나갔다.


왕은 내 잔에 와인을 더 따르더니 내게 말했다.


“티에르를 너무 탓하지는 말게나. 그도 자신의 의무와 국가에 충성하다 보니 저러는 것이니. 묵은 감정이 있다면 지금 풀었으면 좋겠군.”


“이해합니다, 폐하.”


물론 진심으로 이해한다기보다는 그냥 왕이 말하니 수긍하는 것이지만 말이다. 이 빚은 두고두고 기억할 것이다.


어떻게 할지는 이제부터 생각해봐야지.


지금은 다른 사안이 생겨난 것 같지만.


“저에게 할 말이라도 있으신지요?”


내 물음에 왕은 잔을 천천히 내려놓더니 얼굴을 굳혔다.


“있긴 하지. 공작은 이번 6월에 일어난 봉기 외에 방데에서 일어난 반란 사건에 대해 얼마나 아는가?”


‘방데? 봉기?’


그의 입에서 처음 듣는 사건이 튀어나오려고 하자 내 머릿속은 혹시 모를 그에 대한 기억을 찾기 위해 어지럽혀졌다.


그렇게 했음에도 딱히 생각나는 바가 없자 난 왕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제가 그때, 병중에 있었던지라 제 병마 외에는 신경을 쓸 틈이 없더군요. 외람되지만 그게 무슨 일인지 알려주실 수 있으십니까?”


다행히 내 변명을 믿은 국왕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후우, 내가 미처 자네 사정을 살피지 못하고 질문을 던졌군. 그럼 처음부터 알려주겠네.”


그리고 그가 말하는 방데 봉기는 이러하였다.


7월 혁명으로 샤를 10세가 퇴위를 당하고 부르봉 왕가가 망명하고 법통주의자 세력이 위축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프랑스 내에서 무시하지 못할 세력을 자랑해 7월 왕정의 골칫거리로 남아있었다.


그렇게 법통주의자들이 시간을 죽이며 때를 기다리던 1832년 6월에 샤를 10세의 며느리이자 왕위 계승자인 앙리의 어머니인 베리 공작부인, 양시칠리아의 마리 카롤린이 방데 지역에서 왕당파 군대를 모아 반란을 일으켰다.


이것이 방데에서 정부를 상대로 일어난 다섯 번째 봉기라고 한다.


그렇게 방데 지역에서 베리 공작부인이 군대를 모은 것까지는 좋았으나 정부는 신속하게 봉기에 대응하였다.


정부는 4만 5천에 달하는 군대를 방데 지역으로 파견해 봉기를 진압하려고 했다. 그에 맞서는 왕당파 군대는 겨우 수천을 채우는 지경이었고 그마저도 훈련도와 사기는 최악이었다.


몇 번의 패배를 겪고 모종의 사건으로 베리 공작부인이 이끌던 군대는 흩어졌고 그녀는 농부로 위장해 낭트로 도망쳤다.


그러나 정부군과 결탁한 내부의 배신으로 11월에 베리 공작부인은 정부군에 붙잡히게 되어 몇 개월을 이끌었던 방데 전쟁은 허무하게 막을 내리게 된다.


그렇게 봉기를 진압하였지만 정부는 베리 공작부인의 처우를 두고 난감함을 감출 수 없었다.


“왜입니까? 프랑스의 법으로 처리하면 되지 않습니까?”


“그게..간단하지 않네.”


왕의 말로는 그녀가 양시칠리아 왕국의 선왕, 프란치스코 1세의 딸이라는 점과 그녀가 누군가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왕이 신경쓰는 점은 따로 있었다.


“그 아이는 왕비의 조카일세. 처조카란 말이지. 비록 그 아이가 잘못을 저지르기는 했지만 왕비를 생각해서 너무 가혹한 벌은 내리고 싶지 않아.


하지만 공적으로는 반란의 대가를 치러야 하네. 이러니 내 고민이 어찌 깊어지지 않겠나.”


“..그렇군요.”


확실히 아내의 조카라면 남남도 아니고 안면도 있는 데다 친분도 확실한 이일 텐데 나 같아도 봐주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공적으로는 군주이니 반역자를 쉽게 봐줄 수는 없겠고. 그의 입장에서참 난감한 일이겠지.


그런데 말이다.


“다 좋은데 그 얘기를 왜 저에게 하십니까?”


“..난 그 아이에 대한..모든 일이 마무리되는 대로 추방형을 내릴 것이네. 죽일 수는 없으니.”


“..”


“하지만 홀몸으로 어디를 가겠나? 안 그래도 그 아이에 대한 추문으로 부르봉 가문과 왕당파들도 그녀에게 등을 돌린 상황이야. 누군가 나서주지 않는 한 쉽게 그녀를 받아주지 않을 걸세.”


이제야 그가 말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그러니 저더러 베리 공작부인의 안전한 망명을 도와달라는 말입니까?”


“자네는 오스트리아 황족이자 황제와 각별한 사이라고 들었네. 황제 정도면 그 아이가 새 보금자리를 찾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야.”


“그래서 제가 할아버님을 설득해 달라는 말이군요.”


“더불어 안전한 호송도 부탁해 주었으면 좋겠군. 그 아이와 새롭게 태어날 아기를 위해서도 말이야.”


“..아이의 아버지는 못 도와준답니까? 아니면 친정인 양시칠리아 왕국이라도요?”


“..그 한량 같은 놈은 별로 믿음이 가지 않는군. 결혼이야 모르겠지만 정착을 그놈이 도와줄 능력이 되는지는 모르겠네. 그리고 그녀의 친정으로 가봤자 무슨 좋은 꼴을 보겠나? 기껏해야 사생아를 임신해 제 아들의 복위를 말아먹은 실패자 공주라는 소리밖에 더 듣겠나?”


“..합스부르크도 보수적인 건 마찬가지입니다만.”


“그래도 남의 일이니 크게 신경 쓰지는 않겠지. 그러니 부탁하지. 어떻게 안 되겠나?”


그의 간곡한 물음에 난 잠시 말을 멈추고 생각을 해보았다. 어차피 모병과 기부를 위해 프랑스에 몇 달 정도는 체류해야 한다.


그때쯤이면 베리 공작부인과 왕당파에 대한 처벌도 마무리될 시점이겠지. 호송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할아버지를 설득하는 일도 샤를 10세를 비롯한 부르봉 왕가의 망명을 허락해 그들이 괴르츠에 정착하는 걸 도운 이상, 그녀의 망명도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는 내가 뭘 얻냐는 것인데.’


“제가 이 일을 맡는다면 폐하께서는 제게 무엇을 주실 수 있으십니까?”내 반쯤 넘어온 듯한 어조에 왕은 눈을 반짝이더니 바로 대답했다.


“자네가 행하고 있는 캠페인에 대해 왕실 차원으로 독려를 해주지. 두 달 동안 자네가 이루고자 하는 목적에 대해 왕실 차원으로 전국에 자네의 캠페인에 대해 들을 수 있도록 말이야.”


“그리고 제 작은 부탁 하나만 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내 제안에 왕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반문했다.


“무슨 부탁 말인가? 지금도 공평한 거래라 생각하는데?”


“폐하께서는 제게 공작부인의 안전한 호송과 망명을 부탁하셨습니다. 두 가지 부탁이지요. 그러니 폐하께서도 저에게 두 가지 부탁을 들어드려야 되지 않겠습니까?”


“..이상하게 설득력이 있군. 좋네, 말해보게. 무슨 부탁인가?”


“..별로 어려운 부탁은 아닙니다만, 지금 말고 나중에 얘기해도 될지요?”


“..가기 전에는 얘기하게.”


“그럴 것입니다.”


“그럼 그렇게 하고, 거래를 하는 건가?”


왕이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자 난 손을 뻗어 그의 손을 바로 붙잡았다.


“성사됐습니다.”


“약속은 지켜줬으면 좋겠군.”


“그럴 것입니다. 폐하께서 그러실 것처럼요.”


“하하, 좋네! 그럼 파티를 마저 즐기러 갈 텐가?”


“그러지요.”


난 실없이 웃는 그와 함께 다시 파티장으로 나섰다.


그리고 다음날, 똑같은 파티에서 수많은 이들이 보는 동안, 왕은 자신의 약속을 바로 이행하였다. 왕실 차원의 예루살렘 캠페인 지지를 선언하면서 말이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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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이 필리프 +2 22.10.24 120 5 12쪽
42 튈르리에서 +1 22.10.22 119 5 12쪽
41 대면 22.10.22 86 4 13쪽
40 아마 있을 것이다. 22.10.22 93 3 13쪽
39 파티? +1 22.10.13 132 7 22쪽
38 상상과 현실 +1 22.10.10 138 7 13쪽
37 파리로 +3 22.10.08 162 6 14쪽
36 준비 +1 22.10.06 147 6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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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즉위식 22.10.01 203 3 13쪽
33 무도회와 회동 +1 22.09.29 160 4 19쪽
32 새로운 분기점 +1 22.09.27 159 4 18쪽
31 청문회 22.09.24 162 4 14쪽
30 소환 22.09.22 152 5 16쪽
29 장악 +1 22.09.19 158 4 13쪽
28 모데나의 불꽃 22.09.17 149 4 15쪽
27 협박 22.09.15 142 3 14쪽
26 로마의 만남 22.09.13 148 5 16쪽
25 설득 22.09.11 157 5 15쪽
24 목적 22.09.08 178 5 14쪽
23 영향 22.09.05 163 6 14쪽
22 제안 +1 22.09.03 193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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