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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윈 님의 서재입니다.

로마왕에서 나폴레옹이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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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윈
작품등록일 :
2022.07.19 20:47
최근연재일 :
2022.10.29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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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29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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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무도회와 회동

DUMMY

“레반트라니...제가 아는 이집트, 팔레스타인, 시리아 등지를 이르는 그 레반트 말씀이십니까?”


“그렇습니다. 마르몽 경. 그곳이 우리의 근거지가 되기에 가장 최선인 장소입니다.”


“어째서입니까? 그곳이 오스만의 영향력에서 거의 벗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는 이집트의 술탄의 지배하에 있는 곳입니다. 일반적인 토후가 아닌 프랑스의 도움으로 서구식 군대를 가지게 된 메흐메트 알리의 손안에 말입니다.”


“그렇게 레반트에서 선진적인 군대를 가지고 오스만을 물리쳤지. 하지만 정작 자국민과 점령지 주민들에 대한 민심은 전혀 얻지 못하고 있다는군요. 현재 진행되는 전쟁에도 공세가 지지부진한 것도 그로 인해 보급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랍니다.”


“..그래도 강력한 군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체계도 일원화되었죠. 고작 천 명도 안 되는 군대를 지닌 우리와는 다르게 말입니다.”


“경의 말씀이 맞습니다. 우리는 지금 모든 면에서 부족하죠. 주로 병력 문제지만.”


“하면 각하께서는 어떻게 해서 모든 것이 결핍된 이 시점에서 레반트를 우리의 것으로 만드실 계획이십니까?”


“내가 가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라는 이름과 교황청에 내려준 예루살렘 교구 복원의 명분을 최대한 이용할 것입니다.”


“..교황청과 그런 약속을 했단 말입니까?”


“교황청에서 모데나 공작의 권리를 부정하고 나의 계승권을 지지해주는 대신에 한 약속입니다. 카톨릭 교회의 수장으로서 하는 약속으로 말이죠.”


정확히는 내가 이 명분을 이렇게 거창한 명분으로 변모시킬 줄은 모르겠지만 말이다.


“음, 교황의 성향이 보수적이라 들었는데 의외입니다. 일단 최소한의 명분 자체는 확보한 셈이군요. 문제는...”


“병력을 모으고 무기와 보급품을 갖출 자금이죠. 다행히 그중 일부는 해결될 듯싶습니다.”


내 말에 세 사람은 의문 가득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았다. 난 그들에게 레오폴드 대공과 있었던 일을 얘기하며 그에게서 받아낸 자금 제공에 관한 서약서를 그들에게 보여주었다.


사정을 듣고 서약서를 읽게 된 그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설마 토스카나의 대공이자 자신의 외당숙을 협박해서 자금줄을 만들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전부터 느낀 것이지만 마르몽은 나폴레옹 아들의 간이 얼마나 부었는지, 그리고 그의 인성에 혹시 문제라도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머릿속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에 대한 궁금증과는 별개로 머리는 잘 돌아가는 것 같았지만 말이다.


“이제 적어도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우리에게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나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내가 가진 인맥과 엘리사가 가진 정보력, 대대적인 신문 광고와 호외를 동원할 것입니다. 모병과 기부를 위한 광고 말입니다.”


“각하의 말씀대로 된다면 보나파르트의 기치 아래에 모인 십자군이 탄생하는 격이군요! 전 찬성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군대를 모으고 물자를 충당하는 것은 준비 과정일 뿐, 최선의 결과를 위해서는 그곳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알리와 이집트 군, 그에 협조하는 토후 세력을 제압해야 합니다. 지금의 우리로 해낼 수 있을까요?”


루이가 내 정신 나간 계획에 열광하는 반면에 마르몽은 걱정스러웠던 면을 정확히 찔렀다. 결국 힘겹게 모은 군사로 이집트를 물리치고 레반트를 장악해야 한다.


내가 대략적으로 알고 있던 역사 속 장소가 아닌 거의 정보가 없던 장소라 계획한 나에게도 어렵게 느껴졌다.


그래서 방심할 수 없었다.


“당장은 허황된 장담 같은 건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저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하는 것. 그거 하나만을 목표로 삼을 뿐입니다. 마르몽 경도 다시 한번 최선의 삶을 살고 싶어서 이곳에 온 것이 아닙니까?”


그 말에 마르몽은 움찔하고는 고개를 숙였다.


“..그랬죠. 후회가 많은 나날이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 늙은이가 해보지도 않고 너무 걱정만 앞선 듯싶습니다.”


“사과 마십시오. 경이 내게 조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이지 않습니까? 그만큼 이 계획을 구체화하는 도움을 주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파비오, 자네는 아무 말이 없군. 자네 생각은 어떤가?”


“그 전에 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무엇인가?”


파비오는 칼자국이 난 눈을 씰룩거리며 입을 열었다.


“처음부터 난 당신의 측근도 아닌데 왜 이 자리에 날 부른 것입니까?”


“그럼 자네는 빠질 텐가?”


“..그런 말은 아니었습니다. 단지..이곳이 제가 있을 자리가 맞는지를 물었습니다.”


그 말에 두 사람이 파비오를 보았고 난 그의 말을 곰곰이 생각했다. 그의 말뜻을 말이다.


“내 밑에 완전히 들어오고 싶다는 말인가?”


“덤으로 감옥에 있는 제 부하들을 구제해주시면 좋고요.”


“갑작스러운 사안이군. 근데 왜 지금 그 마음을 먹게 된 것인가?”


“..적어도 당신 밑에 있으면 평생 꿈꿔왔던 자유와 평등의 세상에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그는 모데나에서의 내 행적을 곁에서 보고는 그게 그의 마음속 깊이 담겼나 보다.


솔직히 그의 동기가 나를 해치는 것이나 내 일을 망치는 것만 아니면 어떻게든 그를 내 사람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제법 능력도 있고 인성도 나쁘지 않은데 내 밑으로 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난 그의 손을 맞잡아주며 말했다.


“자네 자리는 이미 여기일세.”


그 말에 파비오는 크게 눈을 뜨며 날 쳐다보다가 이내 천천히 고개를 숙여 보였다. 주인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자세였다.


그렇게 한 명의 부하를 얻게 된 나는 세 사람과 레반트 정복 계획에 대해 밤새도록 토론하였다.


그 뒤, 내 상황이 상황인 만큼 빈으로 돌아가 당분간 은둔의 시간을 갖기로 합의하였다. 아무래도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빈에서 나를 감시하고 행동을 제한하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다.


난 모데나를 마르몽과 그의 부대에 맡기며 훗날을 기약하고 빈으로 떠났다.


다시 바깥으로 나갈 기회만을 기다리며 말이다.



모데나 협약이 체결된 후 빈으로 돌아간 나는 두 달 동안 궁에서만 생활하였다.


안 그래도 이탈리아에서 활약한 덕분에 귀족들에게 거의 찍힌 상태였고 정치적 부담이 좀 되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이 시간 동안 아무 생각 없이 편안하게 쉴 수 있었다. 할아버지와 조피를 비롯한 가족들과 얘기도 하고 조피의 아이들과 가끔 놀아주기도 했다. 그 외적인 시간에는 놀고 먹고 자기만 하였다.


내가 그렇게 빈둥거리는 동안에 티롤 연대는 주둔지로 귀환하였고 마르몽과 그 휘하 부대는 이제 파르마-모데나 공국군 소속으로 모데나의 치안 활동에 힘쓰고 있다고 들었다.


의심을 피하고자 엘리사를 비롯한 내 측근들은 만나지 못하지만 가끔 찾아오는 에드문드와 티롤 연대의 장교들과는 만날 수 있었다. 대부분은 술자리였지만 심심했던 하루를 달래는 데는 충분하였다.


디르크의 술버릇은 여전하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런 식으로 두 달을 보낸 후, 11월이 되는 날. 나는 어머니로부터 중부 이탈리아 연맹 결성식과 그녀의 모데나 공작 즉위식, 그리고 그를 기념할 무도회에 참석해달라는 초대장을 받았다.


즉위식을 왜 피렌체에서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동시에 할아버지가 나를 집무실로 불러들였다.


“레오폴드 그 녀석이 제국에 군사고문단을 요청했다. 연맹도 곧 창설되니 자체적인 군사력을 길러보고 싶은 것 같더구나. 그래서 난 너를 군사고문단장으로 삼을 생각이다.


그동안 소임도 없이 지냈으니 일할 때도 됐고 연맹의 창설에 너도 제법 관여했으니 네가 그 자리에 제격이지 싶다. 제국 영역에서는 공직 활동을 못 하니 대신으로 삼는다 치고.”


할아버지의 약간 미안함이 담긴 권유에 난 제안을 승낙하였고 그는 기뻐하며 인선은 알아서 적당히 꾸리라고 말한다.


우선은 초대에 응해 피렌체로 출발해야 해서 그 일에 대해서는 누구를 뽑을지 생각만 하였다. 그렇게 고민하는 와중, 이튿날 일찍이 피렌체를 향해 출발하였다.


레드 카펫이 깔린 피티 궁전에 들어서게 된 나는 전과는 달리 품위 있게 차려입는 귀족과 부르주아들이 드나들고 시종들이 바쁘게 지나가는 광경을 보았다.


나에게도 시종 한 명이 바쁘게 찾아와 취임식과 무도회가 열릴 연회장인 화이트홀로 나를 안내하였다.


시종의 안내를 따라 그곳으로 가는 도중, 어떻게 아는진 모르지만 나를 알아본 몇 명이 내게 인사를 하는 것을 지나쳐 화이트홀 문 앞에 도착하였다.


시종들이 문을 열자 이미 많은 이들이 잔을 들며 서로 떠들고 있었다. 곧이어 방문을 알리는 시종이 나의 방문을 큰소리로 알렸다.


“초대 라이히슈타트 공작이시자 파르마와 모데나의 공자님이신 프란츠 카를 요제프 보나파르테 각하이십니다!”


으 시끄러워. 목청 높은 시종의 목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그 시선에 뻘줌했지만 겉으로는 무표정함을 장착하고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천천히 그들 옆을 지나가니 나를 처음 본 사람들은 180이 넘는 내 키에 압도되거나 내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고는 했다. 남녀 구분할 것 없이 말이다.


나를 아는 이들은 그런 것에 개의치 않았다. 내 성격을 조금은 알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날 맞이하러 오는 대공처럼 말이다.


“어서 오게, 공작! 피렌체까지 오느라 고생이 많았네.”


“축하드립니다, 대공 전하.”


“하하하, 자네가 없었으면 내 그 일을 어떻게 해낼 수 있었겠나? 자네 소식은 들었네. 참 유감이네.”


“이미 지나간 일인데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어머니는?”


“아, 루도비카는 식이 있기 전 바깥바람을 맞고 오겠다고 하더군. 곧 올 것이야. 자네도 편히 즐기게. 그리고...”


대공은 나만 들리도록 내게 속삭였다.


“약속은 잊지 않았으니 걱정하지 말게. 곧 자네도 소식을 받을 것이네.”


“...소식이요?”


“때 되면 알게 되네. 흠, 이거야 원 내가 눈치가 없었군.”


대공이 뒤를 보며 피식 웃자 난 뒤로 돌아보았다. 내 뒤로 붉은색 드레스를 입고 머리를 올린 마리안나가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대공은 자리를 비켜주었고 그 자리는 마리안나가 차지하게 되었다.


“오랜만이네요, 공작님.”


“오랜만입니다, 마리안나. 지금은 좀 괜찮으십니까?”


“걱정해주신 덕분에요. 공작께는 고맙다는 말을 몇 번이고 반복해도 모자라네요.”


“음, 그 정도는 아닌데...”


난 쑥스러운 마음이 들어 말을 흐렸고 그녀는 화사한 미소를 지었다.


“헤어지고 나서 큰일을 저질렀더군요. 설마 모데나 군주를 몰아낼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그렇지만 그 덕분에 공작님의 명성도 좀 높아졌지만요.”


“..제 명성이요?”


무슨 말인가 싶어서 그녀에게 묻자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몰랐어요? 모데나에서 하신 조치와 쫓겨난 모데나 공작에게 한 연설이 퍼져서 이탈리아의 자유주의자들이 알게 모르게 공작님께 열광하고 있다는 거 말이에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에 대한 소문이 퍼진 줄은 몰랐다. 거기에 소위 나에 대한 팬덤이 형성되었다는 말에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그건 예상하지 못했는데...”


“한마디 조언하자면 그 인기를 잘 이용해서 즐기는 게 좋아요. 빈에서 소식을 들었어요. 참 유감이에요.”


“음, 두 달이 지나서 이제 아무렇지도..”


“앗. 이제 시작하려나 봐요.”


“예?”


내가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마리안나는 웃으면서 나중에 보자는 말과 함께 사라졌고 그녀의 말대로 연맹 결성식은 곧 시작하였다.


식은 간단하였다.


레오폴드 대공과 내 어머니, 마리 루이즈, 루카의 공작 카를로 2세가 나와 중부 이탈리아 연맹의 결성과 연맹의 규약을 발표하고 이 모든 사안에 동의한다는 서약을 주교의 집전 아래에서 체결되었다.


이제야 제대로 끝나는군.


이렇게 하느님의 이름으로 서약을 지키겠다는 맹세를 하고 레오폴드 대공은 연맹의 의장으로서 연맹 결성을 공식적으로 선언하였다.


연회장에 모인 귀족들이 그에 따라 환호와 박수를 보냈고 세 사람은 서로 손을 맞잡고 악수를 하였다.


이렇게 해서 1832년, 11월. 이탈리아에는 새로운 국가 연합이 탄생하게 되었다.



식이 끝나고 곧바로 무도회가 개최되었다. 어머니의 모데나 공작 즉위식은 내일 진행된다고 한다. 무도회의 개최를 알리자 나이를 불문하고 많은 남녀가 춤을 출 상대를 찾기 위해 눈을 굴리고 그 상대를 유혹하기 시작했다.


나에게도 여성들이 눈빛을 보냈다. 그중 몇 명은 용기를 내서 나와 춤을 추기 위해 접근하였다.


갑작스럽게 돌아온 누군가가 아니었다면 그녀들과 춤을 추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 누군가는 나의 손과 허리를 잡은 채 미소를 지으며 스텝을 밟고 있었다.


“갑자기 떠나서 죄송해요. 공작님 표정이 재밌어서 한 번 장난 쳐보고 싶었거든요.”


“확실히 꽤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래도 길을 잃지 않고 돌아오셔서 다행이군요.”


“그럴 가치가 있었네요. 이렇게 왈츠를 잘 추실 줄은 몰랐어요.”


그건 나도 몰랐다. 전생에 춤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었지만 이 몸으로 이탈리아의 전문 안무가에게서 춤을 배웠다는 기억이 지금의 춤 실력을 뽐내지 않을까 추측할 뿐이었다.


그렇게 작은 담소를 나누다 우리는 춤에 집중하였다. 아무 말 없이 몸을 놀리면서 서로의 시선이 여러 번 마주치는 순간은 어색했다. 동시에 그 눈동자에 집중되기도 했다.


그녀와 가까이 있으니 그녀의 이목구비가 매우 선명하게 인식되었다. 하얀 피부와 붉고 도톰한 입술, 가느다란 속눈썹에 갈색에 투명한 눈동자까지 말이다.


“앗. 밟았어요.”


나도 모르게 너무 집중한 모양이다. 난 정신을 차리고 그녀에게 연신 사과하였다.


“죄송합니다. 집중한 탓에...”


“제 얼굴에 말이죠?”


“예? 아니 그건 맞는데...그게 아니라..”


그녀의 말에 뭐라 답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웠다. 이 사람 앞에만 서면 늘 솔직한 반응만 보이는 것 같았다.


전생에 여자를 많이 안 만나봐서 그런가?


마리안나는 그녀대로 내 반응이 재밌는지 웃기 시작했다.


“어머, 정말이지. 또 그러시네요.”


“하하..그러게요. 좀 바보 같지 않습니까? 아무 말도 못하고..”


“그런 말 마세요. 그저 솔직한 반응을 보인 것이니까요. 음, 춤은 다 춘 것 같은데..사죄의 의미로 공작께 제가 아는 이들을 소개해 드릴게요. 피렌체와 페루자에서 인연을 맺은 명사들이에요.”


그녀의 제안에 안 그래도 친분도 다질 겸, 계획에 필요한 자금줄도 만들어 놓을까 싶어서 제안을 수락하고 그녀를 따라가려 했다.


그런데 갑자기 우리 두 사람 앞으로 말쑥한 차림의 사내가 나타나 인사를 건넸다.


“이거 제가 오붓한 시간을 방해한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카를 폰 로스차일드라고 합니다.”


그의 인사를 받고 난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가 말한 로스차일드라는 성 때문이었다. 그 성은 아마..


“로스차일드 은행 나폴리 지점의 은행장께서 찾아와주시니 영광이네요. 마리안나 플로렌치 바치네티라고 합니다.”


“영광이랄 것까지야..그저 흔하디 흔한 유대인 은행가일 뿐입니다.”


아마도 내가 아는 그 로스차일드가 맞나 보다. 보통 로스차일드하면 영국 쪽만 생각났는데 나폴리에도 지점을 둔 줄은 몰랐다.


“이탈리아 재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오스트리아의 황제에게 남작위를 하사받고 교황 성하께 성 콘스탄티누스 훈장까지 하사받으신 분이 겸손하시군요.”


“허허, 그분들이 저와 저희 가문을 좋게 봐주신 탓이죠. 그저 본분을 다할 뿐입니다.”


“그런 분이 저희에게는 무슨 일로?”


“음, 숙녀분께는 죄송하지만 사실 공작 각하께 볼일이 있습니다. 상의할 일이 있어서요.”


“저 말입니까? 무슨 일이죠?”


어리둥절해 묻는 나에게 카를은 난처한 기색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기서는 얘기하기 좀 민감한 문제입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 나중에 따로 만나주실 수 있으신지요?”


“음.”


그의 말에 난 갑자기 나타난 이 사내의 제안을 고민하였다. 혹시 이것이 레오폴드 대공이 말한 그 소식일까?


밑져야 본전이지. 고민은 짧았다.


“무도회가 끝나고 제 방으로 오십시오.”


“알겠습니다. 실례했습니다. 나중에 뵙도록 하죠.”


“즐거운 시간 보내십시오.”


카를이 떠난 후, 마리안나는 나를 이끌고 가 그녀와 안면이 있는 자유주의 계열 명사들과 자본가들을 소개해주었다.


모데나에서의 행적으로 나에게 제법 호의적인 그들과 술을 마시며 이탈리아의 정세에 대한 이야기를 서로 나누며 친분을 쌓아갔다.


그렇게 마리안나와 그들과 시간을 보내니 어느새 무도회는 파장에 이르렀고 모두는 다음날 있을 즉위식을 기약하며 각자의 숙소로 돌아갔다.


마리안나를 숙소로 바래다주고 헤어진 나는 숙소로 돌아와 문 앞에 서 있는 카를을 발견하였다.


“여기서 기다리고 계셨군요. 죄송합니다. 후작 부인을 바래다주고 오는 길입니다.”


“사과하실 필요 없습니다. 실례지만 바로 얘기를 나누고 싶습니다만.”


“아, 들어오시죠.”


그를 안으로 들인 나는 그에게 와인 한 잔을 따라주고는 그의 뜻대로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무슨 일로 저를 찾으셨습니까?”


“제가 우연히 얻게 된 정보에 의하면 공작께서 예루살렘의 기독교 교구를 복원하신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어디서 들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습니다. 교황 성하의 허가를 받아 계획 중입니다.”


“그 계획에 자금이 필요하지 않으십니까? 마침 저의 은행에서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필요가 생겨 적당한 사업처를 찾아 투자할 계획이었습니다.”


“..뭔가 착각하시는 모양인데 저는 교구 건설을 위한 자금만 모이면 충분합니다. 은행의 투자까지는 필요치 않습니다.”


내가 돌려서 거절의 의사를 내비치자 카를은 들고 있던 잔을 내려놓은 후, 나를 향해 말했다.


“이상하군요. 각하께서는 레반트의 정복에 관심을 가지신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뭐라고요?”


그의 한마디에 난 나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였다. 저 사람이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그렇지 않고서야 대공 전하를 비롯한 연안 귀족들과 부르주아에게 그렇게 많은 돈을 요구할리는 없을 테니까요.”


“..치안의 불안정으로 경비 병력 정도 키울 자금입니다. 전장의 중심이니까요.”


“이미 공작께서는 보나파르트의 이름과 교황청의 허가를 통해 군사들을 모으려는 시도를 하시는 것 아닙니까?”


그 말에 난 확신할 수 있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교황청의 정보와 대공과의 약속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고 나와 내 주변 측근들의 활동을 통해 내가 노리는 바를 정확히 추측하였다는 사실을 말이다.


아무래도 더는 모른 척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듯싶었다. 이런 날카로운 남자 앞에서는 말이다.


“좋습니다. 당신 말이 틀리지 않았습니다. 제게 제안하는 게 투자입니까?”


그 말에 카를은 웃으면서 말하였다.


“그보다 더한 걸 원합니다.”


그 말에 난 카를을 쳐다보았다.


“공작께서 계획하시는 모든 일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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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도회와 회동 +1 22.09.29 161 4 19쪽
32 새로운 분기점 +1 22.09.27 159 4 18쪽
31 청문회 22.09.24 163 4 14쪽
30 소환 22.09.22 152 5 16쪽
29 장악 +1 22.09.19 158 4 13쪽
28 모데나의 불꽃 22.09.17 149 4 15쪽
27 협박 22.09.15 142 3 14쪽
26 로마의 만남 22.09.13 148 5 16쪽
25 설득 22.09.11 158 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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