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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윈 님의 서재입니다.

로마왕에서 나폴레옹이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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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윈
작품등록일 :
2022.07.19 20:47
최근연재일 :
2022.10.29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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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01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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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즉위식

DUMMY

그의 말을 들은 나는 내 귀를 의심해야 했다. 내가 예상한 것은 적당한 선에서 머무르는 투자였지 은행의 전면적인 개입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직 계획도 구체적이지 않고 성공도 불확실한 데다 위험하기까지 한 일에 왜 참여하려고 한단 말인가?


다른 의도가 있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일에 참여하고 싶다는 말이 정확히 무슨 뜻입니까?”


형사가 용의자를 추궁하듯이 묻자 카를은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답했다.


“말 그대로의 의미입니다. 이 장대한 계획의 시작부터 결과까지 참여해서 투자 계획을 짤 의향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은행가치고는 손해만 보는 일 같은데요.”


“제가 손익만을 따지는 은행가인 것은 맞지만 이런 뜻 있는 일에 참여하지 못하리라는 법은 없지 않습니까?”


이 남자, 분명 내 의도를 명확히 말했는데 ‘뜻 있는 일’이라는 말은 대체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일까?


갑자기 끼어든 카를 때문에 없던 두통이 생길 것만 같았다. 일단은 상대의 의도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기에 장단을 한 번 맞춰주기로 했다.


“남작께서 구체적으로 절 어떻게 도와주실 것입니까?”


“저희 로스차일드 나폴리 지점 차원으로 투자를 하는 것은 물론 이 계획에 필요한 투자자들을 유치하고 그들에게서 받은 투자금을 보증할 채권을 발행하고 기부금을 받는데 쓸 재단을 설립해 뜻 있고 너그러운 이들에게 기부를 받을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나쁘지 않은 방법이군요.”


그래서 또 마음속 의문과 의심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대체 무슨 의도로 나에게 이런 제안을 하는 것인가?


“일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후, 투자금을 어떻게 상환해주길 원하십니까?”


“레반트 지역에 저희 지점을 설치하고 그곳에서 발생하는 이익으로 천천히 장기적으로 갚으시면 됩니다. 그것이 어려우시다면 현물을 통해 상환해주시면 됩니다.”


“현물이라면...자원이라도 팔라는 말입니까?”


“그것도 나쁘진 않지만 자원은 관리하기가 까다로워서요. 땅에서 발생하는 부동산 권리만큼 확실한 건 없지요.”


“음...”


지금 당장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카를이 땅을 노리고 투자를 한다는 사실 하나만 알 수 있었다.


만약 내 추측이 맞다면 이건 결국 내가 성공적으로 레반트를 정복했을 때, 가능한 이야기 아닌가?


아직 가지지도 못한 땅의 부동산 권리를 굳이 언급하는 이유는 좀 더 알아봐야 할 것 같았다.


난 그에게 천천히 대답했다.


“남작께는 미안하지만 생각할 시간을 주시지요. 아무래도 꽤 엄중한 사안인 것 같아서 말입니다.”


그 말에 카를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고 우리는 그 날 밤 헤어졌다.


난 어지러운 마음을 가진 상태로 잠자리에 들어야 했다. 이럴 때, 마르몽과 루이 등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그들은 모데나의 치안을 관리하느라 바쁜 처지였다.


일단은 이곳에서 알만한 사람들을 상대로 조사를 해보고 그들과 만나 좀 더 체계적인 조사를 하도록 다짐했다.


다음날, 어머니의 모데나 공작 즉위식이 있는 날이었다. 일찍 일어난 나는 시종들의 도움으로 예복을 입고 방을 나섰다.


그렇게 준비하니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서 정원을 둘러보기 위해 바깥으로 나왔다.


생각지 못하게 그곳에 내 어머니와 두 이복동생들이 있어 정원을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프란츠? 여기서 다 보게 되는구나? 어제는 보이지도 않는데 어떻게 된 거니?”


“좋은 아침입니다, 어머니. 어제는 만날 사람들이 있어서 경황이 없었습니다.”


“그게 가족보다 중요한 사람들이니?”


“그건...”


“오빠 어제 어떤 여자랑 춤추러 갔잖아.”


저 눈치 없고 개념 없는 여동생만 아니었으면 대충 둘러댈 수 있었는데 저 기집애는 입이 방정이었다.


“여자?”


“응. 빨간 드레스 입은 예쁜 여자랑 춤추고 웃으면서 얘기도 하고 하던데?”


“프란츠?”


어머니, 마리 루이즈는 눈으로 날 흘겨보기 시작했다. 난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거렸다.


“저번에 피렌체에서 저와 관련된 납치사건이 있지 않았습니까? 그때. 제가 구해준 마리안나 플로렌치 후작부인이라는 여성분입니다. 저에게 감사 인사를 하러 와서 친해지게 되었지요.”


“그리고 그 여성이랑 춤추다 보니 남겨진 다른 가족들은 잊어버리고?”


“크흠, 그게...”


그녀의 추궁에 내가 말을 더듬자 그녀는 묘한 얼굴로 날 쳐다보았고 말을 이어갔다.


“그 사람이랑 무슨 사이니?”


“친구 사이입니다. 우연한 계기로 친하게 지내게 된.”


변명하는 내 모습에 마리 루이즈는 미심쩍은 눈길을 거두고 피식 웃음을 머금었다. 마리안나에 대한 이야기가 잠잠해지자 난 오늘 즉위식으로 화제를 돌리려 했다.


“엄마, 속지 마요. 내 시녀가 그러는데 남녀 사이에 친구는 없다고 했어! 분명 뭘 감추려고 저러는 걸...악!”


이 쪼그만 건 어디까지 나불거려야 직성이 풀리는 걸까? 난 잔뜩 흥분해서 외치는 알베르티나의 발을 지그시 밟아 주었다. 정신 차리라고 말이다.


이런 오빠의 노력에도 티나는 정신을 못 차리고 입을 나불거렸다.


“왜? 틀린 말은 아니잖아.”


“알베르티나. 그만하렴.”


“왜요? 오빠한테 여자가 붙는 게 안 신기해요?”


“알베르티나. 자꾸 그러면 석 달 동안 드레스는 없단다.”


“쳇...알았어요.”


티나가 혀를 차며 말하자 어머니는 그 모습을 보고는 한 마디 잔소리를 던졌다.


그녀의 눈에 19세기에 요구되는 귀족 숙녀의 모습에 한창 미달인 모양이다.


“언제까지 이런 천방지축인 행동을 보일 거니? 그런 태도로는 네 또래가 똑같이 시집갈 때, 혼자 방에서 독수공방하는 신세가 될 수 있어.”


그녀의 어머니의 일침에 티나는 움찔하면서도 기죽지 않고 그녀의 말에 반박하였다.


“전부 똑같이 얌전하고 조신하고 헌신적인 성격의 여성을 원한다는 게 말이 돼요? 저 같은 성격도 누군가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올 거란 말이에요!


그리고 말이 나와선데 저는 제 배우자는 직접 정하고 싶어요. 저한테 알맞은 남자로 말이에요!”


동생아, 너무 꿈이 크고 너무 갔구나..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는지 어머니는 말 대신 머리를 짚고는 고개를 천천히 저어 보였다.


자의식 과잉이 된 자식을 보니 없던 두통도 생기시는 모양이다.


옆에서 다른 동생 알베르트는 그런 누나의 말이 웃긴지 살며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음, 볼이 빨간 게 귀엽게도 생긴 자식이다.


아무튼 더 이상의 집안 망신을 피하기 위해 난 화제를 돌렸다.


“참, 어머니. 이제 모데나 공작으로 즉위하시게 될 텐데, 그곳 상황은 어떻습니까?”

내 말에 그녀는 헛기침을 하며 대답했다.


“음, 민심은 나쁘지 않더구나. 조언대로 전과는 달리 세율도 당분간 인하하고 금지됐던 언론과 집회도 부분적으로 허용하니 말이다.


또, 너의 병사들이 치안을 관리하니 극단적 행동은 나오지 않더구나. 비록 그들을 지휘하는 자가 마르몽이라 해도 말이다.”


뒤에 마르몽에 대한 조소 섞인 말이 덧붙여지자 난 쓴웃음을 지었다. 마르몽의 전적(?)이 워낙 화려해서 그런지 그에 직접적으로 당한 적이 있는 그녀는 아직도 그 일을 잊지 못한 모양이다.


“그자를 그렇게 중용하는 게 난 마음에 걸리는구나. 그자가 네 아버지와 나, 그리고 파리 시민들을 배신했던 것은 다 잊은 것이니?”


“잊지 않았고 앞으로도 잊지 않을 것입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머니. 제가 본 그는 지난 세월로 여러모로 느낀 바가 컸던 모양입니다.


그의 옆에 열정적인 감시자도 붙어 있는 것 같고요.”


내 말에 어머니는 염려스럽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이 그렇다면야..”


“이제 곧 식이 시작할 텐데 준비하셔야죠?”


내 말에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다시 궁으로 들어가자며 동생들을 재촉했다.


궁으로 들어선 그녀는 동생들을 나에게 맡겨두고 준비를 하기 위해 잠시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이 틈을 타 티나는 나에게 빈은 어떠냐고 물으며 빈에 한번 방문해보고 싶다고 나를 졸랐고 알베르트는 눈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흥밋거리를 찾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동생들을 이끌며 화이트홀로 들어섰다.


이미 많은 이들이 자리하고 있었고 시종들이 바삐 다니며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서 즉위식의 시작을 알리는 시종의 외침이 들려오고 모두가 정숙하였다.


주교가 앞에 나섰고 양쪽으로 군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내 어머니, 마리 루이즈가 화려한 예복을 입은 채 주교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곧 그녀는 주교 앞에 천천히 한쪽 무릎을 꿇었고 주교는 성호를 그으며 식을 거행하였다.


“오늘 신께서 모데나를 위해 새로운 통치자를 안배해 두셨습니다. 마리아 루이사 레오폴디나 프란체스카 테레사 주세파 루치아 디 압스부르고-로레나.


당신은 모데나의 공작으로서 신성한 권한을 받아들일 것을 맹세합니까?”


“맹세합니다.”


“당신은 모데나의 통치자로서 신성한 의무에 성실함으로 종사할 것을 맹세합니까?”


“맹세합니다.”


“당신은 모데나의 시민들을 공정과 자비로 통치하며 보살필 것을 맹세합니까?”


“맹세합니다.”


“이로써 하느님의 이름으로 모데나에 새로운 통치자가 탄생했음을 선언합니다. 주여, 모데나의 공작을 보우하소서!”


그 말이 끝나고 주교는 그녀에게 공작의 관을 머리에 씌워주었다. 그녀는 천천히 일어나서 뒤로 돌아 그녀를 바라보는 군중들을 똑같이 바라보았다.


모두의 환호와 박수 속에 모데나는 새로운 주인을 맞이하였다.



곧 새로운 모데나 공작의 즉위를 위한 파티가 진행되었다. 모두가 즐거운 마음으로 술과 음식, 이야기를 나누며 파티를 즐기는 와중, 나는 어제 만난 카를에 의해 가족들과 잠시 헤어져 한 정원에 서 있게 되었다.


막 파티를 즐기려는 와중이었는데 머리 아픈 상황이 저절로 찾아와 그를 향한 내 시선은 곱지 않았다.


“무슨 일입니까, 남작? 제가 생각해 보겠다고 말씀드렸을 텐데요.”


“파티를 즐기는 와중에 죄송합니다. 그저 혹시나 마음이 바뀌셨을까 싶어서 무례를 무릎 쓰고 여쭤보러 온 것입니다.”


“남작이 말해주었던 재단과 관련된 조언은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투자 건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돈과 신뢰가 걸린 막중한 사안이다 보니 저도 생각할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시간을 조금 더 주시겠습니까?”


“...많이는 드리지 못할 것입니다. 지점도 계속 수레바퀴처럼 굴러가야 하니까요.”


그렇게 카를에게 재촉만을 받은 나는 더는 의문을 참지 못하고 그를 소개시켜 준 장본인인 레오폴드 대공을 만나러 갔다.


대공은 파티를 즐기던 와중 갑작스러운 나의 이끌림에 당황하며 내가 이끄는 대로 나의 방안에 들어서야 했다.


“이게 무슨 무례인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일이어야 할 걸세, 공작.”


대공은 불쾌해하며 자리에 앉아 와인을 한 잔 들었다.


난 그에게 카를과의 만남에 대해 얘기하였다. 그리고 대공에게 그를 소개 시켜 준 의도를 물었다. 그의 대답은 간단하였다.


“그곳이 신용이 좋아 투자자로서 손색이 없다고 생각했네. 나도 그쪽에 상당한 돈을 대출받았지. 내가 융통할 돈이 부족해서 그를 소개해 준 것일세. 됐나?”


“그럼 저자만으로 제게 필요한 자금을 대겠다는 말씀입니까?”


그 말에 대공은 움찔하면서도 재빨리 변명하였다.


“그런 뜻이 아니네. 곧 그 일과 관련된 연안의 귀족들과 부르주아, 그리고 이탈리아의 재력가들이 성금을 모아올 것이네. 장부에 대해 언급하니 다들 그때만큼은 생각이 빠르더군. 여기 그 자들의 명단이 있네.”


대공은 품에서 종이 하나를 꺼내더니 나에게 보여주었다. 그 종이에는 인명이 기록되어 있고 옆에는 숫자와 탈러, 혹은 두카트로 된 단위가 적혀 있었다.


이 정도 종이면 일단 믿어주기로 했다. 대신 그에게 카를과 나폴리 지점에 관한 걸 묻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공도 많은 걸 알지는 못했다. 그저 나폴리 지점에서 이탈리아의 군주들과 유력 가문에게 대출을 많이 해주었다는 것, 다른 국가에 비해 이탈리아 산업과 전쟁으로 재산 기반이 약해져 상환율이 낮다는 것, 지점에서 채권 발행을 줄이고 있다는 점 등이었다.


그렇다면 더 이상한 일이었다. 투자에 필요한 증서인 채권을 줄인다는 건 외부로 투자를 줄이겠다는 의도인데 나에게 투자를 하겠다는 건 무슨 의도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유대인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뭐, 별로 아는 것이 없군. 이렇게 놓고 보니 그들이 확실히 출세는 했군. 여느 유대인들처럼 업신여김 당하지 않고 남작 작위까지 받은 걸 보면 말이야.”


난 그 말에 뭔가 생각이 날 듯 말 듯 머리가 간지러웠다.


그렇게 장고를 거듭하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업신여겨지던 로스차일드를 포함한 유대인들에게 가장 절실했던 건 무엇일까?’


혹시 그들의 자유와 평등이 보장되어 있는 약속의 땅인가?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늦어서 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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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파티? +1 22.10.13 133 7 22쪽
38 상상과 현실 +1 22.10.10 139 7 13쪽
37 파리로 +3 22.10.08 162 6 14쪽
36 준비 +1 22.10.06 147 6 16쪽
35 로스차일드 +1 22.10.03 162 5 15쪽
» 즉위식 22.10.01 204 3 13쪽
33 무도회와 회동 +1 22.09.29 161 4 19쪽
32 새로운 분기점 +1 22.09.27 159 4 18쪽
31 청문회 22.09.24 163 4 14쪽
30 소환 22.09.22 153 5 16쪽
29 장악 +1 22.09.19 158 4 13쪽
28 모데나의 불꽃 22.09.17 149 4 15쪽
27 협박 22.09.15 142 3 14쪽
26 로마의 만남 22.09.13 148 5 16쪽
25 설득 22.09.11 158 5 15쪽
24 목적 22.09.08 179 5 14쪽
23 영향 22.09.05 164 6 14쪽
22 제안 +1 22.09.03 193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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