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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윈 님의 서재입니다.

로마왕에서 나폴레옹이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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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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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19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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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9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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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10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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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상상과 현실

DUMMY

내가 디르크의 방법대로 일을 시작한 이후부터 저택은 시끌벅적해졌다.


파리의 유명 인사들을 불러 모을 파티를 준비하기 위해 하인과 하녀들을 고용하고 파티에 필요한 식량과 물품을 들여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파티에 초대할 사람들을 부를 초대장을 붙이고 저택을 파티장으로 장식하여야 했기 때문에 모두가 바빠졌다.


그리고 파티만을 기획하는 것도 아니었다. 다르게 시켜야 할 일도 있었다.


“가서 교회와 빈민 구호소를 돌며 나눠줄 빵과 비누를 매입해야 하네. 할 수 있겠나?”


“대학을 다닐 때, 프랑스어를 교양으로 배웠으니 아마 될 것입니다. 갔다 오지요.”


“대학에서 참 많이도 배웠군. 어쩼든 부탁하네.”


크리스티안에게 빈민들에게 나눠줄 식량과 물품을 매입하라고 시킨 후, 난 옆에 서 있던 로렌조에게 한 장이 종이를 주며 말했다.


“파리에 있는 인쇄소를 찾아가 이 광고지를 될 수 있는 한 많이 인쇄해 오도록 하게. 필요하면 일꾼을 써도 되고.”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만. 이걸로 사람들이 과연 관심을 가지겠습니까? 그리고 지금 벌이는 일들로 비용이 많이 들 텐데 괜찮겠습니까?”


로렌조의 걱정 대로 확실히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었다. 파티에 구호 활동, 그리고 광고 활동까지. 원래 내가 가진 재산으로는 어림도 없던 일이었겠지.


하지만 지금은 상관없다.


“로스차일드 나폴리 지점이 아니었다면 진작 파산했을 걸세. 카를과 다른 자본가들이 합류하고 기부금을 엄청나게 받은 덕에 돈 걱정할 일은 당분간 없을 걸세. 그래도 아끼면 좋지만.


그리고 이 종이가 모든 걸 해결해 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네. 단지 이것은 시작 단계에 불과하지. 이 종이를 받은 이들에게서 소문이 점점 퍼질 테니 우리는 그 소문을 따라온 이들을 잘 영입하면 되는 거야. 밑져야 본전이네.”


내 설명을 들은 로렌조는 수긍하고는 인쇄소를 찾아 밖으로 나섰다.


디르크는 파티에 필요한 모든 것을 진두지휘하며 감독하는 중이었다.


초대를 받고 파티에 참석한 이들에게 지나가는 식으로 예루살렘과 레반트에 대한 계획을 필요한 만큼만 흘릴 것이다.


그들 중 몇 명은 이 계획에 흥미를 가지게 되겠지. 그들이 누구든 간에 필요한 곳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할 것이다.


재정적으로, 혹은 군사적으로 말이다.


이때는 내가 가진 이름과 여러 명사들이 기부한 금액, 투자자들의 이름이 적절하게 쓰일 것 같았다.


위에는 이런 식으로 가면 될 것 같았다. 반대로 구호 활동은 그 밑의 일반 시민들에게 선전하기 위해 필요한 활동이다.


절실한 이들에게 광고지와 함께 생필품과 식량을 나누어 주는 것이다. 문맹인 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삽화도 덧대었으니 이들이 이것을 이해하고 빠르게 소문을 길거리에 퍼뜨릴 것이다.


이런 식으로 대놓고 하는 것보다 은밀하게 기부와 모병을 독려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에서 눈치채고 방해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러기 전에 파리에서의 일을 빠르게 마무리 짓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다른 일과 함께 말이다.


“그럼 난 잠깐 나갔다 오겠네.”


“다녀오십시오! 근데 어디 가시는 것입니까?”


“만날 사람이 있네.”


무기를 만들어 줄 사람을 만나러 말이다.



한편, 7월 왕정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파리, 튈르리 궁전에서는 주요 정부 요인들이 모여서 은밀한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주제는 얼마 전에 파리로 돌아온 나폴레옹의 적자에 관한 이야기와 대책이었다.


회의를 진행하는 각료회의 의장, 혹은 총리로 불리는 술트 원수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회의를 강력하게 요청한 내무장관, 아돌프 티에르를 쳐다보았다.


“내무장관이 요청해서 이 회의를 주최했지만 굳이 우리가 직접 나서서 그를 제재할 필요가 있소? 아직 힘도 제대로 쓸 줄 모르는 애송이인데 말이오.”


첫 총리로 부임한 술트로서는 이미 죽어버린 옛 상관의 아들에게 신경을 쓸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벌어지는 외교적 충돌을 적절히 조절하고 알제리 정복을 성공적으로 재개해 자신의 치적을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하였다.


개인적으로도 옛 상관의 아들이 무엇을 하든 그것을 일부러 방해하는 유쾌하지 않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도 않았고 말이다.


하지만 여기, 그의 눈앞에 있는 자유주의 저널리스트께서는 생각이 다른 모양이다.


“나폴레옹의 아들이 돌아왔습니다. 사생아도 아니고 프랑스의 전 황태자이자 보나파르트파가 밀고 있는 왕위요구자란 말입니다!


그가 돌아왔다는 사실이 사방에 알려지게 된다면 숨죽여 있던 보나파르트파들이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를 일입니다!


프랑스인인지, 독일인인지 모를 그를 미리 제재해 어떤 행동도 취하지 못하게 해야 할 것입니다.”


“크흠, 장관의 염려는 알겠소만. 정확히 뭘 어쩌라는 말이오? 감옥에 잡아 넣기라도 하란 말인가? 그대가 한 번 말해보시오. 어떻게 하란 말인지.”


“그를 가둘 수는 없겠지만 공개적으로 그가 어떠한 정치적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지요. 필요하면 감시자를 붙여서라도 말입니다.


폭동을 딛고 일어서 간신히 안정시킨 정부인데 그의 존재로 또 다른 반정부 활동이 일어나게 해서는 안되지요.”


티에르의 강경한 발언에 외무부 장관인 3대 브로이 공작, 빅토르 드 브로이는 그의 말에 반대하며 나섰다.


“티에르 경. 지나친 비약입니다. 정부에 대한 지지도가 안정적인 이 시점에서 그가 무슨 힘으로 프랑스를 도모하려 하겠습니까? 무슨 병력으로요? 그저 나폴레옹이라는 이름에 정신 팔린 반푼이들로요?


그가 현재 그럴 마음도 능력도 있는지 의문이지만 설령 그런 마음을 품었다고 해도 오스트리아의 메테르니히가 그 상황을 가만히 보기만 하겠습니까?


제가 아는 그의 반 나폴레옹 성향상 그 상황을 가만히 두고 볼 리도 없겠죠. 어느 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가 그를 인정하겠습니까?”


“지금이야 그럴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미래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 않습니까? 그가 지금은 얌전히 있지만 우리가 치명적인 결함을 드러낼 때도 과연 그가 가만히 있을까요? 혹은 제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권리를 되찾으려 할까요? 답은 정해져 있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아직까진 상상에 불과하지 않습니까? 그를 함부로 제재했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요!”


“전형적인 귀족 외교관의 발언이군, 그래.”


“뭐요?”


“그만, 그만!”


두 사람의 말싸움으로 회의가 난장판이 되려하자 술트는 책상을 치며 그들을 진정시켰다. 두 사람이 입을 다물자 술트가 입을 열었다.


“우선 그를 지켜보는 걸로 합시다. 그의 존재가 세간에 쉽게 퍼지지 않도록 여론을 통제하고 말이오. 만약 그가 다른 속내를 보이기라도 하면 즉시 추방시키는 걸로 하죠. 어떻소?”


그 말에 티에르와 브로이 공작을 포함한 대부분의 각료들이 사안에 동의하였다.


술트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 즉시 해산을 명령했다. 그리고 그를 감시하는 일은 내무장관에게 맡기기로 했다.


총리로서 그가 해야 할 일은 넘쳐 흘렀다.



“음, 확실히 흥미로운 개념이군요, 공작 각하. 탄환을 원추형으로 뽀족하게 만들고 끝에 홈을 판다라..”


전 근위대 장교이자 공학자인 앙리 구스타브 델빈의 거주지를 수소문해 알아낸 주소로 그를 찾아갔다.


갑자기 나타난 나폴레옹의 아들로 얼떨떨해하는 그에게 방문 목적을 얘기하고 지난날에 대충 끄적여 본 신형 탄환 설계도를 건넸다.


잠시 마음을 추스른 후, 그는 내가 건넨 설계도를 천천히 살펴보며 이리저리 생각에 빠져갔다.


그의 흥미를 끄는 데는 성공한 모양이다.


“이 탄환과 새로운 격발 장치인 뇌관, 그리고 그 모든 걸 적용할 신형 머스킷을 부탁하고자 합니다. 가능하겠습니까?”


“이를 구현할 기술자들과 설비만 있다면 뭐, 못할 것도 없지요. 이 신형 탄이면 제가 생각해낸 개념을 그대로 실현할 수 있겠습니다! 설계도는 손을 좀 봐야겠지만요.”


“그래서 저와 같이 일해보시지 않겠습니까?”


그 말에 델빈은 들고 있던 설계도를 내려놓고 난색을 표했다.


“일단은 생각해보겠습니다. 아무래도 이탈리아까지 가야 할 일이라 조금...”


역시 첫술에 배부른 상황은 아니었다. 그래도 생각해본다고 했으니 아쉬운 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천천히 생각해보십시오. 그리고 여기 제 초대장입니다. 이틀 뒤에 저희 저택에서 열리는 파티인데 한 번 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음, 감사합니다. 꼭 가도록 하죠.”


“좋은 날 되시죠, 무슈 델빈.”


그와 작별 인사를 하고 저택을 나선 나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해가 중천에 뜬 오후 시간이라 그런지 청명한 하늘이 날 반겨주었다.


이대로 들어가기는 아쉬워서 천천히 걸으며 거리를 배회하였다. 주변을 돌아보며 느낀 것은 예나 지금이나 파리에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고 처음 방문했던 때와는 달리 거리가 불규칙적이고 지저분한 구석이 있었다.


간간이 어두운 골목을 지날 때면, 악취가 코를 마비시키기도 하고 말이다.


큰 골목으로 나온 나는 지나가던 마차를 붙잡아 돈을 지불하고 마차를 탔다.


“어서오십쇼, 손님. 어디로 모실까요?”


난 별생각 없이 노트르담 대성당 쪽으로 가달라고 말했다. 이 시대의 노트르담은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싶은 마음이 갑자기 들었기 때문이다.


선불로 금화를 받은 마부는 신이 난 상태로 마차를 빠르게 몰았다.


그사이 난 잠깐 눈을 붙였다. 얼마나 지났을까. 깊게 잠이 든 나를 마부가 깨웠고 노트르담 대성당 앞에 도착했음을 알렸다.


난 그와 작별한 후, 실크햇을 쓰고 밖으로 나왔다. 노트르담 대성당으로 걸어간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그리고 성당을 올려보았다.


혁명과 전쟁을 거치면서 여기저기 부서진 흔적들이 눈에 띄었다.


“이거 안 고치나?”


이대로 놔둬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이 시대에는 웅장한 모습을 볼 수 있나 싶었는데 그른 모양이다.


난 발길을 돌려 마레 지구를 천천히 거닐었다. 기가 막힌 날씨 덕분인지 조금 쌀쌀했지만 풍경은 예술이었다.


그렇게 홀로 이곳저곳을 구경하면서 마레 지구의 파유뒤칼베르 거리로 들어서게 되었다.


어디선가 들어본 거리 같아서였다. 제법 상류층들이 사는 거리인지 길바닥이 깨끗하였다. 나는 그곳을 천천히 거닐며 파티에 참석할 이들을 어떤 식으로 구슬려야 할지 생각에 빠졌다.


일단 나의 투자 상황을 조금 흘리고 이념에 맞게 그들을 설득하면 어떻게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걸음을 옮기던 나는 제법 멀리서 난 둔탁한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내가 바라본 곳에는 내 또래의 한 청년이 목발을 짚다가 넘어졌는지 엎어져 있었고 옆에 있던 또래의 여인이 놀라며 그를 끌어올리려 했지만 힘이 부족한 모양이다.


난 조심스럽게 그들에게 다가가 물었다.


“도와드릴까요?”


갑작스러운 말소리에 여인은 날 쳐다보고는 다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도와주세요, 무슈. 이 사람이 다리가 불편해서 그만...”


난 고개를 끄덕이고는 청년의 양쪽 겨드랑이에 손을 끼우고는 그를 천천히 들어 올렸다. 청년은 고통에 찬 신음을 흘리며 내 도움으로 간신히 목발을 짚고 서는데 성공했다.


“후우, 다행이에요! 고마워요, 무슈.”


그녀가 감격한 얼굴로 내게 고맙다고 인사하자 청년도 모자를 벗으며 내게 감사를 표했다.


“윽, 도와줘서 감사합니다. 본의 아니게 실례를 끼친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실례는요. 무사하셔서 다행이지요.”


“감사 인사를 하고 싶은데 저희 집에서 차라도 한잔하시겠습니까?”


“그러지 않아도 됩니다만.”


“그래도 이대로 보낼 수는 없지요.”


그 청년의 간곡한 부탁에 난 엉겁결에 고개를 끄덕였고 청년과 여인은 기쁜 눈으로 날 그들의 집으로 안내하였다.


“그러고 보니 은인의 이름도 못 들었군요.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고작 사람 하나 일으켜주고 은인 소리 들어도 되나 싶었지만 난 달갑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내 진짜 본명을 말해도 되나 고민이 들었다. 이름 자체가 좀 민감해야지.


난 결국 독일식으로 쓰던 원래 이름을 말했다.


“프란츠 카를 요제프라고 합니다.”


“프란츠...독일분이십니까?”


“정확히는 오스트리아 제국에서 자랐죠.”


태어난 건 프랑스지만. 내 이름을 들은 청년은 그러거나 말거나 웃으며 악수를 했다.


“멀리서 오셨군요. 이렇게 보게 돼서 반갑습니다. 마리우스 퐁메르시라고 합니다.”


“외프라시 포슐르방이라고 합니다, 무슈 프란츠.”


그들은 순수하게 기쁜 얼굴로 자신들을 소개하였다. 난 전혀 웃음이 나지 않았지만 말이다.


난 청년을 바라보며 물었다.


“..누구시라고요?”


“예? 아, 마리우스 퐁메르시라고 합니다. 아버지께서 지으신 이름이지요.”


그의 이름을 다시 들은 나는 머리가 혼란스러워졌다.


난 눈앞의 두 미남미녀를 쳐다보며 할 말을 잊었다.


‘얘들이 왜 여기서 나타나는 거야?’


거기에 답해줄 사람은 없었다. 신만이 알 뿐이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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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튈르리에서 +1 22.10.22 119 5 12쪽
41 대면 22.10.22 86 4 13쪽
40 아마 있을 것이다. 22.10.22 93 3 13쪽
39 파티? +1 22.10.13 132 7 22쪽
» 상상과 현실 +1 22.10.10 139 7 13쪽
37 파리로 +3 22.10.08 162 6 14쪽
36 준비 +1 22.10.06 147 6 16쪽
35 로스차일드 +1 22.10.03 162 5 15쪽
34 즉위식 22.10.01 203 3 13쪽
33 무도회와 회동 +1 22.09.29 160 4 19쪽
32 새로운 분기점 +1 22.09.27 159 4 18쪽
31 청문회 22.09.24 162 4 14쪽
30 소환 22.09.22 152 5 16쪽
29 장악 +1 22.09.19 158 4 13쪽
28 모데나의 불꽃 22.09.17 149 4 15쪽
27 협박 22.09.15 142 3 14쪽
26 로마의 만남 22.09.13 148 5 16쪽
25 설득 22.09.11 157 5 15쪽
24 목적 22.09.08 179 5 14쪽
23 영향 22.09.05 163 6 14쪽
22 제안 +1 22.09.03 193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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