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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윈 님의 서재입니다.

로마왕에서 나폴레옹이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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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윈
작품등록일 :
2022.07.19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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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9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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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2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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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새로운 분기점

DUMMY

할아버지의 말뜻을 알아차릴 수 있었던 것은 청문회가 다시 개회한 이후였다.


“제가 성급하게 행동한 것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저는 오직 신성한 의무를 저버리고 자신에게 편한 방법만을 쓰려는 군주를 징벌하고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제 행동이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 간의 불화와 갈등을 잠재우는 초석이 될 것을 굳게 믿으며 여기 계신 여러분들도 그렇게 믿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내 최후 변론이 끝나고 바로 이어서 메테르니히가 등장했다. 나이를 잊고 앞으로 나선 그의 걸음걸이는 제법 절도가 있었다.


“설령 그 뜻이 옳다고 할지라도 자신의 이상과 정의를 관철하기 위해 군인으로서 지켜야 할 규율, 질서, 규약을 저버리는 것은 옳은 것입니까? 본국은 지난 대전쟁의 승자로서 빈체제의 완전무결함을 통해 본국의 안정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어느 쪽을 택해야 하는지, 여러분들은 아시리라 믿습니다.”


그렇게 서로를 견제하던 변론 시간이 끝나고 할아버지가 헛기침하며 귀족들의 시선을 모았다.


귀족들은 숨죽인 상태로 늙은 황제를 응시하였다. 최종 판결의 시간이었다.


“..짐은 오랜 시간 오스트리아와 합스부르크의 안녕을 위해 힘써 왔다. 프랑스와의 대전쟁에서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제국은 끝내 살아남았다.


하지만 그 제국이 최근 자유와 민족을 위해 일어난 과격분자들에 의해 파열음을 내고 있노라. 신의 권력에 대항한 그들을 전부 징벌해야 하나 그를 위해 얼마나 많은 제국의 황금과 청춘이 희생되어야 할지 알 수 없구나.


비록 방법은 과격하지만 이 방법을 통해 조금이라도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면 손해는 아니겠지.


따라서 짐은 여기 모인 경들에게 공표하노라. 모데나에서 행해지는 회담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그것이 신의 뜻이라 생각하고 그 결과를 수용하도록 하겠노라.”


할아버지가 말을 길게 끌었지만 결국 내 뜻에 따라 중부 이탈리아 연맹 결성과 나의 모데나, 파르마 계승권 인정을 용인하겠다는 소리였다.


난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지난 며칠 동안 고생한 것이 헛고생은 아니었다는 안도와 얻은 성과에 대한 기쁨이 내 온몸을 휘감았다.


귀족들은 황제의 판단이 이례적이었는지 서로를 보며 소곤거렸다.


제법 떨어져 있는데도 메테르니히가 한숨을 쉬고 이를 가는 소리가 들렸다. 망할 노인네, 당분간 밤에 잠도 안 올 것이다.


그때, 할아버지가 아직 할 말이 남았는지 손을 들어 귀족들의 입을 다물게 했다.


사위가 조용해지자 그는 그 어느 때보다 엄숙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더니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라이히슈타트 공작, 프란츠는 군을 사사로이 움직여 북이탈리아의 정세를 위태롭게 한 것은 물론 신성성을 지닌 군주의 영역을 무단으로 침범한 혐의가 있다. 인정하는가?”


그 말에 아까 얘기했던 처벌을 내릴 차례라는 생각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인정합니다, 폐하.”


내 대답을 듣자마자 할아버지는 굳어진 표정으로 곧 충격적인 소식을 내게 전했다.


“이와 같이 라이히슈타트 공작, 프란츠 요제프 카를은 스스로의 죄를 깨닫고 반성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짐은 그의 성 스테판 훈장을 박탈하고 현 티롤 연대장직에서 해임하는 것은 물론 2년 동안 제국과 독일 연방 내에서 공직 활동을 하는 것을 금지하겠다.


그는 이탈리아에서의 모든 일이 마무리되는 즉시 연대장직에서 해임될 것이고 추후 소임이 주어질 때까지 대기 발령될 것이다.


공작은 앞으로 위의 처벌을 가슴에 새기고 앞으로 주어질 의무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라.”


할아버지의 말 한마디가 있을 때마다 주변은 적막으로 물들었고 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고개를 숙인 채 바닥에 놓인 카펫만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말이 끝나자 난 숙인 고개를 들지 못한 채 입을 뗐다.


“..믿음에 부응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내 대답을 들은 할아버지는 자리에서 일어나 폐회를 선언했고 대회의장을 빠져나갔다.


그가 나가자 귀족들은 나에게로 시선을 집중하였다.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는 표정이 눈에 선했다.


귀족 사회에서 명예의 상징인 훈장을 박탈당하고 공직 활동이 금지된 것은 물론 곧 모든 직위에서 해임될 상태였다.


그들의 짜증 나는 속내와는 별개로 이런 엄청난 사건을 체험한 후의 반응이 궁금하기는 할 것이다.


개중 메테르니히는 침중한 표정으로 내 얼굴을 뚫어지게 노려보고 있었다. 지난 논쟁에서 헐뜯고 한 상대의 상태가 궁금한 모양이다.


‘폐하께서 이상 말이 나오지 않게 세게 나오셨군. 어차피 모데나 군주의 권위도 떨어져 자기 신민들도 통제하지 못하는 이상, 못 이기는 척 폐하의 뜻에 따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새끼 독수리는 피를 좀 흘리겠지만.’


메테르니히가 무슨 생각을 하든지 정작 나도 어떠한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저 허무함에 짙은 한숨만 나올 뿐이었다. 그뿐이었다.



정신을 차려 메테르니히에게 더는 달고 있기 거추장스러운 훈장을 반납한 후, 무슨 일인지 궁금해하는 에드문드를 피한 난 오랜만에 내 방에서 피로에 찌든 몸을 침대에 눕혔다.


아무 생각 없이 눕기만 하니 눈이 저절로 감겼고 눈을 뜬 순간에는 두 시간 정도 지나가 있었다.


난 하품을 하며 침대에 기대어 앉았다. 청문회에서 내려진 결과와 그것이 앞날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말이다.


머리가 한결 가벼워진 상태로 생각하니 상황이 그렇게 절망적이진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정도 벌을 받지 않았으면 메테르니히 쪽에서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물고 늘어졌을 것이다. 할아버지의 입장에서는 가장 적당하고 합리적인 선에서 일을 마무리 지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어차피 교황과의 약속도 있고 그 일을 처리하기 위해 바쁘게 다녀야 하니 귀찮은 연대장직과 공직활동을 못할 상황이었다.


훈장은 좀 아깝긴 하지만 생각만큼 간절하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평판은 낮아지겠지만 그만큼 사람들의 관심도 낮아져서 나쁠 건 없었다.


내가 매우 긍정적으로 상황을 보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되었지만 이미 벌어진 일. 되돌릴 수는 없었다.


이제 내가 집중해야 할 건 예루살렘을..


“공작 각하, 기침하셨습니까?”


밖에서 시종, 베르거의 목소리가 들려 내 상념을 깨졌다. 난 목소리를 가다듬고 그에게 대답했다.


“무슨 일인가?”


“황후 폐하와 황태자비 전하, 대공비 전하께서 오셨습니다.”


‘무슨 일이지?’


단체로 올 일이 뭐가 있다고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그들을 방으로 들어오게 했다.


“오셨습니까, 황후 폐하, 황태자비 전하, 그리고 대공비 전하?”


“소식을 듣고 와 봤어요. 괜찮은가요, 공작? 상심이 크시겠어요.”


카롤리네 황후의 말에 그들이 청문회의 판결을 듣고 날 위로하러 찾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생각을 좀 정리한 후에는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시간이 얼마 지났다고 그렇게 말하기는 좀 그랬다.


그저 친절한 웃음을 그녀들에게 선보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그녀들 눈에는 허무함과 슬픔을 감추기 위한 억지 미소로 보였나 보다.


“이런 상황에서도 웃을 수 있다니..공작의 심지가 굳건하군요. 다행이에요.”


“사실 제 자매의 일에 대해 따지려는 마음이 있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졌네요. 정말 유감이에요, 공작.”


“힘내, 프란. 폐하께서 지금은 엄하게 대하지만 곧 마음을 푸실 거야. 그때까지 마음도 좀 추스르며 빈에서 편하게 지내면 좋겠어.”


조피의 쉬라는 권유에 난 순간 혹했지만 앞으로 할 일들이 생각나 쓴웃음을 지었다.


“마음은 감사하지만 이탈리아의 일도 마무리해야 하고 정리해야 할 일이 많아서 한동안은 바쁘게 지내야 합니다.”


“계속 바깥을 돌아다녔는데 또 나가? 밑에 다른 사람들 시키면 되지 네가 나갈 필요가 있니?”


“제가 벌인 일인데 저 혼자 어떻게 빠지겠습니까? 할 일은 해야죠.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누님.”


나의 말에 조피는 고운 아미를 찌푸리며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얼마 전까지는 폐병도 앓았었잖아. 몸도 성치 않았었는데 이렇게 돌아다니면 못 써. 알겠니? 좀 쉬어.”


“네? 어, 그게...”


“왜? 또 무슨 말 하게?”


“그게 아니라 저도 마칠 일이 있는데요?”


“너 아니어도 할 사람들 있을 거야.”


“그렇지만...”


마치 답정너처럼 같은 말만을 되풀이하며 고집을 피우는 조피를 보며 당황한 심정을 감출 수 없었다.


약간 아이가 쓰는 생떼 같기도 했다. 한 가지 목적만을 위해 비논리적으로 사용되는 어법 말이다.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그래도 날 생각해주고 왠지 그녀의 표정이 좋지 않았기에 쉽게 입이 떼지 않았다.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지 난감함 속에 날 구원해 준 것은 황후였다.


“그 정도만 하렴, 조피. 공작이 할 일이란다. 그도 완연한 어른인데 충분히 감당하겠지. 공작, 피곤할 테니 이만 좀 쉬어요.”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황후 폐하.”


“뭐? 잠깐 언니!”


“조피, 너도 가야지? 진짜 애들 보살피러..”


“..알았어. 이만 쉬어, 프란.”


“가볼게요, 공작.”


“세 분 모두 평안한 저녁 되십시오.”


그렇게 세 사람이 나간 후, 난 침대에 누워 내일 일정을 정리하였다.


조피의 반응이 신경 쓰였지만 지금은 일을 마무리 짓는 게 우선순위였다. 그리고 그 전에 할 일도 있었다.


“배고파.”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아까는 왜 그런 거니?”


“뭐가?”


“오늘따라 그 애한테 상당히 집착적이더라?”


황후의 방. 그곳에서 황후와 조피, 두 자매가 테이블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정확히는 황후의 조피를 향한 추궁이었지만 말이다.


“그런 거 아니거든? 그냥 오랜만에 보니 반갑고 좀 피곤해 보여서 쉬라고 말한 것 뿐이야.”


“그런데 표정은 무슨 먹이를 앞에 둔 고양이처럼 초조해 하더라? 지금은 표정 하나 안 바뀌는데 왜 그 애 앞에만 서면 그러는 걸까?”


황후의 말에 조피는 손을 쥐었다 펴며 그녀의 말에 반박했다.


“그야 어릴 때부터 봐온 친한 친구니까 그렇지. 삭막하고 답답한 빈의 황궁에서 생활하는 마음을 아는 친구.”


“다른 게 있는 건 아니고?”


“어떤 거 말인데, 언니?”


조피가 밤색 머리를 손가락으로 말려 묻자 황후는 그녀를 가만히 지켜보다 고개를 저었다.


“아니. 네가 아니라면 된 거지.”


“뭐야, 언니 싱겁게.”


“별 얘기 아니야. 같이 식사나 할래?”


“폐하께서는?”


“정무로 바쁘시다고 하더라. 벨기에 문제라고 하던데?”


“합스부르크의 성실함이란..그럼 우리끼리 먹자. 여기서 먹을까?”


조피는 황후를 향해 해맑게 떠들기 시작했다. 임신으로 잃었던 식욕을 거의 되찾은 모양이다.


황후는 아직 남아 있는 의구심을 털지 못한 채 겉으로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말에 맞장구쳐주었다.


‘조피 프리데리케. 네 말이 사실이었으면 좋겠다. 너랑 너의 아이들, 그리고 그 애를 위해서라도. 만약에 아니라면..’


넌 상상을 초월하는 걸 얻고 싶은 것이겠지.


그렇게 동상이몽하는 두 자매의 저녁도 저물어갔다.



다음날이 되자 난 에드문드와 크리스티안의 부대와 합류해 이탈리아로 출발했다.


빈의 사교계에서는 날 두고 미운 오리 새끼 취급하였지만 상관없다. 그 오늘만 사는 인간들한테 무슨 소리를 듣든 원하는 것을 얻었으니까.


가본 길로 되돌아가 조금 이른 시간에 모데나로 돌아온 나는 아직 남아 있던 대표들에게 소집을 청했고 곧바로 빈의 소식을 전하였다.


황제의 용인까지 떨어지자 반대를 던진 대표들도 오스트리아의 위세에 눌려 찬성을 표해야 했고 만장일치로 어머니, 마리 루이즈의 모데나 통치와 나의 모데나, 파르마 계승을 인정하였다.


협상에서 타결된 사안이 공표되면서 전 모데나 공작 프란치스코 4세는 식솔들과 함께 오스트리아로 망명하였다.


마지막까지 날 죽일 눈으로 보았지만 그가 어쩔 것인가? 그의 과오가 있다면 과한 탄압을 실행했다는 것이고 이레귤러인 나의 눈에 타깃으로 들어왔다는 것이다.


모데나 협정이라 명명될 이번 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펼쳐진 연회에서 대표로 이탈리아의 평화를 기원하며 건배를 외쳤다.


그렇게 그들과 친분을 다지고 교황청의 대표인 베르네티 국무원장에게서 예루살렘 교구 재건을 그의 독촉에 재차 약속하였다.


어차피 힘도 들이지 않고 대사나 은사만 내릴 거면서 돈 빌려준 사람 마냥 독촉은 왜 그렇게 해대는지 모르겠다.


약속은 했으니 조만간 레오폴드 대공과 자금에 대해 얘기를 나눠봐야겠다.


연회가 마무리된 후, 난 모데나 시청으로 내 부대의 장교들을 전부 불러모았다.


빈에서 결정된 사안을 전달하기 위함이었다.


모두가 자리에 착석하자 난 빠르게 말했다.


“황제 폐하께서 날 티롤 연대장에서 해임하셨네.”


그 말이 나오고 여러 사람으로 소란스럽던 장내는 순식간에 침묵으로 빠져들었다.


대부분은 눈을 부릅뜬 채 날 보고 있었고 몇 명은 숙연한 얼굴을 하였다.


“내 성 스테판 훈장도 박탈당했지. 그리고 앞으로 2년 동안 제국과 연방 내에서 공직 활동을 금지하시더군.”


그 말에 분위기는 더 조져졌고 대대장부터 말단 장교까지 무슨 말부터 해야 곧 상관 아니게 될 상관의 마음을 풀어줄지 고민하는 눈초리였다.


한 놈은 좀 다르게 생각했지만.


“어, 연대장님.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한가롭게 시간도 보낼 수 있고 술도 마음껏..악!”


눈치 없는 디르크 대위가 말을 꺼내는 중 눈치 있는 에드문드와 동료 장교에 의해 발을 밟히고는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그의 눈치 없는 발언에 왠지 모를 우스꽝스러움이 담겨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때, 마르몽이 질문하였다.


“각하. 그러면 저희 대대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밀라노 지원 대대는 내가 임의로 모은 부대인 만큼 제국군으로 치기도 안 치기도 애매해서 어떻게 취급해야 할지 헷갈리는 존재였다.


당장이라도 누군가 마음만 먹으면 해산되어 사라질 의용 부대였다.


다행히 그들이 실업자가 될 일은 없을 듯했다.


“잘은 모르겠지만 그대들은 새롭게 탄생할 중부 이탈리아 연맹에서 모데나, 파르마 공국을 지키는 부대로 재편성될 것이네. 폐하께서 그곳이 안정되는 대로 군사고문단을 파견해 군대 창설을 도울 것이라 하더군.”


“그렇군요.”


의문을 푼 마르몽이 입을 다물고 난 할 말을 이어가기로 했다.


“그동안 이 신참 연대장 밑에서 고생했다. 앞으로 어떤 이가 신임 연대장으로 부임할지는 모르겠지만 누구 밑에 있건 충성과 신의로 그대들의 의무를 다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동안 수고했고 앞으로 건강하기를 빈다. 이상.”


그렇게 그들에게 해야 할 말을 한 후 이만 나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에드문드의 말이 들리기 전까지는.


“일동 차렷.”


그 말에 모든 장교가 자리에서 차렷 자세를 하였다. 소리에 뒤를 돌아보자 이제는 내 부관이 아닌 에드문드가 다시 외쳤다.


“연대장님께 경례!”


그 말과 동시에 그들은 나를 향해 군례를 올렸다. 마지막이라 생각해서인지 엄숙한 표정으로 올린 군례였다.


그래도 내가 연대장 값은 한 모양이다.


난 똑같이 그들을 향해 군례를 하였고 잠시 후, 발걸음을 옮겨 시청 밖으로 나갔다. 더는 티롤 연대장이 아닌 예비역 대령으로 말이다.



장교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눈 후, 난 마르몽과 루이 그리고 파비오를 두칼레 궁전의 방으로 불렀다. 추후의 일을 상의하기 위함이었다.


“무슨 일로 부르신 것입니까, 각하?”


“이제는 연대장도 아니지만 사촌이 편하신대로 부르십시오. 그대들을 부른 건 다름이 아니라 어떤 계획에 대해 의견을 들어보기 위함입니다.”


그 말에 두 사람은 서로를 잠깐 보았고 이내 마르몽이 물었다.


“무슨 계획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경도 아시다시피 난 이번 일로 모데나와 파르마의 계승권을 얻었습니다. 그렇지만 빈에서의 내 영향력은 축소되었죠.”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그건 중요한 게 아니라 이제부터 나아갈 방향입니다. 향후, 보나파르트의 운명을 결정지을 방향 말이죠.”


“그렇다면 프랑스로..!”


루이가 상기된 어조로 입을 열자 마르몽은 그를 쳐다보더니 혀를 찼다.


“쯧, 자네는 매사에 그렇게 즉흥적인가? 프랑스를 얻는 게 만만한 일도 아니고 지금의 왕정이 폭동을 진압한 이후로 안정세를 타고 있는데. 지금 프랑스를 도모하는 건 자살 행위이네.”


“허. 대대장님께서는 조심성이 많아지셨습니다. 보나파르트의 꿀벌과 제비꽃이 민중에 얼마나 큰 영감을 주었습니까?


각하께서 독수리의 기치를 걸고 프랑스로 귀환하시면 민중은 반드시 각하의 편을 들 것이란 말입니다! 아직 민중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제 기득권부터 챙기는 부르주아들과는 다르게 말입니다!”


“허! 세상 참 만만하게 보는군. 민심이라고 다 해결되는 줄 아는가? 결국 민심을 얻으려면 그를 뒷받침해줄 힘이 없으면 거사는 실패한 거사 그 이상도 못 될 것이네.


선제가 거사에 성공한 것도 결국 그들을 따르는 병사들의 무력 때문이었으니까.”


“그 선제께서 주신 의무를 망각하신 분께서 할 말을 아닌 것 같습니다만.”


“뭐야?”


“둘 다 그만하시죠.”


싸움이 격해지려는 찰나, 난 그들을 재빨리 제지하였다. 두 사람은 내 제지에 서로를 잠시 노려보다가 날 쳐다보며 감정을 수습하였다.


난 그들을 보며 대답했다.


“두 사람 모두의 말이 옳습니다. 민심을 얻는 것도 중요하고 그 민심이 향하는 방향으로 인도할 힘을 얻는 것도 중요하죠. 보나파르트의 권리를 되찾고 이상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말입니다. 그 전에 힘의 기반을 만들어두어야 하는 것이고요.”


“그 힘의 기반을 어떻게 어디서 만드려고 하시는 것입니까?”


파비오의 물음에 난 침을 삼키며 말을 이어갔다.


“프랑스에서 멀지 않은 곳. 혼란스럽고 위험하지만 그만큼 파고들 틈이 있어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곳. 우리의 힘을 결집시킬 수 있을 만큼 가치가 있는 곳. 그곳에 우리의 군대와 지지자들을 결집시킬 것입니다. 마침 적당한 명분도 만들었고요.”


그리고 나는 그들에게 선언하였다.


“우리는 레반트를 정복할 것입니다. 성서의 땅을 우리 것으로요.”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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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모데나의 불꽃 22.09.17 148 4 15쪽
27 협박 22.09.15 142 3 14쪽
26 로마의 만남 22.09.13 148 5 16쪽
25 설득 22.09.11 157 5 15쪽
24 목적 22.09.08 178 5 14쪽
23 영향 22.09.05 163 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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