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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윈 님의 서재입니다.

로마왕에서 나폴레옹이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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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윈
작품등록일 :
2022.07.19 20:47
최근연재일 :
2022.10.29 22:04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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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4,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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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1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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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2쪽

파티?

DUMMY

고풍스럽게 단장된 저택 안 응접실. 난 그곳에 있는 탁자 앞에 앉아 멍하니 앞에 놓인 커피를 보고 있었다.


커피향이 아주 진하게 나는 것이 혀만 살짝 대어도 쓴맛이 확 올라올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지금 내 기분이 그랬다.


나는 이제껏 생각하지 않던 확연한 사실에 대한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여기가 내가 살았던 현재의 과거가 맞는지, 혹은 이것이 꿈인지 현실인지와 같은 것 말이다.


그런 걸 차치해도 당장 마음속에 드는 의문은 단 하나였다.


어떻게 소설 속 인물들이 현실 세계에 그대로 등장할 수 있는지 말이다.


레미제라블. 빅토르 위고가 쓴 명작이고 개인적으로도 재밌게 보고 읽은 작품이다. 마침 시대적 배경도 비슷해서 생각이 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렇게 인물 자체가 바로 눈앞에서 등장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마리우스 퐁메르시. 워털루 전투에서 남작 작위를 받은 조르주 퐁메르시의 아들이자 학생이고 후반에는 혁명가를 자처하는 인물.


외프라시 ‘코제트’ 포슐르방. 어머니인 팡틴을 잃은 고아이자 주인공인 장발장의 수양딸.


그리고 서로의 연인인 두 사람. 그 두 사람이 이 삶에서 생생하게 숨을 쉬고 있다.


전생을 겪은 이후로, 그와 비슷하게 놀랄 만한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말이다.


‘근데 그렇게 되면 이 사람들이 위고랑 같은 시대를 살게 되는 건가?’


자신의 창조주와 이들이 마주친다는 것을 생각하니 묘한 기분이 감돌았다. 그들을 대면하는 나도 마찬가지고.


“커피는 입에 맞으십니까? 설탕이 필요하면 말씀하십시오.”


잘생겼다는 묘사가 정확하게 들어맞는 청년, 마리우스가 권유하자 난 손을 천천히 저었다.


“입에 맞으니 괜찮습니다. 그나저나 대단한 저택이군요. 풍광이 예술입니다.”


내가 창문 바깥에서 쏟아져 온 햇빛을 보고 말하자 마리우스는 웃으며 말했다.


“하하, 제 외조부님께서 기뻐하시겠군요. 프란츠 씨의 말씀을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나저나 프란츠 씨는 무슨 일로 오스트리아에서 이곳 파리까지 오시게 되었습니까?”


그의 물음에 난 필요한 사실만 간추려서 내가 진행하고 있는 예루살렘 교구 복원과 레반트 지역 기독교도 보호를 위한 캠페인에 대해 얘기했다.


나의 이야기를 다 들은 그와 코제트는 흥미와 감탄이 섞인 얼굴로 날 쳐다보았다. 특히, 수녀원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코제트는 더 그랬다.


“주님에 대한 신앙심을 대단한 일로 표현하려고 하시네요. 정말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일이네요.”


“코제트의 말이 맞습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시게 된 것입니까?”


“독실한 외조부님과 다른 친척들 사이에서 자라다 보며 많은 일을 겪으니 주어진 삶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들더군요. 그래서 그 감사한 마음만큼 되돌려주고 싶었을 뿐입니다. 남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말이죠.”


“꼭 이루셨으면 좋겠습니다.”


나도 그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어색한 웃음을 날렸다.


이렇게 있지도 않은 신앙심 드립을 쳤는데 실패하면 내가 쪽팔려서 못 다닐 것이다.


실제로는 전쟁에 패배해 포로가 되어 삶의 종지부를 찍거나. 인생의 나머지를 메테르니히의 그늘에서 숨죽인 채 살거나. 둘 중 어느 것을 선택해도 인생 막장 테크를 탈 것이다.


‘부정적인 생각은 그만하자.’


난 머릿속 잡념을 털고 화제를 돌릴 겸 마리우스의 다리를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크흠, 이런 질문을 드려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부상은 어쩌다 당하게 되신 것인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사실 이유는 알지만 당사자에게 직접 듣는 것은 또 느낌이 달랐다. 아픈 기억을 꺼내야 해서 죄책감이 들지만 말이다.


예상대로 마리우스의 얼굴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그는 쓴 커피를 한 번에 들이키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6월 봉기 때 저는 제 친우들과 함께 바리케이드에서 정부군에 대항해 싸웠습니다. 처음에는 정부군의 침입을 몇 번 물리쳤지만 시간이 흐르고 각자의 사정으로 흩어지면서 정부군의 기세에 점차 밀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대포가 등장해 바리케이드를 부수고 병사들이 쳐들어오면서 결국...크윽.”


그는 그 날의 기억 때문에 괴로웠는지 고통 섞인 신음을 내질렀다. 옆에 있던 코제트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를 천천히 다독였다.


잠시 후, 진정한 마리우스는 말을 이어갔다.


“간신히 저와 몇 명만이 그 혼란과 살육의 현장에서 빠져나왔고 대부분은 죽거나 잡혀갔습니다. 저도 어느 귀인의 도움만 아니었다면 오늘 이 자리에 있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마리우스...”


코제트는 그의 손을 잡았고 마리우스는 희미한 웃음을 보이며 그녀를 안심 시켰다.


난 그보다 잡혀갔다는 말이 더 신경 쓰였다.


‘얘 빼고 다 죽지 않았나?’


책에서 읽었을 때는 그랬는데.


‘뭐가 바뀐 건가?’


진작에 죽어야 했던 나도 살아 있는 만큼, 결과가 바뀌지 말란 법도 없긴 하였다.


“비록 저와 사상적으로 다른 이들이었지만 좋은 친구들이었는데...”


“안타까운 일이군요. 모두가 좋은 이들 같은데. 분명 좋은 곳에서 잘 지낼 것입니다.”


“그러기를 기도할 뿐입니다.”


“그럴 것입니다. 그런데 사상적으로 다르다는 게 무슨 말입니까? 공화파이신 줄로만 알았는데.”


“네? 아, 그 친구들은 공화파였지만 전 아닙니다. 그들과 같은 생각을 공유하긴 하지만 방향이 달랐죠. 전 나폴레옹 황제를 지지하는 쪽입니다. 제 아버지처럼요.”


그 말에 나폴레옹의 아들로서 문득 궁금증이 들었다.


“나폴레옹의 가문이 프랑스를 다스리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황제는 군대를 몸소 이끄시면서 유럽을 정복하고 프랑스의 정체성을 세계에 알린 분입니다.


그분은 비록 생을 다하셨지만 그분의 유산을 물려받은 후손이 다시 프랑스의 제위를 차지한다면 그분이 못다 이룬 자유와 평등의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부담을 주는 마리우스의 말에 난 뭐라 답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자신이 누구 앞에서 얘기하는지 알고 저러는 것일까? 사실을 다 알게 되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내심 궁금하였다. 더불어 그들과 인연을 맺고 싶은 마음도 가득하였다.


그래서 난 충동적으로 손을 옷 속에 넣어 아껴둔 초대장 한 장을 꺼내 그들 앞으로 내밀었다.


“마침 제가 아는 자리가 있는데 그곳에 대한 초대장입니다. 시간 되실 때, 한 번 오십시오. 나폴레옹의 가족분이 오실지도 모를 자리거든요.”


그 말에 그는 눈이 동그래졌다.


“가족이라니. 누구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의 물음에 난 얼굴에 철판을 깔고 대답했다.


“나폴레옹의 아들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그 말을 들은 마리우스가 고민하는 기색을 보이자 그를 힐긋 본 코제트는 초대장을 집더니 빙긋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꼭 가도록 할게요.”


“뭣? 잠깐 코제트.”


“그동안 당신이 얼마나 우울했었는데요. 이번 기회에 기분 전환도 할 겸 기운 차리자고요, 마리우스.”


약혼녀의 권유에 마리우스는 지난 일을 떠올리고는 한숨을 쉬며 제안을 수락하였다.


그렇게 그 두 사람과 담소를 나눈 후, 집으로 돌아온 나는 부하들에게 성과를 보고받으며 하루를 마무리하였다.


이틀 뒤, 디르크와 저택의 하인들이 정성스럽게 준비한 파티가 초저녁에 열렸고 난 파티의 호스트로서 고풍스러운 예복으로 갈아입었고 디르크와 크리스티안, 로렌조 등도 파티에 걸맞는 예복을 입었다.


평소에 후줄근한 군복만 입다가 격식 있는 옷을 입으니 다들 태가 났다.


옷을 입은 후, 주변을 둘러보며 파티장을 점검해 부족한 부분이 있는지 살폈다.


6월 봉기가 진압된 지 반년도 되지 않은 시국인 만큼, 파티는 화려하진 않게 준비하였다. 돈도 많이 쓰고 싶지는 않고 말이다. 앞으로 이런 파티를 서너 번은 더 벌려야 하니.


이탈리아 쪽에서도 돈이 낭비되는 일이 없으면 좋으련만.


그렇게 눈앞에서 벗어나는 돈덩이를 걱정하며 상념에 젖을 무렵, 슬슬 파티의 참석자들이 하나둘씩 등장하기 시작했다.


시종이 그들의 도착을 목청껏 외치자 난 그들이 들어오는 문 앞에서 그들을 맞이하였다.


그들은 보통 두 부류로 나뉘었다. 하나는 초대장에 은밀히 써서 붙인 레반트의 사업에 대해 흥미를 가지게 된 부르주아였고 다른 하나는 내 이름, 보나파르트라는 이름에 이끌려 온 친나폴레옹 쪽 인사들이었다.


그중에서 마땅히 주목해야 하거나 기억에 남는 인물은 딱히 보이지 않았지만 난 그들을 웃으면서 환대해주었다.


그들은 내 환대를 받고 난 후, 나머지 참석자들을 기다리는 동안 와인을 마시며 자기들끼리 얘기에 빠졌다.


때때로 그들이 묻는 사업에 관한 얘기나 나와 내 아버지, 나폴레옹을 연관 지어 추억에 젖는 발언을 하는 이들에게 적당히 맞장구 쳐주기도 했다.


특히 나폴레옹을 기억하는 이들은 그에게서 내 모습을 찾는 모양이었다. 어떤 기이한 열망도 담으면서 말이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기어이 내가 주목할만한 참석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큼, 이렇게 보니 참 크군. 니콜라 샤를 우디노라고 하오. 그리고 여기는 제 아들놈이오.”


“니콜라 샤를 빅토르 우디노라고 합니다.”


난 머리가 허옇게 센 척탄병 원수와 그의 아들의 소개를 받으며 그들을 환대하였다.


니콜라 우디노. 평민 출신으로 척탄병이 되었다가 나폴레옹의 눈에 들어 원수의 자리까지 든 입지전적의 인물이었다.


더불어 맹장으로 평가받는 인물로 서른 다섯 번의 부상을 입으면서도 전장에서 용맹함을 주저하지 않은 덕에 유럽에 명성을 떨치기도 하였다.


그나저나 용맹하다는 평에 걸맞게 성격도 격식과 허물을 벗어 던진 화끈한 모양새였다.


아무렇지도 않게 내 키 얘기를 하는 걸 보니 말이다.


“어서 오십시오, 원수, 오늘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크하하하, 공짜 술과 음식이 있는 자리에 척탄병이 빠져야 되겠소? 그리고 뭐, 그쪽 얼굴도 한번 보고 싶기도 하고 겸사겸사 왔지.”


“크흠, 아버지. 다른 사람들이 들을까 두렵습니다.”


아들, 니콜라의 말대로 원수가 등장하자마자 큰 목소리로 떠들자 몇명이 헛기침을 하며 불편한 기색을 풍겼다.


물론 지위가 지위인 만큼 대놓고 그러지는 못했지만. 우디노도 그것을 알았지만 오히려 웃기만 했다.


“하! 선제가 무덤에서 튀어나오신 것도 아닌데 어떤 놈이 감히 나한테 뭐라 하겠어?”


옛 상관도 들먹이며 자신에게 눈초리를 보내는 이들에게 위협적인 분위기를 풍기자 그들은 두려운 기색으로 늙은 척탄병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우디노는 코웃음을 치며 와인잔을 들며 또 하나의 승리를 자축했다. 뒤에서 누군가 딴지를 거는 목소리에 눈을 부릅 뜨고 뒤를 돌아봐야 했지만 말이다.


“누가 들으면 자네가 이 파티의 주인인 줄 알겠군. 귀족의 예의는 어디 갖다 버렸나?”


목소리가 들린 자리에서는 머리가 까진 한 장년인이 천천히 내 쪽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귀족적인 복장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옷을 입은 그는 내 앞에 서더니 우아한 동작으로 내게 예를 표했다.


“이렇게 장성하신 모습을 뵈니 영광입니다. 엠마누엘 드 그루시라고 합니다, 전하.”


그의 이름에 절로 귀가 트였다.


그루시. 워털루 전투에서 인생 최대의 실수를 저질러 배신자, 혹은 무능한 이로 지탄받은 남자였다.


그러나 그 전까지 그루시는 전투에서 뛰어난 감각을 선보여 여러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고 기병을 이끄는 데 탁월한 실력을 선보였다.


정말 무능하였으면 나폴레옹이 중용할 리가 없었다.


워털루에서도 솔직히 그루시의 탓이라고 볼 수 없는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


받은 명령을 확실히 수행하는 게 잘못된 것도 아니었고 참모장인 술트가 귀환을 위해 보낸 전령이 딱 하나였는데다 그마저도 가다가 전사해 연락이 전혀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리고 만약에 그가 전령을 만났다 할지라도 그 시간쯤에는 이미 격돌이 생겨 그가 도착할 때쯤에는 결판이 날 시간이었다.


결국, 그는 확실하게 명령을 수행하는 쪽을 택해서 희대의 명언(?)을 남기게 되어 불명예를 얻었다.


우디노는 그를 알아보고는 이죽거리며 바로 얘기했다.


“이게 누구신가? 워털루를 말아먹은 귀족 나으리 아니신가?”


“그 교양이라고는 없는 말투는 여전하군. 그리고 몇 번을 말하네만 워털루는 내 과오가 아니네.”


물론 그만의 과오는 아니었다. 그의 과오가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크하하, 웃기는 소리! 그때, 프로이센 놈들 뒤꽁무니만 보고 달린 사람이 누군데 그런 소리가 나오는지 모르겠군. 기껏 발견한 놈들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지 않나?”

“어쨌든 물리치고 패잔병들을 수습해 돌아오지 않았나? 합류를 거부하고 부르봉에 충성 바친 누구랑은 다르게 말이야.”


“내가 끼어들었어도 어차피 졌을 걸세. 자네가 병력의 삼분의 일을 이끌고 허송세월을 보냈을 테니 말이야.”


“이 자가..!”


우디노의 빈정거림에 그루시의 얼굴은 분노로 얼룩졌고 난 그들 사이에 재빨리 끼어들었다.


“좋은 날인데 옛 얘기만 하고 있을 수는 없지요? 잘 지내셨습니까, 원수?”


내 말에 그루시는 심호흡을 하고는 화를 누그러뜨리며 대답했다.


“예. 미국에 있다가 고향에 돌아오니 참..뭐, 익숙해서 나쁘진 않더군요. 푹 쉬었습니다.”


“여기 한잔하시죠. 여러분들과 나눌 얘기도 있으니 말입니다.”


난 새로 들고 온 와인잔에 술을 따라주며 말을 하였다.


그루시는 술을 받아 들고는 호기심 섞인 얼굴로 날 쳐다보았다. 우디노를 비롯한 다른 이들도 내 말에 주목하였다.


“어떤 얘기를 말씀하시는지..?”


“나중에 다 오면 얘기해 드리죠. 지금은 즐기십시오.”


“크흠, 그러지요.”


두 사람은 잔을 들고는 다른 이들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시간이 지나 많은 손님들이 이곳에 입장하였다. 엑셀망과 구르고 등의 잘 알려지지 않은 장군들도 도착하였다. 잘 몰랐지만 이 몸의 기억에 남아 있는 걸 보니 나폴레옹의 측근인 모양이었다.


그들을 반기고 난 후, 내가 초대장을 직접 보낸 이들도 도착하였다.


‘무슈 델빈.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제안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셨습니까?“


”다시 뵈니 반갑습니다, 각하. 생각을 해보았는데 전망이 좋은 일인 것 같더군요. 제안을 수락하겠습니다.“


’예스!”


그 말에 난 절로 쾌재를 불렀다. 난 자축의 의미로 그의 손에도 와인을 쥐어주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꼭 성공하기를 기원하며 건배하죠.”


“성공할 것입니다.”


그와 잔을 부딪힌 후 와인을 나눈 후, 나는 나의 마지막 손님이자 파리에서 처음 날 놀라게 한 두 남녀를 만났다.


“오셨군요. 몸은 좀 나으셨습니까?”


“코제트랑 다른 사람들이 보살펴 준 덕분에 많이 나았습니다. 그나저나 꽤 많은 사람들이 모였군요. 좀 높으신 분들 같은데 말입니다.”


“다 보나파르트라는 이름에 관심을 가진 덕분이죠. 파티가 심심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건 알겠지만 저한테 나폴레옹의 아드님을 소개해 드린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예?”


마리우스의 물음에 옆을 지나가던 디르크가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냐며 반문하였다.


난 조용히 그에게 분위기 깨지 말라는 눈짓을 주었다. 그러자 그는 먼산을 바라보며 우디노가 있는 방향으로 갔다.


빈 잔을 보며 입맛을 다시던 그는 천천히 물러나던 디르크를 발견하고는 그를 우악스럽게 잡았다.


디르크는 긴장한 나머지, 놀란 표정으로 뒤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 험악한 인상의 노인이 웃으면서 빈잔을 흔드는 모습이 들어온 것은 금방이었다.


“어이, 거기! 이거 말고 좀 쎈 술 없나?”


“예, 예? 어..따라오시죠. 이것 좀 놓고...”


난 그에게서 신경을 꺼버리고 다시 눈 앞의 두 사람에게 집중했다.


“제가 그랬었죠. 예, 그렇습니다. 지금 여기 와 계십니다. 나폴레옹의 적자이지요. 한때는 황태자의 작위에 오르기도 했던.”


그 말에 마리우스의 눈은 어떤 선망의 빛이 생겨났다. 보나파르트 쪽이라는 건 들어서 알고 있지만 눈빛을 보니 그 감정이 좀 더 심화된 것 같았다.


“지금 여기 계신단 말입니까? 어디에 계십니까?”


두 사람의 물음에 난 심호흡을 하고 천천히 사실을 얘기했다.



“저 자인가?”


“그렇습니다, 경감님. 여기 대사관에서 준 정보와 일치합니다.”


옆에 있던 순경이 그에게 신상 명세를 건네주자 경감은 그것을 찬찬히 살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서장님이 말씀하신 대로 반정부 기질이 있는 자로군. 죄도 저지르지 않았는데 조사할 필요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서장님께서 그렇게 하시라고..”


“나도 아네. 명령이라지만 궁금증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서 말이야.”


“언제 덮칠까요?”


그 말에 경감은 앞을 바라보았다. 바깥은 고요했지만 안은 어떤 행사가 있는지 그 행사의 열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잠시 생각하던 그는 말했다.


“적절한 때를 찾을 것 없이 바로 덮치면 되겠군. 준비됐나?”


“모두 준비되었습니다.”


“간다.”


그의 말에 경찰들은 일제히 움직였다. 목표물을 향해서 말이다.



모든 손님들이 도착해서 이제 방금 전 고백으로 얼떨떨해하는 두 사람을 포함한 참석자들에게 건배를 제의함과 동시에 파티의 목적에 대해 얘기하려는 찰나, 한 시종이 기민한 속도로 나에게 다가와 귓속말을 전했다.


그의 말을 들은 나는 굳어질 뻔했던 인상을 핀 채, 양해를 구하고 시종을 따라 밖으로 나섰다.


그곳에는 한 무리의 제복 입은 경찰들이 서 있었고 그중 두 명이 경비를 서던 로렌조를 붙잡고 있었다.


반항하다 맞은 모양인지 입가에 피가 흘렀다.


난 욱하는 성질이 올라와서 경감으로 보이는 이에게 가서 항의하였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당장 풀어주고 여기서 물러나세요!”


“실례지만 공무를 집행하는 중이니 끼어들지 마십시오. 당신을 이상 거동자로 연행해 조사하고자 하오. 신고를 받고 왔으니 순순히 응해주시오. 이상 반항하다가는 불이익이 닥칠지 모르니.”


“각하.”


로렌조는 담담한 눈으로 날 보았고 그 눈이 날 더 울컥하게 만들었다. 머리에 열이 오르는 것을 애써 참으며 그들의 행위에 반박하였다.


“로렌조를 무슨 근거로 체포하려는 것이오? 증거는 어디 있고 영장은 또 어디 있소?”


“이 자가 수상한 거동을 보이며 여러 곳의 인쇄소를 돌았다는 신고가 들어와서 나섰습니다. 신고가 들어왔는데 저희가 어쩌겠습니까?”


“어떤 죄목으로? 어떤 근거로 연행을 하겠다는 말인가? 영장은 가지고 행동하는 것이오? 만약 그렇지 않는다면 내가 말하는데 내 부하에게 상처를 입히고 파티를 방해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오.”


“그건...”


“그럴 필요까지야 있겠습니까.”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내가 고개를 돌리자 정장을 갖춰 입은 한 30대 후반의 남자가 경찰 제복을 입은 남자와 함께 천천히 다가왔다.


그 남자는 익숙한 얼굴이었다. 내게 연설장을 퇴짜 놓은 시장 대리이자 경찰청장인 앙리 지스케였다.


나머지 하나는 누군지 모르겠지만 지스케가 조심스럽게 대하는 걸 보니 그보다 높은 사람인 모양이다.


그 답은 옆에 있던 경감과 경관들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내, 내무장관님! 그리고 청장님! 어쩌다 여기까지 오신 것입니까? 저희가 처리할 수 있는데..”


‘내무장관?’


생각보다 거물이었다.


“그걸 잘하지 못해서 이리 헤매고 있지 않았습니까, 경감?”


“그, 그건...”


경감은 눈을 깔았고 그 남자는 내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아무리 공작이라도 법 집행에 방해가 되면 불이익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순순히 물러나시죠.”


“그 전에 이름부터 밝히지 그러시오?”


“이런. 제 소개가 늦었군요.”


그는 코트를 고쳐 입는 시늉을 하더니 날카로운 눈초리로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인사가 늦었습니다. 부족하나마 루이 필리프 국왕 폐하의 임명을 받고 내무부를 맡고 있는 아돌프 티에르라고 합니다.”


“..나폴레옹 프랑수아 보나파르트라고 합니다, 내무장관.”


“예, 잘 알지요. 그 유명한 ‘나폴레옹’ 의 아드님.”


뭔가 비꼬는 기색이 있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귀하의 경찰들이 무고한 이를 죄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신고를 받고 증거도 영장도 없이 연행해 무단으로 조사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당장 철수시키시죠.”


“미안하지만 그건 안 되겠습니다. 최근에 오스트리아 대사관으로부터 이 자에 대해 흥미로운 정보를 우연히 얻게 되었거든요. 불과 얼마 전까지 이탈리아 도적이었던 자라지요?”


그 말을 듣고 이 일의 발단을 준 사람의 얼굴을 쉽게 떠올릴 수 있었다.


‘메테르니히!’


설마 이 정보를 받은 프랑스 정부가 꼬투리를 잡을 걸 예상하고 던졌을까? 뜻밖의 뒤통수에 짜증이 확 치밀어 올랐다.


이런 정보를 유출한 메테르니히의 의도는 잘 모르겠지만 이들의 의도는 명백해 보였다.


‘내가 프랑스에서 무엇을 하든 방해하려는 속셈이겠지.’


그리고 그건 틀리지 않은 모양이다. 티에르가 이 자리에서 즉석으로 영장을 제작해 나에게 건네주었으니까.


“여기 내무부 장관이 방금 내린 영장이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반정부 행위를 하는 자가 프랑스의 심장, 파리에 들어왔으니 조사 정도는 해보는 것이 내무부의 의무 아니겠습니까? 걱정 마시죠. 혐의가 없다면 풀려날 것입니다.


정 걱정되신다면, 같이 따라오시죠. 저희가 뜻밖의 오해를 할까 걱정되시면 말입니다. 저 뒤의 사람들처럼요."


티에르의 말을 들은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바깥에 소리에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몇 명의 참석자들이 이 광경을 놀란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을 보며 난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오늘 파티는 글렀다는 사실을 말이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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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대면 22.10.22 86 4 13쪽
40 아마 있을 것이다. 22.10.22 93 3 13쪽
» 파티? +1 22.10.13 133 7 22쪽
38 상상과 현실 +1 22.10.10 139 7 13쪽
37 파리로 +3 22.10.08 162 6 14쪽
36 준비 +1 22.10.06 147 6 16쪽
35 로스차일드 +1 22.10.03 162 5 15쪽
34 즉위식 22.10.01 203 3 13쪽
33 무도회와 회동 +1 22.09.29 161 4 19쪽
32 새로운 분기점 +1 22.09.27 159 4 18쪽
31 청문회 22.09.24 163 4 14쪽
30 소환 22.09.22 152 5 16쪽
29 장악 +1 22.09.19 158 4 13쪽
28 모데나의 불꽃 22.09.17 149 4 15쪽
27 협박 22.09.15 142 3 14쪽
26 로마의 만남 22.09.13 148 5 16쪽
25 설득 22.09.11 158 5 15쪽
24 목적 22.09.08 179 5 14쪽
23 영향 22.09.05 164 6 14쪽
22 제안 +1 22.09.03 193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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