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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윈 님의 서재입니다.

로마왕에서 나폴레옹이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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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윈
작품등록일 :
2022.07.19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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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22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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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아마 있을 것이다.

DUMMY

남송 초기, 금나라가 송나라를 유린하던 시기에 송에는 악비라는 걸출한 장군이 있었다. 그는 뛰어난 전술과 지략으로 송나라를 침략한 금나라군을 여러 차례 물리치며 명성을 드높였다.


그렇게 왕성하게 활동한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황제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에게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화근이 되었다.


모종의 이유로 권신, 진회가 황제의 명으로 악비를 소환해 투옥한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악비는 감옥에서 살해당했고 전우의 죽음에 한세충은 급하게 달려와 진회에게 악비의 죄목이 무엇이냐며 따졌다.


그때 진회가 말한 세 마디, 막수유(莫須有). 죄가 아마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이었다.


그 말에 한세충은 그 세 글자로 천하를 어떻게 납득시킬거냐며 분노와 탄식을 내뱉었다고 한다.


난 지금 그 한세충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런 식으로 어이 없고 같잖은 말을 들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난 뒤쪽에서 느껴지는 파티 참석자들의 시선을 애써 무시하며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티에르가 로렌조를 체포하려는 목적을 확실히 깨달았으니 말이다.


“내무장관께서 내 파티를 망칠 목적으로 이딴 짓이나 저지르는 건 아니겠지요?”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군요. 내무장관으로서 혹시 생길지도 모를 위협 요소를 파악하려고 하는 것뿐입니다.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서 말이죠.”


“죄가 있을지도 몰라서 잡아가겠다는 것이 프랑스의 법이라는 말입니까? 말 같지도 않은 소리는 집어치우시죠.”


“잡아가다니요. 지나친 비약이십니다. 그저 잠시 연행해 몇 가지 조사만 받으면 풀려날 일입니다. 그러니 물러나시죠.”


“못 물러나면? 나도 잡아가겠다는 소린가?”


“상황을 어렵게 만들지 마시죠.”


못 잡아가겠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정말 그랬다가는 아무리 내무장관이라도 나폴레옹의 아들을 명분 없이 체포했다는 역풍을 맞을 테니까.


애초에 나의 첫 파티를 망쳐 프랑스에서의 사교 활동을 막아버리는 게 그의 목적이었으니 그런 무리수를 둘 생각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난 좀 더 세게 나오기로 했다.


“당장 내 부하를 풀어주시죠, 아돌프 티에르 내무장관. 내 부하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확실한 증거와 신고자의 증언의 객관성을 입증하기 전까지는 오지 마시고요.”


“..정말 이렇게 나오시겠습니까?”


“왜요? 아예 당신 엉덩이도 차줄까요?”


난 다른 사람들도 들을 수 있게 크게 말했고 그걸 들은 참석자들은 갑작스러운 사태에 온 긴장이 풀려 웃음을 머금었다.


티에르는 자신을 향한 모욕 섞인 말에 얼굴을 붉혔다.


“지금 절 모욕하고 협박하시는 것입니까? 안 되겠군요. 경감, 당장 이 자를 경찰청으로 연행하시오.”


“네? 네! 끌고 가라!”


열이 오른 티에르의 명령에 경찰들은 즉시 로렌조를 거칠게 끌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잠깐!”


내가 끼어들어 멈춰야 했지만 말이다. 내 외침에 경감은 움직임을 멈췄고 참석자들은 흥미진진한 얼굴로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


티에르는 눈살을 찌푸리며 내게 물었다.


“또 무엇입니까? 자꾸 이런 식으로 방해한다면..”


“잠깐 기다리라니까. 그에게 줄 것이 있어서 그러니.”


난 그들을 멈추게 한 후, 하인에게 와인 한 병을 가져오게 시켰다. 얼굴을 보니 잡아갈 결심을 굳힌 것 같았다.


마음을 돌리지 못하는 이상, 하루 종일 고생한 부하에게 작은 보답이라도 하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모두의 눈길 속에 하인은 주춤거리며 내가 가져오라 시킨 와인이 담긴 잔을 내게 건네주고는 바로 옆으로 사라졌다.


난 그 와인을 로렌조에게 건네주려다 황당한 얼굴을 한 경관의 제지를 받았다. 티에르 또한 어처구니없다는 얼굴로 날 쳐다보았다.


“지금 뭐하는 짓입니까? 곧 감옥에 들어갈 사람한테 술을 건네다니요? 제정신입니까?”

그 말에 난 오히려 더 세게 나갔다.


“하! 즐겁게 파티 중인 이 시간에 갑자기 나타나서는 죄가 있을지도 모르니 잡아가겠다는 말도 안 되는 트집을 부려서 잡혀가는 부하한테 따뜻한 와인도 못 줍니까? 사람이 왜 그런 겁니까?”


“하...그래, 마음대로 하십시오.”


“..진작 그럴 것이지..”


“뭐라고 하셨습니까?”


“네? 무슨 말입니까?”


“...”


티에르는 못마땅한 얼굴로 날 보다가 경관에게 옆으로 비키라는 손짓을 했다. 길이 트이자 난 빠르게 걸어가 로렌조에게 잔을 주었다.


“한잔하게. 오늘 고생만 많이 했잖나?”


“..감사합니다.”


그는 묵묵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 후, 와인을 원샷하였다. 마시는 폼을 보니 술이 댕기긴 했던 모양이었다.


“몸조심하고 잘 있어. 곧 꺼내줄 테니.”


“기다리겠습니다, 각하.”


작별 인사가 끝난 것을 확인한 티에르와 경관들은 로렌조를 연행해 사라졌다.


난 그들의 등을 잠깐 바라보다가 발길을 돌렸다. 로렌조를 석방시키겠다는 다짐과 이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해주겠다는 생각을 반복하면서 말이다.



“후우, 별로 좋지 않은 광경을 보여드렸군요. 저택의 주인으로서 사과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로렌조가 연행되고 소동이 가라앉은 후, 난 식사를 위해 시종들에게 음식을 내오라고 시킨 뒤, 음식을 기다리는 손님들에게 아까 전, 사태에 대한 사과의 말을 올렸다.


나도 그렇지만 그들로서도 이런 일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사실은 그들의 표정을 통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난 그들에게 손수 딴 샴페인을 따라주며 말했다.


“여기 사죄의 술을 따르니 여러분들이 너그러운 마음으로 헤아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연신 사과의 말을 그들에게 건네자 그들은 아직도 의문에 찬 표정이었지만 그것을 억누르고는 웃으면서 내 술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공짜 술은 피하면 안 되는 법이지!”


술 그 자체를 반가워하는 우디노를 지나 난 마리우스와 코제트가 앉아 있는 곳으로 다가와 그들의 잔에 샴페인을 따랐다.


내 정체에 대한 얘기를 듣고 혼란스러워하는 그들은 날 보더니 움찔하며 놀란 모습을 보였다.


“어..어? 프란츠..아니 황태자...”


“그냥 전처럼 프란츠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그리고 지금은 공작입니다, 황태자는 아니고요.”


“하하...죄송합니다. 너무 놀라서 그만. 생각지도 못한 사람을 생각지도 못한 순간과 방식으로 만나서 그랬습니다.”


“마리우스만큼 저도 놀랐어요. 설마 귀한 분을 길거리에서 만나게 될 줄은...”


“하하하, 술 한잔하시고 놀란 마음을 달래시죠. 다른 얘기는 나중에 풀도록 하고요.”


그렇게 모든 사람에게 술을 따라준 후, 자리에 앉자 시종들이 준비한 음식을 들고 식탁에 차리기 시작했다.


프랑스식 정찬 코스 요리로 준비해 온 요리들이었다.


배고픔에 가득 찬 사람들이 식욕으로 물든 눈을 하며 음식들을 응시하자 절로 웃음이 나왔다.


“부족하지만 정성껏 차렸으니 많이들 드십시오. bon appétit!”


그렇게 한밤의 만찬이 시작되었다. 에피타이저를 시작으로 속속 요리들이 식탁에 놓여 식탁 위는 금방 음식들로 가득 차게 되었다.


사람들은 냄새와 맛의 향연을 즐기며 먹고 마시며 서로 떠들어댔다. 시간이 서서히 지나며 모두의 식사가 얼추 마무리되는 분위기를 풍기자 난 궁금증과 함께 준비해 둔 말을 천천히 꺼내었다.


“여러분이 식사를 즐기시니 제 마음도 조금은 편안하군요.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계속 마음에 걸려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혹시 아까 전의 일을 말하는 것입니까?”


그루시가 묻자 사람들의 시선이 나를 향하게 되었다. 난 그 부담스러움을 억누르고 입을 열었다.


“원수의 말대로입니다. 비록 제 부하가 이탈리아에서 불미스러운 일에 가담한 경력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과거이고 지금은 제 부하이자 파르마-모데나 공국군의 장교로 복무하고 있는데 어떠한 증거도 없이 이런 식으로 잡아가 조사를 한다는 게 말이 되는지 의문입니다.


여러분들은 혹시 아십니까?”


그 말에 주변은 웅성거렸고 그중 한 명인 이시도르 엑셀망이 나에게 물었다.


“티에르 그자가 정확히 뭐라고 했습니까?”


“오스트리아 대사관에서 정보를 받고 신고를 접수했다고 조사를 하겠다 하더군요. 영장도 그 자리에서 만들어주고 말입니다. 황당하더군요.”


“정말 아무런 증거도 내밀지 않았답니까? 참 이상하군요. 티에르 그자도 변호사인데 그런 무리수가 많은 수사에 직접 개입했다는 것이 말입니다.”


“이 파티 자체가 목적일 수도 있지요.”


“그게 무슨 말이오, 구르고?”


모두의 시선을 받으며 가스파르 구르고가 자리에서 일어나 말하기 시작했다.


“여기 계신 나폴레옹의 적자이자 프랑스의 전 황태자였던 분께서 병마를 딛고 일어나 프랑스로 돌아오셨습니다. 그리고 파티를 열어 파리의 명사들을 초대했습니다. 티에르를 비롯한 정부는 국가전복의 위협으로 느꼈을 것입니다.


자신들의 정권을 찬탈하기 위한다는 이유로 말이지요. 아마 그래서 그런 일을 벌였을 것입니다. 각하께서 파리에 영향력을 넓히지 못하게 제동을 걸기 위해서.”


구르고의 논리정연한 설명에 사람들은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막연하게 짐작한 바를 정확히 집어주니 나도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짜증이 확 치밀어 올랐다. 그런 이유로 내가 심혈을 기울인 파티를 망치려 했고 부하를 잡아가 나에게 엿을 먹였다는 사실에 말이다.


“자,잠깐만요. 명색이 내무부 장관이고 변호사라는 사람이 그래도 되는 겁니까? 총리나 다른 부처 장관들이 제지하지 않을까요?”


마리우스가 황당하다는 기색을 역력히 표현하며 말하자 그의 말을 들은 나이 지긋한 장군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현 내각과 정부의 사정을 아는 이들은 그의 말이 현실성 없게 들렸나 보다. 그중, 그루시가 웃으면서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하하하, 이보게 자네 이름이 무엇인가?”


“..마리우스 퐁메르시라고 합니다.”


“흠, 그래 마리우스 군. 현 내각이란 사람들은 전부 7월 혁명의 동지들이자 왕정의 시작부터 함께 해온 인사들이야. 티에르도 그중에 하나이고.


자기들끼리 다툴 때가 있더라도 자신들이 세운 작품에 흠집이라도 나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자들이 바로 그들이지. 그런 녀석들이 정부와 의회를 쥐고 있으니 제아무리 티에르가 이런 식으로 나선다 해도 목적이 같은 데다 국왕이 신임하는 인사이니 별다른 제지는 없을 것이야.”


“그런...”


“그리고 총리는 말일세. 술트라고 아주 수완 좋은 아첨꾼이라네. 우디노 자네도 잘 알지?”


“큭큭, 알다마다. 그 인간 지휘 실력은 몰라도 혓바닥 하나는 뱀보다 더 타고난 인간 아니오? 줄 타는 솜씨도 기가 막히고.”


“맞지. 그런 인간이 총리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얼마나 웃어댔던지. 그러니 이런 사소한 일로 제지 같은 건 할 리가 없지. 포기하게, 청년.”


그 말에 마리우스는 입술을 꽉 다물었다. 그의 정의감 있는 성격이 이 부당함을 쉽게 떨쳐낼 수 없는 모양이다.


그루시는 그런 청년을 보더니 긴가민가한 표정으로 물었다.


“자네 이름이 퐁메르시라고 했나? 왠지 귀에 익은 것 같군. 어디서 들었지?”“아, 그럼 아마 제 아버지를 통해서 들으셨을 것입니다. 아버지가 워털루에 종군하셨습니다.”


“음? 정말인가? 자네 부친 이름이 무엇인데?”


그의 물음에 워털루 참전자들이 눈을 번뜩였고 마리우스는 갑자기 자신에게 모여지는 시선에 헛기침을 하였다.


“큼, 제 부친의 성함은 조르주 퐁메르시라고 합니다. 워털루 전투 당시, 흉갑 기병대 중대장이셨다가 적의 군기를 빼앗아 훈장과 함께 남작 작위를 받은 분이십니다. 새 왕정에서는 인정치 않았지만 말입니다.”


그 말을 들은 몇 명의 참전자들의 입에서 ‘아’ 하고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중, 구르고가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그 친구라면 뒤부와 여단의 흉갑 기병 중대장이었던 사람 아닌가? 뤼네부르크 대대의 군기를 직접 빼앗아 와서 승진한 대령. 자네가 그 친구 아들이라고?”


“네. 그렇습니다.”


“허허, 이런 인연이 있나? 만나서 반갑네, 마리우스. 자네 부친은 요즘 어떠신가?”


“..제 아버지는 몇 년 전에 병마로 돌아가셨습니다.”


“...크흠, 그것 참 안됐군.”


그 말에 구르고는 무안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거렸다. 무언가 우울한 기운이 파티를 맴돌 찰나, 그루시가 긴가민가한 표정으로 혼잣말을 했다.


“허, 그런 훌륭한 기병이 있었단 말인가? 근데 왜 난 기억이 안 나지?”


“그야 당신이 엄한 곳에서 허송세월을 보냈으니 그런 거 아니오?”


그 말에 그루시는 우디노를 노려보며 입을 다물었다. 그의 말에 분노한 것도 있지만 자기 치부라서 할 말이 없었던 탓이었다. 덕분에 파티 분위기는 좀 살아나서 다행이었다. 그에게는 안됐지만.


“크흠, 그나저나 이 파티에는 어떻게 오게 되었나? 자네 옆에 있는 아름다운 마드모아젤과 함께 말이야.”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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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 있을 것이다. 22.10.22 94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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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상상과 현실 +1 22.10.10 139 7 13쪽
37 파리로 +3 22.10.08 162 6 14쪽
36 준비 +1 22.10.06 147 6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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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무도회와 회동 +1 22.09.29 161 4 19쪽
32 새로운 분기점 +1 22.09.27 159 4 18쪽
31 청문회 22.09.24 163 4 14쪽
30 소환 22.09.22 153 5 16쪽
29 장악 +1 22.09.19 158 4 13쪽
28 모데나의 불꽃 22.09.17 149 4 15쪽
27 협박 22.09.15 142 3 14쪽
26 로마의 만남 22.09.13 148 5 16쪽
25 설득 22.09.11 158 5 15쪽
24 목적 22.09.08 179 5 14쪽
23 영향 22.09.05 164 6 14쪽
22 제안 +1 22.09.03 193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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